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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9. 8. 29. 선고 2018헌마129 공보 [지방자치법 제3조 제3항 등 위헌확인]
[공보275호 994~1000]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인구 50만 이상의 일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이하 ‘행정구’라 한다)를 두고 그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하도록 한, 지방자치법(2011. 5. 30. 법률 제10739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3항 중 ‘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고’ 부분,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8조 제1항 중 ‘자치구가 아닌 구의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한다’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쳐 ‘임명조항’이라 한다)으로 인해, 행정구의 구청장이나 구의원을 주민의 선거로 선출할 수 없는 행정구 주민의 평등권이 침해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단계를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에 맡기고 있고, 기초자치단체가 성립하는 면적이나 인구 등의 규모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일정한 인구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는 행정구가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면, 주민자치와 통제를 통한 책임행정이라는 민주주의 실현과 주민 선호의 특성에 따른 대응이 가능해지는 긍정적인 면을 상정할 수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구, 시, 도라는 3단계 구조가 됨에 따라, 시 및 이웃 구와의 협력 관계 약화, 시와 구의 중복 행정, 구 사이 재정자립도 차이에 따른

행정서비스 불균형 등의 비효율성도 나타날 수 있다. 행정구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인 시 관할 구역 안에 있는 것을 감안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현행 지방자치의 일반적인 모습인 2단계 지방자치단체의 구조를 형성한 입법자의 선택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행정구 주민이 지방자치단체로서의 행정구 대표자를 선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기초자치단체인 시와 광역자치단체인 도의 대표자 선출에 참여할 수 있어, 행정구에서도 지방자치행정에 대한 주민참여가 제도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임명조항이 주민들의 민주적 요구를 수용하는 지방자치제와 민주주의의 본질과 정당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인구가 적거나 비슷한 다른 기초자치단체 주민에 비하여, 행정구에 거주하는 청구인이 행정구의 구청장이나 구의원을 선출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차별취급이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명조항은 행정구 주민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지방자치법(2011. 5. 30. 법률 제10739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3항 중 ‘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고’ 부분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8조 제1항 중 ‘자치구가 아닌 구의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한다’ 부분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9조 중 ‘자치구가 아닌 구의 구청장은 시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소관 국가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부분

참조판례

헌재 2006. 4. 27. 2005헌마1190 , 판례집 18-1상, 652, 658-662

헌재 2013. 2. 28. 2012헌마131 , 판례집 25-1, 151, 159

헌재 2016. 10. 27. 2014헌마797 , 판례집 28-2상, 763, 770-771

당사자

청 구 인최○○

대리인 법무법인 가우

담당변호사 이경환 외 1인

주문

1. 지방자치법(2011. 5. 30. 법률 제10739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3항 중 ‘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고’ 부분,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8조 제1항 중 ‘자치구가 아닌 구의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한다’ 부분에 대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2010. 7. 1. 각각 별개의 지방자치단체였던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시 및 진해시를 폐지·통합하여 경상남도 창원시를 설치하는 내용의 ‘경상남도 창원시 설치 및 지원특례에 관한 법률’ 제2조가 시행되었다. 통합 창원시가 된 이후에 의창구, 성산구(이상 구 창원시 지역),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이상 구 마산시 지역), 진해구의 5개의 구가 설치되었는데, 위 구들은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구(이하 ‘행정구’라 한다)이다.

나. 청구인은 2017. 9. 28.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하고 있다. 청구인은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지방자치단체인 구(이하 ‘자치구’라 한다)가 아닌 행정구만을 둘 수 있게 하고, 행정구의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하며 그 구청장은 시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사무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3조 제3항, 제118조 제1항, 제119조로 인하여, 마산합포구의 구청장, 구의원을 선거로 뽑을 수 없으므로, 위 조항들이 청구인의 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8. 2. 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지방자치법 제3조 제3항, 제118조 제1항, 제119조 전부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의 주장은 창원시에 속한 행정구의 구청장, 구의원을 직접 선거로 선출하지 못하여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므로, 청구인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고’ 부분, 지방자치법(2007. 5. 11. 법률 제8423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18조 제1항 중 ‘자치구가 아닌 구의 구청장은 시장이 임명한다’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쳐 ‘임명조항’이라 한다), 제119조 중 ‘자치구가 아닌 구의 구청장은 시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소관 국가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부분(이하 ‘권한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조(지방자치단체의 법인격과 관할) ③특별시·광역시 및 특별자치시가 아닌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는 자치구가 아닌 구를 둘 수 있고, 군에는 읍·면을 두며, 시와 구(자치구를 포함한다)에는 동을, 읍·면에는 리를 둔다.

제118조(하부행정기관의 장의 임명) ①자치구가 아닌 구의 구청장은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시장이 임명한다.

제119조(하부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자치구가 아닌 구의 구청장은 시장의, 읍장·면장은 시장이나 군수의, 동장은 시장(구가 없는 시의 시장을 말한다)이나 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포함한다)의지휘·감독을 받아 소관 국가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

[관련조항]

제2조(지방자치단체의 종류) ① 지방자치단체는 다음의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1.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

2. 시, 군, 구

② 지방자치단체인 구(이하 “자치구”라 한다)는 특별시와 광역시의 관할 구역 안의 구만을 말하며, 자치구의 자치권의 범위는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군과 다르게 할 수 있다.

제3조(지방자치단체의 법인격과 관할) ②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이하 “시·도”라 한다)는 정부의 직할(直轄)로 두고, 시는 도의 관할 구역 안에, 군은 광역시, 특별자치시나 도의 관할 구역 안에 두며, 자치구는 특별시와 광역시, 특별자치시의 관할 구역 안에 둔다.

제4조(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 ① 지방자치단체의 명칭과 구역은 종전과 같이 하고, 명칭과 구역을 바꾸거나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에는 법률로 정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경계변경과 한자 명칭의 변경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4조의2(자치구가 아닌 구와 읍·면·동 등의 명칭과 구역) ① 자치구가 아닌 구와 읍·면·동의 명칭과 구역은 종전과 같이 하고, 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칠 때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 다만, 명칭과 구역의 변경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고, 그 결과를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제30조(의회의 설치)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둔다.

제31조(지방의회의원의 선거) 지방의회의원은 주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따라 선출한다.

제93조(지방자치단체의 장) 특별시에 특별시장, 광역시에 광역시장, 특별자치시에 특별자치시장, 도와 특별자치도에 도지사를 두고, 시에 시장, 군에 군수, 자치구에 구청장을 둔다.

제94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따라 선출한다.

제1조(목적) 이 법은「지방자치법」제4조 제1항에 따라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시 및 진해시를 통합하여 경상남도 창원시를 설치함으로써 이 지역에 있어서 주민생활의 편의를 증진하고 균형 있는 지역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설치 등) ① 경상남도의 창원시, 마산시 및 진해시를 각각 폐지한다.

② 경상남도에 창원시를 다음과 같이 설치한다.

시의 명칭
관할 구역
창원시
제1항에 따라 폐지되는 경상남도 창원시 일원, 마산시 일원 및 진해시 일원

3. 청구인의 주장

가. 창원시에 속한 행정구들은 2010. 7. 1. 통합 이전의 구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의 오랜 지역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고, 지역의 규모, 산업의 특성 등의 현안이 구별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원시에 속한 행

정구의 구청장은 주민의 선거로 선출되지 않고, 창원시장의 일률적인 지휘를 받고, 창원시장이 언제든지 다른 구청이나 시청으로 인사 명령을 할 수 있다. 자치구의 구청장은 주민들의 선거로 선출되어 4년간 지속성 있게 주민에게 책임을 지는 행정을 하는 것과 비교하여 보면, 행정구 구청장은 지역현안을 숙지하고 책임행정을 할 동기가 낮다. 결국 행정구의 구청장을 주민의 선거로 선출하지 못함에 따라, 행정구 주민인 청구인은 자치구에 비하여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 일정한 규모의 주민 집단은 광역 단위의 지방자치단체의 장 이외에 기초 단위의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의 장과 지방의회의 의원을 선출함으로써 주민 집단의 실정에 맞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 현재 몇몇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의 인구는 2만 명도 안 되는 반면, 인구 100만 명 규모의 시 중 광역시가 아닌 창원시, 수원시, 고양시 등에 속해 있는 큰 행정구의 경우에는 주민 수가 20만 명을 넘는다.창원시 행정구들의 평균 인구는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 인구의 평균보다 많고 자치행정의 수요도 크다.

이러한 대규모 행정구의 주민들은 훨씬 규모가 작은 시·군·자치구의 주민들에 비하여 주민 규모에 적합한 기초 단위의 지방자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청구인은 창원시에 속해 있는 마산합포구 구청장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선출할 수 없고, 구의원을 선거로 선출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들이 달성하려는 행정의 효율성 및 행정비용의 절약 등의 공익이 이러한 차별취급을 정당화할 수 없다. 창원시의 행정구에 거주하고 있는 청구인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선거권 행사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4. 권한조항에 대한 적법요건 판단

행정구의 구청장이 시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사무를 처리하도록 하는 권한조항의 수범자는 행정구의 구청장이고, 행정구에 거주하는 주민인 청구인의 법적 지위나 권리의무에 어떠한 불이익을 준다고 볼 수 없다. 권한조항에 따라 행정구의 구청장이 시장의 지휘·감독을 받음에 따라 청구인이 주민으로서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은 간접적·사실적 이해관계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권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5. 임명조항에 대한 본안 판단

가. 지방자치의 본질과 지방자치단체의 현황

(1)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요체이고, 현대의 복합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적 다원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지방의 공동 관심사를 자율적으로 처결함과 동시에 주민의 자치역량을 배양하여,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구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은 국민주권의 기본원리에서 출발하여 주권의 지역적 주체인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2009. 3. 26. 2007헌마843 ).

지방자치는 국가적 차원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구체적인 정치적 참여가능성을 지역주민에게 부여한다. 정치적 공동체의 의사형성 단위가 분화하면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와 정치적 영향력이 증가하며, 지역주민은 지역행정의 고유한 상황과 지역공직자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는 민주시민의 양성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에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지방자치는 주민의 복지를 실현하고, 지역주민들의 결속과 연대를 통한 주민들의 조정과 통합이라는 공동사회적 기능도 수행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규모, 지방자치단체의 단계 등은 이러한 정책적인 면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2)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이하 ‘광역자치단체’라 한다)’와 ‘시, 군, 구(이하 ‘기초자치단체’라 한다)’로 구분하고(제2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인 자치구는 특별시와 광역시의 관할 구역 안의 구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2항). 이처럼 우리나라의 현행 지방자치의 기본적인 모습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의 2단계 구조로 되어 있다. 다만 광역자치단체 중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기초자치단체를 두지 않고 있어(지방자치법 제174조 제2항,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6조 제2항,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0조), 지방자치단체가 1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3) 행정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며, 인구 50만 이상인 기초자치단체인 시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조례로 그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지방자치법 제3조 제3항, 제4조의2 제1항).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도시의 시청에서 지역의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기 어려울 때, 주민과 가까운 행정구에서 주민이 요구하는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행정에 대한 주민의 접근성과 주민참여를 강화하고, 주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적절한 대응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설치 여부는 임의사항으로 인구 50만 이상의 시 중 일부에만 행정구가 있다.

(4)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인구편차는 매우 크며,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자치구와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행정구의 구분이 인구의 수에 비례하여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광역시가 되는 요건은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시, 행정구 등을 둘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법 제3조 제3항(행정구)이나 제7조(시)에 최소한의 허용 요건만 규정되어 있을 뿐, 주민의 수에 따라서 결정되고 있지는 않다.

그로 인해, 기초자치단체들 사이에서 100 배 이상의 인구 편차가 나타나고 있다. 인구가 많은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인구가 적은 광역자치단체의 인구보다 많거나 비슷한 규모이다. 반면 기초자치단체인 자치구나시·군 중에는 청구인이 주민등록을 둔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같은 행정구보다도 인구가 적은 곳도 여럿 있다.

나. 임명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1) 인구가 비슷한 자치구 또는 인구가 더 적은 시·군과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는 것에 비하여, 행정구에 거주하는 청구인은 행정구의 구청장이나 구의원을 주민의 선거로 선출할 수 없어, 비교집단에 대한 다른 취급이 존재한다.

임명조항에 의하여 행정구 지역만의 지방의회가 구성되지 않고 주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자치단체장 대신 임명직 구청장이 행정을 담당하게 되므로, 청구인이 행정구인 마산합포구의 구청장과 구의원 선출에 참여할 기회가 없다. 마산합포구 주민인 청구인의 입장에서는, 통합 이전의 기초자치단체인 구 마산시에 비하여, 통합 창원시의 출범으로 기초자치단체의 면적이 넓어지고 인구도 늘었다. 이처럼 행정구역이 주민들의 생활권을 넘어 광역화되면 동일한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임명조항이 주민들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민주적 의사를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반영하는 지방자치제의 민주주의적 기능을 일부 약화시키는 측면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1190 참조).

따라서 임명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1190 참조). 한편 청구인은 규모가 작거나 비슷한 시·군·자치구의 주민들에 비하여 행정구 주민은 인구 규모에 적합한 대표자를 선출하지 못하므로, 임명조항이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평등권 침해 주장 내용과 다르지 않으므로, 이를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임명조항으로 인한 차별취급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우선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단계를 입법자의 광범위한 형성에 맡기고 있고, 기초자치단체가 성립하는 면적이나 인구 등의 규모에 대하여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 제117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및 구조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사항은 기본적으로 입법자에게 위임된 것이다. 헌법상 지방자치제도 보장의 핵심영역 내지 본질적 부분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자치행정을 일반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중층구조 또는 지방자치단체로서 특별시·광역시 및 도와 함께 시·군 및 자치구를 계속하여 존속하도록 할지 여부는 결국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위에 들어간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이 수행해온 자치사무를 국가의 사무로 이관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방자치단체의 중층구조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관한 판단도 역시 입법자의 선택 범위에 들어간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1190 참조).

(3) 다음으로, 어떤 행정구역 단위 또는 어떤 인구 규모의 주민에게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부여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광범위한 입법자의 재량이 인정된다.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의 일상적 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공동체 단위로서, 그 규모는 공동사회의 지역적 범위를 의미하며, 지방자치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된다. 작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는 주민대표성 강화와 민주적 정부 운영에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고, 지방정부의 기능·형태·관리에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너무 작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가 난립하는 경우에는, 도시 발전과 사회통합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다. 대도시에서 기초자치단체가 소규모로 나뉘고 기능이 중복되면, 가용자원과 사회적 필요성 사이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사회문제의 해결이나 주민을 위한 효율적인 행정의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규모의 행정구역의 단위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할 것인지, 지방자치단체의 구

조를 몇 단계로 형성할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은 주민대표성 강화와 민주적 정부 운영, 자치행정의 효율성, 행정구역의 역사성 등 여러 상충하는 법익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입법자는 다양한 법익을 형량하여 인구가 적은 행정구역에 시·군·자치구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할 수도 있고, 인구가 많은 행정구역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지위 부여 여부에 관하여 입법자가 한 구체적인 형성은 현저히 자의적이지 않은 한 존중되어야 한다. 즉 특정한 기초자치단체의 주민 인구와 동일한 규모의 주민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초자치단체가 되어 주민자치를 할 권리가 입법 이전에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인구, 면적 등에서 유사한 상황에 있는 행정구역이 언제나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받아야 한다면, 이는 국가적 정책이나 지역과 주민의 실상에 부합하는 다양한 지방자치제도를 형성해 나가는 입법자의 재량을 지나치게 구속하여,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다양한 지방자치제도의 구현과 발전을 제약할 우려도 있다.

(4) 행정구가 설치된 시의 경우 행정구 경계를 넘어서 시 전체가 같은 생활권에 있는 경우가 많고, 같은 시에 있는 행정구들 사이에서는 같은 도에 있는 시·군들 사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동질성이 있다. 따라서 행정구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 사이에는 자치행정의 효율성이나 행정구역의 역사성 등에서 다른 측면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인 자치구는 광역자치단체인 특별시·광역시 관할 구역 안에 있는 것과 달리 행정구는 기초자치단체인 시 관할 구역 안에 있다는 점에서 역시 차이가 있다.

일정한 인구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는 행정구가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면, 주민자치와 통제를 통한 책임행정이라는 민주주의 실현과 주민 선호의 특성에 따른 대응이 가능하여 행정의 효율성이 증진되는 긍정적인 면을 상정할 수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구, 시, 도라는 3단계 구조가 됨에 따라, 각각 지방자치단체인 시 및 이웃 구와의 협력 관계 약화, 시와 구의 중복 행정,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고 구별로 시설의 중복 건립과 운영경비 과다 지출, 구 사이 재정자립도 차이에 따른 행정서비스 불균형 등의 비효율성도 나타날 수 있다.

입법자는 이러한 여러 법익들을 비교형량하여, 행정구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 행정구가 설치된 시와 관련하여 현행 지방자치의 일반적인 모습인 2단계 지방자치단체의 구조를 형성한 입법자의선택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보기어렵다.

(5) 비록 창원시에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만을 두도록 하여 청구인이 지방자치단체로서의 마산합포구의 대표자인 구청장과 구의원을 선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은 여전히 기초자치단체인 창원시와 광역자치단체인 경상남도의 대표자 선출에 참여할 수 있다. 행정구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선거구에서 선출된 창원시의원은 청구인이 주장하는 자치구로서의 마산합포구의원과 같은 민주적 정당성이 있고(헌재 2006. 4. 27. 2005헌마1190 ; 헌재 2013. 2. 28. 2012헌마131 참조), 동일하게 주민자치의 대의기구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광역자치단체만을 두는 것도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회의원을 선출할 주민의 선거권, 피선거권,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헌재 2006. 4. 27. 2005헌마1190 )과 비교하여 보면, 청구인은 여전히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자치행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고, 다만 임명조항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행정구가 아니라 규모가 큰 시가 될 뿐이다. 청구인이 행정구의 대표자를 선출하지 못하는 실질적 불이익의 정도가, 주민들의 민주적 요구를 수용하는 지방자치제와 민주주의의 본질과 정당성을 훼손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수 없다.

(6) 앞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여 보면, 입법자는 같은 생활권에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지나친 세분화로 행정기능이 분리되어 나타난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기초자치단체의 광역화를 통한 행정의 효율성 달성, 행정비용 절감, 지역 경쟁력 향상 등의 필요에 따라 시에 자치구가 아닌 행정구를 둔 것이다. 또한 행정구에서도 지방자치행정에 대한 주민참여가 제도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청구인은 다른 기초자치단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 동일하게 기초자치단체의 장 및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선거권을 행사함으로써, 행정구 주민의 정치적인 의사를 지방자치행정에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임명조항이 특별시·광역시나 특별자치시가 아닌 시에 설치된 행정구에 지방자치단체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음에 따라, 인구가 적거나 비슷한 다른 기초자치단체 주민과 달리, 행정구에 거주하는 청구인이 행정구의 구청장이나 구의원을 선출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차별취급이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1190 참조).

(7) 한편 청구인은 행정구를 둔 다른 대규모 기초자

치단체들은 도시의 성장과 인구의 증가에 따라 동질적인 시의 행정기능 분산이라는 목표에 따라 행정구가 설치된 반면, 창원시는 세 개의 기초자치단체가 합쳐졌으므로 기존의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달리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런데 구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는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이어져 있었고, 역사적인 연원을 같이 하며, 여러 차례 행정구역이 서로 조정되는 등 동일한 생활권과 경제권에서 주민들이 거주하여 왔다. 같은 생활권의 행정구역을 합쳐 주민생활의 편의를 증진하려는 것도 창원시의 통합을 추진한 배경이자 목적 중 하나였다. 따라서 임명조항이 창원시 주민을 인구 증가에 따른 행정 수요의 증가에 따라 행정구가 설치된 다른 도시의 주민과 같게 취급하더라도,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8) 따라서 임명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6.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임명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권한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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