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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6. 4. 27. 선고 2005헌마968 공보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공보115호 677~68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대한민국정부와미합중국정부간의범죄인인도조약에 의한 인도 절차 진행 중 미국 정부에 의해 구금된 기간을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로 산입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소극)

결정요지

헌법이 입법자에게 우리 나라의 형사재판관할권하에 있는 국민이 외국으로 도주한 경우 대한민국정부와미합중국정부간의범죄인인도조약에 의한 인도 대상이 되는지의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외국에서 구금된 기간을 형기에 산입하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할 명시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하지 않았음은 명백하고, 헌법해석상으로도 입법자에게 위와 같은 입법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비록 범죄인인도절차의 개시단계에서 우리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미국법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구금의 직접적인 목적은 도주자를 우리 나라로 인도할 것인가의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것이며 수사기관에 대한 영장발부, 체포·구금의 절차와 기간, 불복절차 등 구체적인 절차 또한 미국의 국내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것으로 이를 국내 형사사법절차상의 미결구금과 동일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설사 범죄인인도구금을 국내의 일반 형사사법절차에서 이루어지는 미결구금과 동일한 성질의 절차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해석상 입법자에게 이를 형기에 산입하여야 할 입법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정부와미합중국정부간의범죄인인도조약에 의거하여 범죄인의 인도심사를 위하여 미국에서 구금된 기간을 형기에 산입할 것인지의 여부는 입법형성의 자유의 영역에 해당하고 입

법자에게 이 사건 입법을 하여야 할 헌법의 명문상 또는 해석상 작위의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재판관 조대현의 보충의견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지며(헌법 제10조 후문), 공익을 위하여 부득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특히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반이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기본권으로서 보다 강력하고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법 제12조).

따라서 범죄인 인도를 위하여 구금된 기간도 국내의 수사나 재판절차를 위한 구금기간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부득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한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구금기간만 본형에 산입하고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을 본형 산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아니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참조판례

헌재 2000. 6. 1. 2000헌마18 , 판례집 12-1, 733, 738-739

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 판례집 13-1, 1431, 1437

헌재 1989. 3. 17. 88헌마1 , 판례집 1, 9, 16­17

헌재 2000. 7. 20. 99헌가7 , 판례집 12-2, 17-36 참조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공2004상, 946)

당사자

청구인 최○규

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김치중 외 3인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2001. 1. 4. 부터 2002. 4. 22. 까지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고위공직자관련 비리, 청와대 하명사건, 국가 및 사회이익에 반하는 중대한 범죄, 대통령 친인척 관련 첩보 수집 및 수사 등을 담당하던 자로서 청구 외 최○선 등으로부터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또는 재산상이익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5년(미결구금일수 361일 산입), 추징금 334,165,565원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징역 5년(원심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361일 산입), 추징금 184,165,565원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 상고하였다(대법원 2005도5822).

(2)청구인은 위 범죄혐의로 기소되기 전에 도주하여 미합중국에서 체류하고 있던 중 2003. 2. 24. 대한민국정부와미합중국정부간의범죄인인도조약에 근거한 우리 나라 정부의 요청에 의해 로스앤젤레스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청구인은 송환사유가 없다고 하여 송환에 불복함으로써 미국 연방법원에 의해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미연방구치소에 구금되었다. 청구인은 2004. 2. 13. 위 법원에 의한 추방절차에서 송환에 동의함으로써 2004. 3. 18. 로스엔젤레스 공항에서 우리 나라 수사당국에 신병이 인도되었고, 이후 국내에 들어와 구속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았다. 우리 나라 정부는 범죄인 인도요청 사유로 제시된 범죄 사실들에 다른 사실들을 추가하여 기소하면서 위 조약 제15조에 따라 미합중국 당국의 동의를 받았는데, 당초 위 인도요청 사유로 제시된 범죄 사실들에 대해서는 위 우리 나라 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3)청구인은 2005. 10. 4. 이러한 범죄인인도절차 진행 중의 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대한민국정부와미합중국정부간의범죄인인도조약에 의한 인도 절차 진행 중 미국 정부에 의해 구금된 기간을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로 산입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다.

〔관련조문〕

형법 제57조(판결선고전 구금일수의 통산) ①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

②전항의 경우에는 구금일수의 1일은 징역, 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의 기간의 1일로 계산한다.

형사소송법 제482조(상소제기후 판결전 구금일수 등의 산입) ①상소제기 후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는 다음 경우에는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

1.검사가 상소를 제기한 때

2.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상소를 제기한 경우에 원심판결이 파기된 때

②상소제기기간중의 판결 확정전 구금일수(상소제기후의 구금일수를 제외한다)는 전부 본형에 산입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경우에는 구금일수의 1일을 형기의 1일 또는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기간의 1일로 계산한다.

④상소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의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는 상소중의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에 준하여 통산한다.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24조(상소제기후 판결전구금일수의 산입)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의 상소를 기각할 경우에 상당한 이유 없이 상소를 제기한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상소제기 후의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 중 상소제기기간 만료일로부터 상소이유서 제출기간만료일까지의 일수는 이를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국제수형자이송법 제16조(집행할 자유형의 형기및집행방법) ① 제1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내에 인도된 국내이송대상수형자(이하 “국내이송수형자”라 한다.)에 대하여 집행할 자유형의 형기는 외국에서 선고하여 확정된 형기로 한다. 다만, 자유형이 유기인 때에는 25년을 초과하여 집행하지 못하며, 외국에서 선고하여 확정된 자유형이 종신형인 때에는 형기가 무기인 것으로 본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자유형을 집행하는 때에는 외국에서 구금되거나 형이 집행된 기간과 국내 이송에 소요된 기간을 형기에 산입한다.

2. 청구인의 주장

우리 나라 정부가 미합중국정부에 대하여 청구인에 대한 인도요청의 사유로 든 범죄혐의에 대하여는 나중에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으므로 청구인이 송환에 대해 불복절차를 밟으면서 귀국하지 아니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 범죄인인도를 위한 구금은 미국 정부의 주권행사이지만 우리 나라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강제처분의 성격을 갖고 있는 점에서 형법 제57조에 의해 형

에 산입하는 다른 미결구금과 다를 바 없다. 이와 같이 범죄인 인도절차를 위하여 외국에서 구금된 뒤 국내로 송환되는 자가 외국에서 구금되었던 기간을 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근거규정을 두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해 청구인과 같이 외국에 체류하거나 출국하려는 자의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되고, 평등권도 침해된다.

3. 판 단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불행사’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권력분립원칙 및 민주주의원칙과의 관계에서 입법자에게 헌법상 입법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무릇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명시적으로 표현된 명백한 위임을 넘어 헌법해석을 통하여 입법자의 헌법적 의무를 폭넓게 인정하면 할수록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는 축소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의 헌법적 입법의무는 예외적으로만 이를 인정하고, 되도록이면 헌법에 명시적인 위임이 있는 경우만으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할권은 한정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의무가 있다(헌재 2000. 6. 1. 2000헌마18 , 판례집 12-1, 733, 738-739; 헌재 2001. 6. 28. 2000헌마735 , 판례집 13-1, 1431, 1437).

먼저 입법자에게 우리 나라의 형사재판관할권하에 있는 국민이 외국으로 도주한 경우 대한민국정부와미합중국정부간의범죄인인도조약에 의한 인도 대상이 되는지의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외국에서 구금된 기간을 형기에 산입하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할 명시적인 입법의무가 헌법규정에 의해서 발생하지 않음은 명백하다. 나아가 헌법해석상 위와 같은 입법의무가 발생하는 지를 본다.

대한민국정부와미합중국정부간의범죄인인도조약에 의하여 우리 나라로의 인도심사를 위하여 미국법원에 의하여 구금된 경우 절차의 개시단계에서 우리 나라의 인도요청이 있었고, 이에 따른 범죄인의 인도는 후속의 형사사법절차와 연관되는 것이므로 나중에 형이 확정될 범죄의 수사와 재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강제처분이라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비록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주한 자라고 하더라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동안에는 무죄의 추정을 받는 피고인에 대하여 인정되는 강제처분으로 국내에서의 판결 선고 전의 미결구금과 유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범죄인이 미국의 영토 안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에는 미국의 주권 하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의 신병을 확보하여 인도할 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미국 정부에 재량이 인정되고 인도 여부를 위한 구체적인 심사절차도 미국의 국내법에 의하여 진행된다. 우리 나라에서 미국 측에 인도청구를 한 경우, 미국 법원이 자국법에 의거하여 인도심사를 하는데 있어 도주자의 신병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거나, 인도심사 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인도대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도주자에 대한 구금절차가 개시된다. 즉, 범죄인인도절차에서 미국법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구금의 직접적인 목적은 도주자를 우리나라로 인도할 것인가의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것이며 수사기관에 대한 영장발부, 체포·구금의 절차와 기간, 불복절차 등 구체적인 절차 또한 미국의 국내법에 의하여 규율된다. 따라서 비록 범죄인인도절차의 개시단계에서 우리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미국에서의 구금을 국내 형사사법절차상의 미결구금과 동일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설사 범죄인인도심사를 위하여 국외에서 구금된 것을 국내의 일반 형사사법절차에서 이루어지는 미결구금과 동일한 성질의 절차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해석상 입법자에게 이를 형기에 산입하여야 할 입법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인 형사사법절차에서 인정되는 미결구금은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방지하여 수사, 재판, 또는 형의 집행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 무죄추정원칙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일정기간동안 특정시설에 구금하게 하여 그 자유를 박탈하게 하는 강제적 처분으로 재판확정전의 처분이고 형의 집행은 아닌 탓에 성질상 그 기간을 형기에 당연히 산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유를 박탈하여 고통을 주는 효과 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형과 유사하고 구금여부 및 구금기간의 장단이 피고인의 죄책 기타 피고인이 책임져야 할 사유에 정확하게 대응되지 않고 형사절차상의 사유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죄의 경우에는 형의 집행단계에 있어서 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해 줌으로써 형평상, 그리고 피고인들 사이에서도 공평을 도모하고자 입법정책에 따라 이를 산입한다(헌재 2000. 7.

20. 99헌가7 , 판례집 12-2, 17-36 참조).

나아가 범죄인인도절차에 있어서 피청구국에서의 인도심사를 위한 구금을 청구국에서의 미결구금과 동일하게 볼 것인지, 이를 형기에 전부 또는 일부 산입할 것인지, 필요적 또는 임의적으로 산입할 것인지의 여부는 상대국의 형사사법권 및 통치권 존중의 차원에서 조약 당사국 간의 형사사법체계의 상이성 등을 감안하여 당사국들의 자율에 따라서 결정하되, 상호주의적 관점에서 별도의 합의를 통하여 조약에서 가급적 통일적으로 규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이러한 규율은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지 헌법의 해석상 입법자에게 범죄인인도심사를 위하여 국외에서 구금된 기간을 형기에 산입하는 규정을 마련할 입법의무가 막바로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의거하여 범죄인의 인도심사를 위하여 미국에서 구금된 기간을 형기에 산입할 것인지의 여부는 입법형성의 자유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입법자에게 이 사건 입법을 하여야 할 헌법의 명문상 또는 해석상 작위의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의 보충의견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지며(헌법 제10조 후문), 공익을 위하여 부득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특히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반이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기본권으로서 보다 강력하고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법 제12조).

이러한 헌법상의 원칙에 따라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범죄혐의자를 구금하여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 경우에, 유죄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고(형법 제57조), 무죄판결이 확정되면 미결구금에 대하여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형사보상법 제1조). 그리고 국제수형자이송법 제16조 제2항은 외국에서 형벌이 확정된 경우에도 외국에서 구금되거나 형이 집행된 기간과 국내 이송에 소요된 기간을 형기에 산입하

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국가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범죄혐의자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구속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를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하기 위하여 미결구금기간이나 국제이송기간을 형벌기간에 산입하거나 보상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위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그 구속기간을 형기에 산입하지 않거나 보상하지 않으면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청구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미국에 체류하던 중, 대한민국 정부가 청구인을 범죄혐의자로 지목하여 대한민국정부와미합중국정부간의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바람에, 2003. 2. 24. 미국 정부에 의하여 체포되어 인도청구의 당부에 대한 재판을 받고 미국 LA 공항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인도될 때(2004. 3. 18.)까지 389일간 구금되었다. 청구인은 범죄인 인도 요청의 사유였던 혐의사실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지만 함께 기소된 다른 혐의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으면서 국내의 구속기간만 본형에 산입되고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은 본형에 산입되지 않았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를 위하여 구금된 기간도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위하여 국가의 요청으로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기간이므로 국내의 미결구금기간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범죄혐의자인 청구인이 미국으로 도피하였기 때문에 국가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게 되었고 청구인의 항변으로 인하여 인도절차가 지연되고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이 장기화되었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할 의무가 완전히 면제되거나 범죄인 인도절차를 위한 구금에 따른 기본권 침해의 정도를 최소한에 그치도록 하여야 한다는 원칙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도 형법 제57조의 본형 산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헌법상 기본권 보장의 원칙에 합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은 “공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강제처분 기간이 아니라 범죄인 인도절차를 밟기 위한 절차에 해당하는 기간에 불과하여 형법 제57조에 의하여 본형에 산입될 미결구금일수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을 본형에

산입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을 판결과정에서나 집행과정에서 형벌기간에 산입하도록 하는 법률 규정도 없다. 따라서 국가간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도 국내의 수사나 재판절차를 위한 구금기간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형벌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부득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한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구금기간만 본형에 산입하고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을 본형 산입 대상에 포함시키지 아니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형법 제57조의 “판결 선고 전 구금일수”에 국내의 사법절차에서 이루어진 구금기간뿐만 아니라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원리에 부합될 수 있고 그러한 해석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범죄인 인도를 위한 구금기간을 유죄판결의 본형에 산입하기 위하여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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