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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1. 7. 28. 선고 2009헌바267 판례집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위헌소원]
[판례집23권 2집 65~76]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부도수표 발행인을 형사처벌하는 부정수표단속법(1966. 2. 26. 법률 제1747호로 개정되고, 2010. 3. 24. 법률 제101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의 지급 확실성을 위하여 수표의 지급증권성에 대한 일반 공중의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서 수표의 본질적 기능을 보장하여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하며, 과태료나 금융상 제재 등의 경미한 수단만으로 입법목적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의 지급증권성을 온전히 유지시킴으로써 수표의 기능을 보장하고 국민경제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바,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요한 반면, 제한되는 사익은 앞서의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어음 발행인과 달리 수표 발행인에 대하여만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규제를 두었다고 하더라도, 수표는 현금의 대용물로서 금전지급증권이라는 수표 고유의 특성 때문에 어음과는 본래적 성질을 달리 하므로, 수표 발행인과 어음 발행인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한 차별 취급이 인정되지 않거나, 또는 이들에 대한 차별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적인 수표 이외에 신용목적으로 발행된 수표의 경우에도 적

용되는데, 이는 신용목적으로 발행된 수표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수표와 외관상 구별이 되지 않으므로 수표가 신용증권으로 발행되었는지 여부를 일반 공중으로서는 알 길이 없고, 언제든지 유통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신용목적으로 발행된 수표를 일반적인 수표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데에는 여전히 합리적 이유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 자체만으로는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수표를 작성하거나 발행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행위’인지 여부, 범죄가 언제 성립하는지, 고의의 내용은 무엇이고 언제 존재하여야 하는 것인지 매우 모호하여 수범자로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발행인의 고의가 개입될 수 없는 거래정지처분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고의범을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불명확성을 가중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②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수표를 발행한 후에 예금부족·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③∼④ 생략

수표법(2007. 5. 17. 법률 제8440호로 개정된 것) 제3조(수표자금, 수표계약의 필요) 수표는 제시한 때에 발행인이 처분할 수 있는 자금이 있는 은행을 지급인으로 하고 발행인이 그 자금을 수표에 의하여 처분할 수 있는 명시 또는 묵시의 계약에 따라서만 이를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 위반하는 경우에도 수표로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참조판례

1. 헌재 2001. 4. 26. 99헌가13 , 판례집 13-1, 761, 775-777

2. 헌재 2001. 4. 26. 99헌가13 , 판례집 13-1, 761, 774-775

당사자

청 구 인오○남대리인 변호사 고석상

당해사건제주지방법원 2009노414 부정수표단속법위반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9년경부터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광장지점과 당좌수표 계약을 체결하고 수표거래를 하여 왔는데, 2004. 4. 19. 청구인 명의의 위 농협 당좌수표 3장을 발행하여, 각 수표의 소지인이 지급제시기간 내에 위 농협에 지급제시하였으나 거래정지처분으로 지급되지 아니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고, 1심에서 징역 8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제주지방법원 2009고단384).

(2) 이에 청구인은 항소하고(제주지방법원 2009노414), 위 소송계속중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수표를 발행한 후에 예금부족·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때’에 형사처벌을 하도록 한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제주지방법원 2009초기355), 법원이 2009. 10. 5. 위 신청을 기각하자, 2009. 10. 9.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과 관련조항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부정수표단속법(1966. 2. 26. 법률 제1747호로 개정되

고, 2010. 3. 24. 법률 제101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법률조항]

부정수표단속법(1966. 2. 26. 법률 제1747호로 개정되고, 2010. 3. 24. 법률 제101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부정수표 발행인의 형사책임)②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수표를 발행한 후에 예금부족ㆍ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관련조항]

부정수표단속법(2010. 3. 24. 법률 제10185호로 개정된 것) 제2조(부정수표 발행인의 형사책임)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표금액의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가공인물의 명의로 발행한 수표

2.금융기관(우체국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과의 수표계약 없이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래정지처분을 받은 후에 발행한 수표

3. 금융기관에 등록된 것과 다른 서명 또는 기명날인으로 발행한 수표

②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수표를 발행한 후에 예금부족, 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경우에도 제1항과 같다.

③과실로 제1항과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수표금액의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제2항과 제3항의 죄는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그 수표를 회수한 경우 또는 회수하지 못하였더라도 수표 소지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1) 자유경제질서 하에서 개인이 수표를 발행하여 교부하고, 수취하는 민사적인 거래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그 수표금이 지급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인신구속이라고 하는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수표발행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 내지 신체의 자유를 담보로 제공하고 수표를 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10조, 제12조가 각각 규정하는 인간의 존엄성, 적법절차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구금을 금지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를 침해하여 국제법 존중주의에 위반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을 ‘금전소비대차의 견질담보용으로 발행한 수표’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은 것이며,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어음을 발행한 자와 수표를 발행한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그에 대하여 어떤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헌재 2001. 4. 26. 99헌가13 , 판례집 13-1, 761, 775-776).

(2) 판단

(가) 오늘날 기업과 가계에서 수표는 어음과 함께 화폐에 버금가는 지급수단으로 쓰이고 있으며, 특히 규모가 큰 거래에 있어 수표와 같은 지급증권의 사용은 신용카드의 사용, 자금 이체와 더불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그런데 수표는 미지의 다수인간에 전전유통될 것을 예상하고 발행되는 것으로서 일람출급성 내지 지급증권성을 본질로 하는 것이다. 수표가 현금을 대용하는 지급수단으로서의 본래적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수표의 소지인이 지급인에게 수표를 제시하는 즉시 수표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수표법은 발행인이 사전에 수표계약을 체결하고 또 지급인에게 수표자금을 공급한 상태에서만 수표를 발행하게 하고 있으며, 또한 은행에 한하여 지급인이 될 수 있도록 하여 지급인의 신용을 담보(수표법 제3조)하는 등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수표자금 없이 수표를 발행하는 예가 만연한다면 수표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없고, 수표가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나아가 수표 거래 자체가 위축되고,수표제도가 유명무실화하여 국민들의 경제생활의 안정을 저해하고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크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수표를 발행한 후에 예금부족ㆍ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행위, 즉 ‘예금부족 등으로 수표가 부도날 것을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 예견하면서 수표를 발행하여 소지인의 적법한 지급제시에도 불구하고 지급거절이 되게 한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한다.

이는 수표의 지급 확실성을 위하여 수표의 지급증권성에 대한 일반 공중의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서 수표의 본질적 기능을 보장하여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하며, 연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범죄가 1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태료나 금융상 제재 등의 경미한 수단만으로 입법목적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헌재 2001. 4. 26. 99헌가13 , 판례집 13-1, 761, 776 참조).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의 지급증권성을 온전히 유지시킴으로써 수표의 기능을 보장하고 국민경제의 안전을 보호하고자 하는바, 이러한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인 반면, 제한되는 사익은 수표자금이 부족한 경우 등에 있어서 소지인이나 일반 공중의 신뢰를 이용하여 하는 수표발행의 제한 등으로 앞서의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도 충족된다.

(다)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금전소비대차의 견질담보용으로 발행한 수표’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은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본래의 지급 기능을 목적으로 발행된 수표가 아닌 손해배상이나 차용금의 담보 등 신용 목적으로 변칙 발행된 수표라 하더라도, 문면상 일반적인 수표와 구별이 되지 않고, 여전히 유통성·일람출급성을 가지며, 백지인 발행일을 보충하지 않기로 하거나 발행일을 실제 발행일보다 후의 날짜로 기재하고 그 이전에는 지급제시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특약은 대외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수표와 수표거래 및 국민경제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01. 4. 26. 99헌가13 , 판례집 13-1, 761, 776-777 참조).

결국 위와 같이 신용 목적의 수표 발행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것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없다.

나아가 지급증권인 수표를 신용증권으로 변칙 발행하기로 선택한 사람들로

서는 수표의 본질적 특성에 따르는 위험도 아울러 받아들인 것(헌재 2001. 4. 26. 99헌가13 , 판례집 13-1, 761, 775 참조)이고, 신용증권으로 변칙 발행된 수표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유통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용증권으로 발행된 수표의 발행인에 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에 따른 불이익이 일반적인 수표의 발행인에 비하여 중대하다고 볼 수도 없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평등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어음을 발행한 자와 수표를 발행한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음과 수표는 모두 유통증권이기는 하지만 수표는 현금의 대용물로서 금전지급증권이라는 수표 고유의 특성 때문에 수표의 피지급성 보장이 어음의 경우보다 더욱 강력하게 요청되는 점에서 어음과는 본래적 성질을 달리 하므로, 수표 발행인과 어음 발행인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한 차별 취급이 인정되지 않거나, 또는 차별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것이다(헌재 2001. 4. 26. 99헌가13 , 판례집 13-1, 761, 774 참조).

한편 청구인은 신용목적으로 발행된 수표의 경우 어음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수표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수표와 외관상 구별이 되지 않으므로 수표가 신용증권으로 발행되었는지 여부를 일반 공중으로서는 알 길이 없고, 언제든지 유통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이를 일반적인 수표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데에는 여전히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1. 4. 26. 99헌가13 , 판례집 13-1, 761, 775 참조).

나아가 법이 예정하고 있는 본래 의미의 신용증권인 어음을 선택하지 않고 지급증권인 수표를 신용증권으로 변칙 발행하기로 선택한 사람들로서는 수표제도에 따르는 위험도 아울러 받아들여야 할 것임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다. 청구인의 그 밖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인간의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처벌함으로써 인신을 담보로 제공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적법절차 원칙에 반하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국제법 존중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의 지급증권성에 대한 일반 공중의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수표의 본질적 기능을 보

장하여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수표의 소지인 등의 구체적인 재산상 손해를 방지·전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위반으로 인하여 구속이 되는지 여부는 형사소송법의 절차에 의한 것이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범죄는 반의사불벌죄이나, 입법연혁에 비추어 보면 이는 발행인의 구제를 위한 규정으로 볼 것이지, 채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수표 발행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수표소지인이 어음소지인이나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하여 변제받는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반사적인 이익에 불과하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의로 수표거래의 안전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일 뿐 인신을 담보로 채무이행을 강제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전제로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된다거나 적법절차 원칙, 국제법 존중주의에 위반된다고 하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없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연쇄부도 등으로 인하여 수표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등 발행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어서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의 발행인이 그 수표가 예금부족·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확정적 또는 미필적으로 인식 또는 예견한 경우에 적용되고, 수표 발행인의 이러한 고의는 수표 발행 당시에 존재하여야 하는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표발행인의 결정과 선택에 관계없이 수표발행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위와 같은 주장도 이유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헌법 제12조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

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헌재 2002. 4. 25. 2001헌가27 , 판례집 14-1, 251, 260; 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판단

(1) 범죄구성요건의 불명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수표를 발행한 후에 예금부족·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때”를 처벌하고 있는데, 위 법률조항의 문언 자체만으로는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가 ‘수표를 작성하거나 발행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행위’인지 여부, 범죄가 언제 성립하는지, 고의의 내용은 무엇이고 언제 존재하여야 하는 것인지 매우 모호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범죄구성요건적 행위는 ‘수표를 작성하거나 발행하는 행위’이고, 고의의 내용은 ‘예금부족·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해지 등으로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확정적 또는 미필적으로 인식 또는 예견하는 것’이며, 이러한 고의는 ‘지급거절이 된 때’가 아닌 ‘수표를 발행한 때’에 존재하여야 하고, 그 결과 위 범죄의 기수시기는 ‘지급거절된 때’가 아닌 ‘발행인이 수표를 발행한 때’라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2도167 판결; 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249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39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과 입법목적에 비추어 대법원의 위와 같은 해석이 가능한지 의문일 뿐 아니라, 이러한 해석은 수범자로 하여금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우선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1항이 “… 부정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는 …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위 법률조항은 “…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하게 된 때에도 전항(제2조 제1항)과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범죄구성요건적 행위와 범죄의 성립시기를 위 대법원 판례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엄격성에 비추어 타당한지 의문이다.

만일 위 대법원 판례에 의한다면, 수표발행인이 수표 발행 당시에는 예금부족 등으로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결과 발생을 예견하거나 인

식한 바가 전혀 없었는데 수표 발행 이후에 고의로 예금부족상태를 야기하거나 당좌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이 사건 법률조항 위반죄로 처벌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다른 담보가 충실한 상태에서 견질수표를 발행할 때 발행인은 지급제시일에 수표가 지급되지 않으리라는 인식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현행 실무상으로는 이러한 경우에도 대부분 처벌되고 있다.

또한 발행일 백지의 수표의 경우 수표발행인은 수표소지인이 언제 발행일을 보충하여 지급제시할지 알 수 없으므로, 수표발행인이 발행 당시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확정적 또는 미필적으로 인식 또는 예견’하기 어렵고, 따라서 이러한 경우 고의의 존재시기를 ‘수표발행 당시’로 보면 수범자의 의사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행위의 태양, 범죄의 성립시기 및 고의의 존재시기 등에 관하여 여러 해석이 가능하도록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해함과 동시에 재판기관으로 하여금 자의적인 법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2) ‘거래정지처분’에 대한 고의가능성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3항에서 과실범 처벌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의범을 규정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수표의 발행인이 ‘수표를 발행한 후에 예금부족·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하여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확정적 또는 미필적으로 인식 또는 예견한 경우에만 이 사건 법률조항 위반죄가 성립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수표미지급 사유 중 ‘거래정지처분’에 대하여는 ‘수표발행인의 고의’를 상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이 있다. 거래정지처분은 어음교환규약 소정의 거래정지처분사유가 있는 경우 금융결제원 산하의 어음교환소가 참가은행에 대하여 그 어음·수표의 발행인과의 당좌계정거래를 해지하고 향후 2년간 당좌예금 및 가계당좌예금거래를 허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적인 제재조치로서(어음교환업무규약 제18조, 동 규약 시행세칙 제93조), 거래정지처분의 결정권자 및 행위주체는 어디까지나 ‘어음교환소’이며, 수표발행인은 어음교환소에 거래정지처분의 동기 내지 사유를 제공하는 데 그칠 뿐이다.

결국 거래정지처분에 관한 고의의 내용은 ‘발행인이 거래정지처분사유를 초

래하여 어음교환소에 의하여 거래정지처분을 받아 수표가 제시기일에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발생을 확정적 또는 미필적으로 인식 또는 예견하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데,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고의의 범위를 이처럼 확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거래정지처분사유에는 ‘예금부족으로 인한 부도’ 등 발행인이 초래할 사유뿐만 아니라 ‘지급정지가처분명령의 송달로 인한 부도’ 또는 ‘은행거래에 관하여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 등 수표발행인이 발행 당시 인식 또는 예견하기 어려운 사유도 포함되어 있으므로(위 시행세칙 제89조, 제90조), ‘거래정지처분’이 초래되었다는 이유로 수표발행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다만 수표발행인은 ‘주의의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어음교환소에 거래정지처분사유를 제공한 데 따른 과실범’으로서 책임을 부담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표의 부도를 예견 또는 인식하고도 고의로 수표를 발행한 수표발행인을 처벌하는 규정임에도 수표발행인의 직접적 고의가 개입될 수 없는 거래정지처분을 구성요건으로 삼음으로써, 문언상 수표발행인이 자신의 행위가 아닌 어음교환소의 행위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는 것처럼 해석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3) 외국 입법례의 검토

수표가 부도났다는 이유만으로 발행인을 형사처벌하는 외국 입법례는 많지 않고, 그 경우에도 범죄구성요건을 매우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 수표법은 수표자금과 수표계약이 있는 경우에만 발행할 수 있다는 규정과 그에 위반한 경우 제재규정이 있을 뿐이고(일본 수표법 제3조, 제71조), 프랑스는 “수표를 발행한 후, 타인의 권리를 해칠 의도로 명의변경이나 어음교환 등과 같은 방법 여하에 관계없이 예금잔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출하거나 동일한 조건으로 지급 은행에 지급을 못하도록 하는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통화와 금융에 관한 법률 제L163-2조), “타인의 권리를 해칠 의도”라는 엄격한 주관적 요건을 도입하는 한편, 1991년 법개정으로 ‘예금잔고 없이 수표를 발행하는 경우’는 구성요건에서 삭제하여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 한 처벌하지 않게 하였다.

다.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로 하여금 범죄행위의 태양, 범죄의 성립시기 및 고의의 존재시기를 예측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수표발행인의 고의를 상정하기 어려운 거래정지처분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고의범

을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불명확성을 가중하였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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