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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12. 16. 선고 2022두53631 판결
[교섭단위분리결정재심결정취소][미간행]
판시사항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3 제2항 에서 정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의미 및 이에 관한 구체적 사정을 주장·증명할 자(=교섭단위 분리를 주장하는 측)

원고,상고인

세종특별자치시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남현)

피고,피상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전국공립학교호봉제회계직노동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교 담당변호사 강문대 외 1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2. 7. 21. 선고 2022누1014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1. 1. 5. 법률 제17864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에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도록 하여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였고( 제29조의2 ),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이하 ‘교섭단위’라고 한다)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하되( 제29조의3 제1항 ),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대하여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였다( 제29조의4 제1항 ). 다만 예외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제29조의3 제2항 ).

나. 구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복수의 노동조합의 설립·활동을 보장하면서도 복수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고자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하는 한편(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참조), 그로 인하여 헌법상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대하여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구 노동조합법 규정의 내용과 형식·체계, 예외적으로만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 에서 정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더라도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한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 (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참조). 이처럼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분리를 주장하는 측이 그에 관한 구체적 사정을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

2.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 사이에 고용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들이 별도의 교섭단위를 구성하여 교섭한 관행도 존재하지 않으나, 양자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있는 등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아,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에 대하여는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 에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①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 중 노동조합에 가입된 이들은 약 1,400명이고,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는 모두 10명인데 그중 8명이 피고 보조참가인에 가입한 점, ② 피고 보조참가인의 조직대상은 ‘공립학교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인데, 이는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이 가입한 다른 2개의 노동조합의 조직대상 중 일부에 해당하여 다른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에 포함되는 점, ③ 원고 지역 내 비호봉제 교육공무직원의 30여 개 직종은 대부분 ‘학교·교육·학사행정업무’ 또는 ‘시설관리·안전·방호업무’를 담당하는데, 그중 ‘사무행정실무원’은 2005년경 이후부터 신규 채용이 중단된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하여 채용한 직종인 점을 알 수 있다.

나. 이러한 사정을 원심판결 이유 및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에 대하여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 에 따라 예외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와 다른 원심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

1) 호봉제회계직과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에 기본급 액수 등의 임금체계와 각종 수당 등 세부항목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이는 양자의 연혁적 근거와 법적 근거가 서로 달랐던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외형상 임금체계와 그 세부항목이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동종·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비슷한 경력의 근로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경로와 방법으로 월 평균 임금 수준을 거의 동일하게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자 사이에 비슷한 수준의 임금이 형성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 수준에 실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는 학교·교육·학사행정업무 또는 그 보조업무에 해당하여 다른 교육공무직원이 담당하는 업무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비호봉제 근로자인 ‘사무행정실무원’과는 업무가 같다. 이와 같이 근로조건의 핵심에 해당하는 업무의 내용이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를 비롯한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은 모두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소속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관리 조례」및 같은 조례 시행규칙, ‘세종특별자치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취업규칙’을 적용받고, 근무시간, 근무형태, 퇴직금, 휴일·휴직, 승진 여부, 정년·정원관리 등 나머지 근로조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3) 이와 같이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고, 원심에서도 인정한 바와 같이 양자 사이의 고용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없음은 물론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들이 별도의 교섭단위를 구성하여 교섭한 관행도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은 3개 노동조합에 분산 가입되어 있고, 피고 보조참가인을 제외한 나머지 2개 노동조합은 상당 기간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단체교섭을 해왔는데,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 등이 법령상 부여된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거나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 또는 피고 보조참가인의 헌법상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구체적 사정이 주장·증명된 바도 없다.

4) 특히 피고 보조참가인의 조직대상은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이 가입한 다른 2개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향후 각 노동조합 사이에 조합원이 혼재될 가능성이 상시 존재하고,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업무와 다른 교육공무직원의 업무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없는 이상,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 사이에 인사이동이 현재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양자의 업무 등 근로내용이 상호 대체가 불가능할 만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교섭단위 분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간접사실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5) 한편 호봉제회계직의 신규채용이 장기간 중단됨에 따라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 중 호봉제회계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과 함께 업무의 동질성·유사성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업무조건에 대한 결정은 비호봉제 근로자의 업무조건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교섭창구를 단일화함으로써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 지역 내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의 근로조건을 통일적으로 형성할 필요성이 오히려 커 보이고, 이는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반면, 교섭단위를 분리할 경우에는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동일·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의 근로조건의 통일적·합리적 형성에 장애가 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노동조합 사이 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반함은 물론, 결과적으로 원고 지역 내 전체 교육공무직원의 헌법상 근로의 권리 및 단체교섭권이 약화될 소지도 있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 사이에 기본급 액수 등의 임금체계와 각종 수당 등 세부항목에서 나타나는 일부 차이에만 주목한 나머지 양자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있어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 에서 정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 노태악 오경미(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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