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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5. 9. 24. 선고 2014헌바453 판례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판례집27권 2집 597~60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사실상의 관계를 포함하여 4촌 이내의 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강간을 가중처벌하는‘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조 제1항, 제4항 중‘4촌 이내의 인척’부분 및 제5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강간범행의 피해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경험할 수 있고, 그 후유증으로 장기간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강간죄를 4촌 이내의 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범할 경우에는 친족관계라는 특별한 신뢰관계를 해치는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이러한 범행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관련된 가족 내지 친족관계를 근간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또한 4촌 이내의 가까운 인척을 상대로 한 강간범행은 일반적으로 그 자체로서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는 반인륜적인 범죄인 점 등에 있어서는 동거·보호·부양 여부 또는 친소(親疎)관계에 따라 반드시 구별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사실상의 친족관계는 그 실질에서 이미 친족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강간범행이 사실상의 친족관계에서 발생했다 하더라도 불법성, 죄질 등을 달리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제5조(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①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③ 생략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한다.

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된 것)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참조판례

헌재 2005. 7. 21. 2003헌바98 , 판례집 17-2, 34

헌재 2005. 12. 22. 2005헌마19 , 판례집 17-2, 785

헌재 2006. 6. 29. 2006헌가7 , 판례집 18-1하, 185

헌재 2006. 12. 28. 2005헌바85 , 판례집 18-2, 621

헌재 2008. 4. 24. 2007헌가20 , 판례집 20-1상, 426

헌재 2010. 3. 25. 2009헌마170 , 판례집 22-1상, 535

헌재 2013. 7. 25. 2012헌바320 , 판례집 25-2상, 212

당사자

청 구 인임○석대리인 변호사 김재성

당해사건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14고합5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간)

주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조 제1항, 제4항 중‘4촌 이내의 인척’부분 및 제5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친형의 사실혼 배우자를 강간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에서 2014. 10. 30.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을 선고받은 후(2014고합5), 2015. 2. 4.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을 선고받고[서울고등법원(춘천) 2014노232] 그 형이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위 제1심 계속 중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한 처벌조항인‘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5조 제1항, 제4항 및 제5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14초기52), 2014. 11. 1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당해사건의 피해자는 청구인의 친형과 사실상 배우자 관계에 있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청구인에게 적용된 부분인‘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개정된 것, 이하‘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 제4항 중‘4촌 이내의 인척’부분 및 제5항(이하‘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5조(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①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한다.

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친족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

[관련조항]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들이 일반적인 강간 범행보다 2배 이상의 법정형을 부과할 정도의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의붓아버지와 자녀의 관계 등 친권자에 유사

한 권위를 가진 어른과 미성년자의 관계나 동거하는 가족관계와 같이 강간 범행에서‘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가능해지는 구조적 상황을 전제해야 한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들은 이와 같은 제한 없이 단지‘친족’이기만 하면 그러한 행위의 불법성이 가중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5항은 친족의 범위를‘사실상의 친족’까지 확대하여 광범위한 처벌의 위험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친족이라는 점 외에 위와 같은 추가적인 구성요건이 전제되지 않는 한, 친족이기 때문에 만남이 잦아지고 예기치 못한 범행의 가능성 및 피해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등의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 직장이나 사회 동료, 선후배 사이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이 강간 범행의 가해자를 피해자의‘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을 하는 것은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와의 사이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4.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심판대상조항들은 사실상의 관계를 포함하여 4촌 이내의 인척이기만 하면 그와 같은 관계에 있는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를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바, 이와 같은 처벌의 범위와 정도가 죄질과 책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규정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청구인은 지인이나 친구, 직장이나 사회의 동료 및 선후배 관계에서도 친족관계와 같이 특별한 신뢰관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들 사이에서의 차별 취급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도 주장하나, 이는 심판대상조항들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다루어지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법정형과 입법형성권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의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

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는 등 헌법상의 평등원칙 및 비례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2006. 6. 29. 2006헌가7 ; 헌재 2006. 12. 28. 2005헌바85 ; 헌재 2013. 7. 25. 2012헌바320 등 참조).

(2) 가중된 불법과 비난가능성

혼인과 혈연에 의하여 형성되는 친족관계는 사랑과 신뢰, 존경이 그 기반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러한 친족 내지 가족에 있어서의 자연적·보편적 신뢰관계는 친족관계는 물론 사회를 유지·발전시키는 기본질서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형법상 보호되어야 할 가치이며, 혼인과 혈연을 고리로 형성되는 친족관계의 속성상 필요한 때 또는 어떤 입법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 법은 친족 간의 신분이나 재산 그 밖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일정한 자유를 제약하거나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헌재 2005. 12. 22. 2005헌마19 ; 헌재 2010. 3. 25. 2009헌마170 참조).

강간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데,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피해자들은 심각한 정신적·정서적 장애를 경험할 수도 있고 그 후유증으로 장기간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강간죄를 친족관계, 특히 4촌 이내의 혈족이나 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범할 경우에는 친족관계라는 특별한 신뢰관계를 해치는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남기게 된다.

또한, 위와 같은 친족성폭력범죄의 피해자는 서로 신뢰하고 보호해 주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기만당하고 성적으로 이용당하였다는 사실에 깊은 좌절감에 빠져 대인관계에 어려움과 소외감을 갖게 되며, 친족에 의한 피해가 배우자나 애인 등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 비난에 대한 두려움, 그로 인한 혼란, 죄의식 등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하여 피해자는 극단적인 경우 자살 등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성에 대한 혐오감과 거부감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다.

나아가 친족관계에서의 강간 행위는 피해자 개인의 차원을 넘어 관련된 가족 내지 친족관계를 근간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혼인과 혈연에 의한 친족관계는 가정 및 그와 밀접하게 연관된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든 개인의 삶에 기초적이고 중요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강간하는 행위는 한 가정 내지 친족관계를 파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주는 것으로서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이 보호하는 법익의 중대성, 친족성폭력범죄의 특수성 및 그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의 정도, 이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친족관계에서의 강간죄에 대하여 입법자가 동료나 선후배 관계 등 일반의 신뢰관계와 달리‘7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을 정한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그것이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

(3) 친족의 유형에 따른 법정형의 개별화 가능성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를 요청하는 책임주의원칙의 요청에 따라 동거하지 않거나 보호·부양하지 않는 친족 또는 왕래가 적은 친족 등에 대해서는 법정형을 가볍게 하는 등의 처벌을 개별화하여야 하는지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4촌 이내의 가까운 인척을 상대로 한 강간범행은 일반적으로 그 자체로서 피해자와 친족 구성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는 반인륜적인 범죄인 점, 신뢰에 기반을 둔 친족관계 자체를 파괴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이용하여 범행을 보다 용이하게 저지를 수 있다는 점 등에 있어서는 동거·보호·부양 여부 또는 친소(親疎)관계에 따라 반드시 구별된다고 볼 수 없다. 동거하지 않거나 왕래가 적고 서로 간에 보호·부양 관계에 있지 않을지라도 존속에 대한 강간행위나 미성년자인 친족에 대한 강간행위 등과 같이 죄질과 비난가능성이 더욱 무거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한편, 사실상의 친족관계는 그 실질에서 이미 친족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0. 2. 8. 선고 99도5395 판결 등 참조), 강간범행이 사실상의 친족관계에서 발생했다 하더라도 보호법익의 중대성과 불법성, 죄질 등에 있어서 법률상 친족관계에서의 그것과 달리 보기 어렵고, 이로써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법관의 양형재량에 대한 제약 문제

법정형은 법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의 정상에 따라 그에 알맞는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되도록 그 폭을 넓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헌재 2005. 7. 21. 2003헌바98 ; 헌재 2008. 4. 24. 2007헌가20 등 참조).

심판대상조항들에서 정한 유기징역형의 하한이 7년이므로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법관이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지만,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4촌 이내의 인척관계인 사람에 의한 강간죄의 죄질과 비난가능성이 무겁다는 점을 고려하여 작량감경만으로는 법관이 집행유예의 선고를 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그것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양형의 구체적 타당성을 현저히 해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5) 소결

이상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들이 정하는 처벌의 범위와 정도는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여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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