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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8. 9. 25. 선고 2005헌마586 판례집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17조 제1항 위헌확인]
[판례집20권 2집 556~56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정직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17조 제1항 중 ‘정직일수’ 부분(이하 ‘이 사건 법령조항’이라 한다)이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령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이 사건 법령조항은 정직처분을 받은 공무원에 대하여 정직일수를 연차유급휴가인 연가일수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연차유급휴가는 일정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정신적·육체적 휴양을 통하여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므로 근로의무가 면제된 정직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법령조항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정직기간을 연가일수에서 공제할 때 어떠한 비율에 따라 공제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정직기간의 비율에 따른 일수가 공제되는 일반휴직자와 달리, 공무원으로서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하여 징계인 정직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입법자가 정직일수 만큼의 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였다고 하여 재량을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령조항이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일반근로자들의 경우 정직일수를 연차유급휴가일수에서 공제할 것인지 여부 등 징계와 휴가에 관한 세부적 사항은 각 사업장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규정할 사항이므로 이 사건 법령과 같은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없다고 하여 청구인을 부당하게 차별한다고 볼 수 없고, 징계처분인 정직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일반휴직자의 경우와 동일하게 정직기간의 비율에 따른 일수를 공제하지 않고 정직일수 자체를 공제하였다고 하여 이러한 차별이 자의적이라거나 합리

적인 이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법령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국가공무원복무규정(2002. 4. 18. 대통령령 제17582호로 개정된 것) 제17조(연가일수에서의 공제) ① 결근일수ㆍ정직일수 및 직위해제일수는 이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한다.

②~④ 생략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1조(목적) 이 영은 「국가공무원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55조 내지 제67조의 규정에 의한 국가공무원(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14조(휴가의 종류) 공무원의 휴가는 연가ㆍ병가ㆍ공가 및 특별휴가로 구분한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15조(연가일수) ① 공무원의 재직기간별 연가일수는 다음과 같다.

재직기간
연가일수
3월 이상 6월 미만
6월 이상 1년 미만
1년 이상 2년 미만
2년 이상 3년 미만
3년 이상 4년 미만
4년 이상 5년 미만
5년 이상 6년 미만
6년 이상
3
6
9
12
14
17
20
21

② 제1항에서 재직기간이라 함은 「공무원 연금법」 제23조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재직기간을 말하되 휴직기간ㆍ정직기간 및 직위해제기간은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휴직기간을 재직기간에 산입한다.

1. 임신ㆍ출산 또는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자녀 1인에 대한 총 휴직기간이 1년을 넘는 경우에는 최초의 1년에 한한다)

2. 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으로 인한 휴직

3.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

③ 당해연도에 결근ㆍ휴직ㆍ정직 및 직위해제 사실이 없는 공무원으로서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다음해에 한하여 제1항의 재직기간별 연가일수에 각각 1일을 가산한다.

1. 병가를 얻지 아니한 공무원

2. 제16조 제5항의 규정에 의한 연가보상비를 지급받지 못한 잔여 연가일수가 있는 공무원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16조(연가계획 및 허가) ① 행정기관의 장은 공무원의 연가가 특정한 계절에 편중되지 아니하고 공무원 및 그 배우자의 부모생신일 또는 기일이 포함되도록 연가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여야 한다.

② 제15조의 연가일수가 7일을 초과하는 자에 대하여는 연 2회 이상으로 분할하여 허가한다. 다만, 제23조의 규정에 의한 공무외의 국외여행 기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공무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연가는 오전 또는 오후의 반일단위로 허가할 수 있으며, 반일연가 2회는 연가 1일로 계산한다.

④ 행정기관의 장은 연가원의 제출이 있을 때에는 공무수행상 특별한 지장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⑤ 공무상 제15조의 규정에 의한 연가를 허가할 수 없거나 당해 공무원이 연가를 활용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연가일수에 해당하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하고 연가에 갈음할 수 있다. 이 경우 연가보상비를 지급할 수 있는 연가대상일수는 20일을 초과할 수 없다.

⑥ 행정기관의 장은 공무원이 당해 연도의 잔여 연가일수를 초과하는 휴가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다음 연도 연가일수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다음 연도의 연가일수를 당해 연도에 미리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참조판례

헌재 2007. 8. 30. 2004헌마670 , 판례집 19-2, 297, 305

당사자

청 구 인 홍○호

대리인 변호사 맹주천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5급(행정사무관)대우로 근무하던 중,

2004. 11. 발생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파업에 관련되었다는 징계 혐의 사실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005. 1. 26. 해임처분을 하자 이에 불복하여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는 2005. 4. 14. 위 해임처분을 정직 3월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였다.

(2)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위 결정을 근거로 2005. 4. 19. 청구인에 대하여 ‘2005. 1. 25.부터 같은 해 4. 24.까지 기간 동안에 해당하는 정직 3월 변경처분’을 하였고, 위 정직기간이 만료되자 같은 달 25. 공정거래위원회 경쟁국 경쟁촉진과에 근무토록 발령을 하였다.

(3) 청구인은 2005. 5. 31. 자녀의 입원을 사유로 연가사용을 하기 위하여 연가사용 가능 여부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게 서면으로 질의를 하였는바, 같은 해 6. 1.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7조에 근거하여 정직일수는 당해연도 연가일수에서 공제되어 연가일수보다 많을 경우에는 연가를 사용할 수 없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연가 가능일수를 초과하여 출근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결근으로 처리’ 한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자, 2005. 6. 16. ‘국가공무원 복무규정’(2002. 4. 18. 대통령령 제17582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2002. 4. 18. 대통령령 제17582호로 개정된 것) 제17조 제1항 중 ‘정직일수’ 부분(이하 ‘이 사건 법령조항’이라 한다)인바, 그 내용(밑줄 친 부분)은 다음과 같고, 관련 법령의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국가공무원 복무규정(2002. 4. 18. 대통령령 제17582호로 개정된 것) 제17조(연가일수에서의 공제) ① 결근일수ㆍ정직일수및 직위해제일수는이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법령조항은 사실상 정직처분을 받은 자에게 이중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부정되고, 이미 발생한 연가사용권을 사후적으로 박탈하는 것이어서 그 수단이 적법하지 않으며, 가사 연가일수의 공제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일반휴직자의 경우와 같이 “당해 연도 휴직기간/12개월 × 당해 연도의 연가일수”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공제하지 않고, 정직

기간 자체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함으로써 근로의 권리에서 파생된 청구인의 연가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2) 또한 공무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직처분을 받은 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일반휴직자 및 일반근로자에 비해 합리적 이유 없이 정직처분을 받은 자를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3) 이 사건 법령조항은 헌법 제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신분보장에 반한다.

나. 구 행정자치부 장관의 의견요지

(1) 징계란 공무원 관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가 사용자 지위에서 과하는 행정상의 제재이고, 정직은 직무에 종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기간 동안은 사실상 휴가 상태에 있는 점, 정직으로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함에도 일정한 보수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연가일수에서 정직일수를 공제하는 것은 근로의 권리와 관련된 기본권의 침해라고 할 수 없다.

(2) 정직은 징계벌의 하나로서 강제하는 제재라는 점에서 휴직과 다르고,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이익을 위하여 근무하므로 국가와의 관계가 공법상 관계인 반면 일반근로자는 사적 고용관계라는 점에서 공무원과 일반근로자를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령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3) 파면이나 해임으로 공직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고 정직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였다고 하여 공무원의 신분보장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3. 연가제도

가. 연차유급휴가로서의 연가제도

근로기준법상의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에 대하여 휴일 외에 매년 일정일수의 휴가를 유급으로 보장하는 제도로서,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정신적·육체적 휴양을 통하여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휴게시간이나 주휴일은 하루 또는 일주일의 노동으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된 근로자들의 생리적인 회복을 위한 것이 주목적이라면, 연차유급휴가는 임금 삭감 없이 휴가기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근로자들이 노동으로부터 일정기간 해방되고 사회적·문화적 시민생할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본래적 의미에서의 ‘여가’를 보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ILO(국제노동기구)의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협약 전문에는 연차휴가의 목적이 근로자의 휴식, 오락, 능력의 발전을 위한 기회를 보장해 주는 데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국가공무원 복무규정’근로기준법의 특별법으로서 공무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는바, 근로기준법상의 연차유급휴가제도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의 연가제도는 그 발생요건, 일수, 미사용 일수에 대한 보상비 지급규정의 존부 등이 다르긴 하나, 그 취지가 근로자의 정신적·육체적 휴양을 통해 건전한 노동력을 배양하고, 문화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점에서는 동일하므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4조에 규정된 공무원의 휴가 중 연가는 근로기준법 제60조에 규정된 ‘연차유급휴가’에 대응하는 휴가라 할 것이다.

나. 근로의 권리와 연차유급휴가

근로의 권리란 인간이 자신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근로관계를 형성하고, 타인의 방해를 받음이 없이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근로의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국가에 대하여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바, 이러한 근로의 권리는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수단을 확보해 주고 나아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기본권이다(헌재 1991. 7. 22. 89헌가106 , 판례집 3, 387, 421; 헌재 2002. 11. 28. 2001헌바50 , 판례집 14-2, 668, 678 참조).

헌법 제32조 제3항은 위와 같은 근로의 권리가 실효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근로조건의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등에 규정된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의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여가를 부여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근로의 권리의 내용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다. 우리 법령상의 규정

근로기준에 관한 일반법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시간의 단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근로조건 중의 하나이다(근로기준법 제15조, 제17조).

휴가권 발생의 요건을 살펴보면, 1년간 8할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 대하여 15일의 유급휴가를 기본으로 하고, 3년 이상 계속 근로한 근로자에 대하여 총 25일을 한도로 계속근로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하여 부여되며, 이러한 휴가권은 1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근로기준법 제60조).

이때 사용하지 않은 휴가에 대한 수당을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이라고 하는데, 이는 판례를 통해 정립된 개념으로서, 2003. 9. 15. 개정 전의 근로기준법에서는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기간의 보상에 대하여는 규정하지 않았음에도 판례의 해석에 따라 사용자가 휴가사용을 권장하였거나, 근로자의 휴가청구권이 소멸한 경우에도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대법원 1991. 1. 15. 선고 90다카25734; 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다카14758 등 참조).

이러한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은 휴가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금전보상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원인이 되었고, 특히 사용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연차유급휴가를 가지 않은 근로자에게도 수당을 지급하는 문제로 노사간에 갈등이 야기되어 왔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03. 9. 15.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연차휴가의 사용촉진 조항(동 법 제61조)을 신설하였는바, 위 조항은 사용자가 적법하게 휴가사용촉진조치를 취하면 근로자의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유급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으며(동 법 제60조 제5항), 휴가의 분할제한은 없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상의 연가는 재직기간이 3월 이상인 경우(휴직기간, 정직기간 및 직위해제기간은 재직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 총 21일을 한도로 인정되고, 공무상 연가를 허가할 수 없거나 당해 공무원이 연가를 활용하지 아니할 경우 연가일수에 해당하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동 규정 제16조 제5항).

또한 결근일수·정직일수 및 직위해제일수는 연가일수에서 공제하고, 다만 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이나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휴직한 경우를 제외한 휴직의 경우에는 당해연도 휴직기간의 비율에 따른 일수를 공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동 규정 제17조).

행정기관의 장은 연가원의 제출이 있을 때에는 공무 수행상 특별한 지장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하고, 연가일수가 7일을 초과하는 자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연 2회 이상으로 분할하여 허가하며, 연가는 오전 또는 오후의 반일단위로 허가할 수도 있다(동 규정 제16조).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근로의 권리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연차유급휴가권의 구체적 내용에 있어서 입법자는 국가적 노동 상황, 경영계(사용자)의 의견, 국민감정, 인정 대상자의 업무와 지위,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경제적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연차유급휴가권을 어느 범위에서 인정하고, 어느 경우에 제한할 것인지, 결근 등으로 인하여 근로가 제공되지 않은 경우 연차유급휴가일수의 공제 여부, 공제의 방식 등에 대하여는 입법자 또는 입법에 의하여 다시 위임을 받은 행정부 등 해당기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연차유급휴가권의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헌재 2003. 5. 15. 2002헌마90 , 판례집 15-1, 581, 601; 헌재 2004. 10. 28. 2002헌마328 , 판례집 16-2하, 195, 204-205 등 참조).

(2) 판 단

이 사건 법령조항은 징계인 정직처분을 받은 공무원에 대하여 정직일수를 연차유급휴가인 연가일수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정직처분을 받은 자는 그 기간 중 공무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의무가 면제되어 사실상 연가를 사용한 것과 같다는 점을 참작하여 그 기간을 연가일수에서 공제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의 자유로운 시기 지정에 의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정직처분으로 인한 근로의무의 면제는 공무원인 근로자의 자발적인 시기 지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정신적·육체적 휴양을 통하여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의의가 있으므로 근로의무가 면제된 정직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법령조항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법령조항은 정직처분을 받은 자가 그 처분을 받기 전 이미 연가를 모두 사용한 경우에는 이미 사용한 연가에 대하여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정직기간이 연가일수를 초과한다고 하여 초과한 일수를 다음 연도의 연

가일수에서 공제하는 것도 아니며, 정직기간이 연가일수를 초과하여 연가일수가 모두 공제되었다고 하더라도 부득이한 휴가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해 공무원은 이 사건 복무규정 제16조 제6항에 의하여 다음 연도 연가일수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다음 연도의 연가일수를 당해 연도에 미리 사용할 수도 있다(이 조항은 이 사건 심판 청구가 접수된 후인 2005. 6. 30. 대통령령 제18892호로 신설되었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법령조항이 정직기간의 비율에 따른 일수를 공제하지 않고, 아예 정직일수 만큼의 일수를 모두 공제하는 것이 재량을 일탈하였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근로의무가 면제되어 사실상 휴직 상태에 있는 정직기간을 연가일수에서 공제할 때 어떠한 비율에 따라 공제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되어 있다 할 것이므로 입법자는 공제방식을 선택함에 있어 공제의 원인, 연가제도의 취지 등을 감안하여 결정할 수 있는바, 일반휴직자와 달리, 공무원으로서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하여 징계인 정직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정직일수 만큼의 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였다고 하여 재량을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청구인은 정직기간이 최소 1월 이상이고, 연가일수는 최대 21일이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연도에는 원칙적으로 연가를 전혀 사용할 수 없어 이 사건 법령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정직기간 중에는 근로의무가 면제되어 연가를 사용한 것과 같다는 점, 부득이한 휴가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다음 연도의 연가 중 일정일수를 당해 연도에 미리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법령조항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청구인은 이 사건 법령조항이 동일한 징계원인으로 거듭 징계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법령조항은 정직기간 중에는 직무에 종사하지 않아 연가를 사용한 것과 같다는 점에서 그 기간을 연가일수에서 공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연가일수의 공제가 징계처분과 같은 성질의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청구인은 연가제도의 주된 취지는 전년도까지 일정기간 제공한 근로에 대해 보상하기 위한 것이고, 당해 연도 개시시점에 이미 발생한 연가를 사후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연가제도의 주된 취지는 일정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근로자의 정

신적·육체적 휴양을 통하여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있는 것이고, 이 사건 법령조항은 이미 발생한 연가를 사후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으로 인하여 근로의무가 면제된 기간은 사실상 연가를 사용한 것과 같다는 점을 참작하여 그 기간을 연가일수에서 공제하는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령조항이 정직일수만큼의 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였다고 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령조항으로 인하여 자신의 자녀가 병원에 입원할 때 보호자로서 동반하고자 했던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나, 이는 행복추구권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할 것이다.

가사 청구인의 주장 취지가 결국 정직을 당한 공무원의 경우에 정직기간의 비율에 따른 일수를 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직일수만큼의 일수를 모두 공제하는 것, ‘즉 국가가 정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의 경우를 고려하여 이 경우에도 일정한 연차유급휴가가 보장되도록 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더라도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급부를 국가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헌재 1995. 7. 21. 93헌가14 , 판례집 7-2, 1, 32; 헌재 2002. 12. 18. 2001헌마546 , 판례집 14-2, 890, 902 등 참조) 위와 같은 청구인의 주장은 행복추구권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다. 평등권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령조항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근로자 및 공무원 중 일반휴직자와 정직처분을 받은 자를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평등권 위반 여부의 심사에 있어서 엄격심사에 의할 것인지, 완화된 심사에 의할 것인지는 입법자 내지 입법의 위임을 받은 행정부에게 인정되는 형성의 자유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할 것인데(헌재 2004. 10. 28. 2002헌마328 , 판례집

16-2하, 195, 210 참조), 이 사건 법령조항으로 인한 차별취급은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연차유급휴가권에 관한 부분은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분 평등심사는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원칙을 적용함이 상당하다.

(2) 일반근로자와의 차별

청구인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근로자들의 경우 이 사건 법령과 같은 조항이 없다고 주장하나, 정직일수를 연차유급휴가일수에서 공제할 것인지 여부, 정직기간 중 임금이 지급되는지 여부 등 징계와 휴가에 관한 세부적 사항은 각 사업장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규정할 사항이므로 이 사건 법령과 같은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없다고 하여 청구인을 부당하게 차별한다고 볼 수 없다.

(3) 일반휴직자와의 차별

청구인은 일반 휴직자(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이나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휴직한 경우를 제외한 휴직)의 경우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직처분을 받은 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음에도 “당해 연도 휴직기간/12개월 ×당해연도의 연가일수”만 공제하는 것에 비하여 정직처분을 받은 자는 정직일수 전체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여 일반휴직자와 정직처분을 받은 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가) 차별취급의 존부

청구인과 같은 정직처분을 받은 자와 일반휴직자는 모두 공무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는 종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지위에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면, 정직처분을 받은 자와 일반휴직자 사이에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나) 차별의 합리성

정직은 공무원의 신분을 보유하되 일정기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징계처분(국가공무원법 제80조 제1항)이다. 징계란 공무원이 공무원으로서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공무원관계의 질서유지를 위해 공무원법에 따라 당해 공무원에게 법적 제재, 즉 벌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휴직 역시 공무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는 종사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는(같은 법 제73조 제1항) 정직과 유사하나, 징계처분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직과 성질을 달리한다.

이 사건 법령조항이 2002. 4. 18. 대통령령 제17582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일

반휴직자의 경우에도 휴직일수가 연가일수에서 공제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휴직처분은 신체상의 장애로 장기요양을 요할 때나 자녀 양육을 위하여 필요한 때 등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 직권 또는 공무원본인의 원에 의하여 행해지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당해 일수 자체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는 다른 사유들, 즉 결근, 정직, 직위해제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여 일반휴직자에게도 연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휴직기간의 비율에 따른 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도록 하였다(같은 규정 제17조 제2항).

이에 반해 정직은 징계처분으로서 정직처분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일반휴직자와 동일하게 정직기간의 비율에 따른 일수를 공제하지 않고 정직일수 자체를 공제하였다고 하여 이러한 차별이 자의적이라거나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4) 소 결

이 사건 법령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라. 기타 주장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법령조항이 공무원의 신분보장 및 신분보장에 관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나,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되지 아니하도록 신분을 보장함과 동시에 공무원의 신분은 무제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헌법에 정한 신분보장의 원칙 아래 법률로 그 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인바(헌재 1997. 11. 27. 95헌바14 등, 판례집 9-2, 575, 584 등 참조), 정직일수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령조항은 공무원의 신분보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위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별지

[별지] 관련조항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1조(목적) 이 영은 「국가공무원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55조 내지 제67조의 규정에 의한 국가공무원(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4조(휴가의 종류) 공무원의 휴가는 연가ㆍ병가ㆍ공가 및 특별휴가로 구분한다.

제15조(연가일수) ① 공무원의 재직기간별 연가일수는 다음과 같다.

재직기간
연가일수
3월 이상 6월 미만
6월 이상 1년 미만
1년 이상 2년 미만
2년 이상 3년 미만
3년 이상 4년 미만
4년 이상 5년 미만
5년 이상 6년 미만
6년 이상
3
6
9
12
14
17
20
21

② 제1항에서 재직기간이라 함은 「공무원 연금법」 제23조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재직기간을 말하되 휴직기간ㆍ정직기간 및 직위해제기간은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휴직기간을 재직기간에 산입한다.

1.임신ㆍ출산 또는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자녀 1인에 대한 총 휴직기간이 1년을 넘는 경우에는 최초의 1년에 한한다)

2.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으로 인한 휴직

3.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

제16조(연가계획 및 허가) ④ 행정기관의 장은 연가원의 제출이 있을 때에는 공무수행상 특별한 지장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⑤ 공무상 제15조의 규정에 의한 연가를 허가할 수 없거나 당해 공무원이 연가를 활용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안에서 연가일수에 해당하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하고 연가에 갈음할 수 있다. 이 경우 연가보상비를 지급할 수 있는 연가대상일수는 20일을 초과할 수 없다.

⑥ 행정기관의 장은 공무원이 당해 연도의 잔여 연가일수를 초과하는 휴가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다음 연도 연가일수의 2분의 1의 범위 안에서 다음 연도의 연가일수를 당해 연도에 미리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신설 2005. 6. 30.>

제17조(연가일수에서의 공제) ② 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이나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휴직한 경우를 제외한 휴직의 경우에는 연가일수에서 다음 산식에 의하여 산출된 일수를 공제한다. 이 경우 당해연도 휴직기간은 월로 환산하여 계산하되, 15일 이상은 1월로 계산하고 15일 미만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며, 산식에 의하여 산출된 소수점 이하의 일수는 반올림한다. <신설 2002. 4. 18.>

× 당해연도 연가일수

국가공무원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각급 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국가공무원에게 적용할 인사행정의 근본 기준을 확립하여 그 공정을 기함과 아울러 국가공무원에게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행정의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운영을 기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67조(위임 규정) 공무원의 복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이 법에 규정한 것 외에는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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