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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 7. 16. 선고 97헌바22 결정문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23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남○우

대리인 모란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홍유택

당해사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95고합25 업무상횡령등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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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5. 1. 25. 업무상횡령죄, 허위공문서작성죄, 동행사죄 등으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기소되어 95고합25로 형사재판을 받던중, 위 법원이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1981. 1. 29. 법률 제3361호로 제정됨, 이하 ‘특례법’이라 한다) 제23조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없이 재판을 진행하기 위하여 청구인에 대한 소재탐지를 명하자, 위 재판의 출석을 거부하면서 위 법원에 불출석 재판의 근거가 되는 특례법 제23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같은 법원 96초290)을 하고 위 법원이 1997. 2. 26. 이를 기각하

자 같은 해 3. 15. 헌법재판소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위 기각결정은 청구인의 대리인이 같은 해 3. 3. 수령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례법 제23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례법 제23조(제1심공판의 특례) 제1심공판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로부터 6월이 경과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때에는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없이 재판할 수 있다. 다만,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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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규정〕

특례법시행규칙 제18조(주소의 보고와 보정) ① 재판장은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을 마친 뒤 피고인에 대하여 그 주소의 변동이 있을 때에는 이를 법원에 보고할 것을 명하고,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때에는 그 진술없이 재판할 경우가 있음

을 경고 하여야 한다.

② 피고인에 대한 송달이 불능인 경우에 재판장은 그 소재를 확인하기 위하여 소재조사촉탁, 구인장의 발부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③ 공소장에 기재된 피고인의 주소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그 기재된 주소에 공소제기 당시 피고인이 거주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된 때에는 재판장은 검사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주소를 보정할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제19조(불출석피고인에 대한 재판) ①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로부터 6월이 경과하도록 제18조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후 피고인에 대한 송달은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다.

② 피고인의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판기일의 소환을 2회 이상 받고도 출석하지 아니 한 때에는 법 제23조의 규정에 의하여 피고인의 진술없이 재판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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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을 제외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로부터 6월이 경과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없이도 제1심재판을 진행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제12조 제1항에서 적법절차에 의한 형사처벌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또 제27조 제1항에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 아닌 한, 피고인의 방어권이 전혀 행사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제1심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영구미제사건의 적체를 줄이기 위하여 마련한 불가피한 입법이라 하더라도 그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재판청구권의 한 내용인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하겠고, 또한 피고인에게 불출석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전혀 물을 수 없는 경우까지 궐석재판을 행할 수 있게 하였으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다.

나.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96초290)이유의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의 소재불명으로 인한 제1심 형사공판절차의 중단 또는 지연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중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 한하여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후에야 비로소 피고인의 진술없이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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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법원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사공판절차의 진행이 사실상 중단됨으로써 정당한 형벌권의 행사를 저해하고, 이로 인하여 불구속 피고인의 도피를 조장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불합리를 막고, 정당한 형벌권의 행사를 도모하려는 것으로(특히 당해소송사건에서 처럼 피고인이 형사공판절차의 진행을 방해하기 위하여 고의로 도피한 경우에 더욱 필요하다)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2) 입법수단의 적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 관하여 법원이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한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때에만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없이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규칙은 법원이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로부터 6월이 경과하도록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아니할 때에는 공시송달에 의한 공판기일의 소환을 2회 이상 실시한 후에야 비로소 궐석재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위와 같은 불출석재판에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을 궐석재판의 대상에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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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시켜 두고 있다.

(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입법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장의 의견

피고인의 방어권보장이란 피고인에게 방어의 기회를 제공하면 충분한 것이지 피고인이 그 제공받은 기회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출석하지 아니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사실상 무죄판결이나 다름없는 영구미제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은 스스로 출석하여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 비하여 합리

적 이유없이 유리한 대우를 하는 것이 되므로 부당하다. 그러한 차별대우가 계속된다면 대부분의 불구속 피고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게 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영장의 발부가 남발됨으로써 오히려 형사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는 궐석재판제도는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의 불구속재판의 원칙이라는 인권보장이념을 실현시키는 기능을 하는 장치로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3. 판 단

가. 피고인의 공격ㆍ방어권으로서의 공판기일출석권

헌법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모든 국민은 ……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적법절차에 의한 형사처벌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 적법절차원칙은 절차가 법률로 정하여져야 할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법률의 내용에 있어서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특히 형사소송절차와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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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형벌권의 실행절차인 형사소송의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원리로서,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이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절차를 형성ㆍ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재판청구권에는 물론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여기서의 공정한 재판이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이 있고, 헌법 제104조 내지 제106조에 정한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신분이 보장되어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으로부터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위에서 본 적법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재판을 의미한다. 또한 그 권리는 재판절차를 규율하는 법률과 재판에서 적용될 실체적 법률이 모두 합헌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재판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비밀재판을 배제하고 일반국민의 감시아래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받을 권리도 내용으로 한다. 이로부터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ㆍ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ㆍ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가,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공격ㆍ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파생되어 나온다(헌재 1994. 4. 28. 93헌바 26, 판례집 6-1, 348, 356 ; 1996. 1. 25. 95헌가5 , 판례집 8-1, 1, 13).

위와 같은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의 재판구조를 가지고 있는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공판기일출석권은 단지 피고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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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도 매우 중요한 권리

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형사소송법제276조에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선언하는 한편,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의사무능력자이거나(제26조, 제28조, 법정대리인이나 특별대리인이 소송행위를 대리한다) 법인인 경우(제27조 제1항, 제276조 단서, 대표자가 소송행위를 대표한다), 다액 1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사건의 경우(제277조, 즉결심판에관한절차법 제8조의2 제1항도 같은 취지임), 무죄ㆍ면소ㆍ공소기각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는 경우(제277조, 제306조 제4항), 피고인이 자의적 또는 일시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은 경우(제297조 제1항, 제330조), 구속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제277조의2), 상소심의 경우(제365조, 제389조),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제458조 제2항, 제365조)에는 피고인의 출석없이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한다면 형사소송법은 다액 1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사건의 경우와 무죄ㆍ면소ㆍ공소기각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는 경우 등 중형선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나 피고인이 자의적 또는 일시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은 경우와 구속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 상소심의 경우 및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등 불출석에 대한 책임이 피고인에게도 있다고 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불출석재판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내용

(1) 만일, 법원의 적절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소재를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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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절차의 중단으로 인하여 국가의 정당한 형벌권의 행사는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고, 심지어 피고인의 도피를 조장하는 등 여러 가지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바로 피고인 불출석의 위와 같은 폐해를 시정하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아래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 형벌권의 신속하고도 적정한 행사를 도모하려는 것이고, 이를 통하여 부수적으로 영구미제사건의 적체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우리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은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여 재판을 진행하지 못한 채로 기소된 뒤 15년이 경과되었을 경우에는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에 따라 면소판결을 선고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프랑스 형사소송법외에는 그 입법례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이러한 재판시효제도를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피고인의 불출석에 대비한 입법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밖에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입법의 필요성에 따라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에 관하여 6월 이상 피고인의 소재 확인이 불능할 때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더라도 제1심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러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2항에 따라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서류 또는 물건에 대하여 증거로 할 수 있음에 피고인이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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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한 것으로 간주되어 별도의 증거조사없이도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대법원 예규, 송형 81-11 참조)}.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불출석한 상태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항소를 제기하거나 형사소송법 제345조에 의한 항소권회복을 청구하여 항소심 및 상고심의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만일, 피고인의 공판기일출석권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조항이 피고인의 방어권이 전혀 행사될 수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어 사형이나 무기와 같은 중형선고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이는 그 법률조항이 비록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정당한 입법목적을 지닌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겠고, 또한 피고인에게 불출석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전혀 물을 수 없는 경우까지 피고인에게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을 위한 기회조차 부여하지 아니한 채 궐석재판을 행할 수 있다면 이는 절차의 내용이 심히 적정하지 못한 경우로서 위에서 본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에서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변호인 없이는 개정하지 못하는 필요적 변호사건(형사소송법

제282조)을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의 하나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 놓은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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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라고 하여 모두 경미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장기(長期)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관계로 그러한 사건에는 법정형이 재산형이나 단기 자유형에 해당하는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최고 징역15년(경합범 가중시에는 최고 징역 22년 6월, 누범 가중시에는 최고 징역25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사건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참고로 재판시효제도를 두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형사소송법에 궐석재판제도를 두고 있으나 이는 경죄나 위경죄에 한정된 것이고,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중죄는 그 적용대상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적용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형법만 살펴 보더라도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되는 죄는 극히 일부임을 알 수 있다. 즉 형법 중 별지 기재의 죄명을 제외한 형법이 정한 대부분의 죄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받게 되고, 형법 이외의 법률에도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되지 아니하는 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벌조항은 무수히 많다. 실제로 법원통계를 보아도 제1심 형사 공판사건 중에서 필요적 변호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6년도에는 5.66%, 1997년도에는 5.94%에 불과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대상은 필요적 변호사건을 제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광

범위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중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대상이 너무 광범위하므로, 비록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정당한 입법목적아래 마련된 법률조항이라 할지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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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3)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의 불출석 사유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한 채 획일적으로 궐석재판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 공판절차 불출석 사유에는 예컨대 재판장이 제1회 공판기일에 출석한 피고인에게 인정신문을 한 뒤에 주소의 변동이 있을 때에는 이를 법원에 보고할 것을 명하고,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없이 재판할 경우가 있음을 경고하였음에도 피고인이 고의로 출석하지 않는 경우 등 피고인에게 그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피고인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알지 못한 경우이거나, 공소제기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그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사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리지 아니하고 한결같이 피고인에게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 등 공격ㆍ방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상태에서의 궐석재판을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2항에 의하여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서류 또는 물건에 대하여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여 별도의 증거조사없이 곧바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유죄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항소나 항소권회복청구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는 길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기본권의 침해가 이미 발생한 뒤에 사후적으로 그 결과를 다소 시정하는 제도에 불과하며, 일반적으로 형사피고인에게는 3심에 걸쳐 재판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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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제한이 필요한 최소한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1996. 1. 25. 95헌가5 , 판례집 8-1, 1, 16 참조.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궐석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소정의 기간내에 이의신청을 하면 궐석재판 선고의 집행을 정지하고, 발부된 체포영장 이외의 궐석재판으로 인한 결정을 전부 무효화시키는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여 피고인이 심급의 이익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설사 앞서 본 바와 같이 비록 피고인의 불출석에 대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기에게 아무런 책임없는 사유로 출석하지 못한 피고인에 대하여 별다른 증거조사도 없이 곧바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 절차의 내용이 심히 적정치 못한 경우로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반하여 헌법에 위반되는 규정이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의 판단 중, 가. 피고인의 공격ㆍ방어권으로서의 공판기일 출석권 부분과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내용 부분에 대한 설시에는 이론(異論)이 없으나,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 부분에는 동조(同調)할 수 없다. 나는, 이 사건 법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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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견해이므로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밝혀 두고자

한다.

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형사사법에서의 적법절차의 원칙은, 공권력이 국민에게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과 같은 불이익을 과(科)할 때에는 고지ㆍ청문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법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법형사소송규칙에서 이를 구체화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출석없이 제1심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로서 ① 경미한 사건의 경우(제277조. 즉결심판에관한절차법 제8조의2 제1항도 같은 취지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제458조 제2항, 제365조) ② 피고인이 의사무능력자이거나(제26조, 제28조) 법정대리인이 대리하는 법인인 경우(제27조 제1항, 제276조 단서) ③ 피고인이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은 경우(제297조 제1항, 제330조), 구속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제277조의2) ④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는 경우(제277조, 제306조 제4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적법절차원칙의 적용이 제한되는 경우로서, 첫째 피고인의 법정 출정이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사건, 출정여부를 피고인의 의사에 맡겨도 무방한 경미한 사건(①, ②의 경우), 둘째 피고인을 법정에 출석시켜 진술을 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건(③의 경우), 셋째 피고인이 출정하지 아니 하여도 불이익이 없는 사건(④의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나.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에서 본 형사소송법의 규정 이외에 피고인의 출석없이 제1심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예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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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로서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을 제외하고 피고인의 소재 확인이 6개월 이상 불가능할 때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더라도 제1심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1961. 9. 1. 법률 제705호로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은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1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하므로, 법원으로서는 면소판결(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을 선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소재를 알 수 없어 공판을 진행할 수 없었던 경우에도 위와 같은 면소판결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은,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한편,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여 형벌 법령을 적정ㆍ신속하게 실현함으로써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도모하려는 형사소송법의 목적과 법이 추구하는 정의의 이념에도 어긋나므로 1981. 1. 29. 법률 제3361호로 특례법 제정당시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두기에 이르렀다.

(2) 법원은 공소의 제기가 있는 때에는 지체없이 공소장의 부본을 피고인에게 송달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66조). ‘지체없이’라는 것은 사건이 배당되면 사건진행부와 구속감독부에 기재한 다음 바로 송달한다는 뜻이다(대법원송무예규 송형 81-14 참조).

그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과 관련된 같은 법 시행규칙(1981. 2. 23. 대법원규칙 제756호)의 주요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에 대한 공소장부본 등의 송달이 되지 아니한 경우 그 송달불능이 공소장 기재 주소의 불특정으로 인한 때 또는 공소제기 당시 피고인이 그 주소에 거주하지 않고 있었음이 판명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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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재판장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검사에게 주소보정을 요구하여야 한다(제18조 제3항).

(나)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이 그밖의 사유로 인한 경우 또는 주소보정 요구를 하였으나 주효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재판장은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하여 경찰관서 등에 대한 소재조사의 촉탁 또는 구속영장(구인영장)의 발부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제18조 제2항). 특히 소재가 불명인 피고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찰청에 지명수배 의뢰를 할 수 있다(대법원송무예규, 송형 98-3 참조).

(다) 수사관서의 소재ㆍ탐문조사 및 지명수배조치에도 불구하고, 송달불능보고서 접수일로부터 6월이 경과하기까지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때에는, 공시송달에 의하여 그 후의 서류를 송달할 수 있다(제19조 제1항).

(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공판기일의 소환을 2회 이상 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사건의 법정형이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ㆍ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 아닌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출석)없이도 재판을 할 수 있다(특례법 제23조, 같은 법시행규칙 제19조 제2항).

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소재가 확인되지 아니한 피고인의 출석 없이 제1심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한 것은 적법절차에 위반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따를 수 없다.

(1) 첫째, 수사단계에서는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주소가 있고(형사소송법 제241조, 제244조 제1항),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특정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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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를 기재한다(제254조 제3항). 공소장에 기재된 대로 피고인이 거주한다면 송달불능의 문제는 생길 여지가 없다(송달불능이 된다고 할지라도 앞서 본 나. (2) 부분의 절차에 의하여 송달이 가능하게 된다). 제1심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한 경우에는, 재판장은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을 마친 뒤 주소의 변동이 있을 때에는 법원에 보고할 것을 명하고,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때에는 그 진술 없이 재판할 경우가 있음을 경고한다(특례법시행규칙 제18조 제1항).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피고인이나 대리인이 법원소재지에 서류의 송달을 받을 수 있는 주거 또는 사무소를 두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소재지에 주거 또는 사무소가 있는 자를 송달영수인으로 선임하여 신고하여야 하고(제60조 제1항)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에는 구속사유가 되므로(제70조 제1항 제1호), 공소가 제기된 것을 아는 피고인에게는 공소장에 적힌 주거에 대한 변동사유가 있으면 법원에 변동된 주소의 신고의무가 있다고 해석된다.

둘째,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도중이나 받고 난 다음 주소지를 옮겼기 때문에 변동된 주소를 기재하지 않고 공소제기를 한 경우이다.

그런데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여 행정사무의 적정ㆍ간이한 처리를 목적으로 제정된 주민등록법(1962. 5. 10. 법률 제1067호)은 시(市)ㆍ군(郡)ㆍ구(區)의 주민은 자신의 주소를 그 거주지를 관할하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하게 되어 있다(제10조 제1항, 제11조). 주소에 변동이 있는 때에는 14일 이내에 그 정정신고를 하여야 하고(제13조), 거주지를 이동한 때에는 신거주지에 전입신고를 하여야 한다(제14조). 만일 정당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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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없이 기간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하면 과태료를 물고(제20조 제1항) 2중신고와 허위신고, 주민등록을 기피할 목적으로 기간내 신고를 하지 아니하면 징역형이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제21조).

통상 일반인(평균인, 보통인)을 기준으로 보면 주민등록에 관련된 신고를 제때에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은 예외적인 사정에 속한다. 입법자는 주민등록법상의 주소신고의무가 지켜질 것으로 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을 만든 것이다. 피고인이 주소신고만 제대로 한다면 신고하는 시기가 주민등록법에서 요구하는 때보다 좀 늦다고 할지라도 법원의 소재확인절차에 의하여 바로 거주지 확인이 가능하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범죄의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은 일이 있기 때문에 경험칙상 조사받은 혐의사실로 인하여 공소제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피고인 중에는 간혹 법원에서 보낸 소송관계서류를 고의로 받지 않거나 다른 곳으로 몰래 거주지를 옮겼기 때문에 송달불능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2) 입법자는 피고인의 형사소송법 제60조 제1항, 제70조 제1항 제1호의 취지에서 연유한 주소신고의무와 일반 국민의 주민등록법상의 주소신고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1995. 3. 23. 선고한 92헌바1 형사소송법 제343조 제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피고인이 불출석하여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 것은 피고인의 불출석에 대하여 피고인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한한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23조의 경우에도 피고인이 주민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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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에 거주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 공시송달을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 결정도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판례집 7-1, 358, 370-371).

법은 사회적 규범이므로 통상 일반인을 기준으로 한다. 고지ㆍ청문을 기본요소로 하는 적법절차는 형사공판절차에 계류된 모든 사건에 반드시 적용되어야만 하는 원칙은 아니다. 위의 ‘가’ 항의 형사소송법 규정의 예에서 본 것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그 적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나는, 제1심 공판절차에 대한 적법절차원칙의 적용기준은 공권력의 행사가 피고인의 기본적인권의 보장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제한의 필요성ㆍ최소성을 서로 교량하여 통상 일반인을 기준으로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인지, 공권력이 합리성ㆍ정당성을 벗어난 수단으로 형사사법절차를 운영하는 것은 아닌지를 두루 헤아려 그 적용여부에 대한 기준에 따라 이 원칙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1심 공판절차에서의 적법절차는 통상 일반인의 기준을 벗어나 주소 신고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송달불능이 된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은 아니다. 이 원칙은 통상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여 받아 들여질 수 있는 수준의 인식ㆍ경험을 기초로 그 범위안에 있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기본권보장 수단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자는 송달불능이 되어 적법절차가 요구하는 고지ㆍ청문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피고인에 대한 기본적 인권의 보장이라는 측면과 사회질서의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도모하기 위한 공익이라는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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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서로 비교 교량하여 공익쪽의 가치가 더 우선된다고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제정하였다. 이와 같은 비교형량은 기본권제한 조치에 대한 헌법상의 적부(適否)를 판단함에 있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라.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 대상범죄가 너무 광범위하여 피고인 불출석하에 중형이 선고될 수 있으므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 단서가 장기(長期)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아니한 관계로 최고 징역 15년(경합범 가중시에는 최고 징역 22년 6월, 누범 가중시에는 최고 징역 25년)까지 선고가 가능한 점을 들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하나, 이 조항에 의하여 최고 징역 15년 또는 징역 25년까지의 선고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론상의 설명일 뿐, 그와 같은 중형이 선고된 사례는 없다고 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대상 범죄와 법정형의 상한을 정하는 문제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입법정책 문제에 속하기 때문에 그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헌법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18조 제2항에 의하여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서류 또는 물건에 대하여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어 별도의 증거조사없이 곧바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수 있게 한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앞서 본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공판정에 출석하지 아니한 불구

속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적용이 되는 것이다(대법원 1991. 6. 28. 91도865, 공91, 2077).

마.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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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나 항소권회복청구의 방법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다수의견은, 항소권회복의 방법으로 구제의 기회가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기본권의 침해가 이미 발생한 후 사후적으로 그 결과를 다소 시정하는 제도에 불과하고, 심급의 이익이 상실되는 점에 비추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제한이 필요한 최소한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선례(헌재 1996. 1. 25. 95헌가5 , 판례집 8-1, 1, 16)는 법정형이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중형에 해당하는 죄의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궐석재판을 하도록 규정한 구 반국가행위자의처벌에관한특별조치법(1994. 12. 31. 법률 제4856호로 최종 개정된 것, 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실효됨) 제7조 제5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방론으로 설시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 꼭 들어맞는 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심급의 이익이 박탈된다는 점만으로는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헌재 1995. 1. 20. 90헌바1 , 판례집 7-1, 1, 10 참조).

바. 스스로 지킬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청문(聽聞)의 손

길은 미치지 않는 것이다. 법정에 나타나지 않고 청문의 권리를 외친다고 하여 법정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이 힘주어 말하는 공정한 재판은 피고인에게도 정당해야 하겠지만 고소인ㆍ피해자에게도 역시 정당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보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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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주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형법상 사형ㆍ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

내란죄(제87조 제1호ㆍ제2호), 내란목적살인죄(제88조), 동 예비, 음모, 선동, 선전죄(제90조 제1항ㆍ제2항), 외환유치죄(제92조), 여적죄(제93조), 모병이적죄(제94조 제1항ㆍ제2항), 시설제공이적죄(제95조 제1항ㆍ제2항), 시설파괴이적죄(제96조), 물건제공

이적죄(제97조), 간첩죄(제98조 제1항ㆍ제2항), 일반이적죄(제99조), 폭발물사용죄(제119조 제1항ㆍ제2항), 특수공무방해치사상죄(제144조 제2항), 현주건조물등에의방화죄(제164조 제1항ㆍ제2항), 공용건조물등에의방화죄(제165조), 폭발성물건파열치사상죄(제172조 제2항), 가스ㆍ전기등방류치사상죄(제172조의2 제2항), 가스ㆍ전기등공급방해치사죄(제173조 제3항 후문), 현주건조물등에의일수죄(제177조 제1항ㆍ제2항), 기차등의전복죄등(제187조), 교통방해치사상죄(제188조), 음용수혼독치사상죄(제194조), 살인죄, 존속살해죄(제250조 제1항ㆍ제2항), 위계등에의한촉탁살인죄등(제253조), 상해치사죄(제259조 제1항ㆍ제2항), 폭행치사죄(제262조), 유기등치사상죄(제275조 제1항 후문, 제2항), 체포ㆍ감금등의치사죄(제281조 제1항 후문, 제2항), 국외이송을위한약취, 유인, 매매죄(제289조 제1항ㆍ제2항ㆍ제3항), 강간죄(제297조), 준강간죄(제299조), 강간등상해ㆍ치상죄(제301조), 강간등살인ㆍ치사죄(제301조의2), 인질강요죄(제324조의2), 인질상해ㆍ치상죄(제324조의3), 인질살해ㆍ치사죄(제324조의4), 강도죄(제333조), 특수강도죄(제334조 제1항ㆍ제2항), 준강도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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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조), 인질강도죄(제336조), 강도상해ㆍ치상죄(제337조), 강도살인ㆍ치사죄(제338조), 강도강간죄(제339조), 해상강도죄(제340조 제1항ㆍ제2항ㆍ제3항), 중손괴죄(제368조 제2항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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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07.16, 97헌바22, 판례집 제10권 2집 , 218, 218-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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