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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7. 12. 27. 선고 2004헌바98 판례집 [도로법 제43조 제2항 위헌소원]
[판례집19권 2집 725~74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점용료의 징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의 범위 내에서 조례로 규정하도록 한 도로법 제43조 제2항 중 ‘기타 도로’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도로의 일반사용과는 별도로 도로의 특정부분을 유형적·고정적으로 사용하는 특별사용에 있어서의 점용료 부과처분은 공법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공권적인 처분이기는 하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공권력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조세와는 달리 공물을 점용하려는 자로서는 공물의 점용에 대한 허가기준에 따른 대상, 면적, 점용 방법 및 기간과 점용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에 대한 허가신청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사용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점용료부과처분이 행하여진다는 과정 전체를 놓고 보면, 점용료부과가 일방적인 기본권침해영역이라고만 볼 수는 없고 급부행정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고 할 것이며, 가사 기본권침해영역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의 정도는 미약하다고 할 것이며, 점용료 징수대상 시설물 분류의 과다·복잡성, 도로의 종류 및 점용방식의 다양성, 정액제 및 정률제 등 점용료 부과방식의 복잡성·전문성 등으로 인한 입법기술상 위임입법의 필요성이 강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어서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이 요구되는 정도는 약화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도로법의 입법목적 및 규율대상, 점용료의 일반적 의미 및 특허사용료로서의 특성, 다른 국공유 행정재산 등에 대한 점용료를 규율하는 관련법의 규율의 현황 및 도로의 토지로서의 특성 등에 비추어 그 위임입법의 대강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여지므로 헌법상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도의 점용료 징수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조례제정권)을 대통령령이라는 행정입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자치입법권을 제한하는 것이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헌법원리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것이므로,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일반적인 심사기준과 헌법이론만으로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는 없고, 우리 재판소가 이전에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지방자치를 규정한 헌법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헌재 1998. 4. 30. 96헌바62 , 판례집 10-1, 380, 391)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공익성, 필요성, 합리성’이라는 심사기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만약 점용료 징수에 관해 지방자치단체별로 그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별 주민들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면, 그와 같은 지역적 차별성이야말로 지방자치의 당연한 결과이자 그 자체로 지방자치의 목적이기도 하므로, 그러한 목적은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정당한 목적으로서의 공익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자치입법권의 제한을 정당화하는 다른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그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인지 여부도 파악하기 어려우며,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치입법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법률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채 그 제한의 내용을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법률 및 행정입법(대통령령 등)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규범체계로서 법률의 위임 없이도 얼마든지 허용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보장하며,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을 행정입법과는 독자적인 규범체계로 보고 상호간의 상하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헌법 제117조 제1항에 명백히 반하는 방법으로서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자치를 제한하여야 할 뚜렷한 공익성과 필요성을 찾기 어렵고 헌법이 규정한 규범체계에 반하여 그 합리성도 인정할 수 없는 방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제한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지방자치의 원리 및 지방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17조 제1항에 반한다.

심판대상조문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점용료의 산정기준 등 점용료의 징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도(제22조 제2항의 규정이 적용되는 국도를 제외한다)인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기타의 도로인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당해 도로의 관리청이 속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③삭제

참조조문

도로법(1999. 2. 8. 법률 제5894호로 개정된 것) 제43조(점용료의 징수) ① 관리청은 제40조의 규정에 의하여 도로를 점용하는 자로부터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

② 생략

③ 삭제

도로법(1999. 2. 8. 법률 제5894호로 개정된 것) 제80조의2(토지매수업무 등의 위임) ① 건설교통부장관은 도로건설을 위한 토지매수업무 또는 손실보상업무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토지매수업무 또는 손실보상업무를 위임하는 경우에는 그 토지매수금액 또는 손실보상금액의 100분의2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율의 위임수수료를 당해 업무를 위임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헌재 1991. 2. 11. 90헌가27 , 판례집 3, 11, 29-30

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헌재 1994. 7. 29. 93헌가12 , 판례집 6-2, 53, 59

헌재 1995. 7. 21. 94헌마125 , 판례집7-2, 155, 165-166

헌재 1998. 4. 30. 96헌바62 , 판례집 10-1, 380, 391

당사자

청 구 인 남○숙

대리인 법무법인 삼덕

담당변호사 김백영

당해사건 부산고등법원 2004누2042 변상금부과처분취소

주문

도로법(1999. 2. 8. 법률 제5894호로 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기타 도로’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부산 중구 ○○동 2가 12의 3 대 95.9㎡ 및 그 지상의 목조 기와지붕 2층 주택 153.92㎡를 소유하면서, 위 토지에 인접한 국유재산인 부산 중구 ○○동 2가 12의 7 도로 12.2㎡ 중 7.6㎡(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를 위 주택의 부지로 점유·사용하여 왔다.

부산광역시 중구청장은 청구인이 1998. 4. 1.부터 2003. 3. 31.까지 5년간 이 사건 도로를 무단으로 점유·사용하였다는 이유로 2003. 3. 8. 청구인에게 2002년도분 변상금 361,600원의 부과처분을 하고, 이어 2003. 4. 27. 1998년-2001년도분 및 2003년도분 변상금 1,529,400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위 변상금 부과처분들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부산지방법원 2003구합4110호로 위 변상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은 뒤, 이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 2004누2042호로 항소하였으나, 2004. 12. 10. 항소기각판결을 받자 2005. 1. 5. 2005두128호로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에 계속중이다.

한편 청구인은 위 항소심 소송계속중 위 변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점용료에 관한 도로법 제43조 제2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04아54호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4. 12. 10. 기각결정을 받자 같은 달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심판의 대상을 도로법 제43조 제2항 전체로 하여 청구하였으나, 이 사건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국도부분을 제외한, 기타 도로의 부분에 한정되므로 심판대상은 도로법 제43조 제2항 중 ‘기타 도로’에 관한 부분(밑줄 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다.

[심판대상 조항]

도로법(1999. 2. 8. 법률 제5894호로 개정된 것) 제43조(점용료의 징수)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점용료의 산정기준등 점용료의 징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도(제22조 제2항의 규정이 적용되는 국도를 제외한다)인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기타 도로인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당해 도로의 관리청이 속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개정 1993. 3. 10., 1999. 2. 8.>

[관련조항]

도로법(1999. 2. 8. 법률 제5894호로 개정된 것) 제43조(점용료의 징수) ① 관리청은 제40조의 규정에 의하여 도로를 점용하는 자로부터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

제80조의2(변상금의 징수) 제40조의 규정에 의한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도로를 점용한 자에 대하여는 그 점용기간에 대한 점용료의 100분의 120에 상당하는 금액을 변상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 이 경우에 그 징수방법은 도로점용료징수의 예에 의한다.

2. 청구인의 주장, 위헌제청기각 이유의 요지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점용료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토지가격에 관하여 당해 점용토지가격에 의한다거나 당해 토지가격이 없으면 인접 토지가격에 의한다는 등 점용료 산정의 대강에 관한 규정도 하지 아니한 채 아무런 언급 없이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이나 조례에 위임한 것으로 헌법상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도로 점용료’의 일상적 용어의 의미,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도로의 종류 및 그 점용방식의 다양성, 점용료 부과징수의 전문성·기술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누구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이나 조례로 정하게 될 점용료에 관한 기준과 범위의 대강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위 조항이 가지고 있는 개념의 불명확성이나 위임

의 포괄성이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다. 건설교통부장관 및 중구청장의 의견

도로점용료는 도로를 점용하는 자가 그에 따른 사용료를 지불하는 공물사용료로서 도로점용허가 신청서 및 도로점용 허가증에 도로의 종류, 점용장소, 점용면적, 점용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고, 도로점용료의 일상적 의미, 법률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점용료 징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과 범위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점용료 징수대상 시설물 분류의 과다·복잡성, 도로의 종류, 점용방식의 다양성, 정액제 및 정률제 등 점용료 부과방식의 복잡성, 전문성 등으로 인한 입법기술상 위임입법의 필요성이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금지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위임입법의 한계

헌법 제75조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입법권을 백지위임하는 것과 같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은 의회입법과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되어 행정권의 부당한 자의와 기본권행사에 대한 무제한적 침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헌법의 취지는 위와 같은 결과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할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는 각종 법령이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할 것이므로 일률적 기준을 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제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으면 족하고(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참조), 이 경우에 있어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1994. 7. 29. 93헌가12 , 판례집 6-2, 53, 59; 1995. 7. 21. 94헌마125 , 판례집7-2, 155, 165-166).

또한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요구 정도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서 달라진다. 기본권침해영역에서는 급부행정영역에서 보다는 구체성의 요

구가 강화되고, 다양한 사실관계를 규율하거나 사실관계가 수시로 변화될 것이 예상될 때에는 위임의 명확성의 요건이 완화되어야 한다(1991. 2. 11. 90헌가27 , 판례집 3, 11, 29-30).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도로법 제40조제80조의2에서 말하는 도로의 점용이라 함은 일반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에 대하여 이러한 일반사용과는 별도로 도로의 특정부분을 유형적,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특별사용을 뜻하는 것인바(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2다68485 판결), 도로점용허가는 특허행위로서 상대방의 신청 또는 동의를 요하는 쌍방적 행정행위이며, 권리를 설정하여 주는 행위로서 자유재량행위이고, 그에 의하여 부여되는 특별사용권(강학상 특허사용권)은 행정주체에 대하여 공공용물의 배타적, 독점적인 사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공법상의 채권이다(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다카23022 판결).

따라서 이러한 특별사용에 있어서의 점용료 부과처분은 공법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공권적인 처분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만(대법원 1982. 5. 25. 선고 81다카998 판결;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3두11469 판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공권력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조세와는 달리 점용료는 도로의 특허사용에 대한 요금으로서의 반대급부적 성격을 갖는다.

공물을 점용하려는 자로서는 공물의 점용에 대한 허가기준에 따른 대상, 면적, 점용방법 및 기간과 점용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에 대한 허가신청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사용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점용료부과처분이 행하여진다는 과정 전체를 놓고 보면, 점용료부과가 일방적인 기본권침해영역이라고만 볼 수는 없고 급부행정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고 할 것이며, 가사 기본권침해영역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침해의 정도는 미약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점용료 징수대상 시설물 분류의 과다·복잡성, 도로의 종류 및 점용방식의 다양성, 정액제 및 정률제 등 점용료 부과방식의 복잡성·전문성 등으로 인한 입법기술상 위임입법의 필요성이 강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어서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이 요구되는 정도는 약화된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도로법은 도로망의 정비와 적정한 도로관리를 위하여 도로에 관한 계획의

수립, 노선의 지정 또는 인정, 관리, 시설기준, 보전 및 비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교통의 발달과 공공복리의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국유재산법지방재정법상의 행정재산 및 잡종재산에 속하는 도로뿐만 아니라 개인의 소유에 속하는 도로까지 포함하여(다만 사도법에 의한 도로는 제외, 사도법 제2조 참조) 포괄적으로 통합규율하고 있다.

또한 법률적으로 점용료라 함은 일반공중의 이용에 공용되는 공물에 대하여 이러한 일반사용과는 별도로 그 특정부분을 유형적,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특별사용에 대한 요금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 점용료의 산정기준은 일응 일반 토지에 대한 임대료 산출방법과 유사하게 점용대상인 토지의 가격, 점용방법, 점용면적, 점용기간, 점용요율 등에 따른 규율이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점용허가로 인하여 일반공중의 이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별(특허)사용권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일반 임료 산출과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도로에 대한 당해 토지 자체의 개별가격만을 기초로 하여 특허사용료를 부과한다면 당해 토지가 도로라는 점 때문에 이미 상당히 저평가 되어 있거나 개별공시지가 자체가 산정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합리적인 금액의 산출을 위해서는 그 사용목적과 유사한 인접토지의 가격을 참작해야 할 필요성도 있는 점(이 점은 공유수면이나 하천과도 유사성이 있다) 등 도로의 토지로서의 특성에 따른 규율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침해성이 약하고 위임입법의 필요성이 강한 점에 비추어 위임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구체성·명확성의 요청이 비교적 약하며, 도로법의 입법목적 및 규율대상, 점용료의 일반적 의미 및 특허사용료로서의 특성, 다른 국공유 행정재산 등에 대한 점용료를 규율하는 관련법의 규율의 현황 및 도로의 토지로서의 특성 등에 비추어 그 위임입법의 대강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보여지므로 헌법상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김종대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여 헌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자치에 관한 헌법원리에 의한 심사가 요구되는 조항으로서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일반적인 심사기준과 헌법이론만으로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는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보장한 헌법원리에 따라 심사하여야 하며, 그러한 심사에 의할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지방자치의 의의

(1) 지방자치의 의미

지방자치란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하여, 그 지역의 사무를 국가의 간섭 없이 주민 스스로가 자신의 책임 하에 직접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자치의 보장을 위해서는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적 사무 전반을 임의로 처리하고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할 것(전권능성)과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지역적 사무에 관하여는 국가의 개별적·구체적 지시나 후견적 감독을 받지 않고 스스로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자기책임성)을 필요로 한다.

(2) 지방자치의 헌법적 의의

(가) 지역 단위의 국민주권주의 실현

국민주권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 스스로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국민은 국가의 국민인 동시에 국가 내에 있는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므로, 지역의 사무를 지역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지방자치는 국민주권과 동일한 원리이자 국민주권의 지역적 실현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는 공간적 한정성으로 인해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용이하고 처리하는 사무가 미치는 영향력 또한 현실 생활과 밀접하여 국민이 주권자로서 국가를 통치한다는 관념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갖는다.

따라서 지방자치는 국민주권이 지역적으로 실현되는, 국민주권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재판소도 지방자치의 헌법적 의의에 대해,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보장은 한마디로 국민주권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하여 주권의 지역적 주체로서의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의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8. 4. 30. 96헌바62 판례집 10-1, 380, 384-392).

(나)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부합

우리 헌법은 개인을 헌법적 가치의 중심에 두고 있다.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집단과 전체를 개인보다 우선시 하는 사회주의나 전체주의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과 개성을 중시하는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이며,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바로 국가 안의 여러 영역에서의 다원성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것은 지역적 다원성, 즉 일정한 지역들을 단위로 하여 그 지역 주민들 간의 다원성을 보장하는 것인 만큼, 지방자치제도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이 국가기관의 구성원리에 반영된 것이며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다) 기능적 권력분립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권력분립의 원리는, 전통적으로는 국가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누어 별개의 기관이 담당하도록 하는 ‘3권분립’에 의한 형식적인 권력분립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정당을 매개로 한 입법권과 행정권의 통합 현상과 이른바 시민사회의 국가권력에 대한 견제 또는 보완 현상 등을 통해 고전적 의미의 3권분립은 그 의미가 약화되고, 통치권을 행사하는 여러 권한과 기능들의 실질적인 분산과 상호간의 조화를 도모하는 이른바 기능적 권력분립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고, 이는 오늘날의 연방제, 직업공무원제, 복수정당제, 헌법재판, 시민사회 영역의 제도화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는, 국가는 외교, 국방 등 국가 전반의 통치권을 행사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복리에 관한 부분적 통치권을 행사함으로써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권력을 기능적으로 나누어 가짐으로써 오늘날 민주주의 헌법이 통치기구의 구성원리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권력분립의 실현에도 기여한다.

나. 지방자치에 관한 헌법조항의 검토

(1) 지방자치의 실질적 보장

우리 헌법은 정부의 장(제4장)에 속해 있는 행정부(제2절) 또는 그보다 더 하위 범주인 행정 각부(제3관)에 속한 규정의 하나로 지방자치를 규정하지 않고,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등과 대등한, 별도의 독립된 제8장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이 우리 헌법은 형식적으로 지방자치를 독립시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주민 복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와 재산의 관리를 지방자치사무로 규정하고 자치입법권을 보장하며(제117조),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

체의 장에 대한 선출방법을 비롯한 자치조직권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규정(제118조)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할 때 우리는, 헌법이 지방자치를 중앙집권적 통치체제 내에서 중앙정부의 행정권을 지방에 관철시키는 수단의 하나로 보거나, 하나의 위계질서 속에서 중앙정부의 행정작용의 하위에 두려고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으며, 각종 지방자치권의 실질적 내용까지 보장하려는 헌법의 의지를 규지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기능적 권력분립 이념의 실현을 위해 지방자치를 독자적인 헌법원리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2) 지방자치권의 구체적 내용

우리 재판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의 내용을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시한 바 있는데(헌재 2006. 2. 23. 2004헌바50 , 판례집 18-1상, 170, 183), 자치단체를 스스로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자치조직권 역시 헌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치조직권은 다른 자치권들의 논리적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당연히 자치권의 내용을 이룬다고 보아야 한다.

(가) 자치조직권

제117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하였고, 제118조 제2항은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구체적인 종류나 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해 국회의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국회의 입법권은 자치조직권을 보장하는 헌법의 취지에 따라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목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지방자치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헌법제118조 제1항, 제2항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의 구성을 선거를 통해서 하도록 한 것은 입법자도 침해할 수 없는 자치조직권의 핵심적 내용임이 명백하고, 지방의회의 구성에 관한 자치조직권을 보장한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지 았았다 하더라도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임하는 것 또한 입법자가 침해할 수 없는 자치조직권의 한 내용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치행정권과 자치재정권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라고 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행정권과 자치재정권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 즉 자치사무를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처리하는 것은 헌법 제117조 제1항의 근거에 의한 것으로 중앙정부의 행정작용과는 독립된 헌법적 근거에 의해 부여된 권한이다.

또한 자치재정권은 자치조직과 자치행정 등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기본 전제가 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입법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재정권이 실질적으로 실현되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재원(財源) 확보를 보장하는 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극히 취약하게 해 둔 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국가의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조세 기타 재정정책은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다) 자치입법권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필수적 기관이고 주민의 의사에 따라 선출된 주민의 대표들로 구성되므로(헌법 제118조 제1항, 제2항 참조) 지역적 단위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보유하며, 그 지역의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이 지역의 사무에 관해 규율하도록 하는 자치입법권의 보장은 국민주권의 지역적 실현과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지방자치의 핵심적 내용 가운데 하나이다.

이에 따라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제40조에서 입법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고 제75조와 제95조에서 행정입법권을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정 각부의 장에게 부여하면서, 이와 별도의 독립적인 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행정입법권에 대해서는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의 존재’라는 제한을 둔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에 대해서는 법률의 근거나 위임을 요구하지 아니하여 자치사무에 관한 한 지방자치단체의 포괄적이고 자율적인 입법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이하 ‘대통령령 등’이라 함)과 같은 행정입법의 하나로 볼 수 없으며, 나아가 그러한 행정입법의 하위 규범으로 볼 수도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은 대통령령

등과 같은 행정입법과는 헌법적 근거를 전혀 달리 하는 독자적인 규범으로서 자치입법과 행정입법 상호간에 수직적인 우열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이 대통령령 등의 하위에 있는 행정입법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하나의 수직적인 규범체계 하에서 행정입법의 우위를 전제로 대통령령 등의 행정입법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을 논하는 것은 헌법이 법률이나 행정입법과는 독자적인 근거를 통해 자치입법권을 보장한 취지를 무시하는 것으로 아무런 헌법적 근거가 없는 태도이다.

다만, 지방자치 역시 궁극적으로 국법질서의 테두리를 벗어나 존재할 수는 없으므로 자치입법과 국법질서가 상충하는 경우에는 부득이 국법질서를 우선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리에 따라, 국법질서인 법률 및 행정입법의 내용과 상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치입법이 허용된다는 의미로, 헌법 제117조 제1항이 자치입법권의 한계를 “법령의 범위 안에서”로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자치입법권이 헌법 제117조 제1항에 따라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제한을 받는다고 해서, 법령에 의한 것이기만 하면 자치입법권을 제한하는 모든 입법이 정당화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헌법 제117조 제1항이 규정한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규정은 ‘자치입법권의 한계’를 정한 것일 뿐 ‘자치입법권을 제한하는 법령의 한계’를 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자치입법권을 제한하는 법령의 헌법적 한계는, 자치입법권을 제한하고 있는 법령의 내용과 형식이 자치입법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조항의 의미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통해 판단하여야 한다.

다.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입법에 대한 심사기준

지방자치를 이념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서,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보장해야 할 것인지는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규정의 정신과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찾아낼 것이지 헌법정신으로부터 오랫동안 동떨어져 운용되어 온 잘못된 현실을 판단의 잣대로 삼을 수는 없다.

(1) 이른바 제도보장론의 문제점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에 있어 종래에는, 지방자치의 본질 또는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이 되는 핵심영역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는 입법은 허용되지 않으며, 그러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 법률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 왔다(헌재 1998. 4. 30. 96헌바62 판례집 10-1, 380, 384-392; 헌재 2006. 2. 23. 2004헌바50 , 판례집 18-1상, 170, 182-183 등

참조). 이러한 견해는 이른바 전통적인 제도보장론에 입각한 것으로, 지방자치를 어떠한 모습으로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해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인정하여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의 입법이 아닌 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헌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법률이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고,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 자체를 부정하는 입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내용의 입법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말에 지나지 않아, 기존의 제도보장이론에 따를 경우 지방자치를 규율 또는 제한하는 입법의 한계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사실상 전혀 제시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종래의 이른바 제도보장론에 입각한 심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의미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아니하였고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입법의 한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지방자치를 보장한 헌법조항은 실질적인 규범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장식적인 조항에 머무르게 되었고, 그 결과 지방자치를 제한함으로써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거의 모든 법률은 합헌으로 선언되어 지방자치원리에 의한 헌법적 심사 자체가 무의미한 것으로까지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2)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입법의 위헌심사 기준-‘공익성, 필요성, 합리성’

헌법이 지방자치를 보장하고는 있으나 이는 지방자치의 보장을 지방자치라는 법인의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입법에 대하여 기본권 제한의 한계에 관한 헌법 제37조 제2항을 직접 적용하여 그 위헌 여부를 심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이며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는 자치권은 헌법적 권한이므로, 비록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제한이 헌법이 보장하는 각종 지방자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이를 형해화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헌법적 가치 또는 헌법적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이 또 다른 헌법적 가치를 위해 필요하고, 그 제한의 내용과 방법이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 헌법적 가치 또는 헌법적 권한의 제한을 정당화하는 데 필요한 이러한 원리는 명문 규정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헌법에 내재하는 자명한 원리라고 할 것이다.

우리 재판소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지방자치를

규정한 헌법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지방자치의 이념에 기초를 둔 합헌심사의 요건인 공익성과 필요성, 합리성”이라고 언급함으로써(헌재 1998. 4. 30. 96헌바62 , 판례집 10-1, 380, 391), ‘공익성, 필요성, 합리성’이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공익성’이란, 지방자치의 제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지방자치 이외의 또 다른 높은 헌법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대외적인 국가 경쟁력의 강화, 국가 전체의 질서유지, 국민의 기본권 보호, 그 밖에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위해서만 지방자치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성’이란 헌법적 가치를 지니는 공익의 달성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며, ‘합리성’이란 다른 헌법적 가치를 위해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방법에는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공익성, 필요성, 합리성의 기준에 따라 심사함에 있어서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사에서와 같은 정도의 엄격한 심사를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보장과 그 실현에 명백히 반하지 않는 정도의 ‘공익성’과 ‘필요성’ 및 ‘합리성’은 인정되어야만 하고 그럴 때에만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지방도 등의 점용료 징수 사무의 성격과 자치입법권의 제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도를 제외한 기타도로(특별시도·광역시도, 지방도, 시도, 군도, 구도를 포함, 이하 ‘지방도 등’이라 함)의 무단 점용에 따른 변상금 징수에 적용되는 점용료 징수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로 제한하고 있다.

지방도 등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도로의 노선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도로로서(도로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40조, 제43조 등) 지방도 등을 신설, 개수 및 유지하는 사무는 지역개발과 주민의 생활환경시설의 설치·관리에 관한 사무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4호 라목 참조). 따라서 지방도 등의 사용 또는 무단 점용에 대해 점용료나 변상금

을 징수하고 그 징수된 금원을 다시 지방도 등의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사무는,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의 편익을 증진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사무로서, 헌법 제117조 제1항이 지방자치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이며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정에 관한 사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도 등의 점용료 또는 변상금의 징수에 관해 스스로 사무를 처리할 수 있고, 그 사무와 관련한 자치입법을 제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도의 점용료 징수(변상금 징수에 적용되는 부분, 이하 같다)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조례제정권)을 대통령령이라는 행정입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바, 이러한 자치입법권의 제한이 ‘지방자치를 보장하는 헌법 이념에 명백히 반하지 않는 정도의 공익성과 필요성, 합리성’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자치입법권의 제한에 지방자치의 이념에 명백히 반하지 않는 정도의 공익성, 필요성 및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가) 공익성과 필요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도의 점용료 징수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제한하고 있으나 제한하고자 하는 내용을 직접 규정하지 않고 있어 그 제한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점용료 징수에 관해 지방자치단체별로 그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지역별 주민들 사이에 불평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그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면, 그러한 목적은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정당한 목적으로서의 공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역별 주민간의 차별성이야말로 지방자치의 당연한 결과이자 그 자체로 지방자치의 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치입법권의 제한과 관련하여 아무런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채 자치입법권의 제한에 관하여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해 버림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제한하고자 하는 자치입법권의 내용과 범위를 짐작할 수 없으며, 자치입법권의 제한을 정당화하는 다른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그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인지 여부도 파악하기 어렵다.

(나) 합리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치입법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법률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채 그 제한의 내용을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바, 이러한 방법에 의한 지방자치권의 제한은 지방자치를 보장한 헌법, 특히 법률 및 행정입법(대통령령 등)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규범체계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보장한 헌법 제117조 제1항에 명백히 반하는 방법으로서 그 제한에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

앞서 보았듯이 헌법은 자치입법권을 대통령령 등의 행정입법과는 독자적인 규범체계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은 지방의회가 주민의 대표로서 직접 제정하는 것으로 행정입법에 비해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되어 있어 행정입법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입법권한이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과 대통령령 등의 행정입법은 별도의 규범체계로 보아야 하며 그 상호간에 상하관계의 위계질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에 대한 상위의 규범형식으로 전제하여 지방도 등의 점용료 징수에 관한 자치입법권의 내용과 범위가 전적으로 대통령령이 규정하는 바에 따라 좌우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을 행정입법과는 독자적인 규범체계로 보고 상호간의 상하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헌법의 규정에 반하는 것이다.

만약 지방도의 점용료 징수에 관한 자치입법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 법률이 직접 그 제한에 관해 규정하여야 하는 것이지, 자치입법권과 전혀 다른 규범체계에 속하고 자치입법의 상위 규범이 될 수 없는 대통령령이 자치입법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대통령령이 법률의 위임 없이도 얼마든지 허용되는 자치입법권을 제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그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3) 소 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자치를 제한하여야 할 뚜렷한 공익성과 필요성을 찾기 어렵고 헌법이 규정한 규범체계에 반하여 그 합리성도 인정할 수 없는 방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제한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지방자치의 원리 및 지방자치권을 보장한 헌법 제117조 제1항에 반한다.

마. 결 론

나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의의와 지방자치를 제한하는

입법에 대한 위헌심사 기준에 관하여 위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주심)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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