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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7. 8. 31. 선고 2016헌바447 판례집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8조 제1항 위헌소원]
[판례집29권 2집 363~37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소장에 붙일 인지액을 항소장에 붙일 인지액과 같게 정한 민사소송 등 인지법(2009. 5. 8. 법률 제9645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1항같은 법 제3조 전단, 제2조 제1항에 따른 금액이 적용되는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심판대상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소극)

결정요지

1.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에 대하여, 소송 목적의 값에 비례하여 계산한 제1심 소장에 붙여야 할 인지액에 1.5를 곱한 값의 인지를 붙이도록 하는 것은 재판유상주의, 재판 업무의 완성도와 효율성 보장, 확정판결의 법적 안정성 보장을 위해 적합한 수단이다. 인지상한제와 같은 방법으로 인지액을 일률적으로 낮추면 재판유상주의가 후퇴하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는 소송이 늘어나 재판업무의 완성도나 효율성이 떨어질 위험이 있고, 확정판결의 법적 안정성이 후퇴될 우려도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인지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제1심 인지액을 정하는 비율 자체가 낮게 정해져 있고, 개정 전 조항에 비해 항소심 가중치도 낮추어졌으며, 재심에 대한 특별한 가중치도 없다. 아울러 법원이 소송구조제도를 통해 인지액을 납부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은 제1심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보다 법원의 재판을 한 번 더 받

은 사람이고, 항소심의 사법자원은 제1심보다 희소하므로,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제1심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보다 1.5배 많은 인지액을 부담시키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또한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는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청구와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

소송목적의 값과 소송에 투입되는 시간·비용은 단순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 소송목적의 값이 아무리 커지더라도 개별 사건에 국가가 투입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은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으므로, 인지액에도 일정한 상한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은 소송목적의 값이 큰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고, 고액 소송의 피고가 되어 패소한 경우 상소하기도 어렵다. 소송구조제도가 있다고 하여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의 재판청구권에 대한 제한이 실질적으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의 사건 통계에 의하면, 소송목적물이 고액인 소송은 전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적으므로, 인지 상한액을 합리적인 선에서 설정하면 인지 수입액의 감소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고, 제도 운용 성과를 반영하여 순차적으로 상한액을 조정해 나가면 입법목적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의 재판청구권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지액 상한을 적정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정하면 무분별한 소송이나 상소 또는 재심의 제기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제1심 소장에 붙일 인지액을 정하는 부분은 인지액을 제한 없이 커지게 할 수 있으므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재판관 이진성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청구인의 구체적인 기본권 제한정도가 지나치게 과한 것인지 여부는 침해의 최소성 부분보다는 법익의 균형성 부분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많은 선례에서 법익의 균형성에서

다루어야 할 것을 침해의 최소성에서 혼합하여 논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그 성격에 따라 엄격히 구별하고, 법익의 균형성 판단에 집중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의 판단요소를 누락하지 않으면서도 판단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어서 과잉금지원칙을 보다 충실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의 경우 인지상한제와 같이 인지액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입법대안들은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야기하고, 재판유상주의 등 입법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있어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하게 효율적이지 않다. 따라서 인지상한제가 심판대상조항에 비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덜 제한한다 해도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만족시킨다. 다수의견에 제시된 형량요소들을 살펴보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구체적인 재판청구권 제한의 정도는 경미한 반면, 현재의 인지제도를 포기할 경우의 손실은 경미한 것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따라서 인지제도에 관한 입법자의 폭넓은 재량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은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다.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만족시킨다.

심판대상조문

민사소송 등 인지법(2009. 5. 8. 법률 제9645호로 개정된 것) 제8조(재심소장 등)①재심소장에는 심급에 따라 제2조, 제3조 또는 제4조 제1항에 따른 금액에 해당하는 인지를 붙여야 한다.

② 생략

참조조문

민사소송법(2014. 12. 30. 법률 제12882호로 개정된 것) 제98조(소송비용부담의 원칙)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

민사소송법(2014. 12. 30. 법률 제12882호로 개정된 것) 제128조(구조의 요건) ① 법원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소송구조(訴訟救助)를 할 수 있다. 다만, 패소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신청인은 구조의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

③ 소송구조에 대한 재판은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이 한다.

④ 제1항에서 정한 소송구조요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소송구조절차에 관하여 상세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민사소송법(2014. 12. 30. 법률 제12882호로 개정된 것)제129조 (구조의 객관적 범위) ① 소송과 강제집행에 대한 소송구조의 범위는 다음 각호와 같다. 다만,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다음 각호 가운데 일부에 대한 소송구조를 할 수 있다.

1. 재판비용의 납입유예

2. 변호사 및 집행관의 보수와 체당금(替當金)의 지급유예

3. 소송비용의 담보면제

4.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그 밖의 비용의 유예나 면제

② 제1항제2호의 경우에는 변호사나 집행관이 보수를 받지 못하면 국고에서 상당한 금액을 지급한다.

민사집행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제정된 것) 제44조(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 ① 채무자가 판결에 따라 확정된 청구에 관하여 이의하려면 제1심 판결법원에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이의는 그 이유가 변론이 종결된 뒤(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이 선고된 뒤)에 생긴 것이어야 한다.

③ 이의이유가 여러 가지인 때에는 동시에 주장하여야 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4. 2. 24. 93헌바10 , 판례집 6-1, 79, 81헌재 2004. 12. 16. 2003헌바105 , 판례집 16-2하, 505, 513헌재 2006. 5. 25. 2004헌바22 등, 공보 116, 787, 791-793헌재 2011. 8. 30. 2010헌바427 , 판례집 23-2상, 353, 360헌재 2015. 6. 25. 2014헌바61 , 판례집 27-1하, 461, 468

2. 헌재 2006. 5. 25. 2004헌바22 등, 공보 116, 787, 793헌재 2011. 8. 30. 2010헌바427 , 판례집 23-2상, 353, 360, 361

당사자

청 구 인김○용국선대리인 변호사 이공현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2015재나20100북한직파간첩검거유공보상

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청구인은대한민국을상대로4,380,500,000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은 2011. 11. 9. 청구 기각 판결을 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81598), 항소심 법원은 2012. 9. 20. 항소 기각 판결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2나14830). 대법원은 2013. 1. 15. 상고 기각 판결을 하였고(대법원 2012다93480), 이에 따라 위 판결들은 모두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은 2015. 12. 10. 위와 같이 확정된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재나20100).청구인은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인지액 및 송달료 등을 보정하라는 보정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2016. 11. 23. 청구인이 인지액 및 송달료 보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재심소장각하명령을 하였고, 재심소장각하명령은 2016. 12. 3. 확정되었다.

다. 청구인은 재심 소송계속중인 2016. 5. 24. 서울고등법원에 ‘민사소송 등 인지법’(2009. 5. 8. 법률 제9645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인지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카기35). 서울고등법원은 2016. 11. 22. 청구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2016. 12. 1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사람이고 그 소송목적의 값이 4,380,500,000원이므로, 인지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같은 법 제3조 전단, 제2조 제1항에 따라 계산된 금액 상당의 인지를 붙여야 한다. 따라서이사건의심판대상은‘민사소송등인지법’ (2009. 5. 8. 법률 제9645호로 개정된 것) 제8조 제1항같은 법 제3조 전단, 제2조 제1항에 따른 금액이 적용되는 부분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8조(재심소장 등)①재심소장에는 심급에 따라 제2조, 제3조 또는 제4조 제1항에 따른 금액에 해당하는 인지를 붙여야 한다.

[관련조항]

제2조(소장) ① 소장[반소장(反訴狀) 및 대법원에 제출하는 소장은 제외한다]에는 소송목적의 값에 따라 다음 각 호의 금액에 해당하는 인지를 붙여야 한다.

1.소송목적의 값이 1천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50을 곱한 금액

2.소송목적의 값이 1천만 원 1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45를 곱한 금액에 5천원을 더한 금액

3.소송목적의 값이 1억 원 10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40을 곱한 금액에 5만5천원을 더한 금액

4.소송목적의 값이 10억 원인 경우에는 그 값에 1만분의 35를 곱한 금액에 55만5천원을 더한 금액

② 제1항에 따라 계산한 인지액이 1천원 미만이면 그 인지액은 1천원으로 하고, 1천 원 이상이면 100원 미만은 계산하지 아니한다.

③소송목적의값은 「민사소송법」 제26조제1항제27조에 따라 산정(算定)하되, 대법원규칙으로 소송목적의 값을 산정하는 기준을 정할 수 있다.

④ 재산권에 관한 소(訴)로서 그 소송목적의 값을 계산할 수 없는 것과 비(非)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의 소송목적의 값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⑤ 1개의 소로서 비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과 그 소송의 원인이 된 사실로부터 발생하는 재산권에 관한 소송을 병합한 경우에는 액수가 많은 소송목적의 값에 따라 인지를 붙인다.

제3조(항소장, 상고장) 항소장(抗訴狀)에는 제2조에 따른 금액의 1.5배에 해당하는 인지를 붙이고, 상고장(상고장, 대법원에 제출하는 소장을 포함한다)에는 제2조에 따른 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인지를 붙여야 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인지제도는 소송제도 이용에 대한 수수료를 징수하기 위한 것일 뿐이므로, 남소방지는 그 목적이 될 수 없다. 재심은 확정판결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절차인데, 그러한 오류를 범한 당사자인 국가가 피해자인 국민에게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 소송목적의 값에 비례하여 정해진 인지액은 합리적인 수수료로 볼 수 없다. 인지정액제, 인지상한제를 통해 심판대상조항보다 기본권 침해를 완화시킬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경제력이 취

약한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사실상 박탈되는 반면,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수수료 징수에 불과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나. 하급심에 대한 재심이든 상급심에 대한 재심이든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이 소송절차상 보장된 공격방어방법을 이용하여 법원의 재판을 거쳤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양자 사이에 인지액에 차이를 두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와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청구는 모두 항소심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인지액을 달리 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심판대상조항은 인지를 붙이도록 함으로써 재심 청구를 어렵게 하므로,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

인지제도를 포함한 재판제도는 입법자에 의해 구체적인 형태가 결정된다. 입법자에게는 재판제도의 구조와 완비 정도, 인지제도의 연혁,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법의식, 국가의 경제여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인지제도를 설정할 수 있는 폭넓은 재량이 있다.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입법 재량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06. 5. 25. 2004헌바22 등 참조).

(1) 목적의 정당성

심판대상조항은 소송제도를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그 운영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재판유상주의). 심판대상조항에는 불필요한 소송을 억제하여 재판 업무의 완성도와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재심과 같이 국가의 잘못을 다투는 소송 역시 소송인 이상,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정당하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판결에 의해 확정된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목적으로 한다(헌재 2006. 5. 25. 2004헌바22 등 참조).

(2)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에 대하여, 소송 목적의 값에 비례하여 계산한 제1심 소장에 붙여야 할 인지액에 1.5를 곱한 값의 인지를 붙이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소송목적의 값이 큰 경우에는 사건

의 난이도가 높고 소송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소송수행에 따르는 법원의 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상급심은 하급심에 비해 사법자원의 희소성이 있다. 이러한 사정은 재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므로,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방식으로 인지액을 정하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3) 침해의 최소성

현재 우리나라 법원의 인지수입액은 지방법원의 민사 본안사건에만 한정해서 보아도 연간 약 1,700억 원 내외에 이르는데, 이는 사법부 전체의 1년 예산의 약 10%에 해당될 정도로 큰 액수이다. 인지상한제 등 인지 부담을 낮추는 대안을 채택할 경우 경우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인지 수입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일반 국민의 조세부담으로 전가되어 재판유상주의가 상당히 후퇴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이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지상한제 등의 방법으로 인지액을 낮출 경우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소송이 제기될 수 있어 사법자원의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법원 업무의 완성도와 효율을 담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는 항소심이나 재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헌재 2006. 5. 25. 2004헌바22 등 참조).

인지상한제 등의 방법으로 재심 소장에 붙일 인지액을 낮추면, 확정판결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지금보다 어려워진다. 특히 재심은 확정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키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는 예외적인 구제절차이므로, 상소보다 더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헌재 2004. 12. 16. 2003헌바105 참조). 따라서 인지상한제 등의 방법으로 재심소장에 붙일 인지액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것에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인지상한제를 도입하려면, 이제까지 법원이 처리한 방대한 사건들의 난이도와 소송비용을 분석하고 계량화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용이하지 않거나 상당한 비용이 들 수 있다. 인지상한제 등 대안적인 인지제도에 의해 감소된 총인지수입은 일반적인 조세 수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 이는 국가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의 변경을 의미하는데, 사적 권리관계의 다툼에 관한 민사소송비용이 국가 재정 지출에 있어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심판대상조항 중 소송목적의 값에 비례하여 인지액을 정하도록 하는 부분은 소송목적의 값의 1만분의 35 내지 1만분의 50이라는 비교적 낮은 비율로 인지액을 정하고 있고, 그 비율 역시 소송목적의 값이 고액이 될수록 줄어들도

록 규정한다(인지법 제2조 제1항). 이를 통해 소송당사자가 지나치게 많은 인지액을 부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은 중대한 것으로 단정짓기 어렵다(헌재 2015. 6. 25. 2014헌바61 참조).

심판대상조항 중 항소심 인지액을 제1심 인지액의 1.5배로 정한 부분 역시 1997. 12. 13. 인지법 개정 전에는 제1심 인지액의 2배로 규정되어 있었던 것에 비해 인지액의 부담을 상당히 줄이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항소심 인지액을 제1심 인지액의 2배로 규정한 구 ‘민사소송 등 인지법’(1990. 12. 31. 법률 제4299호로 개정되고, 1997. 12. 13. 법률 제54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에 대하여도 합헌으로 판단하였다(헌재 1994. 2. 24. 선고 93헌바10 참조).

재심은 상소보다 더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재심에 대한 특별한 가중치를 두지 않은 채 항소심 소장에 붙일 인지액과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소장에 붙일 인지액을 같게 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재심소장에 붙일 인지액을 재심대상 판결의 소장에 붙일 인지액과 같게 정한 부분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경미하다(헌재 2006. 5. 25. 2004헌바22 등 참조).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재심의 인지액에 대해 추가적인 가중치를 두지 않음으로써 제1심 인지액이나 항소심의 인지액 가중치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이 상대적으로 완화되기도 한다.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력이 부족한 자에 대해서는 인지액 등 재판비용의 납입 유예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소송상의 구조제도도 마련되어 있다(민사소송법 제128조, 제129조). 소송구조는 절대적인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소송비용 중 일부에 대한 구조도 가능하므로, 소송구조제도를 개별·구체적 사안에 맞게 탄력적으로 잘 운용하면 경제적 형편상 인지액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폭넓게 보호할 수 있다. 인지액 등 민사소송비용은 결국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므로 반드시 지출한 사람의 종국적인 경제적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다(민사소송법 제98조).

인지제도는 소송당사자 개인에 대한 개별적 소송비용 징수의 성격뿐 아니라, 소송제도를 이용하는 집단 전체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제도 운영에 드는 총비용을 분담한다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소송제도를 이용한 특정한 국민이 실제로 당해 소송에 지출된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이를 부당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다른 입법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더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4) 법익의 균형성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재심 대상 판결의 심급과 소송목적물의 값에 따라 결정된 인지액을 부담시킴으로써 재판유상주의를 실현하고, 재판 업무의 완성도 및 효율을 보장하며, 확정판결의 법정 안정성을 확보하여야 할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 반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06. 5. 25. 2004헌바22 등; 헌재 2011. 8. 30. 2010헌바427 ; 헌재 2015. 6. 25. 2014헌바61 참조).

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

심판대상조항에 의하면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은 소송목적의 값이 동일한 제1심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보다 1.5배 많은 인지액을 부담하게 된다.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은 제1심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에 비하여 이미 법원의 재판을 한 번 더 받은 사람이다.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은 제1심에 비해 희소한 항소심의 사법자원을 이용한다. 이와 같은 차이를 고려하면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소송목적의 값이 동일한 제1심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보다 1.5배 많은 인지액을 부담시키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헌재 2006. 5. 25. 2004헌바22 등; 헌재 2011. 8. 30. 2010헌바427 참조).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사람은 항소심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람과 달리 인지액의 계산에 있어 1.5배의 항소심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대상으로 볼 수 없다. 청구이의의 소는 확정판결 자체의 오류를 주장하는 소송이 아니므로 재심청구와 달리 기판력 기준시점 이전의 법률관계에 대한 법적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 청구이의의 소는 제1심 판결을 한 법원의 전속관할이고(민사집행법 제44조 제1항), 변론 종결 이후에 발생한 사정만을 이의사유로 주장할 수 있으므로(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 사실상 새로운 제1심 재판으로 볼 수 있다. 청구이의의 소는 확정판결의 집행력 배제를 목표로 하는 절차이지만, 재

심청구는 확정판결의 형식적 확정력과 실체적 확정력 자체의 배제를 목표로 하는 절차이다.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과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진성의 보충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6.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

재판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재판유상주의를 채택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입법자에게 소장에 첨부하여야 할 인지액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입법형성권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별다른 의문이 없다. 또 인지법이 소송목적의 값에 비례하여 인지액을 정하고 상소심에서는 제1심 인지액의 1.5배 또는 2배의 인지를 붙이도록 한 것, 그리고 재심의 경우 해당 심급에 따른 인지를 붙이도록 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인지액의 상한을 정하지 아니하여 소송목적의 값에 비례하여 인지액이 제한 없이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수의견은 인지액의 상한을 규정하기 어렵고 인지액의 상한을 정하면 남소방지라는 인지제도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하나, 이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이 인지액의 상한을 정하지 않은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가. 소송목적의 값이 커질수록 소송 진행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송목적의 값과 소송에 투입되는 시간·비용이 단순 비례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공익소송 등 소송목적의 값은 작지만 소송 결과가 당사자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그 해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사건도 많고, 반면에 금융기관의 대여금 청구 소송과 같이 소송목적의 값은 크지만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어 간단히 해결되는 사건도 많다. 이러한 사실은 법원의 사건처리 통계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2015년에 대법원이 처리한 상고심 민사본안사건 13,865건 중 소액사건이 5,901건으로 42%에 이르고, 소송목적의 값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사

건은 623건으로 4%에 불과하다.

한편, 국가가 운용하는 사법제도와 소송절차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법원의 인적·물적 자산도 제한되어 있으므로, 소송목적의 값이 아무리 커지더라도 개별 사건에 국가가 투입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은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소송목적의 값이 커지면 수십억 원 이상의 인지를 붙여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개별 사건의 해결에 수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당사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인지액에도 일정한 상한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 현행 제도에 따르면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은 소송목적의 값이 큰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고, 고액 소송의 피고가 되어 패소한 경우 상소하기도 어렵다. 소송구조제도가 있다고 하여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의 재판청구권에 대한 제한이 실질적으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사정은 재심청구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재심사유가 인정되는 사건의 경우 재심을 통해 원판결의 잘못을 고칠 수 있어야 하는데, 고액의 인지를 붙여야만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가 경제적 약자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국가배상 청구와 같이 국가의 법적 책임을 묻는 민사사건에서도 같은 문제가 대두된다.

다. 다수의견은 인지상한제를 도입하면 심판대상조항만큼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2015년 법원에 접수된 민사본안사건 1,006,592건 중 소송목적의 값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사건은 4,549건으로 0.4%에 불과하다. 인지 상한액을 합리적인 선에서 설정하면 인지 수입액의 감소는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고, 제도 운용 성과를 반영하여 순차적으로 상한액을 조정해 나가면 입법목적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의 재판청구권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지액 상한을 적정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정하면 무분별한 소송이나 상소 또는 재심의 제기를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예컨대 수천만 원 내지 수억 원의 인지를 붙여가며 승소 가능성 없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상소 또는 재심을 제기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소송목적의 값에 비례하는 인지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소송목적의 값과 상관없이 일정액의 수수료만 받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소송 수수료가 낮아 남소로 인하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도 않다.

나아가 국가가 소송제도 유지에 투입하고 있는 비용은 객관적으로 확인되

고 소송사건 수와 전체 소송목적의 값 등에 대한 통계자료도 확보되어 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가 개별 사건에 투입하는 평균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소송비용이 많이 지출된 사건을 선별하여 소송목적의 값과 실제 투입된 소송비용을 파악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계량화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이 없는 적정 금액의 인지액 상한을 정하는 것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라.소송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 부담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그 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인지액 상한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인지제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면서도 기본권 침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헌재 2015. 6. 25. 2014헌바61 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소송목적의 값에 비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인지액을 정하도록 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7. 재판관 이진성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지금까지 선례의 과잉금지원칙 판단에 관한 검토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론 및 구체적인 형량 요소들에 대한 평가는 다수의견과 같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를 논증함에 있어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은 그 구성요소의 성질상 구분되어야 한다.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많은 선례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에 관한 판단은 법익의 균형성에서 다루어야 할 것을 침해의 최소성에서 혼합하여 논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를 엄격히 구별하여야 하고, 법익의 균형성 판단에 집중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보충의견을 밝힌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의 내용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 똑같이 효율적인 여러 가지 수단 중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가장 적게 제한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헌재 2006. 1. 26. 2005헌바18 참조).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심판대상조항을 대체할 수 있는 입법대안을 상정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 입법대안이 심판대상조항과 똑같이 효율적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지를 비교한다. 그에 이어 입법대안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심판대상조항보다 더 적게 제한하는지를 비교한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 판단에는 구체적인 기본권 제한 정도와 기본권 제한을 완화하거

나 없앨 경우 발생하는 손실과의 비교는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과잉금지원칙이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권의 제한 정도가 과잉한지를 살피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이는 기본권의 제한 정도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심한지 살펴본 다음, 그러한 제한을 완화하거나 없애기 위해 드는 손실을 따져보고, 그러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 상태를 해소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한 손실을 감안하여 보아도 기본권 제한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수인한도를 넘는 과잉 제한이 된다. 이러한 판단은 심판대상조항을 둘러싼 다양한 이익들을 서로 형량하는 것이다. 이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의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고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서 판단할 내용이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와 같이 적용하면,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의 심사는 당연히 과잉금지원칙의 본질에 맞게 법익의 균형성 원칙 판단에 집중된다. 법익의 균형성 판단 부분에서 청구인의 기본권 제한 정도가 수인한도 내인지를 본격적으로 형량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그 구성요소별로 집중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청구인의 구체적인 기본권 제한정도가 지나치게 과한 것인지 여부를 침해의 최소성 부분에서 아울러 판단한다. 이와 같이 판단하는 경우와 청구인의 기본권 제한 정도의 수인가능성 여부를 법익의 균형성 부분에서 판단하는 경우 사이에 실질적인 논증의 양은 유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침해의 최소성 부분의 논증 대상과 법익의 균형성 부분의 논증 대상을 엄격히 구별하면, 과잉금지원칙에서 심사하여야 하는 요소들을 빠짐없이 점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종전 선례들 중에는 아무런 입법대안을 상정하지 않은 채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 여부를 논증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이와 같은 심사방법은 실질적으로 침해의 최소성 판단을 건너뛴 채 법익의 균형성을 침해의 최소성 부분에서 판단하여 실제로는 침해의 최소성 판단을 누락하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을 둘러싼 법익들 사이의 형량을 침해의 최소성 판단에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하면, 법익의 형량도, 침해의 최소성 판단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다.

30년에 달하는 우리 재판소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침해의 최소성 원칙은 만족되나 법익의 균형성 원칙이 만족되지 않는 선례는 발견하기 어렵다. 이는 침해의 최소성 부분에서 법익의 균형성 판단을 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이다. 이와 같이 법익의 균형성에서 다루어야 할 것을 침해의 최소성에서 혼합하여

논증하면, 법익의 균형성을 독립적인 심사척도로 둘 논리적인 이유나 사건 해결상의 실익이 거의 없어진다.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엄격히 구별하면,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하게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입법대안을 이유로 들어 심판대상조항을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으로 판단하는 위험에서 자유로워진다.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비해 판단이 용이한 침해의 최소성 원칙부터 심사함으로써 판단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의 중요성 및 청구인의 구체적인 기본권 제한 정도의 심각성을 각각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비교할 수 있어 결정 이유의 논리성과 결정들 사이의 일관성을 높일 수도 있다.

선례 중에는 다수의견과 같은 논증구조를 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침해의 최소성 원칙 판단 부분에서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하게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본권의 제한 정도는 적은 입법대안이 있는지 여부만을 검토한 선례들도 있다(헌재 1997. 4. 24. 95헌마90 ; 헌재 1998. 5. 28. 96헌가5 ; 헌재 1998. 12. 24. 89헌마214 등; 헌재 2003. 9. 25. 2003헌마106 참조). 또한 침해의 최소성 부분에서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동일하게 적합한 입법대안이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검토한 선례들도 있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등; 헌재 2003. 10. 30. 2001헌마700 등; 헌재 2005. 2. 3. 2003헌바1 ; 2005. 2. 24. 2003헌마289 ; 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등 참조).

나는 이제 과잉금지원칙의 본래 의미를 회복하고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해당하는 구성요소를 준별하여 판단할 시기기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어 이 사건을 판단한다.

나. 이 사건의 침해의 최소성에 관한 판단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입법대안으로 상정할 수 있는 인지상한제 등 인지액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방안들은 입법목적 달성에 있어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하게 효율적이지 않다. 인지상한제를 실시하면 감소하는 인지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 인지상한제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심판대상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입법대안이므로, 심판대상조항보다 비효율적이다. 인지상한제는 재판유상주의를 약화시키고, 재심 청구에 있어 경제적 장벽을 완화하므로,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정도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다. 따라서 설령 인지상한제가 심판대상조항에 비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덜 제한한다 해도, 인지상한제를 근거로 심판대상조항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밖에 심판대상조항과 동등하게 효율적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입법 대안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만족시킨다.

다. 이 사건의 법익의 균형성에 관한 판단

다수의견 중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 여부 판단 부분에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재판청구권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제한되는지에 대한 분석이 포함되어 있다. 그 분석내용을 종합해 보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재판청구권이 제한되는 구체적인 정도는 비교적 경미하다. 특히 입법자가 이미 소송구조제도를 만들어 두어 개별·구체적 사안별로 인지로 인한 재판청구권의 제한을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도록 해 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수의견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 위반 여부 판단 부분에서 분석한 내용 중에는 인지상한제 등 입법대안에 의할 경우 발생하는 입법목적 제한의 정도 및 추가적인 공적 부담의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본권 제한을 완화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관한 분석이다. 인지상한제 등 대안적인 인지제도의 설계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그에 의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은 대안적인 인지제도의 형태에 따라 매우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인지상한제 등의 방법을 통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을 완화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손실은 경미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구체적인 재판청구권 제한의 정도는 경미한 반면, 현재의 인지제도를 포기할 경우의 손실은 경미한 것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 따라서 인지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입법자에게 폭넓은 재량이 주어져 있음을 감안하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은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만족시킨다.

나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위와 같이 엄밀히 나누어 그 성격에 맞추어 판단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의 판단요소를 누락하지 않으면서도 판단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어서 과잉금지원칙에 보다 충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재판관

재판관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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