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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0. 10. 25. 선고 2000헌바32 판례집 [토지수용법 제5조 위헌소원]
[판례집12권 2집 264~27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한 사례

결정요지

토지수용법 제5조는 이른바 공익 또는 수용권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서, 수용적격사업이 경합하여 충돌하는 공익의 조정을 목적으로 한 규정이다. 즉, 현재 공익사업에 이용되고 있는 토지는 가능하면 그 용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하여 수용의 목적물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그 공익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보다 더 중요한 공익사업을 위하여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수용의 목적물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고,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는 요건 또는 그 한계를 정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 토지가 수용재결 당시 공익사업에 이용되고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위 법률조항은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심판대상조문

토지수용법 제5조(수용의 제한) 토지를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는 사업에 이용되고 있는 토지는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이를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없다.

당사자

청 구 인 박○덕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영준 외 2인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99누12405 토지수용이의재결처분취소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국방부장관은 국방·군사시설사업에관한법률의 규정에 따라 육군참모총장이 시행하는 군사용 시설부지 매입사업에 관하여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1996. 10. 14. 국방부고시 제1996-69호로 이를 고시하였다.

나.청구인들의 소유인 강원 고성군 현내면○○임야 10,985㎡(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가 위 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어 육군참모총장은 청구인들과 사업시행을 위하여 토지 매수를 협의하였으나, 청구인들은 이 사건 토지를 향후 생활 주거지로 사용할 계획이므로 이를 매도할 수 없고 다만 무상사용은 허용하겠다고 주장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육군참모총장은 이 사건 토지는 군사시설부지로 영구적으로 사용할 재산이므로 향후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여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

다.이에 육군참모총장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게 이 사건 토지의 수용재결을 신청하였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1998. 3. 27. 국방·군사시설사업에관한법률토지수용법에 근거하여 육군참

모총장이 사업시행을 위하여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용재결을 하였다.

라.청구인들은 군부대가 군사상 필요한 기간 동안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사용기간이 종료될 때 지체 없이 청구인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반환하도록 제의하였음에도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게 이의신청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1998. 11. 24. 청구인들의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이의재결을 하였다.

마.청구인들은 다시, 사용대차계약 또는 환매특약부 매매계약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어 이 사건 토지는 이를 꼭 수용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 할 것인데도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한 것은 수용권을 남용하여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 수용재결 및 이를 유지한 위 이의재결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행정법원 98구28585호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하여 위 이의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1999. 8. 18. 청구인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자 1999. 9. 15. 서울고등법원에 99누12405호로 항소하였다.

바.청구인들은 위 서울고등법원 99누12405호 사건의 계속 중, 토지수용법 제5조 중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를 토지를 수용·사용할 수 있는 사업이 종료할 때까지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를 기업자에게 무상으로 사용, 수익하게 할 수 있는 제한물권을 설정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사.서울고등법원은 2000. 3. 17. 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함과 아울러 위 항소를 기각하였다.

아.이에 청구인들은 2000. 4. 1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토지수용법 제5조의 규정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토지수용법 제5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인 바,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방·군사시설사업에관한법률 제6조(수용 및 사용)① 사업시행자는 실시계획의 고시구역 안에서 국방·군사시설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하여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토지수용법을 적용한다.

③ (생략)

토지수용법 제5조(수용의 제한)토지를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는 사업에 이용되고 있는 토지는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이를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없다.

3.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헌법 제23조 제1항은 개인의 재산권보장을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기본권 제한의 한계로서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더 가벼운 기본권의 제한으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거운 기본권제한을 하는 법률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한 위헌법률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사업목적인 군사시설은 통일이 된다면 군사시설로 사용될 필요가 없는 한시적인 것이므로, 군사시설에 필요한 토지라도 기업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아무 제한 없이 용익할 수 있도록 무상의 지상권 등 제한물권의 설정등기를 경료하고 기업자명의로 처분금지가처분 등기를 함으로써 그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토지수용법 제5조 중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를 토지를 수용·사용할 수 있는 사업이 종료할 때까지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를 기업자에게 무상으로 사용, 수익하게 할 수 있는 제한물권을 설정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다.

나.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익사업의 실현,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등의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의 형식에 의하여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재산권을 수용할 수 있다할 것인 바, 헌법의 위임에 따라 토지수용법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의 수용과 사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공공복리의 증진과 사유재산권과의 조절을 도모함으로써 국토의 합리적인 이용, 개발과 산업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제1조) 국회의 입법에 의하여 제정된 법률로서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토지의 수용, 사용을 허용하고 있고(제5조), 토지의 수용을 위해서는 사업인정을 위한 협의 및 의견청취, 사업인정고시, 토지조서 및 물건조서의 작성, 협의, 수용재결, 이의재결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제14조 내지

제44조), 손실보상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어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배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제45조 내지 제60조), 사업인정 후 일정기간 내에 수용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때에는 토지소유자의 환매권을 보장하고 있다(제71조).

또한, 헌법 제23조 제2항에서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 적합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재산권행사의 사회기속성을 명문화하고 있다.

따라서, 토지수용법헌법의 규정취지에 따라 토지의 수용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그 손실보상액 또한 정당한 보상이 되도록 배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정기간내의 환매권까지 보장하고 있는 점 및 우리 헌법상의 재산권이 강한 사회기속성이라는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토지수용법 제5조에서 토지의 수용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를 신청인의 주장과 같이 ‘토지를 수용·사용할 수 있는 사업이 종료할 때까지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를 기업자에게 무상으로 사용, 수익하게 할 수 있는 제한물권을 설정하는 경우’를 배제하는 취지의 일의적 규정이라고는 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에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기본권제한에 관한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가 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위헌제청신청은 이유 없다.

다. 건설교통부장관의 의견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사유재산권 침해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이 규정이 위헌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토지수용법 등에 따라 기업자가 공익사업용지로 취득하여 공익사업부지로 사용하고 있는 토지를 제3의 기업자(사업시행자)가 다른 공익사업을 위하여 수용 또는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이를 제한하려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4. 판 단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를 살펴본다.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이므로 그 적법요건으로 문제된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재판의 전제성이 요구되는 바, 재판의 전제성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소송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이어야 하고, 위헌여부심판에 제청된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그 제청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에 따라 당해 소송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여기서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 함은 법원이 심리중인 당해 사건의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경우뿐만 아니라 제청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비록 주문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이유를 달리하는 데 관계되어 있거나 또는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도 포함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64-865; 헌재 1994. 2. 24. 91헌가3 , 판례집 6-1, 21, 30).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른바 공익 또는 수용권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정으로서, 수용적격사업이 경합하여 충돌하는 공익의 조정을 목적으로 한 규정이다. 즉, 현재 공익사업에 이용되고 있는 토지는 가능하면 그 용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하여 수용의 목적물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그 공익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보다 더 중요한 공익사업을 위하여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수용의 목적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는 현재 토지를 이용하고 있는 수용가능사업의 공익성과 새로이 당해 토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용가능사업의 공익성의 비교형량에 의하여 후자가 전자보다 큰 경우 등을 말하는 것일 뿐, 일반적으로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는 요건 또는 그 한계를 정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반적인 토지수용의 요건 또는 한계를 정한 것으로 해석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한 다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이르렀으나, 이 사건 토지가 수용재결당시 공익사업에 이용되고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에 따라 당해 소송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5. 결 론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주심)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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