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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9. 25. 선고 2002헌마533 판례집 [형법 제9조 위헌확인 등]
[판례집15권 2집 479~49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4세 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9조가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형법 제9조는,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의 경우 사물의 변별능력과 그 변별에 따른 행동통제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없고, 나아가 형사정책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형벌 이외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고려에 입각한 것이다. 그리고 일정한 정신적 성숙의 정도와 사물의 변별능력이나 행동통제능력의 존부·정도를 각 개인마다 판단·추정하는 것은 곤란하고 부적절하므로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사책임연령을 정한 것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소년의 연령을 몇 세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인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너무 낮게 규정하거나 연령 한계를 없앤다면 책임의 개념은 무의미하게 되고, 14세 미만이라는 연령기준은 다른 국가들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의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청구인의 재판절차진술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전효숙의 보충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자가 명백히 불합리하게 입법형성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기교육의 활성화와 교육제도의 발달, 물질의 풍요 등으로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범죄의 저연령화·흉폭화 등이 문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통상 중학교 1-2학년까지의 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이라는 책임연령은 이제는 현실적으로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년법상의 보호처분대상을 12세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와 결합하여 범죄행위자가 12세 미만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12세 미만의 청소년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음에도 국가가 12세 미만의 소년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범죄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완전히 저버리고 있는 것이며, 이는 범죄행위자의 나이에 근거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범죄행위자의 연령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생명·신체라는 기본권적 법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형법소년법규정을 재검토하고 이를 보완하는 입법적 시정조치가 있어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9조(형사미성년자)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소년법 제4조(보호의 대상과 송치 및 통고)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1. 죄를 범한 소년

2.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2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

3.다음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고 그의 성격 또는 환경에 비추어 장래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2세 이상의 소년

가. 보호자의 정당한 감독에 복종하지 않는 성벽이 있는 것

나. 정당한 이유없이 가정에서 이탈하는 것

다.범죄성이 있는 자 또는 부도덕한 자와 교제하거나 자기 또는 타인의 덕성을 해

롭게 하는 성벽이 있는 것

②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하는 소년이 있을 때에는 경찰서장은 직접 관할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

③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소년을 발견한 보호자 또는 학교와 사회복리시설의 장은 이를 관할소년부에 통고할 수 있다.

소년법 제49조(검사의 송치) ① 검사는 소년에 대한 피의사건을 수사한 결과 벌금 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이거나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사건을 관할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

②, ③ 생략

참조판례

헌재 1989. 4. 17. 선고 88헌마3 , 판례집 1, 31

헌재 1993. 3. 11. 92헌마48 판례집 5-1, 121

헌재 1997. 1. 16. 90헌마110 등 판례집 9-1, 90

당사자

청 구 인 정○숙

대리인 법무법인 신화

담당변호사 강명훈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검사

주문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외 김○수의 법정대리인인 청구인은, 고양시 일산구 ○○동 소재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던 별지 기재 피고소인들 9명이 2001. 4. 23.부터 같은 해 12. 3.까지 당시 같은 초등학교 1년생이던 위 김○수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간인 평일 14:50경부터 17:30경 사이에, 위 초등학교 뒤편 ○○공원 ○○ 등에서 위 김○수를 주먹과 돌로 폭행하여 항거불능하게 한 후 성폭행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위 피고소인들을 성폭력범죄의처벌및

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의 혐의로 고소하였다.

피청구인이 2002. 3. 7. 위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형법 제9조 소정의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죄가안됨” 불기소처분을 하자, 청구인은 12, 13세 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소년법에 의해 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도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위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에 정하여진 절차에 따라 항고·재항고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위 항고 및 재항고가 모두 기각되자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 및 14세 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9조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9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및 ②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2002년 형제16724호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피의사건에 대한 피청구인의 2002. 3. 7.자 죄가안됨 불기소처분(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9조(형사미성년자)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1)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만 14세 미만이면 그 의사능력이 성인과 달라 그 행위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근거에서 규정된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음 마련될 때와 비교하여 지금은 경제적 발전과 생활의 풍족에 따른 신체적 성장, 문화적 발달과 교육여건의 호전, 매스미디어의 발달, 나아가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정신적 성장이 매우 빨라진 점을 고려할 때 만 14세를 기준으로 그 미만을 벌하지 않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성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만 14세 미만인 경우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 만 14세 미만인 경우에 신체적, 정신적 성장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기에 충분한 어린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의 성장정도, 구체적인 경우의 책임능력은 살피지 아니한 채 14세 미만의 가해자라 하여 벌하지 아니하는 것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연령에 따라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으로서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가해자의 연령이 만 14세가 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실체적 발견을 위한 더 이상의 수사를 하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진술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2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 피고소인들은 대부분 12, 13세로서 검사가 수사한 결과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고 보호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죄가안됨 처분을 한 것은 수사미진에 해당하며 이는 청구인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장의 의견

(1)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근대에 처음 마련될 때와 지금은 여러모로 다르고, 경제적 발전과 생활의 풍족에 따른 신체적 성장 및 정신적 성장이 빨라져 만 14세 미만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행위가 위법한 행위로 그 사회적인 책임을 지울 만큼 성장한 어린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만 14세 미만자를 형사적인 책임을 지울 만큼 충분히 성숙한 어린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어린이에 따라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를 구분하여 처벌하는 것 또한 법적 안정성면에서 매우 불합리하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적 발달정도에 비추어 만 14세 미만자의 책임능력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 평등이라 할 것이다.

(2)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소년부 송치결정은 범죄행위를 범한 만 12세 내지 14세 미만인 촉법소년들에 대하여 결손가정이거나 보호자의 반사회적 성향 등의 사유로 인하여 보호자들의 적절한 지도 감독을 받지 못할 경우 수용시설에 수용하여 그들을 교화하고자 할 경우에 비로소 소년들을 적절히 지도하고 순화시키려는 교육적 차원에서 행하여지는 것이지 촉법소년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이 사건에서 피고소인들은 보호자들의 충분한 지도와 감독을 받고 있으므로 수용시설에 별도로 수용할 필요성이 없다. 또한 소년부 송치결정은 행정처분으로서 이러한 결정이 행하여진다 해도 피해자의 재판상 진술권 보장과는 무관하

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소년부 송치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한 부분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가) 범죄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여 “책임있는” 행위를 말한다. 범죄성립요건의 세 번째 요건인 책임은 행위자가 법에 따라 행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충동을 억제하지 않고 위법하게 행위하였다는 규범적 평가, 다시 말하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불법의 비난가능성에 책임의 본질이 있다. 이러한 책임은 법규범에 따라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인 책임능력을 전제로 하며, 따라서 행위자에게 책임능력이 없을 때에는 책임도 없다.

(나)사람의 정신적 발육은 개인에 따라서 다르지만 형법은 14세를 기준으로 하여 14세 미만의 자를 책임무능력자로 하여 그 행위를 벌하지 않고 있다. 즉, 14세 미만이기만 하면「사물의 변별능력과 그 변별에 따른 행동통제능력」이 없다고 의제하고 있다. 육체적·정신적 미성숙이라는 생물학적 요소를 고려하여 책임무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사책임연령을 정하고 있는 것은 유소(幼少)한 자의 정신의 발육·성숙과정은 정신장애의 존부(存否)나 정도와는 달라서 정상적인 과정이며, 나아가 개인차가 심하므로 일정한 정신적 성숙의 정도와 사물의 변별능력이나 행동통제능력의 존부·정도를 각 개인마다 판단·추정하는 것은 곤란하고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린 아이들의 경우 그 감수성이 강하고 상처받기 쉬운 정신상태에 있고 반사회성도 고정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한 정도로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형벌 이외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형사정책적 고려를 가미한 규정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특별규정

형사미성년자의 행위는 책임이 조각되므로 형사미성년자에게는 일체의 형사책임이 배제되지만 소년법상의 보호대상이 된다. 소년법 제4조에 의하여 ①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2세 이상 20세 미만의 촉법소년, ② 장래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2세 이상의 우범소년은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이 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가) 쟁 점

범죄행위자가 14세 미만이면 형법상 책임이 조각되어 처벌을 받지 않게 되나, 그 결과 행위자가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헌법상 보장된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이 제한되게 된다. 또한 범죄행위자의 나이에 따라 피해자가 재판절차진술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차별적 취급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차별인지가 문제된다.

(나) 재판절차진술권의 침해 여부

1) 헌법 제27조 제5항에서는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이 입은 피해의 내용과 사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는 피해자 등에 의한 사인소추를 전면 배제하고 형사소추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기소독점주의의 형사소송체계 아래에서 형사피해자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형사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증언하는 이외에 형사사건에 관한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절차적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것이다(헌재 1989. 4. 17. 선고 88헌마3 , 판례집 1, 31 참조).

2) 헌법 제27조 제5항이 정한 법률유보는 법률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권적 기본권에 대한 법률유보의 경우와는 달리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규범의 의미와 내용을 법률로써 구체화하기 위한 이른바 기본권형성적 법률유보에 해당한다(헌재 1993. 3. 11. 92헌마48 판례집 5-1, 121, 130).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어떠한 내용으로 구체화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입법형성의 자유가 부여되고 있으며, 다만 그것이 재량의 범위를 넘어 명백히 불합리한 경우에 비로소 위헌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은 사물의 변별능력과 그 변별에 따른 행동통제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없고, 나아가 형사정책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그 감수성이 강하고 상처받기 쉬운 정신상태에 있고 또한 반사회성도 고정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한 정도로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형벌 이외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고려에 입각한 것이다. 그리고 육체적·정신적 성숙정도는 소년 개인마다 차이가 심하므로 일정한 정신적 성숙의 정도와 사물의 변별능력이나 행동통제능력의 존부·정도를 각 개인마다 판단·추정하는 것은 곤란하고 부적절하기 때문에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사책임연령을 정한 것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다만 형사책임연령을 14세 미만으로 하지 않고 그보다 더 낮출 수 없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독일은 형사책임연령을 14세 미만으로, 프랑스는 13세 미만, 일본은 14세 미만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영국과 호주는 형사책임연령을 10세 미만으로 하고 있으며, 10세에서 14세 사이의 소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한 후(doli incapax 추정) 범죄행위 당시 소년이 악의(惡意)로 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증명이 되면 추정이 번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는데, 영국에서는 이러한 doli incapax 추정이 1998년 폐지되었으나 호주에서는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형사책임연령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거나 형사책임하한연령에 관한 규정이 있는 주의 경우에는 7세부터 14세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입법례들을 살펴보면 일률적인 형사책임연령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만 구체적인 연령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데, 이는 각국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소년의 연령을 몇 세로 할 것인가의 문제는 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숙도, 교육적·사회적·문화적 영향, 세계 각국의 추세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너무 낮게 규정하거나 연령 한계를 없앤다면 책임의 개념은 무의미하게 될 것이며, 14세 미만이라는 연령기준은 다른 국가들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형사미성년자를 14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의 능력은 점진적으로 발달하고 개인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형사미성년자를 14세를 기준으로 획일적인 구분을 한 것은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법률관계의 안정과 객관성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일반적으로 아동의 성장발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현 시점에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만 14세 이하로 낮추는 문제를 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나 이는 입법자가 우리의 시대상황과 경제·문화여건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정할 입법정책의 문제이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 명백히 불합리하게 입법형성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가해자가 형사미성년자인지 여부에 따라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의 행사에 있어서 차별이 발생하나 이는 합리적인 근거에 기한 것이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불기소처분에 관한 부분

(1)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제3항 제3호에 의하면 검사가 사건을 불기소처분하는 경우에 “피의사실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나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사유가 있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죄가안됨”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에 의한 범죄피의사실에 대해서는 책임이 조각되므로 죄가안됨 불기소주문을 내리게 된다.

한편 소년법 제4조에 의하면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2세 이상 20세 미만의 촉법소년(觸法少年), 장래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2세 이상의 우범소년(虞犯少年)은 소년보호사건의 대상이 되며, 소년법 제49조 제1항에 의하면 검사는 소년에 대한 피의사건을 수사한 결과 벌금 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이거나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사건을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피고소인들이 대부분 12, 13세로서 피청구인이 수사한 결과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함에도 피청구인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고 보호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죄가안됨 처분을 한 것은 수사미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고소인 중 이○엽, 김○훈은 행위 당시 11세로서 촉법소년연령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들은 소년법상의 보호사건대상으로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죄가안됨 불기소처분을 내리고 소년부로 송치하지 않은 피청구인의 결정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피고소인 이○수, 이○우, 임○준, 이○진, 최○욱, 이○준, 정○성은 행위 당시 12세로서 소년법상의 촉법소년연령에는 해당한다. 그러나 소년에 대한 피의사건을 보호처분의 필요가 있어 소년부로 송치할 것인가는 피청구인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인데, 피청구인이 위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죄가안됨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보호처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이 위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보호처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죄가안됨 불기소처분을 한 것과 관련하여 수사미진이나 자의적인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위 불기소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만큼의 자의적인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

4. 결 론

이상의 이유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효숙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아래 5.와 같은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전효숙의 보충의견

나는, 14세 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재량의 범위를 넘어서 명백히 불합리하게 입법형성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가. 그러나 최근 들어 조기교육의 활성화와 교육제도의 발달, 물질의 풍요 등으로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성장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범죄의 저연령화·흉폭화 등이 문제되고 있다. 2002년도 국정감사 자료집에 의하면 12세-14세 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는 2001년의 경우 6,000건에 달하고, 12세 미만의 청소년범죄도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형법상 책임능력이 행위와 시비선악을 변별하고 그 변별에 따라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통상 중학교 1-2학년까지의 소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이라는 책임연령은 이제는 현실적으로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14세 미만의 자의 범죄행위는 그 책임능력이 조각됨으로써 형벌에 의한 처벌을 받지 않게 되고, 소년법 제4조에서는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2세 이상의 소년만을 보호처분의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2세 미만의 소년은 범죄행위를 하더라도 어떠한 형사

적인 처분이나 제재로부터 면책되고, 그 결과 가해자가 12세 미만일 때에는 피해자로서는 가해자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구하지 못한 채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만 하는 부당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헌법 제10조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37조 제1항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는 규정 및 제30조 범죄피해자의 국가구조청구권의 내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기본권과 그 생명·신체를 사인에 의한 침해로부터 적절히 보호할 국가의 의무가 도출된다. 그리고 국가는 이 기본권보호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헌법이 요구하는 최소한도의 보호수준에 미달해서는 아니된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국가의 국민에 대한 과소보호금지라는 헌법상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헌재 1997. 1. 16. 90헌마110 등 판례집 9-1, 90, 126, 130 참조).

국가는 국민에게 기본권을 실제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사인에 의한 침해, 특히 범죄의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형벌법규를 제정하여 범죄의 예방에 힘쓰고, 이미 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는 범인을 수사하여 형벌권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여야 한다.

그런데 형사미성년자에 대하여 육체적·정신적 발달미성숙이라는 소년의 특성과 교육적 조치에 의한 개선가능성이라는 형사정책적 고려하에 형벌을 과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그 범죄행위에 나타난 반사회성을 제거하고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하여 보호처분을 할 필요성은 인정될 수 있으며, 범죄행위자가 12세 미만의 소년이라고 하여 그러한 보호처분의 필요성이 부정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 비하여 12세 미만의 청소년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음에도 국가가 12세 미만의 소년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범죄피해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호의무를 완전히 저버리고 있는 것이며, 나아가 이는 범죄행위자의 나이에 근거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형법에 형사미성년자 규정을 두면서도 소년법상 보호의 대상이 되는 소년의 연령에는 하한을 두지 않고, 소년법원은 범죄소년 또는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사건의 피해자 등이 피해에 관한 심정, 기타 사건에 관한 의견의

진술을 신청한 때에는 스스로 그 의견을 듣거나, 조사관에게 명하여 그 의견을 듣도록 소년보호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권을 인정하는 등,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의 보호를 추구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결론적으로, 기본권의 상황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위험의 원천이나 위험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 변화에 순응하여 입법부는 기존의 입법에 대해 기본권적 법익의 보호에 필요한 입법의 개선을 하거나 입법이 없는 경우 새로운 입법을 함으로써 기본권이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범죄가 저연령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 상황을 고려하면 14세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하는 것은 그 연령기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소년법상의 보호처분대상을 12세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와 결합하여 범죄행위자가 12세 미만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비록 이러한 문제가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검토를 계기로 범죄행위자의 연령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다른 여타 기본권들의 전제이자 기초가 되는 생명·신체라는 기본권적 법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형법소년법규정을 재검토하고 이를 보완하는 입법적 시정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별 지

〔별 지〕

피고소인 명단

1. 이○엽(李○燁) 학생

2. 이○수(李○秀) 학생

3. 김○훈(金○勳) 학생

4. 이○우(李○宇) 학생

5. 임○준(林○俊) 학생

6. 이○진(李○鎭) 학생

7. 최○욱(崔○旭) 학생

8. 이○준(李○峻) 학생

9. 정○성(丁○聲)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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