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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1. 7. 28. 선고 2010헌마544 공보 [기소유예처분취소]
[공보178호 1135~113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수사미진 등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사례

결정요지

청구인이 피해자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청구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항의를 하면서 먼저 청구인의 몸을 잡은 점, 청구인은 자신을 잡는 피해자로부터 벗어나고자 뿌리치는 과정에서 유형력 행사에 이르게 된 점, 청구인이 약 1-2주간 안정가료를 요하는 우측슬관절, 슬관절 염좌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은 것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청구인과 피해

자의 나이, 신체상태 등 기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피해자를 떼어내는 과정에서의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였어야 하는바, 피청구인이 만연히 청구인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

참조판례

헌재 2002. 5. 30. 2001헌마733 , 공보 69, 506, 506-508

헌재 2008. 12. 26. 2008헌마547 , 공보 147, 268, 268-269

당사자

청 구 인김○환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석화

피청구인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검사

주문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10년 형제10656호 폭행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10. 4. 22.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0. 4. 22.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10년 형제10656호 폭행 사건에 관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0. 3. 11. 18:10경 대구 서구 내당4동 소재 서부고용지원센터 부근 인도에서 피해자 박○진이 그 직전 서부고용지원센터 안에서 청구인이 공용복사기를 독단적으로 사용한 점에 대하여 따지면서 몸을 붙잡자 주먹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손목 부위를 때려 폭행하였다.』

나.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위 피의사실에 관한 청구인의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10. 8. 30.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와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을 뿐 피해자에게 어떠한 형태로도 폭행을 가한 사실이 없으며 아무런 대항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단순히 피해자의 진술 등만을 토대로 청구인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고, 헌법의 해석과 법률의 적용, 증거의 취사선택 등에 있어서 중대한 잘못을 범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경찰의 피의사건발생보고, 피해자의 진술 등의 증거관계에 비추어 피의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청구인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

3. 판 단

가.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1) 수사기록에 첨부된 폭행 피의사건 발생 및 동행보고, 청구인과 피해자의 각 피의자신문조서, 고용지원센터 직원 손○룡 작성 사실확인서의 각 기재 등의 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대구 서부고용지원센터 민원인용 복사기 사용 문제로 피해자의 항의를 받은 청구인이 피해자 등을 피해 밖으로 나가자 피해자가 따라 나가 부근 노상에서 청구인을 붙잡았고, 청구인은 이를 뿌리치는 등 시비가 생긴 사실, 이에 청구인이 112 신고를 하여 경찰이 출동하여 사건을 인지하였는데 청구인과 피해자가 서로 다투다가 피해자가 청구인의 외투를 잡고 늘어지자 청구인이 이를 뿌리치면서 피해자의 손목을 꺾었고 청구인은 이 과정에서 계단으로 밀리면서 오른쪽 무릎이 접질러지면서 무릎에 통증이 생기는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사실(수사기록 4-5면), 3일 뒤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시에 피해자는 고용지원센터 밖으로 나가는 청구인을 따라 나가 부근 인도에서 손으로 청구인의 점퍼 입은 팔을 붙잡았고, 청구인은 피해자를 떼어내려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손목 부위를 내리쳐서 손목 부위에 멍이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반면 청구인은 고용지원센터 앞에서 피해자가 뒤에서 청구인의 목 뒷덜미를 잡았고 이에 피해자의 팔을 뿌리치며 다시 걸어가고 있는데 피해자가 다시 양손으로 목 뒷덜미를 잡았고, 이를 뿌리치다 균형을 잃고 오른쪽 무릎과 팔 부위에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 진술한 사실(수사기록 7-11면, 14-18면) 등이 인정된다.

(2) 청구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붙잡았으므로 떼어내기 위해 뿌리친 사실이 있을 뿐 주먹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손목을 내리치는 등 폭행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먼저 청구인을 붙잡았고 청구인은 피해자를 떼어내기 위해 뿌리쳤다는 점에서는 청구인과 피해자 간의 진술이 일치하고 피해자를 떼어내기 위해 피해자의 오른쪽 손목 부위를 때렸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진술이 엇갈리는바,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의 출동 단계에서는 청구인이 자신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손목을 꺾었다고 애매하게 진술한 피해자가 불과 3일 뒤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시에는 청구인이 오른쪽 손목 부위를 주먹으로 내쳐서 멍까지 들었다고 진술한 것은 그날 함께 조사를 받던 청구인이 의사의 상해진단서까지 제출하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진술을 바꾼 것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고(게다가 피해자는 청구인의 위와 같은 폭행으로 멍이 들었다고 하면서도 청구인과 달리 진단서는 제출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청구인과 피해자의 진술 중에서 피해자는 청구인의 점퍼 입은 팔을 붙잡았다고 진술한 반면에 청구인은 팔이 아니라 목 뒷덜미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잡혔다고 진술하여 중요 부분에서 진술이 엇갈린다.

(3)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과 피해자 간의 대질조사, 목격자가 있는지, 있다면 동인의 진술 청취 등을 통해 피해자나 청구인의 진술 중 어느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과연 청구인이 피해자의 오른쪽 손목 부위를 때린 사실이 있는지를 좀 더 정확하게 밝힐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청구인과 피해자를 불러 피의자신문조서나 진술조서를 작성하거나 목격자를 탐문, 조사하는 등 추가 조사를 실시함이 없이 2010. 4. 22. 청구인과 피해자에 대해 각 폭행과 상해 혐의에 관해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범행 동기에 참작할 점이 있고 사안 경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증거가치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수사미진으로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라 할 것이다.

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또한 청구인의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 행사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그 수단 및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그 행위가 상대방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헌재 2002. 5. 30. 2001헌마733 참조)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의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의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고려를 하고 수사 및 처분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피해자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 유형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청구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항의를 하면서 먼저 청구인의 몸을 잡은 점, 청구인은 자신을 잡는 피해자로부터 벗어나고자 뿌리치는 과정에서 유형력 행사에 이르게 된 점, 청구인이 약 1-2주간 안정가료를 요하는 우측슬관절, 슬관절 염좌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은 것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청구인과 피해자의 나이, 신체상태 등 기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 행사가 피해자를 떼어내는 과정에서의 소극적인 저항행위로서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피청구인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만연히 청구인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말았다.

다. 소 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므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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