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검찰수사관인 피청구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인 청구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한 행위(이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라 한다)가 변호인인 청구인의 변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변호인 참여신청서의 작성을 요구한 행위(이하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라 한다)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3.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2005. 6. 20. 시행 대검찰청 지침) 제5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 앉는다고 하여 피의자 뒤에 앉는 경우보다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거나 수사기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의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위축된 피의자가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변호인이 피의자의 뒤에 앉게 되면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거나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제시한 서류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피의자
신문참여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변호인의 수사방해나 수사기밀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없고, 조사실의 장소적 제약 등과 같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정당화할 그 외의 특별한 사정도 없으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얻어질 공익보다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제한에 따른 불이익의 정도가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변호권을 침해한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에 따라 수사관이 출력해 준신청서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여 제출하였는데, 이는 청구인이 피의자의 변호인임을 밝혀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검찰 내부 절차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이 사건 지침은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와 관련된 제반 절차를 규정한 검찰청 내부의 업무처리지침 내지 사무처리준칙으로서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별개의견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하여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법정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나, 변호인의 변호권은 법률상 권리에 불과하므로 법정의견이 변호인의 변호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파악한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고,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면 충분하다.
재판관 안창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하여 변호인이 조력할 권리는 헌법 제15조에
따른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헌법 제12조 제4항 등에 의해 보장되는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도출되는 별도의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호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관하여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아니라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하여 변호인이 조력할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수 있으며, 엄격한 기준에 의해 심사하는 것이 상당하다.
재판관 김창종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반대의견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 위치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고, 이 사건 지침은 대외적인 효력이 없으므로, 청구인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따라야 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은 피의자와는 달리 수사기관과 대등한 위치에 있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부득이 그 요구에 그대로 따랐다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청구인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한 후 피청구인이 요구한 위치보다 피의자와 더 가까운, 피의자 뒤 오른편 대각선 위치에 앉았고,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여 피의자를 충분히 조력하였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라면 형사소송법 제417조의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여 준항고로 다툴 수 있으므로, 준항고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고, 수사기관의 후방착석요구행위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규정된 변호인의 권리를 침해하였는지 여부의 문제, 즉 ‘위법성 판단’의 문제에 불과하므로 심판청구의 이익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심판대상조문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2005. 6. 20. 시행 대검찰청 지침) 제5조(변호인의 좌석) ① 검사는 피의자 후방의 적절한 위치에 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을 마련하여야 한다.
② 생략
참조조문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된 것) 제243조의2(변호인의 참여 등)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의 신청에 따라 변호인을 피의자와 접견하게 하거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
② 신문에 참여하고자 하는 변호인이 2인 이상인 때에는 피의자가 신문에 참여할 변호인 1인을 지정한다.
③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④ 제3항에 따른 변호인의 의견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는 변호인에게 열람하게 한 후 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
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변호인의 신문참여 및 그 제한에 관한 사항을 피의자신문조
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2007. 12. 21. 법률 제8730호로 개정된 것) 제417조(동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 압수 또는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처분과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의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그 직무집행지의 관할법원 또는 검사의 소속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
당사자
청 구 인강○정대리인 법무법인 정인담당변호사 강영수 외 4인
피청구인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수사관
주문
1. 피청구인이 2016. 4. 21. 17:15경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수사과 2호실에서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청구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한 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변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6. 4. 21. 16:30경 피청구인으로부터 구속된 피의자가 변호인 참여 없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하니 즉시 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17:15경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수사과 2호실에 도착하여 피의자 옆에 앉으려고 하자, 피청구인은 피의자 후방에 앉으라고 요구하는 한편(이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라 한다), 변호인 참여신청서의 작성을 요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라 한다).
나. 청구인은 피의자의 오른쪽 뒤에 앉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였고, 피청구인과 함께 있던 수사관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 별지 1호 서식인 변호인 참여신청서를 출력해 주어 인적사항을 기재하여 제출하였다.
다. 청구인은 피의자신문이 끝난 뒤 피청구인에게 피의자와 이야기를 해도 되냐고 묻자, 변호인 접견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당시 저녁 6시가 넘은 상태였으므로 피의자가 구치소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 피의자에게 다음 날 오전 구치소로 찾아가겠다고 말하고 피의자와 접견하지 않았다(이하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라 한다).
라. 청구인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 제5조 제1항이 변호인인 청구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2005. 6. 20. 시행 대검찰청 지침, 이하 ‘변호인참여지침’이라 한다) 제5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지침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2005. 6. 20. 시행 대검찰청 지침)
제5조【변호인의 좌석】① 검사는 피의자 후방의 적절한 위치에 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을 마련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2005. 6. 20. 시행 대검찰청 지침)
제12조【준용규정】본 지침은 검찰수사관 등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검찰청직원이 피의자를 신문하는 경우에 준용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 및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고, 이 사건 지침은 법률유보원칙 및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다.
4.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
(1) 공권력행사성
(가)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제기하는 권리구제수단이다. 행정청의 사실행위는 경고·권고·시사와 같은 정보제공 행위나 단순한 행정지도와 같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 나눌 수 있고, 이 중에서 권력적 사실행위만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고 비권력적 사실행위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피의자가 구속상태로 2016. 4. 21. 16:30경 피청구인에게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하였고, 그로부터 45분이 경과한 17:15경 청구인이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수사과 2호실에 도착하였으며, 청구인은 피의자 바로 옆에 앉으려고 하였으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피의자의 오른쪽 뒤쪽에 앉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청구인이 청구인을 잠재적으로 피의자신문을 방해할 수 있는 존재로 파악하여 피의자신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수사기관의 신문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진 만큼, 변호인의 역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청구인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할 경우 신문을 방해하였다는 구실로 청구인의 퇴실을 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피청구인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청구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제한 것으로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
(2) 보충성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의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준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준항고가 제기된 사례가 발견되지 아니하는데다가, 실제로 형사소송법 제417조의 준항고로 다툴 수 있는지 여부도 불명확하므로, 보충성의 예외가 인정된다.
(3) 권리보호이익
(나)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등의 신청에 따라 변호인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변호인에 대해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이 사건 지침은 “검사는 피의자 후방의 적절한 위치에 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 지침은 행정조직 내부에서 업무처리지침으로서의 효력만을 갖는 행정규칙에 불과하고(대법원 2007. 11. 30.자 2007모26 결정 참조),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피의자의 후방에 착석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 사건 지침에 근거하여 피의자 옆에 앉으려는 변호인에게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피의자의 후방에 착석하여야 한다는 요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앞으로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
(다)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에서 다투는 것은 피청구인이 이 사건 지침에 따라 변호인이 피의자의 옆에 앉으려는 것을 불허하고 피의자의 후방에 착석할 것을 요구한 행위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는 수사기관이 지침에 따라 변호인에 대해 계속적·반복적으로 행할
수 있는 ‘피의자신문 시 후방착석요구행위’가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인지, 그 행위가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그 행위의 헌법적 한계를 확정짓고 그에 대한 합헌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판단될 수 있다.
물론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수사기관이 변호인에 대하여 행한 ‘피의자신문 시 후방착석요구행위’의 경위, 조사받는 피의자 및 참고인의 수, 조사하는 장소의 구조 등 구체적 사정이 고려되어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변호인에 대하여 행한 ‘피의자신문 시 후방착석요구행위’의 헌법적 한계를 확정짓고 그에 대한 합헌적 기준을 제시하는 문제는, 단순히 개별행위에 대한 위법 여부의 문제를 넘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에 관한 권리에 대한 헌법적 성격과 그 범위를 확인하고 이를 제한하는 행위의 헌법적 한계를 확정짓는 것이므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문제이다.
한편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에 대하여 피의자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옮겨 앉으라고 지시를 한 다음 이러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음을 이유로 변호인에게 퇴실을 명한 사안에서 피의자신문참여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8. 9. 12.자 2008모793 결정 참조). 그러나 위 결정에서는 변호인에게 퇴실을 명한 처분을 다루었을 뿐, 이 사건처럼 변호인의 위치를 제한한 처분이 문제된 것은 아니므로, 위 결정만으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의 위헌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문제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적 해명이 이루어진 적도 없으므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 역시 인정된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으나, 심판이익은 인정될 수 있다.
(4) 소결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나.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
청구인이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에 따라 수사관이 출력해 준 신청서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여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는 청구인이 피의자의 변호인임을 밝혀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검찰 내부 절차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단순한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 사실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헌재 2012. 5. 31. 2011헌마76 참조).
청구인은 변호인 접견신청서를 제출하라는 말에 그날 접견은 하지 않은 채 피의자에게 다음 날 구치소로 찾아가겠다고 말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청구인이 스스로 접견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지 피청구인의 접견 불허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에 대하여 공권력의 행사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어, 이 부분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라. 이 사건 지침
이 사건 지침은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와 관련된 제반 절차를 규정한 검찰청 내부의 업무처리지침 내지 사무처리준칙으로서 청구인에게도 효력이 미치는 규정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무상으로도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때 피의자 옆에 앉기도 하고 뒤에 앉기도 하는 등 각양각색으로 신문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 사건 지침을 가리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는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마. 소결
이 사건 참여신청서요구행위, 이 사건 접견불허행위, 이 사건 지침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5. 본안에 관한 판단
가. 피의자신문과 변호인참여권
(1) 피의자신문은 수사기관이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진술을 통하여 범죄사실과 정상에 관한 필요사항을 물어 직접 증거를 수집하는 절차이고(형사소송법 제242조 참조), 동시에 피의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거나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기회이다. 피의자신문의 결과는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고 피의자에 대한 기소 및 유죄 입증에 중요한 증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형사절차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록된 피의자의 자백은 피의자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
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을 통하여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고자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게 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는 수사기관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국가기관으로서 거대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피의자에 대하여 월등하게 우월한 증거수집능력과 수사기술을 갖추고 있다. 피의자는 일반적으로 수사기밀이 유지될 수 있는 조사실 등에서 참고인이나 전문가 등의 진술과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수사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그 진술의 진위에 대한 추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피의자는 수사대상으로서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충분히 주장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구금된 상태에서 피의자신문을 위하여 소환된 피의자의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또한, 피의자는 피의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 이전에 사회 일반인의 생활경험을 기준으로 과거의 사실을 기억하여 진술하므로, 법률적 판단에 필요한 진술을 유도하는 수사기관에 대응하여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수사기관은 수사의 주체로서의 권한뿐만 아니라 법률 등 전문 지식의 측면에서 피의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으므로, 피의자는 수사기관에 대응되는 당사자의 지위에 있기 보다는 수사기관이 진행하는 신문의 객체로만 존재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고자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은 법률전문가로서 피의자가 수사기관과 대립되는 당사자의 지위에서 스스로 방어하는 것을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기여하고 피의자의 권리가 준수되는지를 감시·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참조). 따라서 피의자신문절차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단순히 피의자신문에 입회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피의자가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경우 이를 제공하고(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참조), 피의자가 요청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하고,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하는 것이 된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 참조).
(2) 헌법 제12조 제4항 및 제12조 제5항 제1문은 형사절차에서 체포·구속된 사람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체포·구속된 사람뿐만 아니라 불구속 피의자 및 피
고인의 경우에도 헌법상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 의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참조). 이처럼 헌법에서 형사절차상 변호인의 조력을 특별히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피의자 및 피고인이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형벌권 행사의 단순한 객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의 한 당사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함으로써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신을 정당하게 방어하기 위해서는 변호인의 존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독자적인 권리를 가진 독립적인 주체로서 국가권력에 대립하여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고 주장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해당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장은 피의자·피고인과 국가권력 사이의 실질적 대등을 이루고 이로써 공정한 형사절차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그들과 변호인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그들을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가 보장됨으로써 공고해질 수 있으며, 반면에 변호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게 될 수 있다. 피의자 및 피고인을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 중 그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다는 것이 유명무실하게 되는 핵심적인 부분은 헌법상 기본권인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표리의 관계에 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기 위해서는,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의 핵심적인 부분(이하 ‘변호인의 변호권’이라 한다)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헌재 2003. 3. 27. 2000헌마474 참조).
(3)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되는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변호인의 조력’이란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의미한다(헌재 1992. 1. 28. 91헌마111 ;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의자신문의 결과는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고, 피의자의 기소 및 유죄 입증에 중요한 증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형사절차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없다면, 변호인은 피의자가 조언과 상담을 요청할 때 이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할 수 없고, 나아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의견을 진술하거나 수사기관의 부당한 신문방법 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그 결과 피의자는 형사절차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피의자신문의 시기에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수 없게
되어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형해화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헌법상 기본권인변호인의 변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에 대한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법치국가적 법익과의 비교형량을 통하여 보호된다.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때에 변호인이 피의자의 옆에서 조력하는 것은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위해서 보장되어야 하므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에 관한 권리의 주요부분이 된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변호인에 대하여 피의자신문 시 후방착석을 요구하는 행위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후방착석요구행위는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즉 수사방해나 수사기밀의 유출 등 관련 사건의 수사에 현저한 지장 등과 같은 폐해가 초래될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헌재 1997. 11. 27. 94헌마60 참조).
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를 제한하는 공익으로는 변호인의 수사방해 등을 배제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형사소추의 효율성을 달성하는 공익과, 수사기밀의 유출을 막아 공범 기타 사건관계인의 도주나 증거인멸을 방지하고 피해자나 참고인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공익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이상 피의자 옆에 앉는다고 하여 피의자 뒤에 앉는 경우보다 일반적으로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거나 수사기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더욱이 청구인은 변호인으로서 과거에 수사를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없고, 달리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할 명백한 사정도 발견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가)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신문에 앞서 참고인이나 전문가 등의 진
술과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수사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수사기관으로부터 신문을 받는 피의자는 범죄의 혐의가 있는 수사의 대상으로서, 수사기밀이 유지될 수 있는 조사실 등에서 질문을 받고 그 진술의 진위에 대한 추궁을 받을 수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변호인이 피의자 옆에 앉아 조언하려는 것을 거절하게 되면 변호인의 참여에 대해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수사기관은 변호인이 피의자 바로 옆에 앉지 못하게 하려는 자신의 뜻을 관철함으로써 피의자와 변호인을 제압할 수 있다. 이처럼 위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피의자는 더욱 위축된 상태에서 피의자신문에 응하게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피의자의 심리상태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가 필요할 때마다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변호인은 피의자가 조언과 상담을 먼저 요청하지 않는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나(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 참조), 뒤에 앉아 있는 변호인으로서는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서류 등을 제시하면서 신문하는 경우, 변호인은 서류 등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기도 어렵다. 변호인이 수사기관의 신문 내용을 청취하기만 할 경우, 숫자, 도표, 법조문 등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서류의 내용을 바탕으로 법률적 쟁점이 될 사항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헌재 2013. 8. 29. 2011헌마122 참조).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피의자의 요청이나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피의자에 대한 실질적인 조력을 내용으로 하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피의자신문참여에 관한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할 수 있다.
(나)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등의 신청에 따라 변호인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에는 변호인에 대해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9조의2 제4항 및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21조 제4항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에 대한 제한을 가능하게 하는 정당한 사유로서 검사의 승인 없이 ‘부당하
게’ 신문에 개입하거나 모욕적인 언동 등을 행하는 경우, ‘부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신문내용을 촬영·녹음하는 경우 등을 들고 있다.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피의자를 물리적으로 조력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에 대하여 조언을 하거나 수사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구두로 조력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을 방해할 정도로 개입하거나 수사기밀을 유출하는 것은 위법한 조력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참조). 따라서 수사기관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에 대해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앞서 본바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에 대한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단순히 변호인의 직업수행방법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의 자유로운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함으로써 피의자의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와 표리의 관계에 있는 변호인의 변호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는 막연하게 변호인의 수사방해나 수사기밀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구체적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변호인으로서 과거에 수사를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유출하는 등의 행위를 한 적이 없는 등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구체적 가능성을 인정할 자료는 발견되지 아니한다. 그 밖에 다수의 피의자 및 참고인에 대한 수사나 조사실의 장소적 제약 등과 같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정당화할 그 외의 특별한 사정도 발견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의 변호권에 대한 제한을 정당화할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피의자신문과정이 위압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의 요소를 방지하기 위하여 진술거부권의 고지, 증거능력의 배제와 같은 규정들이 마련되어 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309조). 그러나 진술거부권이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신문을 받음에 있어서 진술거부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진술하기 위해서는 변호인이 피의자의 후방에 착석할 것이 아니라 피의자의 옆에 앉아 조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증거능력의 배제는 피의자신문과정의 인권 침해에 대한 사후적이고 간접적인 구제수단에 불과하고, 공판단계에서 사후적으로 기능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규정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의 위헌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로서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변호인은 단순히 피의자신문에 입회할 수 있을 뿐, 피의자의 요청을 통한 또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피의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력활동을 하는 데 구체적으로 제한을 받게 되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얻어질 공익보다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에 관한 권리 제한에 따른 불이익의 정도가 크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소결
그렇다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며,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6. 결 론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인 청구인의 자유로운 피의자신문참여를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동일 또는 유사한 기본권 침해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언적 의미에서 그에 대한 위헌확인을 하기로 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에 관한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별개의견, 아래 8.과 같은 재판관 안창호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아래 9.와 같은 재판관 김창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7.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별개의견
기 위하여 형사소송법 등 개별 법률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된 법률상의 권리이다. 변호인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법률로 보장된 변호권을 행사하는 것이지, 변호권 자체를 변호인의 기본권으로 볼 수는 없다(헌재 2015. 7. 30. 2012헌마610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별개의견 참조). 변호사도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가지며,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보면 충분하지 굳이 변호인의 변호권을 독자적인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창출해낼 이유가 없다.
법정의견과 같이 기본권을 확대하다 보면 생명권을 보호하는 의사의 진료권이나 약사의 의약품 조제권 등과 같이 전문가의 직업수행의 자유는 대부분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헌법이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보호하고 있는 직업의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직업군의 직업의 자유에 별도 명칭을 붙여 다양한 기본권을 창출해 낼 아무런 실익이 없다. 오히려 직업수행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 전문직역의 직업수행과 관련된 독자적 기본권 개념을 만들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직업의 자유에 차등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 염려가 있다. 변호인의 피의자나 피고인을 조력할 권리나 의사의 진료권 등은 모두 직업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피의자나 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또는 환자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일반적 직업의 자유보다 더 강하게 보호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8.재판관 안창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헌법재판소의 선례는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인지 여부에 관하여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체포적부심사절차에서 변호인의 체포영장 등사요구를 거부한 행위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의 핵심적인 부분은 헌법상 기본권이라고 하면서 변호인의 체포영장 등사권은 이러한 헌법상 기본권의 내용으로서 보호되므로 변호인의 체포영장 등사요구를 거부한 수사기관의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견해와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는 단순한 법률상 권리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변호인의 체포영장 등사요구를 거부한 수사기관의 행위는 이러한 법률상 권리를 침해한 것에 불과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므로 심판청구가 적법하지 아니하다는 견해가 있었다(헌재 2015. 7. 30. 2012헌마610 참조).
나. 헌법 제15조에서 규정한 직업선택의 자유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 내지 직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뿐만 아니라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결정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한다(헌재 1995. 7. 21. 94헌마125 ). 직업수행의 자유는 특정 직업을 어떠한 방법으로 행사할 것인지, 즉 직업활동의 형태, 수단, 범위, 내용 등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서 특정 직업활동의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직업수행의 개념은 기본권보장의 실효성이라는 관점에서 광의로 해석될 수 있고 미래의 발전에 대하여 개방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하는 행위는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는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구속적부심사절차에서 변호인이 고소장 및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등사할 권리’, ‘체포적부심사절차에서 변호인이 체포영장을 등사할 권리’는 모두 변호인이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조력하는 과정에서 문제되는 것으로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직업선택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는 기본권 주체에 대한 제한의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제한에 있어 적용되는 기준 또한 다르며, 특히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경우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일반적으로 직업선택 그 자체에 대한 제한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한은 보다 폭넓게 허용된다(헌재 2011. 10. 25. 2010헌마661 ).
다. 헌법 제12조 제4항 및 제12조 제5항 제1문은 형사절차에서 체포·구속된 사람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체포·구속된 사람뿐만 아니라 불구속 피의자 및 피고인의 경우에도 헌법상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 의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참조). 한편 형사절차에서 피의자 및 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피의자 및 피고인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검사 등 수사기관에 비하여 법률 등 전문지식 및 환경 측면에서 불리한 지위에 있다. 개인이 독자적인 권리를 가진 독립적인 주체로서 국가권력에 대립하여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고 주장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해당한다.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장은 피의자·피고인과 국가권력 사이의 실질적 대등을 이루고 이로써 공정한 형사절차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적 요청이다.
그런데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그들과 변호인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그들을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가 보장됨으로써 공고해질 수 있으며, 반면에 변호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게 될 수 있다. 피의자 및 피고인을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는 그것이 보장되지 아니한다면 그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유명무실하게 될 수 있으므로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표리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피의자 및 피고인을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는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포섭될 수 있지만, 피의자 및 변호인이 가지는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표리의 관계에 있으며 이러한 권리를 보다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는 단지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가 아니라, 헌법 제15조에 따른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헌법 제12조 제4항 등에 의해 보장되는 ‘피의자 및 피고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서 도출되는 별도의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 보호될 수 있다.
라.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청구인은 피의자신문 시 피의자를 조력하기에 가장 적절한 위치를 선택할 수 없고 대신 피의자 후방에 착석할 수밖에 없으므로, ‘피의자신문참여’라는 변호인의 업무를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하는 자유를 제한받게 된다. 자신의 의뢰인인 피의자를 위하여 신
문에 참여하는 것은 형사절차에서 변호인으로 선임된 변호사의 통상적인 업무 중 하나에 해당하고(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참조),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위 업무의 수행방법을 제한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여 보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사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자유, 즉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은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의 한 내용이고,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이러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는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와는 별도로 헌법상 특별히 인정되는 기본권으로서,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아니라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제한함으로써 변호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엄격한 기준에 의해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상당하다.
9. 재판관 김창종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공권력 행사성
(1) 다수의견도 밝혔듯이,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제기하는 권리구제수단이다. 행정청의 사실행위는 경고·권고·시사와 같은 정보제공 행위나 단순한 행정지도와 같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 나눌 수 있고, 이 중에서 권력적 사실행위만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비권력적 사실행위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정청의 사실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인지 또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인지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관여정도·태도, 그 사실행위의 목적·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강제수단의 발동가부 등 그 행위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형사공판정에서의 검사, 피고인 및 변호인의 좌석 위치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275조 제3항과 ‘법정 좌석에 관한 규칙(대법원규칙 제2642호) 제2조 제3항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변호인의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 및 피의자신문참여권을 보장하고 있을 뿐,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앉을 좌석의 위치에 관하여는 아무런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하 편의상 ‘수사기관’이라고 한다)은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특정한 위치에 있는 좌석에 앉도록 강제적으로 지정하거나 요구할 어떠한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한편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을 반드시 피의자 옆의 좌석에 앉도록 하여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3) 이처럼 형사소송법 등에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앉을 좌석의 위치에 관하여는 아무런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이 사건 지침은 “검사는 피의자 후방의 적절한 위치에 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피청구인은 이 사건 지침에 근거하여 청구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착석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지침은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와 관련된 제반 절차를 규정한 검찰청 내부의 업무처리지침 내지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여 변호인인 청구인을 비롯한 국민의 권리·의무를 규율하는 대외적인 효력이 없고, 앞서 본 것처럼 형사소송법 등에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 위치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청구인은 이 사건 지침에 근거하여 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따라야 할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또한 청구인은 변호인으로서 형사소송법 제234조의2에 따라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정당한 권리가 있으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신문 자체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거나 신문참여과정 중에서도 변호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제한을 받는 등 어떠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니다.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제한할 수 있을 뿐이고,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란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을 말하므로(대법원 2008. 9. 12.자 2008모793 결정 참조), 단순히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불응한 사실만으로는 수사기관이 청구인의 피의자신
문참여권을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4) 다수의견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근거의 하나로서, 피청구인이 청구인을 잠재적으로 피의자신문을 방해할 수 있는 존재로 파악하고 피의자신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피의자 후방에 착석하도록 요구하여 청구인의 변호인으로서의 역할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점을 들고 있다. 수사 대상으로서의 피의자가 통상 많은 정보를 가지고 피의자신문을 하는 수사기관에 비하여 여러 측면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된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사절차에서의 변호인은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가지고 피의자가 수사기관과 대립되는 당사자의 지위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을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과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치고 피의자의 수사절차 상의 권리가 제대로 준수되는지를 감시·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참조),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은 피의자와는 달리 수사기관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청구인에게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일방적으로 강제한 것이라는 다수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하는 피청구인에 대하여 “그간 많은 다른 사건들에서도 조사 참여를 하였다. 그러나 피의자 옆이 아닌 뒤에 그것도 떨어져 앉으라는 말은 처음이다. 기소 이후인 법정에서도 변호인은 피고인 옆에 앉는다. 그런데 피의자인데도 뒤에 떨어져 앉으라는 근거가 뭐냐?”고 강하게 항의하였다. 그리고는 당초 피청구인이 앉도록 요구한 좌석(청구인의 주장에 따르면 피의자 후방의 약 1m 정도 떨어진 벽 쪽에 놓여있는 소파)에 앉지 않고, 그보다 앞쪽인 피의자 뒤 오른편 대각선 위치에 다른 의자를 옮겨 앉음으로써 실제로는 피청구인이 앉도록 요구한 위치보다 피의자와 더 가까운 곳에 앉아서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하여 청구인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부득이 그 요구에 그대로 따랐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청구인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할 경우 신문을 방해하였다는 구실로 청구인의 퇴실을 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피청구인은 청구인을 반드시 피의자 후방에 앉도록 강요할 권리가 없을 뿐 아니라 청구인 역시 그러한 요구를 따라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 그러므로 피의자신문을 방해한 사실 등이
없음에도 그 후방착석요구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에게 퇴실을 명한다면 그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변호인의 퇴실을 명하는 것으로서 명백히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이 사건 발생 전에 이미 사법경찰관이 피의자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변호인에게 피의자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옮겨 앉을 것을 요구하였으나 변호인이 불응하자 퇴실을 명한 행위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침해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고(대법원 2008. 9. 12.자 2008모793 결정), 검찰수사관인 피청구인이나 변호사인 청구인은 위와 같은 대법원 결정의 내용이나 관련 법령의 규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변호인이 피의자 후방에 착석하여 피의자신문에 참여하였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언제나 곧바로 변호인의 참여권 행사에 어떠한 지장이 초래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뒤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아무런 제한 없이 행사하여 피의자를 충분히 조력하였으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사실상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권력적 사실행위로 보는 이론적 근거는 모두 타당하지 않다.
(5) 이와 같이 청구인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고, 또 이에 불응한다고 하여 그 사유만으로 청구인이나 피의자가 어떠한 형태의 사실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볼 수 없는 점, 청구인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였고, 피청구인이 요구하는 위치에 앉지도 않았으며, 실제 피의자신문 참여에서도 아무런 제한 없이 피의자를 적극적으로 조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청구인에 대한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기본권침해가능성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만이 청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아니라 단순히 법률에만 근거를 둔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변호인의 피의자에 대한 접견교통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형사절차에서 체포 또는 구속된 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헌법 제12조 제4항), 불구속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에도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적법절차의 원리에 의하여 당연히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된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참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가의 일방적인 형벌권 행사에 대항하여 피체포자나 피의자·피고인(이하 편의상 ‘피의자 등’이라고 한다)이 실체적인 기본권(신체의 자유)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재판청구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피의자 등을 돕기 위한 변호인의 활동을 충분히 그리고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형사소송법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서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제34조), 변호인의 수사 및 소송기록 열람·등사권(제35조, 제266조의3), 수사 및 공판 등 각종 절차에서 변호인의 참여권(제121조, 제163조, 제243조의2 등) 등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변호인에게 피의자 등과의 접견교통권이나 피의자신문참여권 등과 같은 특별한 권리를 인정하는 이유는 모두 피의자 등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것이 변호인 자신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권리라고 볼 수는 없다. 변호인은 자기 자신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피의자 등의 조력자로서 피의자 등을 위하여 형사소송법에서 인정한 ‘변호인으로서 조력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변호인으로서 조력할 권리’는 피의자 등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자가 형사소송법 등 개별 법률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형성한 결과로서 인정되는 ‘법률상의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헌재 2015. 7. 30. 2012헌마610 결정 중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별개의견 참조).
이러한 입장에서 일찍이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의 피의자 등과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상의 권리라고 볼 수 없으며, 단지 형사소송법 제34조에 의하여 비로소 보장되는 권리에 불과하므로, 변호인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기본권침
해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각하한 바 있고(헌재 1991. 7. 8. 89헌마181 ), 대법원 판례도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기본권이 아니라 법률상 권리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 5. 6.자 2000모112 결정).
(2) 설사 다수의견처럼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이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착석할 것을 요구하기만 하면 언제나 곧바로 변호인의 피의자에 대한 조력이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고, 그로 인하여 변호인이 의견진술,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 피의자신문조서 열람, 기명날인 또는 서명 등과 같은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어떠한 지장을 받은 경우에만 비로소 그 제한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기록상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청구인이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규정된 변호인의 권리를 행사하여 피의자를 조력하는 데에 어떠한 지장을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청구인 역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변호인의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이 침해되었다는 등의 막연한 주장만 하고 있을 뿐, 피의자 후방에 착석함으로써 실제로 피의자를 조력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장을 받았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구인이 참여한 2016. 4. 21.자 피의자신문조서 기재에 의하면, 청구인은 피의자신문이 진행되는 도중에 피청구인에게 “그런 내용이 범죄사실에 들어 있나요.”라고 질문하였고, 이에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범죄사실과 관련이 있어 질문합니다.”라고 말하자, 청구인은 피의자에게 “범죄사실과 관련이 없으므로 답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세요.”라고 조언하였으며, 피의자는 “그럼 그 부분에 대하여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그 후 이어지는 피청구인의 다섯 차례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범죄사실에 해당하지 않아 답변을 거부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의자신문이 종료되자 청구인은 그 조서를 열람한 후 조서 마지막에 자필로 서명까지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므로 청구인은 그 좌석 위치에 관계없이 변호인으로서 피의자
신문참여권을 아무런 제한 없이 행사하는 등 피의자를 위하여 충분한 조력을 다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다수의견은 변호인이 피의자 후방에 착석할 경우 받게 되는 불이익에 관하여, 먼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위축된 피의자가 필요할 때마다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변호인에게 적극적으로 조언과 상담을 요청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뒤에 앉아 있는 변호인이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청구인은 피의자신문 중 피의자가 먼저 조력을 요청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수사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피의자가 뒤를 돌아보거나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여야만 변호인이 참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지 않더라도 변호인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피의자를 위하여 충분한 조력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변호인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참여권을 행사하는 데 피의자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불분명하고, 설사 피의자가 뒤를 돌아보아야만 청구인의 조언과 상담을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지 청구인이 피의자를 조력하는데 조금 불편이 따른다는 것일 뿐이지 이것 때문에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이 곧바로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 청구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에 대한 제한이 인정되려면 실제로 피의자신문 과정에 변호인으로서 조력하는 데 정당한 사유 없이 어떠한 제한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야 할 것인데, 앞서 본 것처럼 기록상 그러한 제한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청구인은 피의자를 위하여 충분한 조력을 다하였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서류 등을 제시하면서 신문하는 경우 변호인이 피의자 뒤에 앉아 신문 내용을 청취하기만 하면 서류 등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변호인인 청구인은 피의자신문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한번 앉은 자리에서 그 위치를 변동할 수 없도록 강제된다고 할 수 없다. 만약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복잡한 서류 등을 제시하면서 신문하는 경우 변호인도 그 서류를 함께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면, 그것이 피의자신문을 방해하는 행위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변호인은 얼마든지 자기 좌석에서 일어나 피의자 옆으로 이동한 다음 그 서류를 함께 검토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4) 한편 별개의견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청구인의 변호권이 아니
라 변호사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다.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 자체를 불허한 경우, 피의자신문에 참여 중인 변호인에게 퇴실을 명하거나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규정된 변호인의 권리 행사를 구체적으로 제한한 경우라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제한과 동시에 변호사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여 피의자를 아무런 제한 없이 조력한 경우에는 설사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려는 변호인에게 신문이 시작되기 전에 피의자 후방에 착석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변호인으로서는 그 요구에 따를 의무가 없으며 그에 따르지 않더라도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없다는 점, 그러한 후방착석요구행위만으로는 곧바로 변호인의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청구인의 변호사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5) 결국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등 ‘변호인으로서 조력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고, 나아가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청구인의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이나 변호사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보충성
(1)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다수의견처럼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권력적 사실행위로 파악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성을 인정한다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부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제243조의2가 신설되면서 변호인의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과 피의자신문참여권이 명문화되었고, 그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417조도 같은 날 개정되어 준항고의 대상이 되는 수사기관의 처분에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 참여 등에 관한 처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그 직무집행지의 관할법원 또는 검사의 소속검찰청에 대응한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17조).
항고법원의 준항고에 대한 결정에 대하여는 재판의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있음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대법원에 재항고를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419조, 제415조). 여기서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는 변호인의 피의자와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는 처분이나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 자체를 불허하는 처분(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 관련 처분)뿐 아니라 변호인의 참여와 관련한 여러 가지 처분, 이를테면 변호인의 의견진술,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 피의자신문조서 열람, 변호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등에 관한 처분(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2항 내지 제5항 관련 처분)이 포함됨은 물론이다.
(2)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피의자신문참여와 관련하여 그 참여 좌석 위치를 지정하여 그곳에 앉을 것을 요구한 것이고,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면, 그것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과정에서 이루어진 처분이므로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의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417조의 준항고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7. 11. 30.자 2007모26 결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위치와 기록행위를 제한한 처분은 준항고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위 결정은 2007. 6. 1. 형사소송법 제417조가 개정되어 준항고의 대상에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 참여 등에 관한 처분’이 추가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관한 것이고, 그 이유의 취지도 ‘구금에 관한 처분’을 넓게 해석하더라도 그 문언의 의미를 넘어서는 안 되므로 수사기관의 변호인의 위치 제한·기록행위 제한을 ‘구금에 관한 처분’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일 뿐이다. 또한 대법원 2007. 11. 30.자 2007모26 결정도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 위치와 기록행위를 제한하는 처분은 준항고 대상인 ‘구금에 관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이는 2007. 6. 1.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417조에서 ‘구금에 관한 처분’과는 별도로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참여 등에 관한 처분’을 준항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데서도 명백히 나타난다고 판시함으로써, 오히려 현행 형사소송법 제417조 아래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위치와 기록행위를 제한하는 처분’은 준항고 대상인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3) 변호인이 설사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준항고를 제기하더라도, 그 준항고는 본질상 행정소송으로서 일종의 항고소송이라 할 것인데, 청구인이 참여한 2016. 4. 21.자 피의자신문절차가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될 것(형사소송법 제413조, 제407조 제1항)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는 보충성의 예외를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 그 자체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되어 취소된다면 본안 형사재판에 제출된 당해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를 위반하여 작성된 것이 되어 그 증거능력 유무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한 해당 준항고인인 변호인에 대하여 앞으로 진행될 또 다른 피의자신문 과정에서도 계속 후방착석요구행위를 반복적으로 요구할 위험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설사 피의자신문절차가 이미 종료되었더라도 준항고를 통하여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도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에게 퇴실을 명한 사안에서 피의자신문절차가 이미 종료되었음에도 준항고를 기각하지 아니하고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여 인용하였다(대법원 2008. 9. 12.자 2008모793 결정 참조).
(4)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위치를 제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17조의 준항고가 제기된 사례는 없다는 점을 보충성의 예외로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좌석 위치를 제한하는 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따른 변호인의 참여 등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여 준항고의 대상이 됨은 명백하므로, 아직까지 실제로 준항고가 제기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보충성의 예외를 인정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5) 따라서 설사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른 준항고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라. 권리보호이익
(1)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2016. 4. 21.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심판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청구인의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
라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다. 그러나 헌법소원은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헌법질서 보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란 당해 사건을 떠나 일반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고, 행정청이 적용 법률의 해석에 있어서 법 규정에 미치는 기본권의 효력을 간과하거나 오해함으로써 법 규정을 위헌적으로 해석·적용한 경우에는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단순히 법률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 즉 ‘행정청의 행위가 법률이 정한 바에 부합하는가’라는 위법성을 문제 삼고 있는 경우에는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이 아니라 단지 위법성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설사 유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를 확인할 실익이 없어 심판청구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헌재 2016. 10. 27. 2014헌마626 ; 헌재 2005. 10. 27. 2005헌마126 등 참조).
(2)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이 실제 피의자신문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규정된 권리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받은 적이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 변호인의 좌석 위치가 피의자 옆이냐 후방이냐 여부에 따라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의 충실한 보장이 좌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체적인 피의자신문과정에서 비록 변호인이 피의자 후방에 착석하고 있었더라도 자신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아무런 지장 없이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피의자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으로부터 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착석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하면 그것만으로 곧바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 등 변호권이 제한된다는 전제에 서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수사기관의 그러한 후방착석요구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언제나 곧바로 변호인의 권리행사에 어떠한 지장이 생긴다고 볼 수 없고,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착석할 것을 요구
하는 행위 그 자체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피의자신문 장소의 크기와 여유 공간의 위치,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착석할 것을 요구한 동기와 경위,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착석 요구한 위치가 피의자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수사기관이 착석 요구한 위치에 앉을 경우 그것만으로 변호인이 피의자를 조력하는 데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변호인이 착석하고자 한 위치에 있을 경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지, 변호인이 피의자를 조력하기 위하여 수사기관이 요구한 위치에서 피의자 옆으로 잠시 이동하는 것이 전혀 허용되지 않았는지 등 개개의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사안마다 달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다수의 공범을 함께 조사하거나 피해자와 대질신문을 하여야 하는 탓에 변호인의 자리를 피의자 옆에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라든가 피의자신문 장소가 협소하여 피의자 옆에 의자를 두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등과 같이 개별 사건마다 변호인을 피의자 바로 옆에 앉도록 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고, 피의자 후방이라 하더라도 피의자와 귓속말로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바로 뒤일 수도 있고 피의자와 멀찌막이 떨어진 위치인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착석하도록 요구하기만 하면 곧바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변호인의 좌석 위치를 제한하는 행위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확정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렇게 확정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그것이 과연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제한하는 것인지 여부는 개별 사안마다 개별적·구체적 판단을 통하여 그 권리의 제한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와 같이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좌석 위치를 제한하는 행위가 변호인의 권리를 침해하느냐 여부의 문제는, 그것이 당해 사건을 떠나 일반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헌법질서의 유지·수호를 위하여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단지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을 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에 규정된 변호인의 권리를 침해하였는지 여부의 문제, 즉 ‘위법성 판단’의 문제에 불과하다. 따라서 설사 일부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피의자 후방에 착석하라고 요구하는 행위가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헌
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3) 결국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이나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부적법하다.
마. 결론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고, 청구인이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로 인하여 침해된다고 주장하는 변호인의 접견교통권 등 ‘변호인으로서 조력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아니라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 없으며, 설사 다수의견처럼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를 권력적 사실행위로 보아 공권력 행사성을 인정하더라도 준항고 절차를 거치지 않아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권리보호이익이나 심판청구의 이익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
비록 이 사건 지침이 수사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에 불과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고, 이에 근거한 후방착석요구행위에 대하여도 변호인이 따를 의무가 없다 하더라도, 일부 수사기관에서 이 지침에 따라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좌석을 피의자 후방에 마련하여 사실상 그곳에 앉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 경우 통상 변호인이 피의자 바로 옆에 앉아 조력하는 것에 비하여 다소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처럼 변호인과 수사기관과 사이에 변호인의 좌석 위치를 둘러싸고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의자신문에 방해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변호인은 피의자 바로 옆에 앉아 편리하게 피의자신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 사건 지침을 폐지하거나 개정하여야 하고, 수사기관 역시 변호인을 피의자 옆에 앉도록 하는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 형사공판정에서의 피고인과 변호인의 좌석 위치(형사소송법 제275조 제3항)처럼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 위치를 형사소송법에 명백하게 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변호인의 좌석을 피의자 바로 옆에 마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바람직한 입법이나 정책의 방향 문제와 이 사건처럼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헌법소원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어느 모로 보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 사건 후방착석요구행
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마땅히 각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김이수(해외출장으로 행정전자서명 불능)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