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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8. 12. 26. 선고 2008헌마547 결정문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문]
사건

2008헌마54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정◯화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현재

피청구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08년 형제16981호 상해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08. 5. 30.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가. 백◯숙(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2008. 4. 2. 청구인을 다음과 같이 상해죄로 고소하였다.

청구인은 2008. 4. 1. 09:55경 서울 서대문구 ◯◯동 724-26 앞 노상에서 피해자가 “방을 빼라는데 왜 안 빼느냐”라고 말하자 주먹으로 좌측 상완부 부위를 3회 내려쳐서 좌측 상완부 좌상 등 약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2008. 5. 30. 위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고령이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데 청구인은 2008. 8. 28. 혐의없음을 주장하면서 위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한편 피해자 역시 같은 일시, 장소에서 청구인에게 양측 손목관절 타박상 등 약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2008. 5. 30. 피청구인으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와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위 일시, 장소에서 직장에 출근하던 중 피해자로부터 멱살을 잡혀 뿌리쳤고, 오히려 청구인이 그 과정에서 넘어져 부상을 당하였을 뿐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

가사, 청구인이 피해자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기소유예가 아닌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여야 함에도 피해자의 허위진술만을 가볍게 믿고, 다른 목격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아니한 채 자의적인 결정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피해자의 진술 및 상해진단서의 기재 내용에 비추어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청구인도 피해자의 팔을 뿌리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피의사실을 인정하

기에 충분한바, 피청구인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은 침해된 바 없다.

3. 판단

가.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

(1) 문제의 제기

피의사실은 청구인이 피해자의 좌측 팔을 때려 좌측 상완부 좌상 등을 입혔다는 것이고,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출근하는 도중 피해자가 따라와 멱살을 잡으므로 이를 뿌리쳤고, 피해자가 재차 멱살을 잡아 다시 뿌리쳤다고 진술하고 있는바(사법경찰관 및 검사직무대리 작성의 청구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및 사법경찰관 작성의 청구인에 대한 진술조서), 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있다.

(2) 구체적 검토

이 사건 기록에 편철된 각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은 64세로 좌측 다리가 불편한 상태에 있었고, 피해자는 47세의 3급 청각장애인으로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 청구인은 2007. 2. 3.부터 피해자 소유인 서울 서대문구 ◯◯동 724-26 소재 건물의 지하 102호를 보증금 200만원, 차임 월 30만원에 임차하면서 5개월분 차임을 연체한 사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오전에 등산을 다녀오다 청구인을 만나 밀린 차임을 거론하면서 청구인의 상의 옷소매를 잡은 사실, 청구인은 피해자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그대로 걸어갔고, 다시 피해자가 옷소매를 잡자 피해자의 손을 거듭 뿌리치다 넘어져 양측 손목관절타박상 등을 입은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청구인의 상의 옷소매를 먼저 잡은 점, 청구인이 피해자의 손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넘어져 손목 등에 상해를 입은 점, 청구인과 피해자와의 연령 차이 및 신체상태 등 기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청구인이 피해자를 밀친 유형력의 행사가 외관상 서로 다투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로 보인다 하더라도, 이는 위와 같은 피해자의 일방적인 폭력을 제지하기 위한 또는 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은 최소한의 행위라고 볼 수 있어 정당하다고 할 것이며, 또한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다소 다쳤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수단, 의사 등과 청구인의 위 방어행위로 인하여 입은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라고 못 볼 바 아니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히 많아 보이는 위 피의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과 피해자 외에 다른 목격자 등을 더 조사하여 당시 현장 상황을 보다 상세히 검토한 후 과연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혀보았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추가조사 없이 만연히 피해자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상해의 혐의를 인정하고 말았다.

나. 부합증거의 탄핵

한편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 작성의 고소장, 사법경찰관 및 검사직무대리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와 의사 문석주 작성의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① 피해자는 2008. 4. 1. 최초 경찰 조사에서는 전혀 피해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가 다음날 비로소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청구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② 그 피해내용도 고소장에서는 청구인이 자신의 왼쪽 팔 상완부 부위를 주먹으로 3회 가량 내려쳤다고 주장하였다가 2008. 4. 4. 경찰에서는 청구인이 왼손인지 오른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왼쪽 팔 상완부 부위를 주먹으로 3회 내려쳤다고 진술하였고, 2008. 5. 28. 검찰에서는 자신의 왼쪽 팔 상완부를 청구인이 오른손으로 3차례 정도 쳤다, 청구인이 오른손으로 왼쪽 팔 상완부를 잡고서 곧 이어서 왼손으로 그 부위를 3번 쳤다고 진술하는 등 피해자의 피해 상황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점이 있으며, ③ 피해자의 상해진단서상에 좌측 상완부 좌상 외에 상해 부위와 무관한 경추부 염좌 부분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상해의 원인에 관하여는 피해자 본인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고, 그 증상은 외과적 수술이나 입원이 불필요하며 통상활동 및 식사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반드시 청구인의 행위에 의해 상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를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라고 쉽게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현저한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8. 12. 2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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