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13. 10. 24. 선고 2012헌바428 판례집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위헌소원]
[판례집25권 2집 224~23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정식재판 청구기간을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로 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53조 제1항 중 피고인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약식명령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식명령 피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약식명령에 대하여 단기의 불복기간을 설정한 것은, 경미하고 간이한 사건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게 함으로써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통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충실하게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합리성이 인정된다. 형사 입건된 피의자로서는 수사 및 재판에 관한 서류를 정확하게 송달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조치하여야 하므로, 입법자가 그러한 전제 하에 불복기간을 정하였더라도 입법재량을 현저하게 일탈하였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정식재판청구서에는 불복의 이유를 따로 기재할 필요가 없으므로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 여부의 결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약식명령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은 분쟁의 본질이 사적 영역에 속하거나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형사소송에 비하여 재판을 신속하게 확정시켜야 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국가형벌권의 행사 작용에 속하는 형사재판절차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증거의 멸실이나 왜곡 방지,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목적달성을 위

한 형벌권의 조기실현 등을 위하여 보다 신속하게 법률관계를 확정지을 필요가 있다. 또한 약식절차는 일반 형사재판과 달리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져오지 않는 경미한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건에 대하여는 효율성 및 신속성을 보다 강조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져와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을 더욱 충실하게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기간을 민사·행정재판보다 짧은 기간으로 하고 일반 형사판결과 같게 정한 것은 모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명령 피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헌법불합치 의견

검사가 일방적으로 제출한 자료에만 기초하여 공개재판에 의하지 않고 서면심리로 이루어지는 약식절차는 어디까지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내용과 어긋나는 예외적인 절차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은 정식재판청구에 의하여 비로소 예외적 절차에 의하여 제한되었던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게 되므로, 입법자는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의 기본권이 함부로 침해되지 않도록 약식절차에 관한 불복제도를 합리적으로 형성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약식명령의 송달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상의 보충송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피고인이 약식명령 발령 사실을 현실적으로 알게 되는 시점이 그 재판청구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지체되거나, 경우에 따라 아예 그 발령 사실을 모른 채 정식재판 청구기간이 지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송달의 불가피한 불완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지일로부터 7일이라는 지나치게 짧은 기간을 불복기간으로 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명령 피고인으로 하여금 정식재판청구권을 그 의도에 반하여 상실당할 수 있게 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공개된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다만 이 조항을 위헌으로 하게 되면 약식명령의 불복

기간에 관한 입법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53조(정식재판의 청구) ①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은 정식재판의 청구를 포기할 수 없다.

②~③ 생략

형사소송법(1963. 12. 13. 법률 제1500호로 개정된 것) 제343조(상소 제기기간) ① 상소의 제기는 그 기간 내에 서면으로 한다.

② 생략

형사소송법(1963. 12. 13. 법률 제1500호로 개정된 것) 제358조(항소제기기간) 항소의 제기기간은 7일로 한다.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된 것) 제396조(항소기간) ① 항소는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하여야 한다. 다만, 판결서 송달전에도 할 수 있다.

② 생략

행정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개정된 것) 제8조(법적용예) ① 행정소송에 대하여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② 행정소송에 관하여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는 법원조직법민사소송법민사집행법의 규정을 준용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6. 8. 29. 93헌바63 등, 판례집 8-2, 63, 70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 판례집 14-2, 473, 481헌재 2006. 11. 30. 2003헌바66 , 판례집 18-2, 429, 437헌재 2009. 6. 25. 2008헌마259 , 판례집 21-1하, 900, 908

당사자

청 구 인최○범대리인 변호사 최영동 외 2인

당해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2로136 정식재판청구권회복 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주문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정된 것) 제453조 제1항 본문 중 피고인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에 대하여 2012. 8. 17.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죄 등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2012고약19209). 위 약식명령 등본은 2012.9. 7. 수사기록상 청구인의 주소지로 기재된 장소로 송달되어 청구인의 어머니가 이를 수령하였다. 그리고 위 약식명령 등본은 이튿날인 2012. 9. 9. 청구인에게 전달되었다.

(2)청구인은 청구인의 어머니가 약식명령 등본을 수령한 날로부터 정식재판 청구기간인 7일이 지난 2012. 9. 17.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함과 아울러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를 하였다. 위 정식재판회복청구가 2012. 9. 21. 기각되자(서울중앙지방법원 2012초기3196), 청구인은 위 기각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한 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로136, 당해 사건) 2012. 9. 23. 정식재판 청구기간을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본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청구인은 2012. 11. 22. 위 법원으로부터 항고기각결정과 아울러 위 제청신청기각결정을 받게 되자(서울중앙지방법원 2012초기3265) 위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 본문은 검사 및 피고인에 관한 정식재판 청구기간을 정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에서 청구인에게 적용되고 청구인이 위헌사유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그 중 ‘피고인에 관한 부분’이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이 부분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로 제

정된 것) 제453조 제1항 본문 중 피고인에 관한 부분(아래 밑줄 그은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제453조(정식재판의 청구) ① 검사 또는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은 정식재판의 청구를 포기할 수 없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명령 피고인의 정식재판 청구기간을 그 고지일로부터 7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약식명령은 통상의 공판절차와 달리 약식기소 여부의 통지 없이 서면심리만으로 일방적으로 발령되어 피고인이 방어의 기회를 가질 수 없을 뿐 아니라, 재판서의 송달에 의하여 고지되며 그 송달에 관하여 보충송달이 허용되는 결과 피고인이 이를 직접 수령하지 않아도 송달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한 정식재판 청구기간 7일은 지나치게 짧아 약식명령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나.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절차와 통상의 공판절차가 재판절차에 대한 참여권이 보장되는지 여부와 그 고지방법에서 명백한 차이가 있는데도 그 불복기간을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7일로 규정함으로써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또 약식명령은 재판서의 송달에 의하여 불복기간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민사·행정사건과 다를 바가 없는데도 청구기간을 민사·행정사건의 항소기간인 14일보다 짧게 규정함으로써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약식명령 피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의

가. 약식절차와 정식재판청구

정식재판의 청구는 약식명령이 발하여지는 경우 그 재판에 불복이 있는 자가 통상의 공판절차에 의한 심판을 청구하는 소송행위를 말한다. 약식절차란 지방법원의 관할에 속하는 사건으로 벌금·과료에 처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하여 공판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서면심리만으로 벌금·과료를 과하는 간이한 형사절차로서, 형사재판의 신속을 기하는 동시에 경미 사건에 있어 공개재판에 따르는 피고인의 사회적, 심리적 부담을 덜어 준다는 데 그 존재의의가 있다.

약식명령의 청구는 검사가 공소제기와 동시에 서면으로 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이하 괄호 안에서 ‘법’이라고만 한다) 제449조], 서면심리만에 의한다. 공

소장일본주의의 적용이 없고, 약식명령청구서를 피고인에게 송달할 필요도 없으며, 피고인신문, 증인신문, 검증, 감정과 같은 증거조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공판절차를 전제로 한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들(법 제311조 내지 318조)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간략한 서면심리에 의하여 생길 수 있는 부당함은 법원의 공판절차에 의한 심리(법 제450조) 혹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법 제453조)에 의하여 제거될 수 있다.

나.약식명령의 송달 및 정식재판 청구기간,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 등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약식명령을 발령한 법원에 서면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정식재판청구의 기산점이 되는 ‘약식명령의 고지’는 검사와 피고인에 대한 재판서의 송달에 의한다(법 제452조). 한편, 형사소송법 제65조는 서류의 송달에 관하여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편송달, 공시송달 등에 관하여 따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60조 내지 제64조가 적용되는 것 외에는 약식명령의 송달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준용된다. 따라서 그 송달의 방법은 민사소송법 제178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교부송달에 의하여야 하나, 근무장소 이외의 송달할 장소에서 피고인을 만나지 못한 때에는 그 사무원·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한 지능이 있는 사람(수령대리인)에게 약식명령 등본을 교부하는 보충송달의 방법에 의하여도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 보충송달이 적법한 경우 수령대리인에게 약식명령 등본을 교부한 때에 송달의 효력이 발생하고, 약식명령 등본이 본인에게 실제 전달되었는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정식재판청구는 상소와 달리 상급법원이 아니라 원법원에 대하여 하는 것이고 이로써 1심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지만, 원재판의 변경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수단인 점에서는 상소와 유사하므로 상소에 관한 규정이 일부 준용된다(법 제458조 제1항). 상소권회복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45조제346조 역시 준용되어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정식재판 청구기간 내에 정식재판청구를 하지 못한 때에는 정식재판청구권 회복청구를 할 수 있다.

4.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재판청구권과 입법형성권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재판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에 의하여 형성된 현행 소송법의 범주 안에서 권

리구제절차를 보장하며, 그 실현은 법원의 조직과 절차에 관한 입법에 의존하고 있다. 입법자는 청구기간이나 제소기간과 같은 일정한 기간의 준수, 소송대리, 변호사 강제제도, 소송수수료규정 등을 통하여 원칙적으로 소송법에 규정된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소송의 주체, 방식, 절차, 시기, 비용 등에 관하여 규율할 수 있다(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 판례집 14-2, 473, 481). 따라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 또는 재판에 불복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는 것 역시 입법자가 그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할 것이고 그것이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지 아니하는 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2006. 11. 30. 2003헌바66 , 판례집 18-2, 429, 437; 헌재 2009. 6. 25. 2008헌마259 , 판례집 21-1하, 900, 908 참조).

다만, 이러한 입법재량도 제소기간 또는 불복기간을 너무 짧게 정하여 재판을 제기하거나 불복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방법으로 이를 어렵게 한다면 재판청구권은 사실상 형해화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에서 입법형성권의 한계가 있다(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 판례집 14-2, 473, 481; 헌재 1996. 8. 29. 93헌바63 등, 판례집 8-2, 63, 70 참조).

나.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기간의 기산점을 약식명령의 고지일로 하면서도 불복기간을 일반 형사판결에 대한 항소기간과 같게 정함으로써, 그 약식명령이 보충송달에 의하여 피고인 이외의 사람에게 송달되는 경우, 실질적인 불복기간이 일반 형사사건에 비하여 단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끔 하고 있다. 그러나 약식명령은 피고인에게 벌금·과료만이 부과되는 경미한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약식명령에 대하여 이와 같이 단기의 불복기간을 설정한 것은 경미 사건에 관하여 절차의 신속에 보다 중점을 둔 다른 형사소송법의 규정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예컨대 통상의 공판절차에 있어서도, 다액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 사건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할 수 있고, 판결 선고도 가능하며(법 제277조 제1호), 피고인만이 청구한 정식재판청구사건에서도 피고인의 출석 없이 판결 선고가 가능하다(법 제277조 제4호). 그리고 위 각 경우 항소기간은 피고인이 판결의 내용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선고일로부터 기산된다.

이와 같이 형사절차를 경미 사건과 일반 사건을 구분하여 그 처리절차를 달

리하거나 일반 사건에 대한 특례를 두는 것은, 경미하고 간이한 사건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게 함으로써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통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충실하게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합리성이 인정된다.

또한 우리 형사소송법상 약식절차에 대한 사전 동의나 통지 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형사 입건된 피의자로서는 사건에 관한 종국적인 처분이나 재판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수사기관 등에 자신의 소재를 분명하게 하고 수사 및 재판에 관한 서류를 정확하게 송달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조치하여야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개시된 형사절차의 종국적 처분의 한 형태인 약식명령이 피고인에 대하여 예기치 않게 발하여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고, 입법자가 형사피의자가 그러한 조치를 취하리라는 전제 하에 약식명령에 대한 송달가능성을 가늠하여 불복기간을 정하였더라도 거기에 입법재량을 현저하게 일탈한 자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정식재판 청구기간에 대하여는 법정기간의 연장에 관한 규정(법 제67조)이 준용될 뿐 아니라, 약식명령 피고인이 정식재판 청구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인 때에는 정식재판청구권이 회복될 수 있으므로(법 제458조 제1항, 제345조), 피고인이 주소변동 등의 사정으로 약식명령을 제대로 송달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약식명령은 경미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데다가, 그 내용 역시 약식기소된 공소사실의 존재와 그에 대한 과형만을 담고 있을 뿐이어서 그 불복의 대상과 범위가 비교적 단순하다. 또 정식재판청구서에는 약식명령에 불복한다는 기재만 있으면 족하고, 불복의 이유를 따로 기재할 필요가 없으므로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 여부의 결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고 있는 고지일로부터 7일의 불복기간이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기회를 실질적으로 박탈할 만큼의 단기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약식명령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가. 민사·행정소송 당사자와의 차별

민사·행정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당사자의 적극적인 주장과 입증활동에 의하여 소송의 내용이 형성되게 되므로 당사자는 그 책임 하에 1심 판결에 대한 불복의 범위와 그와 관련한 사실적·법률적 주장을 스스로 정리하여야 할 뿐 아니라, 항소장에 관하여도 준비서면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결과 거기에도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에 관한 진술을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과 방어에는 통상적으로 형사재판에 비하여 보다 더 복잡한 사실적·법률적 쟁점이 관련된다. 다른 한편, 민사소송 등은 분쟁의 본질이 사적 영역에 속하거나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형사소송에 비하여 재판을 신속하게 확정시켜야 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점에서 1심 판결에 대한 불복기간의 기산점을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는 판결서의 송달일로 하고, 그 기간도 형사소송보다 더 길게 부여한 것에는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반면에, 국가형벌권의 행사 작용에 속하는 형사재판절차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한 증거의 멸실이나 왜곡 방지,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목적달성을 위한 형벌권의 조기실현 등을 위하여 보다 신속하게 법률관계를 확정지을 필요가 매우 강하다. 또한 형사재판은 공소사실의 존부에 대한 판단과 양형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불복의 범위와 사유가 비교적 명확할 뿐 아니라, 공소사실에 관한 입증책임이 오로지 검사에게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피고인은 이를 방어하는 것으로 족하고 주도적으로 주장과 증거를 준비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식재판청구서에는 약식명령에 불복한다는 기재만 있으면 족하고, 불복의 이유를 따로 기재할 필요도 없다.

나아가 정식재판 청구기간의 기산점을 민사·행정소송과 같이 재판서의 송달일로 삼는 것은, 약식절차가 피고인의 법정출석을 요하지 않는 데 기인하는 것으로, 민사·행정소송과 같이 그 불복을 위하여 판결의 내용을 정확하게 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재판서의 송달에 의하여 불복기간이 기산된다는 형식적인 유사점만으로 동일하게 다루어야 할 사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나. 일반 형사소송 피고인과의 차별

약식절차의 피고인이나 일반 형사소송의 피고인은 모두 검사의 기소에 의하여 형사재판의 대상이 되었고, 정식재판청구와 상소는 원재판의 변경을 구하는 불복수단이라는 점에서 공통되므로 양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정식재판 청구기간과 항소기간을 동일하게 정하고 있으나, 약식명령은 재판서의 송달에 의하여 고지된다는 점에서 피고인 본인에게 직접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일반 형사소송과 비교하여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약식절차는 벌금, 과료만이 부과되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일반 형사재판과 달리 생명 또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져오지 않는 경미한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점, 이러한 경미 사건에 대하여 효율성 및 신속성을 보다 강조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사법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져와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을 더욱 충실하게 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 점, 정식재판청구에 의하여 불복하는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고 정식재판청구서에 별다른 이유 기재도 필요하지 않으므로, 보충송달이 이루어지는 경우 일반 형사사건에 비하여 약식명령에 대한 실질적인 불복기간이 다소 줄어든다고 해서 약식명령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려운 점, 약식명령 피고인 이외의 자에 대한 송달 즉 보충송달의 효력은 그 수령인이 피고인의 지배범위 내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유에 의한 경우에만 인정되고, 피고인의 책임 없는 사유에 의하여 기간이 도과하는 경우 정식재판청구권의 회복이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약식명령의 불복기간을 통상의 형사사건과 마찬가지인 7일로 정하였다고 하여서 이를 자의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소결론

이와 같이 약식명령에 대한 불복기간을 민사·행정재판과 다르게 정한 것이나, 일반 형사판결과 같게 정한 것은 모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명령 피고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6.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7.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재판관 서기석의 헌법불합치 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가.헌법 제27조 제3항은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또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규정한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안에는 모든 증거자료가 법관의 면전에서 조사ㆍ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ㆍ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

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ㆍ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20; 헌재 1998. 7. 16. 97헌바22 , 판례집 10-2, 218, 226; 헌재 2001. 6. 28. 99헌가14 , 판례집 13-1, 1188, 1200 참조). 그런데 검사가 일방적으로 제출한 자료에만 기초하여 공개재판에 의하지 않고 서면심리로 이루어지는 약식절차는 어디까지나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내용과 어긋나는 예외적인 절차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은 정식재판청구에 의하여 비로소 예외적 절차에 의하여 제한되었던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다. 정식재판청구가 헌법상의 재판청구권과 관련하여 갖는 이와 같은 의미에 유념하여, 입법자는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의 기본권이 함부로 침해되지 않도록 약식절차에 관한 불복제도를 합리적으로 형성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는 그 기산점이 되는 ‘송달의 불확실성’이 상쇄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최소한의 전제가 된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식재판 청구기간으로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로부터 7일의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정상적인 송달을 전제로 할 때 위 7일의 기간 자체가 약식명령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을 형해화할 만큼 극단적인 단기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약식명령의 송달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상의 보충송달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피고인의 지배범위 안에서 피고인 이외의 사람, 이른바 ‘수령대리인’이 약식명령 등본을 받더라도 송달이 유효하게 된다. 그런데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주소지 또는 주민등록지로부터 일시적으로 떠나 있는 등으로 피고인 이외의 사람이 이를 수령하거나, 약식명령을 실제 교부받은 수령대리인의 착오나 부주의로 약식명령이 전달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일상생활에서 드물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피고인이 약식명령 발령 사실을 현실적으로 알게 되는 시점이 그 재판청구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지체되거나, 경우에 따라 아예 그 발령 사실을 모른 채 유효하게 정식재판 청구기간이 지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서면심리만으로 이루어지고 약식기소에 대한 사전 동의 또는 고지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 형사소송법상 약식사건의 피고인은 자신에게 약식명령이 발령될지 여부를 미리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그에게 혹시 있을지 모를 약식명령의 발령에 대비하여 자신의 주소 또는 송달장소를 정확하게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신고하거나 그 약식명령을 틀림없이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

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약식절차가 피고인의 출석을 요하지 않는 간이한 심판 제도로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그 불복기간의 기산점을 재판서의 송달일로 삼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그 기산점이 되는 송달의 불확실성이 상쇄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불복기간을 부여하지 않으면, 약식명령 피고인이 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로 헌법상의 재판청구권을 침해당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정식재판 청구기간을 현행 민사·행정사건이나 일본, 독일 등의 입법례들에 준하여 가령 2주 정도로 연장한다고 해서 재판의 신속에 구체적인 장애가 초래될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법정에서의 공판절차를 통하여 충분한 공방과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뒤 법정에서 선고되는 판결에 대한 항소기간도 7일인 점에 비추어 보면, 자신에게 어떤 내용의 약식명령이 고지되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없는 피고인에게 약식명령등본이 송달된 뒤로부터 정식재판의 경우와 같이 7일 안에 정식재판 청구 여부를 결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

라.결국 이와 같이 고지의 방법인 송달의 불가피한 불완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지일로부터 7일이라는 지나치게 짧은 기간을 불복기간으로 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명령 피고인으로 하여금 정식재판청구권을 그 의도에 반하여 상실당할 수 있게 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공개된 법정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절차에 관한 불복기간을 형성함에 있어 현저하게 입법재량을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나, 만일 이 조항을 위헌으로 하게 되면 약식명령의 불복기간에 관한 입법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해외출장으로 서명날인 불능)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