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국어 등의 개념을 정의한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3조, 국어문화의 확산과 국어 정보화의 촉진을 규정한 위 법 제15조 및 제16조, 교과용도서의 어문규범 준수를 규정한 구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되고, 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및‘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항에 대한 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소극)
2. 공문서의 한글전용을 규정한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14조 제1항 및 국어기본법 시행령(2012. 8. 22. 대통령령 제24053호로 개정된 것) 제11조(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이 사건 공문서 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 초·중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선택적으로 받도록 한‘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3호)의‘Ⅱ 학교 급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중 한자교육 및 한문 관련 부분(이하‘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라 한다)이 학생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및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국어기본법 제3조, 제15조, 제16조, 제18조 및‘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제26조 제3항은 한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문자생활을 할 것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한자 사용에 관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없으므로 위 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
2.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은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여 공적 영역에
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확보하고 효율적·경제적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들은 공문서를 통하여 공적 생활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권리 의무와 관련된 사항을 알게 되므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한글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한자어를 굳이 한자로 쓰지 않더라도 앞뒤 문맥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할 수 있으므로 한자혼용방식에 비하여 특별히 한자어의 의미 전달력이나 가독성이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은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현재 한글전용이 보편화되어 있어 대부분의 문서와 책, 언론기사 등이 한글 위주로 작성되어 있고, 한자는 한글만으로 뜻의 구별이 안 되거나 생소한 단어의 경우 그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부기하는 정도로만 표기되고 있다. 한자어는 굳이 한자로 쓰지 않더라도 앞뒤 문맥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정 낱말이 한자로 어떻게 표기되는지를 아는 것이 어휘능력이나 독해력, 사고력 향상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요즘에는 인터넷이 상용화되어 한글만 사용하더라도 지식과 정보 습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한자를 국어과목의 일환이 아닌 독립과목으로 편제하고 학교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가르치도록 하였다고 하여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이나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안창호의 이 사건 공문서 조항에 대한 보충의견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은 그 직무유형에 따라 근무영역에 속한 것인지 아니면 직무수행영역에 속한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또한 그러한 불이익이 직무수행영역에서 발생한 경우라도 공무원의 인격권 등에 심대한 침해가 있을 수 있고, 개인의 지위와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국가기관 등의 지위와 관련된 것인지 역시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공무원이 ‘국가기관 등의 지위에서’ 또는 ‘국가기관 등을 대신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지위에서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경우에는,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는 공무원이 직무수행영역에서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에서 공무원인 청구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표기방식대로 공문서를 작성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고, 이는 공무원이 직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의 의사표현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개인적 불이익이므로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될 수 있다.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에 대한 반대의견
한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 사상을 담고 있는 우리 문화의 주요 구성요소이며, 우리말 중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또한 한자 학습을 통하여 사고력·응용력·창의력을 기를 수 있고, 동아시아에서의 문화적 연대를 확산시킬 수 있으므로, 공교육 과정에서 한자 내지 한문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아이들의 연령과 발달수준을 고려하여 적절한 한자교육의 시기를 정할 필요가 있다. 중고등학생은 초등학생과 달리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해와 사용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이므로 한자교육이 한글학습이나 기초적인 언어습관 형성에 혼란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적절한 수준의 한자교육은 학생들의 교육적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적어도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에 대하여는 한문을 필수교과로 편제하여 일정 시간 이상 가르치도록 함으로써, 공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자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한자교육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중고등학교에서 한문을 선택과목으로 규정하고 있어 한문과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은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공교육을 통해 한자를 배울 기회가 전혀 없다. 공교육과정에서 영
어과목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교해보더라도, 오히려 우리의 전통·문화와 더욱 깊은 관계가 있는 한자 내지 한문에 대한 교육은 그 비중이 지나치게 낮게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한자 내지 한문교육을 통하여 인격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문
구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되고, 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교과용 도서의 어문규범 준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초ㆍ중등교육법」 제29조에 따른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거나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경우에는 어문규범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할 수 있다.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
2. “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
3. “어문규범”이란 제13조에 따른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제정한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 국어 사용에 필요한 규범을 말한다.
4.“국어능력”이란 국어를 통하여 생각이나 느낌 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해하는 데에필요한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등의 능력을 말한다.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14조(공문서의 작성) ①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
② 생략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15조(국어문화의 확산)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바람직한 국어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또는 전광판 등을 활용한 홍보와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②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는 국민의 올바른 국어 사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16조(국어 정보화의 촉진)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국어를 통하여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국어 정보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인터넷 및 원격정보통신서비스망 등 정보통신망을 활용하는 국민이 국어를 편
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③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국민이 국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국어기본법 시행령(2012. 8. 22. 대통령령 제24053호로 개정된 것) 제11조(공문서의 작성과 한글 사용) 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작성할 때 괄호 안에한자나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는 경우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2.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新造語)를 사용하는 경우
③ 교과용도서를 편찬하거나 발행하는 자는 「국어기본법」 제18조에 따른 어문규범을 준수하여야 한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3호)의 Ⅱ 학교 급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1. 초등학교
나. 편제와 시간 배당
(1) 편제
(가)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한다.
① 교과(군)는 국어, 사회/도덕, 수학, 과학/실과, 체육, 예술(음악/미술), 영어로 한다. 다만, 초등학교 1, 2학년의 교과는 국어, 수학,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로 한다.
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점
(6) 정보통신활용교육, 보건교육, 한자교육 등은 관련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2. 중학교
나. 편제와 시간 배당 기준
(1) 편제
(가) 중학교 교육과정은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한다.
① 교과(군)는 국어, 사회(역사 포함)/도덕, 수학, 과학/기술·가정, 체육, 예술(음악/미술), 영어, 선택으로 한다. 선택은 한문, 정보, 환경과 녹색성장, 생활 외국어(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베트남어), 보건, 진로와 직업 등 선택 과목으로 한다.
3. 고등학교
나. 편제와 단위 배당 기준
(1) 편제
(나) 교과는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로 한다.
① 보통 교과는 기본 과목과 일반 과목, 심화 과목으로 구분한다. 보통
교과 영역은 기초, 탐구, 체육·예술, 생활·교양으로 구성하며, 교과(군)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역사/도덕 포함), 과학, 체육, 예술(음악/미술), 기술·가정/제2외국어/한문/교양으로 한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1. 헌재 2009. 5. 28. 2006헌마618 , 판례집 21-1하, 746, 753
당사자
청 구 인감○연 외333인대리인 법무법인 신촌담당변호사 김문희
주문
1.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14조 제1항, 국어기본법 시행령(2012. 8. 22. 대통령령 제24053호로 개정된 것) 제11조,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3호)의 ‘Ⅱ 학교 급별 교육과정편성과 운영’ 중 한자교육 및 한문 관련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초등학교 입학예정인 아동과 그 부모, 초·중등학교 재학생과 그 부모, 초·중등학교의 교사 및 교장, 출판사대표, 교과서집필자, 공무원, 기타 일반 시민인 자들이다.
나. 청구인들은, 한자어가 한국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말의 정확한 이해와 사용을 위해서는 한자 사용이 필수적임에도 ① 국어기본법 제3조, 제15조, 제16조에서 한글 전용·한자배척의 언어생활을 강요하고, ②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에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공문서를 한글로만 작성하도록 하고 있으며, ③ 국어기본법 제18조,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 제3항에서 초·중등학교의 교과용도서에 한자혼용을 금지하고 있고, ④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3호) 중 “학교 급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부분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선택적으로 받도록 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10. 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중 “학교 급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부분 전체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이 다투는 부분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선택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전체 교과과목 중 한자 내지 한문 관련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14조 제1항, 제15조, 제16조, ② 구 국어기본법(2011. 4. 14. 법률 제10584호로 개정되고, 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③ 국어기본법 시행령(2012. 8. 22. 대통령령 제24053호로 개정된 것) 제11조(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 ④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된 것) 제26조 제3항(이하 ‘이 사건 교과용도서 규정’이라 한다), 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3호)의 ‘Ⅱ 학교 급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중 한자교육 및 한문 관련 부분(이하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
2. “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
3. “어문규범”이란 제13조에 따른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제정한 한
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 국어 사용에 필요한 규범을 말한다.
4.“국어능력”이란 국어를 통하여 생각이나 느낌 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등의 능력을 말한다.
제14조(공문서의 작성) ①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
제15조(국어문화의 확산)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바람직한 국어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또는 전광판 등을 활용한 홍보와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②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는 국민의 올바른 국어 사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16조(국어 정보화의 촉진)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국어를 통하여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국어 정보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인터넷 및 원격정보통신서비스망 등 정보통신망을 활용하는 국민이 국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③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국민이 국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18조(교과용 도서의 어문규범 준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초·중등교육법」 제29조에 따른 교과용 도서를 편찬하거나 검정 또는 인정하는 경우에는 어문규범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협의할 수 있다.
제11조(공문서의 작성과 한글 사용) 법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공공기관의 공문서를 작성할 때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는 경우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2.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新造語)를 사용하는 경우
제26조(수정) ③ 교과용도서를 편찬하거나 발행하는 자는 「국어기본법」 제18조에 따른 어문규범을 준수하여야 한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3호)Ⅱ 학교 급별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1. 초등학교
나. 편제와 시간 배당
(1) 편제
(가)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한다.
①교과(군)는 국어, 사회/도덕, 수학, 과학/실과, 체육, 예술(음악/미술), 영어로 한다. 다만, 초등학교 1, 2학년의 교과는 국어, 수학,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로 한다.
다. 초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점
(6)정보통신활용교육, 보건교육, 한자교육 등은 관련 교과(군)와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2. 중학교
나. 편제와 시간 배당 기준
(1) 편제
(가) 중학교 교육과정은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한다.
① 교과(군)는 국어, 사회(역사 포함)/도덕, 수학, 과학/기술·가정, 체육, 예술(음악/미술), 영어, 선택으로 한다. 선택은 한문, 정보, 환경과 녹색성장, 생활 외국어(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베트남어), 보건, 진로와 직업 등 선택 과목으로 한다.
3. 고등학교
나. 편제와 단위 배당 기준
(1) 편제
(나) 교과는 보통 교과와 전문 교과로 한다.
① 보통 교과는 기본 과목과 일반 과목, 심화 과목으로 구분한다. 보통 교과 영역은 기초, 탐구, 체육·예술,생활·교양으로 구성하며, 교과(군)는 국어, 수학, 영어,사회(역사/도덕 포함), 과학, 체육, 예술(음악/미술), 기술·가정/제2외국어/한문/교양으로 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국어기본법 제3조는 제2호에서 국어를 표기하는 문자를 한글로만 한정짓고 한자를 배제하였으며, 제3호에서 한글 맞춤법만 언급하고 있을 뿐 한자에 관한 어문규범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제4호에서 읽기 쓰기의 능력은 한글로만 표기된 한국어를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할 뿐 한자 읽기 쓰기 능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한자가 배제된 국어개념을 상정하여 한글 전용·한자배척의 국어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에게 이러한 국어생활을 강요하는 것이다.
국어기본법 제15조, 제16조 역시 이러한 국어 개념을 전제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언론기관 등에게 한자가 배제된 국어사용을 강제하고 있어 일반 국민은 생활 속에서 한자를 접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이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어문생활에 관한 자기결정권, 한자혼용의 어문생활을 누릴 권리, 헌법 제21조의 한자혼용 표현방식에 의한 의사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항 및 이 사건 시행령 조항
위 조항들(이하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이라 한다)은 공적 언어생활에서 한자를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여 한자어의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위 조항들로 인하여 청구인들은 공문서를 한자혼용 방식으로 작성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다. 국어기본법 제18조 및 이 사건 교과용도서 규정
국어기본법상 어문규범이란 한자를 배제한 상태에서의 문자생활에 관한 규범인바, 위 조항들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교과용도서를 편찬, 발행하려는 자로 하여금 교과용도서에 한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한자를 쉽게 접하고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을 박탈당하여 학습권을 침해받고, 교사는 각 담당과목의 기초개념들을 한자를 통해 보다 쉽게 가
르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수업권을 침해받는다. 나아가 한자혼용을 통해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교과용도서의 편찬, 발행업자의 표현수단을 제한함으로써 언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
라.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
한글과 한자는 똑같이 우리말 국어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이고 양자가 분리되어서는 국어가 성립될 수 없음에도,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초·중등학교의 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선택적으로 받도록 함으로써 우리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과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4. 판 단
국어기본법 제15조 및 제16조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나 언론매체 등에게 국어문화 확산과 국어 정보화 촉진을 위한 다양한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을 뿐, 한자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내용이 아니다.
국어기본법 제18조 및 이 사건 교과용도서 규정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교과용 도서를 편찬·발행하는 자에게 어문규범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어문규범이란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제정한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등 국어사용에 필요한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국어기본법 제3조 제3호) 한자사용을 배제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없다. 실제 교과용도서는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문자를 병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조항들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한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문자생활을 할 것’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한자 사용에 관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기본권 침해가능성이 없으므로 위 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공문서 조항에 대한 판단
(1)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은 공적 영역에서 한자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제한한다.
(2)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
(가)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은 공문서를 읽고 쓰기 쉬운 한글로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공적 영역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확보하고 효율적·경제적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면 학력이나 한자 독해력 등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이 공문서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다른 글자와 혼용하여 공문서를 작성하는 것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적게 소요되므로 행정의 효율성 및 경제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나) 한 나라의 문자정책은 최소한의 교육을 받은 국민이면 누구나 일상의 문자생활에 불편이 없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특히 공적인 글은 국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쉬워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나라는 1948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하여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래 이 사건 공문서 조항에 이르기까지 약 70년 동안 공문서의 한글전용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공문서는 공공기관의 정책이나 의사를 국민에게 알리고 그러한 업무처리 결과를 보존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로, 국민들은 공문서를 통하여 공적 생활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권리 의무와 관련된 사항을 알게 되므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한글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한자어라고 하여 한자로만 표기하는 한자혼용방식으로 공문서를 작성하게 되면,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적 영역에서의 정보습득에 어려움을 겪게 함으로써 원활한 의사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다) 청구인들은 한자어는 한자로 적어야 뜻의 정확한 전달과 이해가 가능하므로 한자혼용방식으로 공문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
한다.
그러나 낱말이란 단독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문장 속에 쓰이므로 한자어를 굳이 한자로 쓰지 않더라도 앞뒤 문맥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은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또는 전문용어, 신조어의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한자혼용방식에 비하여 특별히 한자어의 의미 전달력이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고, 일반 국민이 공문서를 읽고 이해함에 있어서도 가독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한자혼용방식의 공문서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한편, 국어기본법 제14조 제2항은 “공공기관 등이 작성하는 공문서의 한글 사용에 관하여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위 법 제14조의 공문서 작성방식에 관한 내용이 ‘공공기관 등이 작성하는 공문서’에 대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행정업무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규정’ 제3조 제1호는 행정기관이 접수한 문서를 공문서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이는 사문서인 민원문서도 행정기관에서 접수한 이후에는 공문서로 취급한다는 것일 뿐, 그렇다고 하여 일반인이 작성하여 제출하는 민원문서까지 제출 당시부터 공문서로 보아 일반 국민에게 공문서 작성방식을 준수하도록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아니다. 실제 공공기관에 문서를 제출하는 국민들이 ‘행정업무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규정’ 제7조 각 항에서 정하고 있는 공문서 작성의 일반원칙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작성한다고 볼 수 없고, 위 작성원칙이 준수되지 않은 문서들이라 하여 공공기관에서 반려되거나 불수리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문서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문서는 ‘공공기관 등이 주체가 되어 작성하는’ 공문서를 말하므로, 일반 국민은 위 조항과 관계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문서를 작성하여 공공기관에 제출할 수 있으며, 특별히 위 조항으로 인하여 의사표현의 방식에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은 ‘공공기관 등이 작성하는 공문서’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일반 국민이 공공기관 등에 접수·제출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문서나 일상생활에서 사적 의사소통을 위해 작성되는 문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마) 그러므로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은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의 내용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초중등학교 국어과목에서 한자를 분리하여 별도의 교과과목으로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관련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한자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한문이 교과 재량활동 중 선택과목(한문, 정보, 환경과 녹색성장, 생활외국어, 보건, 진로와 직업 등)에 편성되어 있어 학교 실정에 따라 재량으로 한문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한문이 보통 교과군(생활·교양)에 속해 있고, 필수 이수단위 범위 내에서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생활·교양과목(기술·가정, 제2외국어, 한문, 교양)을 편성하도록 되어 있다.
(2)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한자를 국어과목에서 분리하여 학교 재량에 따라 선택적으로 가르치도록 하고 있으므로, 국어교과의 내용으로 한자를 배우고 일정 시간 이상 필수적으로 한자교육을 받음으로써 교육적 성장과 발전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을 제한한다.
(나) 또한 학부모는 자녀의 개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자녀의 학교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인생관·사회관·교육관에 따라 자녀를 교육시킬 권리가 있는바(헌재 2016. 2. 25. 2013헌마838 참조),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자녀의 올바른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한자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국어과목 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의 자녀교육권도 제한할 수 있다.
(3) 기본권 침해 여부
(가) 국가는 학교교육에 관한 교육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폭넓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형성함에 있어서도 학생들 각자의 성향이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편성과 운영은 학습자인 학생들의 인격발현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에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영역에서 학생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이나 부모의 자녀교육권은 학생의 교육적 성장과 발전을 통한 행복추구라는 관점에서 그 보장의 중요성이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헌재 2016. 2. 25. 2013헌마838 참조).
(나) 국어교육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어법과 문법에 맞게 사용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교육이며, 다른 모든 과목에서의 지식 습득과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전제가 된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의 어문정책과 문자생활의 흐름에 맞추어 그에 맞는 교육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학생들의 연령과 발달수준을 고려하여 국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적절한 국어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한 후 한글전용정책이 주축을 이루어 왔고, 모든 법령 및 공문서가 한글전용을 원칙으로 하는 등 어려운 한자표기를 쉬운 한글로 고치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현재 우리의 글자생활을 보면 이미 한글전용이 보편화되어 있어, 대부분의 문서와 책, 언론기사 등이 한글 위주로 작성되어 있고, 한자는 한글만으로 뜻의 구별이 안 되거나 생소한 단어의 경우 그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부기하는 정도로만 표기되고 있다. 한자어는 굳이 한자로 쓰지 않더라도 앞뒤 문맥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낱말에 담긴 뜻은 결국 그 단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실제 생활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 낱말이 한자로 어떻게 표기되는지를 아는 것이 어휘능력 향상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독해력이나 사고력의 향상도 근본적으로는 꾸준한 독서와 다양한 경험 등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한자지식이라는 하나의 요소가 학생들의 독해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요즘에는 인터넷이 상용화되어 한글만을 사용하더라도 지식과 정보 습득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한자지식이 부족하더라도 검색 등을 통해 충분히 그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으므로, 한자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한편, 초중등교육의 단계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이나 세계관, 사회관, 인생관 등에 대한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독자적인 생활영역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품성과 보편적인 자질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헌재 1992. 11. 12. 89헌마88 ). 따라서 공교육제도 하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모든 것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다 가르칠 수는 없으며, 공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과목을 우선적으로 정하고 각 과목의 목표와 교육내용, 다른 과목과의 균형, 학생들의 수학 능력과 학습 부담 등을 고려하여 교과목의 편제와 수업시수 등을 적절히 배분하여야 한다.
수천 년간 한자를 사용해 온 우리의 문화나 역사적 특성을 고려할 때, 아이들의 발달수준에 맞는 적절한 내용의 한자교육을 하는 것은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에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재 우리의 문자생활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 한자지식이 학생들의 어휘력이나 독해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 다른 과목과의 균형이나 학생들의 학습부담 등을 고려할 때, 한자를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편제하고 각 학교별로 학생들의 수준이나 학부모의 요구, 학교의 여건 등에 맞추어 재량에 따라 가르치도록 하였다고 하여 이러한 교육부의 판단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통계에 의하면, 현재 전국의 98%의 초등학교에서 교과시간과 연계하거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또는 한자 관련 특색활동 등을 활용하여 한자교육을 하고 있고, 89%의 중학교와 83%의 고등학교에서 한문교과를 선택과목으로 개설하고 있어 상당히 많은 수의 초중등학교에서 한자 내지 한문교육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교육부 내부지침인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에 의하면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현재 교과용도서에는 교과 개념의 이해를 돕고 어휘력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핵심어를 한자로 병기하고 있으므로, 여러 교과과목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한자를 접하고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다.
(라)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가 초중등교육과정에서 한자를 국어과목의 일환으로 가르치지 않고, 한자 내지 한문을 필수과목으로 하지 않았다고 하여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아래 7.과 같은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안창호의 이 사건 공문서 조항에 대한 보충의견
우리는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의 수범자인 공무원이 직무수행과정에서 공문서 작성과 관련하여 기본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지 즉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충의견을 밝힌다.
가. ‘기본권의 주체’의 문제는 누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누가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기본권의 주체성은 헌법재판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과 직결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 즉 기본권의 주체만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기본권의 주체가 아닌 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청구인적격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된다.
기본권의 주체는 크게 자연인과 법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법인의 경우 공법인인지 사법인인지 그리고 기본권의 성질에 따라 기본권의 주체성을 인정할지 여부가 달라진다. 자연인인 경우에는 국민이외에 외국인이나 무국적자에게 어느 범주까지 기본권의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며, 태아와 사자(死者), 그리고 공무원의 경우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범위가 어떠한지가 문제되기도 한다.
한편, 종래 공무원, 군인, 학생, 재소자 등 소위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국민도 일반국민과 같이 기본권의 주체로서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되었었다.
19세기 독일 공법이론의 산물인 특별권력관계이론에 따르면, 국민은 일반국민과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국민으로 구분되고 후자에게는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기본권이란 국가의 침해로부터 사회의 구성원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데, 공무원관계와 같이 개인이 사회에서 이탈하여 국가와의 특별한 권리·의무관계에 들어가는 경우 개인은 기본권의 주체인 ‘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라 ‘국가조직의 일부분’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국민은 기본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어 그에 대한 규율은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법률유보의 원칙 등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현대법치국가에서는 국가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국민에 대하여 기본권보호의 사각지대를 인정한 특별권력관계이론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이론이다. 모든 국가기관이 기본권의 구속을 받는 헌법국가에서 기본권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행위의 영역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나. 대한민국 헌법상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헌법 제7조 제1항).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법인의 기능이나 작용은 국가기관이나 공법인의 기관이 담당하고 국가기관 등의 구체적 활동은 공무원이 수행한다. 이와 같이 공무원은 넓은 의미의 국가 조직영역 내에서 공적 과제를 수행하는 자로서 권한과 관할에 따라 구체적 활동을 하게 되는바, 이러한 경우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직무외의 사적 영역, 예컨대 근무시간 외의 개인적인 생활형성이나 사회적 활동 등에서는 사인으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공무원은 근무영역에서도 개인적인 법적 지위가 문제되는 경우(예를 들면, 근무 중 복장이나 외양 선택)에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즉, 공무원은 넓은 의미의 국가 조직영역 내에서 공적과제를 수행하는 자로서 원칙적으로 기본권의 구속을 받는 위치에 있지만, 이 경우에도 국가 등과의 관계에서 개인적 지위가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으므로 그 한도 내에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에 대해 직무수행과 직접 관련되는 영역, 즉 직무수행영역에서도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법인은 국민과의 관계에서 기본권의 수범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면서 권한과 관할에 근거하여 기능하고, 공무원은 넓은 의미의 국가 조직영역 내에서 공적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서 권한과 관할에 근거하여 활동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을 주장함에 있어 그에 따른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헌법재판소는 국가나 지방자체단체 등 공법인의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언제나 부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법률 기타 공권력 작용이 넓은 의미의 국가 조직영역 내에서 공적 과제
를 수행하는 주체의 권한 내지 직무영역을 제약하는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이 부정될 것이지만, 그것이 일반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헌재 2008. 1. 17. 2007헌마700 참조). 즉, 개인의 지위를 겸하는 국가기관이 기본권의 주체로서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을 가지는지 여부는, 법률 등 공권력작용이 규율하는 기본권의 성격, 국가기관으로서의 직무와 제한되는 기본권 간의 밀접성과 관련성, 직무상 행위와 사적인 행위 간의 구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헌재 2008. 1. 17. 2007헌마700 참조).
라. 공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법인의 공적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국민에 대해 봉사하는 것이지 개인의 자기실현의 수단이 아니다. 공무원이 직무수행영역에서 국가 등과의 관계에서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다면 공직이 주관적 독단과 자기실현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고 자의적인 공권력행사를 가능케 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이념을 훼손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이행되어 온 오늘날의 사회구조 하에서는 국가조직도 능률성, 효율성의 개념을 중시하면서 민간기업의 요소를 도입하고, 그 인적구성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지식·경험·기술로 무장된 관료집단을 필요로 하여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간, 공직과 사직간의 유사성의 증대, 신분적 특성의 동질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리라고 보인다. 이와 같은 사회구조의 변화는 일반인의 공직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바, 공무원에게도 공직이 요구하는 한계를 넘지 않는 한 일반 시민으로서의 자유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보호가치 있는 이익과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헌재 2002. 8. 29. 2001헌마788 등 참조).
그렇다면 공무원은 직무외의 사적 영역이나 근무영역에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직무수행영역이라고 하더라도 공적 과제를 수행하는 ‘국가기관 등의 지위에서’ 또는 ‘국가기관 등을 대신하여’ 그 지위나 이익의 침해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국가 등과 대립하여 개인의 지위에서 기본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할 수 있다.
마.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은 공무원의 직무유형에 따라 근무영역에 속한 것인지 아니면 직무수행영역에 속한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도 있고, 그러한 불이익이 직무수행영역에서 발생한 경우라도 공무원의
인격권 등에 심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직무수행영역에서 발생한 불이익이 개인의 지위와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국가기관 등의 지위와 관련된 것인지 역시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나아가 이 사건 공문서조항처럼 문제되는 법률 기타 공권력 작용의 수범자가 국가기관인 공무원이고 일반국민은 수범자가 아닌 경우 일반국민이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자기관련성 유무가 불분명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직무수행영역에서 발생한 불이익이라고 하여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해버린다면 부당한 법률 기타 공권력 작용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일반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어도 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공무원 개인은 물론 일반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공무원이 ‘국가기관 등의 지위에서’ 또는 ‘국가기관 등을 대신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지위에서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경우에는,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는 공무원이 직무수행영역에서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다만 공무원은 국가 등의 기능이나 작용을 담당하는 국가기관 등으로서 넓은 의미의 국가 조직영역 내에서 공적 과제를 수행하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면서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담하며,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공법상 근무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기본권은 일반국민보다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라고 하여 모든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며, 제한되는 기본권은 그 기본권의 성격, 공무원이 수행하는 공무의 성격 등이 고려된 영역에 한정되어야 하고, 그 역시 공무원의 헌법상 지위, 공법상 근무관계의 목적 및 기능, 국가행정 등의 원활한 운영 및 공익실현과 법률 기타 공권력 작용에 의해 제한되는 기본권과는 비례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은 직무수행영역에서도 개인의 지위에서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인정되어야 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구체적인 기본권의 내용과 성질, 그 제한의 태양과 정도 등을 공익의 실현 등과 교량하여 공무원의 기본권 제한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하여야 하며, 공무원 지위의 헌법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기본권의 제한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아니된다.
바. 그렇다면 공무원의 기본권 주체성 문제는 ‘기본권 주체성 인정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제한의 특수한 형태에 관한 것으로서 ‘기본권 침해가능
성이 있는지’ 또는 ‘기본권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 있는지’의 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공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공문서를 작성하는 공무원은 이 사건 공문서 조항의 직접적 수범자로서 위 조항이 정한 방식에 따라 공문서를 작성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한자혼용 방식으로 공문서를 작성하고자 하는 공무원은 이 사건 공문서 조항으로 인하여 자신이 원하는 표기방식대로 작성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불이익은 공무원이 직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의 의사표현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개인적 불이익이 될 수 있다. 즉 공무원인 청구인은 직무수행영역에서 발생한 개인적 불이익을 다투면서, ‘국가기관 등의 지위에서’ 또는 ‘국가기관 등을 대신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격발현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므로 공무원인 청구인의 기본권 주체성은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7.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한자 관련 고시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한자 내지 한문을 최소한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에 대하여는 필수과목으로 가르쳐야 함에도 중·고등학교에 대하여도 선택과목으로 편제하고 있는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위헌이라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우리 문화의 주요 구성요소인 한자의 기능
한자는 수천 년 동안 우리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오면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사상을 담아내는 도구로서 자리 잡아 왔다. 우리 민족이 사용하여 온 한자는 그 속에 우리만의 고유한 소리와 뜻이 담겨있고 우리의 생각과 정신이 스며있으며, 우리의 과거와 전통,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문화요소이다. 이러한 점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가치관, 세계관에 따라 달라지거나 선택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역사적·문화적 사실이다.
또한 우리말은 한자어와 고유어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한자어가 약 70%를 차지하며, 추상어, 개념어, 학술어, 전문어 등 주요 어휘들은 상당부분 한자어이다. 함축된 뜻을 담고 있는 한자어를 한글로만 이해하는 것과 한자를 통하여 이해하는 것은 그 언어에 담긴 정확한 의미와 어감(語感)을 이해하고 표현함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한자를 알고 있던 사람에게는 그 의미가 이미 머릿속
에 있어 본래의 의미를 인식해 낼 수 있지만,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말의 맥락 속에서만 파악하여 인식하는데 그치고, 이렇게 인식한 한자어를 적절하게 구사하거나 응용하는 데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자어를 고유어로 대체하는 것이 한계가 있고 우리말에서 한자어를 모두 제거할 수 없는 한, 우리말의 정확한 이해와 사용을 위하여 한자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한글이 우리말의 고유어를 표기하는 문자로 더 없이 훌륭하고 과학적인 문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글자생활에서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할 때의 장점과 한자가 가지는 조어력·축약력 등의 특성을 활용한다면 우리의 언어생활이 보다 풍부하고 정확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나. 한자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
우리나라에서 한자교육은 외국 글자를 하나 더 알기 위한 학습이 아니라, 우리말을 더욱 완벽하게 구사하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의 하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살핀 바와 같이 한자지식은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한자어의 정확한 이해와 사용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필수요소로서, 전문서적의 해독이나 학술분야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며, 교육적 성장과 발전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자아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이자 덕목이다.
특히 언어와 이를 표현하는 글자는 사람 사이의 의미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서 사고의 도구로 쓰이므로, 도구의 다양성과 정교함은 사고의 폭과 깊이를 넓히기 위한 중요한 바탕이 된다. 한자는 5천년 동양문화의 지혜가 녹아 있는 문명의 도구로서 함축성과 조어력이 풍부하며, 복잡한 사물의 이치나 추상적인 개념을 압축하여 두세 자의 한자로 표현해 낼 수 있다. 따라서 한자를 통해 한자어를 학습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사고하는 방법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며, 단순히 한자독해력을 갖는 것을 넘어서서 언어적 사고력·응용력·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나아가 한자는 비록 그 음과 형태, 뜻에 차이가 있지만, 동아시아 문화권 국가들의 이해를 촉진하는 공통의 문화코드이며, 상호협력과 교류에 있어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특히 한자는 우리나라와 물적·인적 교류가 가장 활발한 중국, 일본이 상용하고 있는 문자로, 문자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 삼국 간 관계이다. 한자를 통한 문화교류는 과거사·영토·정치 갈등과 관계없이 세 나라 국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으며, 아시아에 강력한 문화적 연대를 확산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2014년 4월 한중일 한자 전문가들이 모여 ‘한중일 공용한자 808자’를 선정한 바 있으며, 한중일 정부 차원에서도 한자를 통한 문화교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위 공용한자 808자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하였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과 우리 전통에 대한 이해, 더 풍부하고 정확하며 바람직한 언어생활, 사고력·응용력 및 창의력 계발, 동아시아에서의 문화적 연대와 국제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서는 공교육과정에서의 한자 내지 한문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다. 한자교육의 시기와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에 대한 판단
(1) 한자교육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으나, 아이들의 연령과 발달수준을 고려하여 적절한 한자교육의 시기를 정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모국어의 기초 낱말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우리글의 기본과 언어 예절, 대화 방법 등 기초적인 언어학습을 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한자교육을 한글교육과 동시에 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중고등학생은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해와 사용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로, 한자교육이 한글학습이나 기초적인 언어습관 형성에 혼란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적절한 수준의 한자교육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전통에 대한 이해와 사고를 기르고, 우리말의 어휘력을 향상시키며, 각 교과과목의 필수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학생들의 교육적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이나 사회에 진출한 후 새로이 한자를 접하고 익히는 것은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최소한 중고등학교에서부터 기본적인 한자지식을 갖추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서는 보다 심화된 내용의 한자 학습과 학문적 연구 등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가는 적어도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에 대하여는 한문을 필수교과로 편제하여 모든 학교에서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 가르치도록 함으로써, 공교육을 받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자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한자교육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른 학습 부담 증가의 우려는 가르칠 한자의 수를 적절히 제한하고 그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습득한 경우에는 그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2) 그런데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중고등학교의 한문과목을 여러 선택과목 중 하나로 지정하고 있어 한문과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공교육을 통해 한자를 배울 기회가 전혀 없다.
한문을 선택과목으로 배우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대학입시 위주로 수업이 운영되는 교육현실을 고려할 때 필수과목에 비해 학습량이나 학습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통계상 80%가 넘는 중고등학교에서 한문을 선택과목으로 가르치고 있고, 중학교 900자, 고등학교 900자를 교육용 기초한자로 선정하여 교육하고 있다고 하나, 이러한 교육을 받고도 대학과 사회에 진출한 젊은 세대들이 한자사용에 불편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공교육과정 속에서 한자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교육과정에서 영어과목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있다. 현재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고등학교 전 과정에서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도록 되어 있고 연간 수업시수도 국어나 수학에 버금가는 수준의 상당히 많은 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이와 비교해보더라도 오히려 우리의 전통·문화와 더욱 깊은 관계가 있고 우리 의식구조의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한자 내지 한문에 대한 교육은 그 비중이 지나치게 낮게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통계상 중학교의 경우 11%, 고등학교의 경우 17%의 학교에서 한문을 선택과목으로도 가르치고 있지 아니하는 등 공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일정부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은 사교육에 의해 한자를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으므로 결국 경제력의 유무에 따라 한자 학습 및 이를 통한 교육적 성장과 자아실현에 있어 형평에도 부합하지 아니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한자 관련 고시는 최소한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에 대하여는 한문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음에도 이를 선택과목으로 편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자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하였고, 그 결과 한자 내지 한문교육을 통하여 인격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