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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2. 10. 31. 선고 2001헌바40 판례집 [도로교통법 제101조의3 위헌소원]
[판례집14권 2집 473~48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헌법 제27조 제1항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법적 의미

2.입법형성권의 한계로서 ‘효율적인 권리보호’

3.일반적으로 행정심판전치주의를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

4.특히 도로교통법 제101조의3 규정과 관련하여 행정심판전치주의를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

5.헌법 제107조 제3항 제2문의 사법절차 준용의 헌법적 의미

6.도로교통법 제101조의3 규정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소극)

7.도로교통법 제101조의3 규정이 평등권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소극)

결정요지

1.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법원이 법률에 기속된다는 당연한 법치국가적 원칙을 확인하고, ‘법률에 의한 재판, 즉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로써 위 헌법조항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에 의하여 형성된 현행 소송법의 범주 내에서 권리구제절차를 보장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2.그러나 헌법 제27조 제1항은 권리구제절차에 관한 구체적 형성을 완전히 입법자의 형성권에 맡기지는 않는다. 입법자가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제공할 뿐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권리구제절차의 개설은 사실상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판청구권은 법적 분쟁의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적어도 한번의 권리구제절차가 개설될 것을 요청할 뿐 아니라 그를 넘어서 소송절차의 형성에 있어서 실효성있는 권리보호를 제공하기 위하여 그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을 갖출 것을 요청한다.

비록 재판절차가 국민에게 개설되어 있다 하더라도, 절차적 규정들에 의하여 법원에의 접근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방법으로 어렵게 된다면, 재판청구권은 사실상 형해화될 수 있으므로, 바로 여기에 입법형성권의 한계가 있다.

3.첫째, 행정심판절차는 통상의 소송절차에 비하여 간편한 절차를 통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리구제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행정심판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사전절차를 통하여 원칙적으로 권리구제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강화되는 것이다. 둘째, 법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행정심판전치주의를 취하는 경우에는 행정심판절차에서 심판청구인의 목적이 달성됨으로써 행정소송의 단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행정심판을 거침으로써 사실상·법률상의 쟁점이 많이 정리되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심리를 위한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4.특히 도로교통법 제101조의 3(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살펴본다면, 교통관련 행정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는 경우,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므로, 법원으로 하여금 행정기관의 전문성을 활용케 할 필요가 있으며, 도로교통법에 의한 운전면허취소처분은 대량적·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처분이라는 점에서도 행정심판에 의하여 행정의 통일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5.헌법 제107조 제3항 제2문은 ‘결정절차의 타당성이 결정내용의 타당성을 확보해 준다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법절차이며, 사법절차가 준용되지 않는 행정심판절차는 그 결정의 타당성을 담보할 수 없어, 사전적 구제절차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히면서, 행정심판절차가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전심절차가 되지 않도록 이를 사법절차에 준하는 절차로서 형성해야 할 의무를 입법자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심판제도는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인정되는 것이지만, 공정성과 객관성 등 사법절차의 본질적인 요소가 배제되는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무의미한 권리구제절차를 밟을 것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있어서 오히려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107조 제3항은 사법절차에 준하는 객관

성과 공정성을 갖춘 행정심판절차의 보장을 통하여 행정심판제도의 실효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6.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한편으로는 전심절차를 밟음으로써 야기되는 국민의 일반적인 수고나 시간의 소모 등을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제한은 정당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의 제한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 할 수 없다.

7.입법자는 행정심판을 임의적 또는 필요적 전치절차로 할 것인가에 관하여 행정심판을 통한 권리구제의 실효성, 행정청에 의한 자기시정의 개연성, 문제되는 행정처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교통관련 행정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규정한 것은, ‘교통관련 행정처분이 대량으로 행해지는 것으로서 행정의 통일을 기할 필요가 있고, 처분의 적법성여부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된다’는 행정심판사항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나타난 입법자의 결정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권에 위반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문

도로교통법(1999. 1. 29. 법률 제5712호로 개정된 것) 제101조의3(행정소송과의 관계) 이 법에 의한 처분으로서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제기할 수 없다.

행정소송법 제18조(행정심판과의 관계)①취소소송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제1항 단서의 경우에도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1. 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60일이 지나도 재결이 없는 때

2.처분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생길 중대한 손해를 예방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

3. 법령의 규정에 의한 행정심판기관이 의결 또는 재결을 하지 못할 사유가 있는 때

4. 그밖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

③제1항 단서의 경우에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함이 없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1. 동종사건에 관하여 이미 행정심판의 기각재결이 있은 때

2.서로 내용상 관련되는 처분 또는 같은 목적을 위하여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처분중 어느 하나가 이미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친 때

3.행정청이 사실심의 변론종결후 소송의 대상인 처분을 변경하여 당해 변경된 처분에 관하여 소를 제기하는 때

4. 처분을 행한 행정청이 행정심판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잘못 알린 때

④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사유는 이를 소명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2. 6. 26. 90헌바25 , 판례집 4, 343

헌재 1993. 7. 29. 90헌바35 , 판례집 5-2, 14

당사자

청 구 인 소○영

대리인 변호사 소칠룡

당해사건 대구지방법원 2001구91 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2000. 12. 3. 23:00경 혈중 알코올 농도 0.110%의 주취상태로 운전했다는 이유로 대구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2000. 12. 19.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을 받고, 대구지방법원에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2001구

91)을 제기하면서 같은 법원에 위 처분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2001아7)을 하여 위 가처분신청에 대하여는 이를 인용하는 가처분결정을 받았다.

(2)한편, 1999. 1. 29. 행정심판의 필요적 전치주의를 규정하는 도로교통법 제101조의 3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자동차운전면허취소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쳐야 하는데, 청구인 및 그 대리인은 이러한 법률개정사실을 모르고 이 사건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경과하도록 행정심판을 제기하지 않아 행정심판법 제18조 제1항의 심판청구기간을 도과하여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위 본안소송 계속 중에 ‘행정심판을 거치지 아니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101조의 3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대구지방법원에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대구지방법원 2001아253)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1. 5. 31. 위 신청을 기각하자, 청구인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2001. 6. 9.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도로교통법(1999. 1. 29. 법 제5712호로 개정된 것) 제101조의 3(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규정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로교통법 제101조의 3(행정소송과의 관계) 이 법에 의한 처분으로서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제기할 수 없다.

행정소송법(1994. 7. 27. 법률 제4770호로 개정되어 1998. 3. 1. 시행된 것) 제18조(행정심판과의 관계)① 취소소송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제1항 단서의 경우에도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1.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60일이 지나도 재결이 없는 때

2.처분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생길 중대한 손해를 예방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

3.법령의 규정에 의한 행정심판기관이 의결 또는 재결을 하지 못할 사유가 있는 때

4.그 밖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

③제1항 단서의 경우에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함이 없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1.동종사건에 관하여 이미 행정심판의 기각재결이 있은 때

2.서로 내용상 관련되는 처분 또는 같은 목적을 위하여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처분중 어느 하나가 이미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친 때

3.행정청이 사실심의 변론종결 후 소송의 대상인 처분을 변경하여 당해 변경된 처분에 관하여 소를 제기하는 때

4.처분을 행한 행정청이 행정심판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잘못 알린 때

④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사유는 이를 소명하여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경찰청장은 행정심판에 의하여 국민의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하다고 하나,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경우 실제의 현실은 이와 다르며, 오히려 필요적 전치규정은 국민의 편의를 실질적으로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동차운전면허가 취소되면 당장 운전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일단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취소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은 법원에 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제기한 후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해야 한다. 이 경우 행정심판은 사실상 불필요하지만 단지 필요적 전치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어느 면에서는 행정심판의 필요적 전치주의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헌법 제27조의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2)운전면허취소사건에 관한 한, 행정법원은 경찰청 못지 않게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고, 경찰청의 전문지식은 그가 제출하는 답변서와 증거자료로 충분히 반영되고 있으므로, 경찰청이 필요적 전치조항의 신설이유로서 들고 있는 ‘경찰청의 자율성 및 능률의 확보’라는 것은, 잘못 운용되면 국민의 권리구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행정편의만 중시될 수 있다.

나. 경찰청장의 의견

(1)도로교통법에 의한 운전면허취소처분은 대량적·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처분으로서 행정심판에 의하여 행정의 통일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불복이 있는 경우 공정성확보를 위하여 제3의 독립기관인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서 행정심판의 심리·재결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행정심판의 필요적 전치주의를 존치시킬 필요성이 인정된다.

(2)2001년 한해 동안 운전면허취소처분으로 인한 행정심판청구건수는 전체 행정심판건수의 약 70%에 해당하는 9천여 건에 이르는데, 만일 행정심판의 임의적 전치주의를 채택할 경우 법원의 업무부담이 가중되며 소송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특히 2001년도 행정심판 인용율이 28%임을 감안할 때,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소송비용의 낭비와 법원의 업무부담이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

(3)운전면허취소처분과 같이 비교적 경미하며 대량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하여는 1차적으로 행정심판을 통하여 걸러냄으로써,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전문인력을 활용하고, 법원의 입장에서는 좀더 심층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교통관련 행정처분과 같이 전문성과 기술성이 강한 경찰작용에 대하여 교통전문가 등이 심리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결정을 내리고 신속한 구제조치를 함으로써 경찰행정의 자율성과 능률의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3. 판 단

가.행정심판의 기능 및 행정심판 전치주의에 관한 법규정의 변천

(1)헌법 제107조 제3항 제1문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행정심판을 할 수 있다.”고 하여 행정심판의 헌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행정심판이라 함은 행정청의 위법·부당한 처분 또는 부작위에 대한 불복에 대하여 행정기관이 심판하는 행정쟁송절차를 말한다.

행정심판의 기능 및 존재이유로서는 첫째, 행정청에게 먼저 재고와 반성의 기회를 주어 행정처분의 하자를 자율적으로 시정하도록 하는 ‘자율적 행정통제’의 기능, 둘째, 행정의 전문·기술성이 날로 증대됨에 따라 행정기관의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는 기능, 셋째, 분쟁을 행정심판단계에서 해결하도록 함으로써 분쟁해결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법원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는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2)헌법 제107조 제3항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행정심판을 할 수 있다. 행정심판의 절차는 법률로 정하되,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행정심판을 행정소송의 전치절차로 할 것인가 아니면 임의절차로 할 것인가’

의 문제를 비롯하여 행정심판절차의 구체적 형성을 입법자에게 맡기면서, 다만 ‘행정심판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만 기능하여야 한다’는 것과 ‘행정심판절차에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함으로써, 입법적 형성의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1984년 행정소송법에서는 취소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반드시 행정심판을 거치도록 하는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채택하였으나, 1994. 7. 27. 개정되어 1998. 3. 1.부터 시행된 행정소송법은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폐지하여 행정심판을 원칙적으로 임의적인 절차로 하였고, 다만, 다른 개별법률에서 취소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필요적으로 행정심판을 거치도록 규정한 경우에 한하여 행정심판을 필요적 전치절차로 하였다(제18조 제1항). 개정 행정소송법이 행정심판을 임의절차로 전환한 것은 행정심판이 실효성있는 권리구제절차가 되고 있지 못함에도 행정소송의 제기 전에 행정심판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함으로써 행정소송을 통한 권리구제를 지연시키는 역기능이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일반적 행정심판전치주의는 폐지되고, 조세부과처분, 도로교통법상의 처분 등과 같이 대량적으로 행해지는 처분으로서 행정의 통일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거나, 행정처분의 특성상 전문적·기술적 성질을 가지는 것 등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개별법률에서 필요적 전치주의를 채택하였다.

(3)자동차운전면허취소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함에 있어서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쳐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법률은 그 동안 필요적 전치주의를 택하였다가 1998. 3. 1. 개정 행정소송법이 시행되면서 임의적 전치주의로 변경되었고, 1999. 1. 29. 도로교통법 제101조의3 규정이 신설됨으로써 다시 필요적 전치주의로 변경되었다.

나. 재판청구권의 침해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도로교통법에 의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행정소송법상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는데 일종의 제약을 가하고 있으며, 이로써 헌법 제27조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국민으로서는 그가 원하지 않더라도 법원의 본안판결을 받기 위하여 반드시 행정심판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를 위하여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소모해야 하는 것이고, 특히 본인에게 불리한 재결이 있는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그러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헛된 것일 뿐 아니라 권리의 구제가 지연되기도 한다. 특히 행정심판

을 청구하여도 집행이 정지되는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행정심판을 강제하는 것은, 청구인의 경우와 같이 집행의 정지를 위하여 별도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입법형성권의 한계로서의 ‘효율적인 권리보호’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법원이 법률에 기속된다는 당연한 법치국가적 원칙을 확인하고, ‘법률에 의한 재판, 즉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재 1992. 6. 26. 90헌바25 , 판례집 4, 343, 349; 1993. 7. 29. 90헌바35 , 판례집 5-2, 14, 31 참조). 이로써 위 헌법조항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에 의하여 형성된 현행 소송법의 범주 내에서 권리구제절차를 보장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재판청구권의 실현이 법원의 조직과 절차에 관한 입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입법자는 청구기간이나 제소기간과 같은 일정한 기간의 준수, 소송대리, 변호사 강제제도, 소송수수료규정 등을 통하여 원칙적으로 소송법에 규정된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소송의 주체, 방식, 절차, 시기, 비용 등에 관하여 규율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제27조 제1항은 권리구제절차에 관한 구체적 형성을 완전히 입법자의 형성권에 맡기지는 않는다. 입법자가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제공할 뿐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권리구제절차의 개설은 사실상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판청구권은 법적 분쟁의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적어도 한번의 권리구제절차가 개설될 것을 요청할 뿐 아니라 그를 넘어서 소송절차의 형성에 있어서 실효성있는 권리보호를 제공하기 위하여 그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을 갖출 것을 요청한다. 비록 재판절차가 국민에게 개설되어 있다 하더라도, 절차적 규정들에 의하여 법원에의 접근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방법으로 어렵게 된다면, 재판청구권은 사실상 형해화될 수 있으므로, 바로 여기에 입법형성권의 한계가 있다.

(2)행정심판 전치주의 규정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침해여부

입법자는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충족시켜야 비로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

록 소송절차를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으나, 절차적 요건으로 인하여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합리적인 이유로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는 제한을 받는다면,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인정된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규정한 것이 합리적인 공익상의 이유에 의하여 정당화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가)우선,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정당화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심판절차는 통상의 소송절차에 비하여 간편한 절차를 통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리구제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행정청이 스스로 처분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이를 취소함으로써 법적 분쟁이 법원의 소송에 이르기 전에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으므로, 당사자는 신속하고 간편한 절차에 의하여 그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행정심판을 통하여 심판청구의 대상인 처분이나 부작위의 적법성 여부뿐이 아니라 법원이 판단할 수 없는 당·부당의 문제에 관해서도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므로, 국민에게 보다 유리하다. 궁극적으로 행정심판은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사전절차를 통하여 원칙적으로 권리구제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강화되는 것이다. 둘째, 법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행정심판전치주의를 취하는 경우에는 행정심판절차에서 심판청구인의 목적이 달성됨으로써 행정소송의 단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행정심판을 거침으로써 사실상·법률상의 쟁점이 많이 정리되기 때문에 행정소송의 심리를 위한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즉 행정심판제도는 불필요한 소송을 방지하는 동시에 쟁점, 증거 등을 정리하게 하여 법원의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하여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살펴본다면, 교통관련 행정처분의 적법성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는 경우,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되므로, 법원으로 하여금 행정기관의 전문성을 활용케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도로교통법에 의한 운전면허취소처분은 대량적·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처분에 해당하며 2001년 운전면허취소처분으로 인한 행정심판청구건수는 전체 행정심판건수의 약 70%에 이른다는 점에서도, 행정심판에 의하여 행정의 통일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한편, 이와 같은 행정심판제도의 필요성과 장점은 ‘행정심판절차가 권리구제절차로서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가지고 기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

이다. 그런데 행정심판에 있어서는 독립된 제3자가 아니라 행정기관 스스로가 심판기관이 되므로, 독립적이고 공평한 제3자인 법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재판에 비하여 행정기관의 결정은 그 공정성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행정심판제도가 진정한 권리구제제도로서 재판의 전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 행정심판제도는 행정청의 자기행위에 대한 정당화 수단으로만 이용될 뿐, 국민의 권리구제제도로서 실효성을 지니기 어렵게 때문에 오히려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리 헌법은 이에 대처하여 제107조 제3항 제2문에서 “행정심판의 절차는 법률로 정하되,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고 하여 행정심판절차에 사법절차가 준용될 것을 요청함으로써, 행정심판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즉 위 헌법규정은 ‘결정절차의 타당성이 결정내용의 타당성을 확보해 준다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법절차이며, 사법절차가 준용되지 않는 행정심판절차는 그 결정의 타당성을 담보할 수 없어, 사전적 구제절차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히면서, 행정심판절차가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전심절차가 되지 않도록 이를 사법절차에 준하는 절차로서 형성해야 할 의무를 입법자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심판제도는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인정되는 것이지만, 공정성과 객관성 등 사법절차의 본질적인 요소가 배제되는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무의미한 권리구제절차를 밟을 것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있어서 오히려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107조 제3항은 사법절차에 준하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행정심판절차의 보장을 통하여 행정심판제도의 실효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소송법 제18조 제2항 내지 제4항의 적용을 받음으로써 행정심판 전치주의에 대한 다양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사자가 예외 사유를 소명한다면(행정소송법 제18조 제4항), 일정한 경우에는(예컨대 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60일이 지나도 재결이 없는 때 또는 중대한 손해를 예방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 등) 행정심판을 제기하면 행정심판의 재결없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행정소송법 제18조 제2항), 일정한 경우에는(예컨대 동종사건에 관하여 이미 행정심판의 기각재결이 있은 때 또는 처분을 행한 행정청이 행정심판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잘못 알린 때 등) 행정심판을 제기함이 없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

는 것이다(행정소송법 제18조 제3항).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교통관련 행정처분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다시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도입하였으나, 구제절차로서의 행정심판의 실효성 여부와 관계없이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한 행정심판을 형식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의 단점을 보완하여 행정심판이 실효성있는 권리구제절차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라)행정심판의 전치요건은 행정소송 제기이전에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갖추면 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이므로(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누176 판결 등), 심사청구와 동시에 혹은 그 전에라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소제기 후에도 전치의 요건을 용이하게 보완할 수 있어, 전치요건을 구비하면서도 행정소송의 신속한 진행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헌재 2000. 2. 24. 99헌바17 등, 판례집 12-1, 239, 247-248; 2000. 6. 1. 98헌바8 , 판례집 12-1, 590, 605).

(마)위에서 서술한 관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한편으로는 전심절차를 밟음으로써 야기되는 국민의 일반적인 수고나 시간의 소모 등을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제한은 정당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의 제한에 해당하는 것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 할 수 없다.

다.헌법 제107조 제3항의 위반여부(사법절차의 준용여부)

헌법 제107조 제3항은 “재판의 전심절차로서 행정심판을 할 수 있다. 행정심판의 절차는 법률로 정하되,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은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규정한 것 그 자체의 위헌성 여부이지, 행정심판의 구체적 절차를 규정하는 ‘행정심판법’ 전체 또는 그 개별조항이 헌법상의 요청에 부합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므로, 이 사건에서 헌법 제107조 제3항을 심사기준으로 하여 ‘행정심판절차에 사법절차가 준용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을 불필요하다.

라. 평등권의 위반여부

입법자는 1994. 7. 27.의 법률개정을 통하여 행정심판을 원칙적으로 임의적인 전치절차로 전환하면서, 도로교통법에 의한 처분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행정심판을 필요적 전치절차로 규정하였으므로, 입법자의 이러한 결정이 자

의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입법자는 행정심판을 임의적 또는 필요적 전치절차로 할 것인가에 관하여 행정심판을 통한 권리구제의 실효성, 행정청에 의한 자기시정의 개연성, 문제되는 행정처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교통관련 행정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 전치주의를 규정한 것은, ‘교통관련 행정처분이 대량으로 행해지는 것으로서 행정의 통일을 기할 필요가 있고, 처분의 적법성여부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 전문성과 기술성이 요구된다’는 행정심판사항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대량적으로 행해지는 처분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으며 현대행정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이 전문기술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으나, 입법자가 행정심판 전치주의의 도입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 더욱이 입법자가 헌법 제107조 제3항의 요청에 따라 행정심판절차를 준사법절차로서 형성함으로써 국민의 간편하고도 경제적인 권리구제절차로서 행정심판의 기능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이상, 어떠한 경우에 국민으로 하여금 먼저 행정심판을 거치게 할 것인지에 관하여 결정하는 것은, 그 결정이 명백히 자의적인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나타난 입법자의 결정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평등권에 위반되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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