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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8. 30. 선고 2000헌마668 판례집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등 위헌확인 ' (동법 제6조, 제7조)']
[판례집13권 2집 287~29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이상 체납한 지역가입자에 대하여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3항이 헌법소원에 있어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소극)

2.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 가입을 규정하고 임의해지를 금지하면서 보험료를 납부케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이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여부(소극)

결정요지

1.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3항은 그 자체로 직접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또는 권리나 법적 지위의 박탈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급여거부처분이라는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에 대한 직접적 현실적 침해가 있게 되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다.

2.국민건강보험법이 의무적 가입을 규정하고 임의해지를 금지하면서 보험료를 납부케 하는 것은, 경제적인 약자에게도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 의무(헌법 제34조 제2항)라는 정당한 공공복리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며, 조세가 아닌 보험료를 한 재원으로 하여 사회보험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보험료가 과도할 경우 그런 제도의 정당성이 문제되지만, 동법 제62조(보험료) 자체가 과도한 보험료를 정하고 있다거나 그에 대한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동법은 생활이 어려운 자 등은 보험료의 부담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일정한 계층을 위한 보험료 경감장치를 두고 있다. 한편 의무가입과 임의해지금지 및 보험료 납부에 관한 규정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과도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동법 제5조 제1항 본문 및 제62조가 청구인의 재산권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혹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 제5조(적용대상 등)①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으로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 외의 자는 이 법에 의한 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이라 한다)의 가입자(이하 “가입자”라 한다) 또는 피부양자가 된다.

1.의료보호법에 의하여 의료보호를 받는 자(이하 “의료보호대상자”라 한다)

2.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의료보호를 받는 자(이하 “유공자등의료보호대상자”라 한다). 다만,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유공자등의료보호대상자중 건강보험의 적용을 보험자에게 신청한 자

나.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던 자가 유공자등의료보호대상자가 된 경우로서 보험자에게 건강보험의 적용배제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②~③ 생략

③공단은 제62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세대단위의 보험료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이상 체납한 지역가입자에 대하여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체납한 가입자가 보험급여 개시일부터 10일(그 기간중에 공휴일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이내에 체납된 보험료를 완납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 생략

국민건강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것) 제62조(보험료)①공단은 건강보험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제68조의 규정에 의한 보험료의 납부의무자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험료는 가입자의 자격을 얻은 날이 속하는 달부터 가입자의 자격을 잃은 날의 전날이 속하는 달까지 징수한다. 다만, 가입자의 자격이 매월 2일이후에 변동된 경우에는 그 변동된 날이 속하는 달의 보험료는 변동되기 전의 자격을 기준으로 징수한다.

③직장가입자의 월별 보험료액은 제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표준보수월액에 제65조의 규정에 의한 보험료율을 곱하여 얻은 금액으로 한다.

④지역가입자의 월별 보험료액은 세대단위로 산정하되, 지역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월별 보험료액은 제64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부과표준소득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등급구분에 의하여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단의 정관이 정하는 금액으로 한다.

⑤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가입자의 경우 그 가입자 또는 그 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보험료는 공단의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일부를 경감할 수 있다.

1.도서·벽지·농어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자. 다만, 농어촌에 거주하는 자는 농업 또는 어업에 종사하는 자 등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자에 한한다.

2. 65세이상인 자

3. 장애인복지법에 의하여 등록한 장애인

4.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4호·제6호·제10호·제12호 또는 제14호에 규정된 국가유공자

참조판례

2. 헌재 2000. 6. 29. 99헌마289 , 판례집 12-1, 913

당사자

청 구 인 윤○녀

국선대리인 변호사 임채균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3항 부분을 각하하고 나머지 부분을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건강보험의 가입자로서 2000. 9. 30.경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서지사장으로부터 1993. 9.부터 1998. 4.까지 청구인이 미납한 보험료 512,070원을 2000. 10. 10.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이미 압류된 청구인의 전화를 처분하여(설비비 반환신청) 체납된 보험료에 충당할 예정이라는 독촉장을 받았다.

청구인은 국민건강보험의 의무가입 등을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등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2000. 10.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에서 국선대리인은 심판청구 이유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5조, 제48조 제3항, 제62조, 제68조, 제70조 제3항을 거론하고 있으며 명확한 심판대상을 특정하고 있지는 않다.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서에 기재된 피청구인이나 청구취지에 구애됨이 없이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청구인이 주장하는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피청구인과 심판대상을 확정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8. 3. 26. 93헌바12 , 판례집 10-1, 226, 232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하면, 법이 보험가입자에게 가입의 자유나 탈퇴(해지)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일정 기간 보험료를 체납한 지역가입자에게는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아니하면서도 보험료를 계속하여 납부하게 하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선 법 제5조(적용대상 등) 중 의무가입에 관련된 조항은 제1항 본문뿐이므로 그 부분에 심판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법 제62조(보험료)는 청구인의 주장취지와 직접 관련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국민의 의사, 재산상태 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여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한 것”을 다투는 듯한 내용이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 심판대상으로 본다. 또한 법 제68조(보험료의 납부의무)는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할 의무자를 정한 것일 뿐이며, 법 제70조(보험료등의 독촉 및 체납처분) 제3항은 보험료 미납시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한다는 규정인 바, 청구인이 그러한 규정 내용 자체를 다투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법 제5조 제1항 본문, 제48조 제3항(이상 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 제62조(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것)의 위헌 여부라고 함이 상당하다(이들을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제5조(적용대상 등)①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으로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 외의 자는 이 법에 의한 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이라 한다)의 가입자(이하 “가입자”라 한다) 또는 피부양자가 된다.

1.의료보호법에 의하여 의료보호를 받는 자(이하 “의료보호대상자”라 한다)

하여 의료보호를 받는 자(이하 “유공자등의료보호대상자”라 한다). 다만,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유공자등의료보호대상자중 건강보험의 적용을 보험자에게 신청한자

나.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던 자가 유공자등의료보호대상자가 된 경우로서 보험자에게 건강보험의 적용배제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제48조(급여의 제한)③공단은 제62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세대단위의보험료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이상 체납한 지역가입자에 대하여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체납한 가입자가 보험급여 개시일부터 10일(그 기간중에 공휴일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이내에 체납된 보험료를 완납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62조(보험료)①공단은 건강보험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제68조의 규정에 의한 보험료의 납부의무자로부터 보험료를 징수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험료는 가입자의 자격을 얻은 날이 속하는 달부터 가입자의 자격을 잃은 날의 전날이 속하는 달까지 징수한다. 다만, 가입자의 자격이 매월 2일이후에 변동된 경우에는 그 변동된 날이 속하는 달의 보험료는 변동되기 전의 자격을 기준으로 징수한다.

③직장가입자의 월별 보험료액은 제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표준보수월액에 제65조의 규정에 의한 보험료율을 곱하여 얻은 금액으로 한다.

④지역가입자의 월별 보험료액은 세대단위로 산정하되, 지역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월별 보험료액은 제64조의 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부과표준소득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등급구분에 의하여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단의 정관이 정하는 금액으로 한다.

⑤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가입자의 경우 그 가입자 또는 그 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보험료는 공단의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일부를 경감할 수 있다.

1.도서·벽지·농어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자. 다만, 농어촌에 거주하는 자는 농업 또는 어업에 종사하는 자 등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자에 한한다.

2. 65세이상인 자

3. 장애인복지법에 의하여 등록한 장애인

4.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4호·제6호·제10호·제12호 또는 제14호에 규정된 국가유공자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국민건강보험료가 조세와 같이 의무라면 미납일 경우 전화세, 전기세, 수도세등과 같이 보험가입을 자동 해지시켜야 한다.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한 뒤, 자동으로 해지시키지도 않고, 보험료만 계속 부과할 뿐만 아니라 보험 진료도 허용하지 않고, 해지 신고도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조항들은 재산권, 인간의 생존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할 수 있다. 즉 국민의 의사, 재산상태 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하여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한 것은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청구인이 현재 질병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 미납된 보험료 약 70여만원이 있어야 하는 반면, 일반 진료는 1만7천원 정도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진료가 보험 진료보다 청구인의 건강을 보다 잘 지켜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료(한달에 약 7천원) 상당을 보험회사의 각종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중병으로 입원시 그 보험금으로 입원치료비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의료보험급여는 더 제약적일 수 있다. 또 입원치료가 불필요하게 된 경우 일반 보험회사의 보험료는 만기시 상환받을 수 있으나, 건강보험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이용자의 요구와 실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청구인이 실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

이 사건 조항들은 사회보장적인 법률일진대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국민에게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아니하는 것은 원래의 입법정신에 반하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므로 마땅히 보험급여를 실시한 후 적당한 방법으로 체납보험료를 징수하여야 할 것이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국민건강보험은 헌법이 추구하는 사회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하여 마련한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기 위한 것이다. 사회보험은 사회적 연대의 원칙에 따라 기여의 형평성과 급여의 균등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며, 적용범위는 전국민을 포함하는 포괄성을 띠어야 하며, 보험료는 부담능력에 비례하여 형평성 있게 책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보험재정의 부담과 보험급여의 상관관계, 보험관계의 성립, 보

험재정 부담비용의 징수 등에 있어서 사보험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의료보장은 각국에서 법률에 의하여 가입을 강제하고 탈퇴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제가입제도가 없는 경우 경제적 능력이 있거나 건강한 자는 모두 빠져나가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만 남게 되어 사회보험이 존립할 수 없게 되므로 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민의 자유권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내에서 제한하는 것이다.

보험료 부과에 있어서는, 국가가 조세로서 재원조달을 하여 의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국가보건서비스제도(National Health Service)도 있으나, 조세도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보험 원리로 가입자가 직접 보험료를 납부하여 재원을 조달하는 사회보험방식(National Health Insurance)도 가능한 것이다.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보험가입자간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고자 법률로써 보험가입을 강제하고 소득재분배를 하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보험료 체납자에게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하도록 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예정된 기본권 제한이다.

또한 보험료 3회 이상 체납한 자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보험료를 체납하더라도 가산금 부과만으로 제재가 끝나 더 이상 이를 시정할 수 없다면, 소득과 재산이 많아 고액의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하는 가입자는 보험료의 납부를 기피하게 되어 건강보험사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되므로, 부득이 선량한 다수의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이다.

3. 판 단

가. 법 제48조 제3항 부분

동 조항은 그 자체로 직접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또는 권리나 법적 지위의 박탈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급여거부처분이라는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에 대한 직접적 현실적 침해가 있게 되므로 위 조항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다고 볼 것이다.

위 조항에 따른 대통령령이 일의적으로 보험급여의 중지요건을 정하거나 혹은 공단이 실제로 보험급여를 중지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그러한 시행령 제정행위 혹은 집행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기본권에 대한 직접적 현실적 침해가 있게 되며, 이러한 행정작용에 대해서는 그 처분의 위법·위헌성을 다투는 등 법적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려져 있는 것이다.

나. 나머지 부분

헌법재판소는 이미 국민건강보험법의 다른 조항들을 심사한 사건에서 동법상의 강제가입의무 부과 및 보험료 부과의 정당성에 대하여 판시한 바 있다. 헌재 2000. 6. 29. 99헌마289 , 판례집 12-1, 913 결정의 해당 부분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의료보험제도의 연혁 및 현황, 의료보험관련법의 법체계, 의료보험통합의 배경

각국의 의료보장제도는 역사, 경제, 사회적 여건에 따라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국가가 의료보장을 시행하는 방법은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에 따라, 법률에 자격이 정해진 자가 보험료를 낼 것을 전제로 하여 보험급여를 하는 보험방식과 일반조세를 재원으로 하여 국민 또는 거주자라는 요건만 갖추면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조세방식으로 구분된다. 의료보장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 중에서, 영국, 스웨덴 등과 같이 조세방식의 의료보장제도를 취하고 있는 소수의 국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국가는 사회보험방식의 의료보장을 택하고 있다.

(2) 사회보험으로서의 현행 의료보험제도

의료보험의 형태는 사회보험과 사보험으로 구분되는데, 사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의 여부가 계약자유의 원리에 따라 당사자간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보험법적 관계가 민법상의 계약에 의하여 성립되는 반면, 사회보험에서는 법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국민에게 가입의무가 부과됨으로써 사회보험에의 가입이 법적으로 강제되며, 이로써 보험법적 관계가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률에 의하여 성립한다. 사회보험에서는 보험가입의무가 인정되면서 보험료납부의무가 발생하고, 동시에 보험법적 보호관계가 성립하며, 피보험자는 사회적 위험의 발생시 법에 규정된 급여청구권을 가진다.

사보험에서는 상업적·경제적 관점이 보험재정운영의 결정적인 기준이 되지만, 사회보험에서는 사회정책적 관점이 우선하고, 이러한 성격은 특히 보험료의 산정에 있어서 뚜렷한데, 보험료의 산정에 있어서 사보험에서는 성별, 연령, 가입연령, 건강상태 등의 피보험자 개인이 지니는 보험위험, 즉 위험발생의 정도나 개연성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되지만, 사회보험에서의 보험료는 피보험자의 경제적 능력, 즉 소득에 비례하여 정해진다. 즉 사보험의 보험료는 보험료와 보험급여간의 보험수리적인 개인별 등가원칙에 의하여 산정되는 반면, 사회보험의 목적은 사회연대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여 경제적인 약자에

게도 기본적인 사회보험의 급여를 주고자 하는 것이므로, 보험료의 산정에 있어서 개인별 등가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지 아니한다. 사회보험의 목적은 국민 개개인에게 절실히 필요한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보험가입자간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것이며, 이러한 목적은 동일위험집단에 속한 구성원에게 법률로써 가입을 강제하고 소득재분배를 하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보험료를 부과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3)보험료의 법적 성격 및 사회보험료 형성의 원칙

사회보험료란, 피보험자 또는 그 사용자가 보험자의 보험급여를 위한 재정을 충당할 목적으로 법률에 근거하여 납부하는 공과금이다. 사회보험의 주된 재원은 보험료이며, 세금에 의한 국가의 지원은 단지 보충적으로 사회보험재정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사회보험료는 기존의 공과금체계에 편입시킬 수 없는 독자적 성격을 가진 공과금이다. 특정의 반대급부없이 금전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세금과는 달리, 보험료는 반대급부인 보험급여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특정 이익의 혜택이나 특정 시설의 사용가능성에 대한 금전적 급부인 수익자부담금과는 달리, 급여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3자인 사용자에게도 보험료 납부의무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수익자부담금과 그 성격을 달리 한다.

사회보험료를 형성하는 2가지 중요한 원리는 ‘보험의 원칙’과 ‘사회연대의 원칙’이다. 보험의 원칙이란 소위 등가성의 원칙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보험료와 보험급여간의 등가원칙을 말한다. 물론, 사회보험에서는 사보험에서와 달리 각 피보험자에 대한 개별등가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보험 또한 보험료를 주된 재원으로 하는 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험자의 전체적 재정과 관련하여 보험자의 수입이 보험급여를 포함한 전체 지출을 충당할 수 있도록 개인의 보험료가 산정되어야 한다.

한편 사회보험은 사회국가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사회연대의 원칙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부과하는 사회국가원리에서 나온다. 보험료의 형성에 있어서 사회연대의 원칙은 보험료와 보험급여 사이의 개별적 등가성의 원칙에 수정을 가하는 원리일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체계 내에서의 소득의 재분배를 정당화하는 근거이며, 보험의 급여수혜자가 아닌 제3자인 사용자의 보험료 납부의무(소위 ‘이질부담’)를 정당화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또한 사회연대의 원칙은 사회보험에의 강제가입의무를 정당화하며, 재정구조가 취약한 보험자와 재정

구조가 건전한 보험자 사이의 재정조정을 가능하게 한다.』(판례집 12-1, 937, 941-944)

위 결정은 이 사건 조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으나, 사회보험의 법적 성격과 강제가입의 필요성, 보험료 납부의무의 필요성 등에 관한 일반적인 설시를 하고 있는 바, 이 사건에서 해당 판시를 아래와 같이 원용한다.

(1) 재산권 침해 여부

우선 법이 건강보험에 대한 강제가입 및 탈퇴금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제적인 약자에게도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의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 의무(헌법 제34조 제2항)의 하나로서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정당한 입법목적을 지니는 것이고, 또한 위에서 본 바, 사보험에 비교되는 사회보험의 성격에 바탕을 두어 법이 국내거주 국민에게 강제가입제도 및 탈퇴금지를 채택한 것은 그러한 입법목적 달성에 효과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조세가 아닌 보험료를 한 재원으로 하여 사회보험을 추구하는 제도일 경우 가입자들의 보험료 납부의무 역시 그러한 제도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요구되는 것이다. 다만, 보험료가 지나치게 과도할 경우는 그러한 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지만, 법 제62조 자체가 과도한 보험료를 정하고 있다거나 과다한 보험료 산정을 허용하는 근거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보험료 산정에 있어서는 보험자의 전체적 재정과 관련하여 보험자의 수입이 보험급여를 포함한 전체 지출을 충당할 수 있도록 개인의 보험료가 산정되어야 할 것인 바, 법 제62조가 이러한 법리에서 이탈된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법 제5조 제1항은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이라도 의료보호법에 의하여 의료보호를 받는 자(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나 생활유지의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자 등. 의료보호법 제4조 참조) 등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거나 보험료의 부담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여,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부과함으로써 영세계층에 대하여 생길 수 있는 금전적 부담을 완화하고 있으며, 법 제62조 제5항은 일정한 계층을 위한 보험료의 경감장치를 두고 있다.

한편 법 제5조 제1항 본문, 제62조가 청구인과 같은 국내 거주 국민을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보험료를 내게 하여도, 이는 국민 개개인에 대한 고른 의료혜택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의 일환으로서 중대한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반면, 그로 인하여 제한될 수 있는 사익(보험료 납부의무 등)은 그러한 공익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 보여진다.

그렇다면 결국 법 제5조 제1항 본문, 제62조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고 탈퇴를 제한하고, 보험료를 납부하게 하는 것이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

한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바, 이는 보험료를 연체할 때에도 보험급여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 내지 보험료가 너무 지나치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런데 보험급여의 중지에 관련된 법 제48조 제3항에 관해서는 본안에서 판단하지 않으므로, 이 부분에 관련된 위 기본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여기서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다한 보험료 문제에 관해서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 제62조 등이 규정한 보험료 제도가 과다한 보험료 산정의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더 이상 살펴볼 필요없이 법 제62조나 법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나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청구인의 심판청구 중 법 제48조 제3항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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