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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9. 23. 선고 2004헌가12 공보 [구 경찰공무원법 제21조 위헌제청]
[공보97호 962~96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구 경찰공무원법 제21조제7조 제2항 제5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당연퇴직당한 제청신청인이 헌법소원 심판 청구기간을 도과한 채 공무원지위확인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여 소송계속 중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경우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적극)

나.경찰공무원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가.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당연퇴직한 제청신청인이 헌법소원 심판 청구기간을 도과한 채 공무원지위확인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을 제기

하여 소송계속 중 당해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경우, 제청법원은 당해사건 본안을 판단함에 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의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 이유 등을 달리하게 될 것이 명백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이미 오래 전에 이 사건 법률조항과 유사한 공무원 인사 관련 법률조항에 의하여 당연퇴직된 당사자들이 이 사건과 같이 당사자소송을 통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다수 하는 경우 법적 안정성이 문제될 수 있는데, 이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자체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해결하여야 한다.

나.경찰공무원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공무원직에서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격정지 이상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모든 범죄를 포괄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늘날 누구에게나 위험이 상존하는 교통사고 관련범죄 등 과실범의 경우마저 당연퇴직의 사유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으므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반한다. 또한, 오늘날 사회국가 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개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의 중요성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단 공무원으로 채용된 공무원을 퇴직시키는 것은 공무원이 장기간 쌓은 지위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므로 같은 입법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당연퇴직 사유를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25조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위헌 법률이다.

참조판례

가.헌재 1993. 5. 13. 92헌가10 등, 판례집 5-1, 226

헌재 2003. 10. 30. 2002헌가24 판례집 15-2(하), 1

나.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 등, 판례집 14-2, 219

헌재 2003. 9. 25. 2003헌마293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행정법원

제청신청인 김○식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신계열 외 1인

당해사건 서울행정법원 2004구합3205호 경찰공무원지위확인등 청구사건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인천지방경찰청에서 보안 3계장(경정)으로 근무하던 중인 1999. 4. 20. 및 같은 해 6.경 호프집 등을 운영하던 사건외 정○갑으로부터 금 6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어 2000. 2. 12.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으나, 같은 해 6. 28. 서울고등법원에서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은 후 2001. 3. 27. 대법원에서 제청신청인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에 제청신청인은, 자격정지 이상의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으면 경찰공무원직에서 당연퇴직한다는 구 경찰공무원법(2001. 3. 28. 법률 64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고 한다) 제21조제7조 제2항 제5호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당연퇴직되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제기된 96헌마7 헌법소원 사건에 대하여 1998. 4. 30. 청구기각 결정을 하였으나, 2002. 8. 29.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직에서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규정한 구 지방공무원법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 2001헌마788 , 2002헌마173 (병합)}을, 나아가 2003. 9. 25.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는 당연히 제적되는 것으로 규정한 구 군인사법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 2003헌마293 ·437(병합)}을 하였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라 2003. 5. 29. 구법 제21조같은 법 제7조 제2항 제5호에 해당하게 된 때를 당연퇴직 사유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단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구법이 개정되었다(법률 제6897호).

제청신청인은 2003. 10. 14. 서울지방법원 2003가합75003호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

임을 전제로 자신이 경찰공무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같은 해 12. 3.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데, 위 서울지방법원 사건이 서울행정법원으로 이송되었고(2004구합3205호) 서울행정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2004. 5. 31.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나. 심판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법(2001. 3. 28. 법률 64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제7조 제2항 제5호 부분의 위헌 여부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 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법률조항]

제21조(당연퇴직) 경찰공무원이 제7조 제2항 각호의 1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제7조(임용자격 및 결격사유) ① 경찰공무원은 신체 및 사상이 건전하고, 품행이 방정한 자중에서 임용한다.

②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1. 대한민국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

2.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

3. 파산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4.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

5.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6.징계에 의하여 파면 또는 해임의 처분을 받은자

[관련 규정]

이 사건 법률조항은 2003. 5. 29.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경찰공무원법(2003. 5. 29. 법률 제6897호로 개정된 것) 제21조(당연퇴직) 경찰공무원이 제7조 제2항 각호의 1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당연히 퇴직된다. 다만, 동조 동항 제5호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3. 5. 29.>

부칙 <2003. 5. 29.>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2. 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요지

(1)헌법소원 심판제도와 위헌법률 심판제도는 그 제도적 취지와 요건이 각각 다르므로, 단지 헌법소원 심판의 청구기간이 도과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또한, 제청신청인이 자신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될 무렵에는 이미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이 있었으므로 즉시 헌법소원 심판 등을 청구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참작할 점이 있으며, 제청신청인이 헌법소원 심판의 청구기간을 도과한 후 지방공무원법, 군인사법 등 비슷한 유형의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되고, 이 사건 법률조항 마저 실질적으로 폐지된 사실을 안 이후 행정소송 및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제청신청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없는 지위에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2)제청신청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당연퇴직 되었는데 이는 행정처분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기 위하여는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이 아닌 당사자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찰공무원의 지위확인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에는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으므로 제청신청인이 제기한 이 사건 당사자소송은 적법하고, 위 당연퇴직의 근거가 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은 경찰공무원이 자격정지 이상의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받으면 당연히 퇴직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최소침해성 및 법익균형성의 관점에 비추어 볼 때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하는 위헌법률이라는 의심이 든다.

나. 경찰청장의 의견

(1) 적법요건에 관한 주장

제청신청인은 별도의 행정처분이 아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당연퇴직 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다투기 위하여는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에 의할 수 없고 단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의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제청신청인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그 사실상태가 확정되었으므로 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 확인을 구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2002헌가24 참조).

만일 이 사건과 같이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는 당사자소송을 통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인정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당연퇴직하였던 모든 당사자들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불복할 가능성이 있는바, 이는 헌법소원의 청구기간 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치게 되어 부당하다. 또한, 제청신청인의 당연퇴직의 원인이 되었던 형사판결의 양형시 제청신청인이 공직에서 퇴직한다는 점이 참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징계시효 마저 도과된 현재 다시 제청신청

인을 공직에 복귀시킨다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므로 설령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나더라도 이 결정에는 소급효가 인정될 수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제청은 각하되어야 한다.

(2) 본안에 관한 주장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그 임무로 하는 경찰공무원에게는 일반 공무원보다도 더 높은 윤리성과 성실성 등이 요구된다. 따라서 범죄행위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경찰공무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과하는 것은 공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으로서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므로 이는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 및 수단의 합리성에 비추어 보면 지나치게 공익을 우선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또한, 경찰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경찰공무원의 당연퇴직 사유가 다른 일반 공무원의 그것과 다른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차별이라고 할 것이므로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헌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제청은 기각되어야 한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재판의 전제성과 당연퇴직의 의의

(1)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적법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이라 함은, 첫째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계속되어 있었거나 계속 중이어야 하고, 둘째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셋째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 함은 원칙적으로 법원이 심리중인 당해 사건의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문제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비록 재판의 주문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이유를 달리 하는데 관련되어 있거나 또는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경우도 포함한다 할 것이다.

(2)공무원 관계법의 당연퇴직은 결격사유가 있을 때 법률상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지 공무원관계를 소멸시키기 위한 별도의 행정처분을 요하는 것이 아니며, 당연퇴직의 인사발령은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퇴직사유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이른바 관념의 통

지에 불과할 뿐,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니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독립한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누2036 판결 참조).

나. 당사자소송의 의의

당사자소송은 “행정청의 처분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 그밖에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법률관계의 일방 당사자를 피고로 하는 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을 말한다. 항고소송은 행정청의 공권력 행사를 직접 소송물로 하여 행정청을 피고로 하는데 비하여, 당사자소송은 행정청의 처분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 기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법률상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소송이다. 공무원, 지방의회의원, 국공립학교학생 등이 정년 또는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와 같이 처분이 개재되어 있지 아니한 때에는 당사자소송으로서 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공무원인 제청신청인이 당연퇴직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경찰공무원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달라는 이 사건 당해소송은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한편, 당사자소송에 관하여는 법령에 특별히 제소기간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 한 제소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으나 제소기간이 정하여져 있는 때에는 그 기간은 불변기간인데(행정소송법 제41조), 구법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제소기간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 판 단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당연퇴직된 제청신청인이 당연퇴직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기간 도과 후 행정소송법상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여 이 사건 제청에 이르렀다.

살피건대 제청신청인이 제기한 이 사건 당사자소송은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고 달리 절차상의 하자를 발견할 수 없으므로 제청법원은 당해사건의 본안에 관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제청법원이 당해사건 본안을 판단함에 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의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 더 나아가 최소한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이유를 달리하게 될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제청법원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계 없이 위 당사자소송을 각하하여야 할 법률상 하자를 달리 발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제청에 대하여는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행정소송법이 당해사건과 같은 공무원지위확인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에 대하여 제소기간을 정하고

있지 않고 당사자소송 변론 중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상, 헌법소원 심판 청구제도 또는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이 각각 별도의 청구 및 제소기간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위헌법률심판에 있어서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별도로 독자적인 심사를 하기보다는 되도록 법원의 이에 관한 법률적 견해를 존중해야 할 것이며, 다만 그 전제성에 관한 법률적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을 때에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한 헌법재판소 판례(헌재 1993. 5. 13. 92헌가10 참조)에도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 및 유사 공무원 인사 관련 법률조항에 의하여 이미 오래 전에 당연퇴직된 당사자들이 확정된 사실 관계에 대하여 이 사건과 같이 당사자소송을 통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다수 하는 경우 법적 안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자체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는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에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나아가 구 법에 의하여 형성된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이 아닌 경우로서 소급효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평등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때에는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는데, 헌법재판소가 위헌선언을 하면서 직접 그 결정 주문에서 소급효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당해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는 것이 위와 같은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일반 법원이 구체적 사건에서 해당 법률의 연혁·성질·보호법익 등을 검토하고 제반이익을 형량해서 합리적·합목적적으로 정하여 대처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위 같은 판례 참조).

한편, 이해관계인인 경찰청장이 이 사건 제청을 각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제시하고 있는 헌재 2003. 10. 30. 2002헌가24 결정은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 조항에 의하여 퇴직한 청구인이 헌법소원 심판 청구기간을 도과한 채 관련 행정청에 자신을 복직시켜달라고 신청을 하였으나 이를 거부한 것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위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위 당연퇴직 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계 없이 위 취소소송

을 각하하여야 할 사안이라는 이유로 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각하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 사실관계를 달리하므로 위 결정을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경찰공무원법의 연혁 및 입법취지

(1) 연 혁

경찰공무원법은 1969. 1. 7. 법률 제2077호로 경찰직무의 특수성에 비추어 경찰질서의 확립과 경찰인사의 합리화를 위하여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포함되어 있는 경찰인사에 관한 규정을 분리하여 별도로 규율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제정 당시부터 임용결격사유와 결격사유에 해당할 경우의 당연퇴직에 관한 조항은 있었지만, 제정 당시에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임용결격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1982. 12. 31. 전문 개정에 의하여 임용결격사유를 규정하는 제7조에 제5호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가 추가됨으로써 이 요건은 임용결격사유조항을 준용하는 제21조에 의하여 당연퇴직 사유가 되었고 이는 수차례 경찰공무원법이 개정되었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2002. 8. 29. 지방공무원법, 2003. 9. 25. 군인사법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당연퇴직하도록 한 규정에 대하여 위헌을 선고한 후, 2003. 5. 29.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던 법 제21조에 “다만, 제7조 제2항 제5호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 규정이 추가되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공무원관계법에서 공무원의 임용결격사유 및 당연퇴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임용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공무원의 직무로부터 배제함으로써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공무원직에 대한 신용 등을 유지하고 그 직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공무원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공직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누7307 판결 참조).

나. 경찰공무원의 법적 지위

국가공무원은 경력직과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구분되고, 경력직 공무원은 다시 일반직, 특정직, 기능직 공무원으로 분류되는데, 경찰공무원은 군인과 함께 특정직 공무원에 속한다. 특정직 공무원의 경우 대개는 당해 공무원의 자격, 신분 등에 관해 규율하는 특별법을 두고 있다. 특별법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국

가공무원법이 일반법으로 적용된다. 경찰공무원은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수집, 교통의 단속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그 임무로 한다(경찰법 제3조).

다. 판 단

(1)헌법재판소는 2002. 8. 29. 2001헌마788 등 사건에서 지방공무원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에 해당하게 되면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지방공무원법 제61조제31조 제5호 부분 및 2003. 9. 25. 2003헌마293 사건에서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에 해당하게 되면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군인사법 제40조 제1항 제4호제10조 제2항 제6호 부분에 대하여 모두 위헌으로 판시한 바 있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 (2)항과 같다.

(2) 헌재 2001헌마788 등 결정이유의 요지

(가)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하여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직무를 담당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현실적으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하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이 공무담임에 관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하는바, 공무담임권의 보호영역에는 공직취임의 기회의 자의적인 배제뿐 아니라 공무원 신분의 부당한 박탈까지 포함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후자는 전자보다 당해 국민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보호영역에서 배제한다면 기본권 보호체계에 발생하는 공백을 막기 어려울 것이며, 공무담임권을 규정하고 있는 위 헌법 제25조의 문언으로 보아도 현재 공무를 담임하고 있는 자를 그 공무로부터 배제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등; 1997. 3. 27. 96헌바86 참조).

(나) 과잉금지 원칙의 위반여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을 천

명하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그 목적달성을 위한 방법의 적정성, 입법으로 인한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그 입법에 의해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준수하지 않은 법률 내지 법률조항은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7. 3. 27. 94헌마196 등 참조).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무담임권의 내용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는 지나친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공무담임권이라는 기본권의 제한이 과연 이러한 헌법적 한계 내의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1)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연퇴직제도를 두는 입법목적은 임용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공무원의 직무로부터 배제함으로써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공무원직에 대한 신용 등을 유지하고, 그 직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며, 공무원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공직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상 정당한 공익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공익을 실현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명백하다.

또한 공무원이 범죄로 인하여 형사 유죄판결의 일종인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에 공직 전체에 대한 신뢰의 유지라는 공익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 경우 당해 공무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공익을 위하여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2) 최소침해성 원칙 위반여부

입법자는 공익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헌재 1998. 5. 28. 96헌가5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의 종류나 내용을 불문하고 범죄행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게 되면 당연히 공직에서 퇴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라고 하여도 범죄의 종류, 죄질, 내용이 지극히 다양하므로, 그에 따라 국민의 공직에 대한 신뢰 등에 미

치는 영향도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는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벌금형인 경우로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경우를 그 요건으로 하여 법원이 재량으로써 특별히 가벼운 제재를 하는 경우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경우는 비록 선고유예 가운데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로 한정되어 있으나, 이 경우에도 역시 당해 피고인의 책임 및 불법의 정도가 현저하게 크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법자로서는 유죄판결의 확정에 따른 당연퇴직의 사유로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모든 범죄를 포괄하여 규정할 것이 아니라,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반드시 필요한 범죄의 유형, 내용 등으로 그 범위를 가급적 한정하여 규정하거나, 혹은 적어도 당해 공무원법상에 마련된 징계 등 별도의 제도로써도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를 당연퇴직의 사유에서 제외시켜 규정하였음이 마땅하였으며,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규정함이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따른 기본권 제한 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실범의 경우마저 당연퇴직의 사유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과실범은 법적인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데 대한 법적인 비난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이러한 범죄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연히 그 공무원을 공직에서 퇴직시켜야 할 만큼 그 행위가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욱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제정 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자동차 등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는 현대 문명의 이기의 이용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 그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인 과실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위험에 따른 과실범의 문제를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독일, 미국, 영국 등의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범죄의 종류 내지 내용, 경중을 중시하여 직무관련범죄, 일정 기간 이상의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고의범, 중죄(felony)의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등으로 그 당연퇴직사유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법익균형성 원칙의 위반여부

가) 공무원의 퇴직이란 당해 공무원의 법적 지위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제한이며, 이 가운데 당연퇴직이란 일정한 사유만 발생하면 별도의 실체적, 절차적 요

건 없이 바로 퇴직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직의 상실 가운데에서도 법적 지위가 가장 예민하게 침해받는 경우이다. 따라서, 공익과 사익간의 비례성 형량에 있어서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연퇴직사유를 적절한 제한 없이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공익을 사익에 비해 지나치게 우선시키고 있어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익과 사익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이행되어 가는 오늘날의 사회구조는 공직사회 및 민간기업조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즉, 민간기업사회에도 공직사회와 같은 대규모의 관리조직이 생겨나게 된 한편, 국가조직도 능률성, 효율성의 개념을 중시하면서 민간기업의 관리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그 인적구성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지식·경험·기술로 무장된 관료집단을 필요로 하여 공무원과 일반의 근로자간, 공직과 사직간의 유사성의 증대, 신분적 특성의 동질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리라고 보인다. 물론 오늘날 공직의 구조 및 공직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지니는 것이고 공정한 공직수행을 위한 직무상의 높은 수준의 염결성은 여전히 강조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는 일반인의 공직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국가적 행정임무의 증대와 이에 따른 공무원 수의 대폭적인 증가현상은 자연히 공무원의 질과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종래 누렸던 엘리트적인 면모는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따라서 ‘모든 범죄로부터 순결한 공직자 집단’이라는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히려 국민의 공직에 대한 신뢰를 과장하여 해석하는 면이 없지 아니하다.

다른 한편, 현대민주주의 국가에 이르러서는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즉 모든 공무원들에게 보호가치 있는 이익과 권리를 인정해 주고, 공무원에게 자유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직무의무를 가능한 선까지 완화하며, 공직자들의 직무환경을 최대한으로 개선해 주고, 공직수행에 상응하는 생활부양을 해 주고, 퇴직 후나 재난, 질병에 대처한 사회보장의 혜택을 마련하는 것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생활보장의 가장 일차적이며 기본적인 수단은 ‘그 일자리의 보장’

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사회국가원리에 입각한 공직제도에서 개개 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보장의 중요성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공익과 사익의 현대적인 상황 속에서 단지 금고 이상의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 없이 그 직으로부터 퇴직당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나치게 공익만을 강조한 입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더욱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당연퇴직사유를 공무원의 임용결격사유와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규정체계상 공익과 사익간에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진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입법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공무원으로 채용되려고 하는 자에게 채용될 자격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사유와 기존에 공무원으로서 근무하는 자를 퇴직시키는 사유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무원을 새로 채용하는 경우에는 채용될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해당자가 잃는 이익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일단 채용된 공무원을 퇴직시키는 것은 공무원이 장기간 쌓은 지위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므로 당해 공무원이 잃는 이익은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다루고 있는 이익의 크기가 현저하게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무원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격의 문제로 파악하여 그 사유를 규정함에 있어 공직취임 이전의 임용결격사유와 이후의 당연퇴직사유를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은 공직취임 이후의 퇴직자의 사익에 비하여 지나치게 공익을 우선한 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라)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선고유예 판결의 경우를 당연퇴직의 사유로서 규정하는 것은 법원으로 하여금 형사범죄의 판단을 함에 있어 불필요한 왜곡을 가져오기도 한다. 즉, 당연퇴직 규정이 당해 공무원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효과는 중대한 것으로, 경미한 죄의 경우에는 오히려 형법상의 형벌의 효과보다 크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책임 정도에 따른 처벌을 하고자 하는 법원으로서는 당해 형사범죄에 대한 유·무죄 및 선택형의 결정, 양형 판단을 하면서, 법원으로 하여금 벌금형을 선택하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자칫 형사판결이 왜곡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형법 및 특별법상 범죄에 대한 법정형 중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 존재하는데, 증거에 의하여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법원으로서는 형사처벌 외에 공무원직마저 상실하게 하는 것이 범죄행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한다고 하여도 달리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없게 된다.

(다) 소 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종류와 내용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였고, 공직제도의 신뢰성이라는 공익과 공무원의 기본권이라는 사익을 적절하게 조화시키지 못하고 과도하게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구 지방공무원법상의 당연퇴직 사유 중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부분 및 구 군인사법상의 당연퇴직 사유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부분에 대하여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모두 위헌 결정을 하였다.

살피건대, 경찰공무원과 군인의 공무원으로서의 법적 지위, 그 임무의 염결성과 조직 체계의 유사성을 고려하고, 구 군인사법의 당연퇴직 사유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가 규정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구 군인사법의 관련 당연퇴직 조항이 이미 위헌으로 결정된 것과 달리 경찰공무원에 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역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할 것이다.

4. 결 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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