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현무, 담당변호사 김장섭외 3인)
피고, 피항소인
피고 주식회사
변론종결
2008. 2. 26.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3,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4. 11. 11.부터 2006. 4. 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라.
이유
1. 원고의 주장
가. ①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주식회사 메인테크엔지니어링(이하 ‘메인테크’라 한다) 공장 리모델링 공사 중 전기 부문 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② 원고는 피고를 대리한 소외 1로부터 위 전기 부문 공사를 하도급받았다. ③ 설령 피고가 소외 1에게 위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수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이 위 하도급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법인인감도장과 피고 명의의 통장 및 ‘피고의 본부장 소외 1’이라고 새겨진 명함을 갖고 있었으며 위 하도급계약서에 피고의 법인인감도장을 날인한 점, 원고의 예금계좌에 피고 명의로 공사대금의 일부가 송금된 점에 비추어, 원고로서는 소외 1이 피고를 대리하여 위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④ 피고는 원고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매입 자료로 첨부하여 부가가치세 신고를 함으로써 소외 1의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잔대금 5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 를 위반하여 건설업면허를 소외 1에게 대여하였고, 자신의 통장과 인감을 부주의하게 관리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소외 1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된 원고에게 민법 제750조 에 의한 불법행위자로서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인정사실
1) 소외 2는 2004. 8.경 자신이 소외 3 주식회사의 기술부장임을 자처하면서 피고에게 서울 금천구 가산동 702에 있는 메인테크 공장 리모델링 공사(이하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라 한다)를 소개하였다.
2) 피고는 2004. 9. 3.경 소외 2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메인테크와 사이에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하고, 피고 명의의 법인인감도장 및 통장 2개{새마을금고 통장(계좌번호: 생략), 주식회사 신한은행 통장(계좌번호: 생략)}를 각 교부하였다.
3) 소외 2는 피고로부터 위 대리권을 수여받으면서, 피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계약 약정 각서’(을 제1호증)를 작성·교부하였다.
가) 소외 3 주식회사가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를 원도급계약 공사대금의 92% 선에서 하도급을 받기로 하되, 그 중 도장공사는 피고가 직영 시공하기로 한다.
나) 소외 3 주식회사는 위 하도급 금액의 105%에 상당한 금액으로 계약이행보증보험증서를 피고에게 제출하기로 한다.
다) 소외 2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는데 필요한 인감 및 거래통장을 인수하되, 계약 이후 소외 3 주식회사의 하도급 계약서를 메인테크에 제출하여 정식 하도급계약으로 인정받고, 피고의 인감 및 거래통장은 용도외 사용하지 않기로 한다.
4) 소외 2는 2004. 9. 3. 피고를 대리하여 메인테크와 사이에,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를 공사대금 156,163,636원( 소외 1은 210,000,000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기간 2004. 10. 5.부터 2004. 10. 19.까지로 정하여 하도급 받기로 하는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다만 메인테크의 요구에 따라 계약서상의 계약금액은 395,85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기재하였다.
5) 그 후 소외 2는 피고의 동의 없이 소외 1에게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를 일괄 재하도급하면서 피고 명의의 법인인감도장 및 통장 1개를 교부하였다. 소외 1은 피고의 위 법인인감도장 등을 이용하여 피고 명의로 여러 공사업자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6) 원고는 2004. 9. 21. 피고를 도급인으로 하여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 중 전기공사 부분을 공사대금 73,000,000원에 하도급받기로 하는 계약서(이하 ‘이 사건 전기공사 도급계약’이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그 도급계약서의 피고 날인은 소외 1이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을 제14호증의 1과 같다), 갑 제4호증, 을 제1호증, 을 제3, 4, 5호증, 을 제6호증(을 제16호증과 같다), 을 제8, 9, 10호증, 을 제15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소외 4의 일부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1) 피고가 이 사건 전기공사 도급계약에 의하여 공사대금 지급채무를 지는지 여부
가) 우선 이 사건 전기공사 도급계약을 피고가 직접 체결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갑 제1호증의 1, 2(전기공사표준도급계약서)에 날인된 피고의 인영은 피고가 아닌 소외 1에 의해 날인되었음을 알 수 있고, 소외 1에게 위 서류에 피고의 도장을 날인할 권한이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갑 제1호증의 1, 2는 위 주장사실에 관한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피고가 직접 위 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다.
나) 피고가 소외 1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전기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수여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을 제7호증의 1, 3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4의 증언만으로는 피고가 소외 1에게 위 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수여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원고는, 피고가 소외 2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수여하였고, 소외 2가 위 권한을 소외 1에게 재위임하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소외 2는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위 리모델링 공사 중 일부를 소외 3 주식회사에게 하도급하는 계약을 체결할 권한만을 수여받았는데, 피고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소외 1에게 위 리모델링 공사를 일괄 하도급한 것이므로, 소외 1이 적법하게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볼 수 없다).
다) 소외 1의 위 대리행위가 민법 제126조 에 의한 표현대리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민법 제126조 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우선 대리행위자인 소외 1이 피고로부터 어떤 기본대리권을 수여받았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소외 1이 피고로부터 기본대리권을 수여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소외 2가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할 기본대리권이 있고, 소외 1이 소외 2로부터 피고를 대리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재위임받았으므로, 소외 1에게도 피고를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 제120조 는, 임의대리인의 복임권에 관하여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가 아니면 복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복대리인의 선임을 인정하지 않고, 다만 예외적으로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본인의 승낙은 본인이 복대리 금지의 의사를 명시하지 아니하는 한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나, 대리의 목적인 법률행위의 성질상 대리인 자신에 의한 처리가 필요한 경우 즉, 사무처리의 주체가 누구인가가 본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우에는 복대리인의 선임에 관하여 묵시적인 승낙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소외 2가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메인테크와의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 도급계약이나 소외 3 주식회사와의 하도급계약 체결 행위는 각 계약의 내용 여하에 따라 피고의 채권채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 피고가 소외 2에게 위 각 계약의 체결을 위임하고 법인인감도장과 통장까지 맡긴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가가 중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소외 2가 소외 1을 복대리인으로 선임한 데 대해서 피고의 묵시적인 승낙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소외 1이 피고의 복대리인으로서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기본대리권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라) 소외 1의 위 대리행위가 민법 제125조 에 의한 표현대리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민법 제125조 가 규정하는 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는 본인과 대리행위를 한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법률관계의 성질이나 그 효력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 본인을 대리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 본인이 그 사람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는 표시를 제3자에게 한 경우에 성립한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다23425 판결 참조). 피고가 ‘ 소외 1에게 이 사건 전기공사 도급계약 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는 표시를 원고에게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마) 피고가 소외 1의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하였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갑 제2호증,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04. 9. 30. 피고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전기공사대금 1,000만 원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소외 1에게 교부하였고, 피고는 2004. 10.경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소외 2로부터 건네받은 위 매입세금계산서를 함께 제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소외 1의 무권대리행위가 있음을 알고서 이를 추인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피고가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 위반 등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을 지는지 여부
가) 피고가 피고의 건설업면허를 소외 1이나 소외 2에게 대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행위가 있음을 전제로 한 불법행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가 소외 2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리모델링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도록 위임하고, 그 위임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피고의 법인인감과 통장을 소외 2에게 교부하였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원고는 소외 2가 아니라 그로부터 피고의 인감을 넘겨받은 소외 1과 사이에 이 사건 전기공사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피고로서는 소외 2에게 인감등을 교부할 당시 이와 같이 소외 2가 함부로 제3자인 소외 1에게 피고 인감을 교부하고 소외 1이 이를 사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불법행위를 할 것까지 예견할 수는 없었다고 보인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