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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2. 21.자 2015마4174 결정
[손해배상(기)][공2016상,267]
판시사항

[1] 문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서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1호 , 제1항 제3호 (다)목 , 제315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직업의 비밀’의 의미 / 문서 소지자가 문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으려면 직업의 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가 보호가치 있는 비밀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보호가치 있는 비밀인지 판단하는 방법

[2] 어느 문서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간과하기 어려운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2호 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결정요지

[1]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1호 , 제1항 제3호 (다)목 , 제315조 제1항 제2호 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제344조 제1항 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문서의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예외사유로서 기술 또는 직업의 비밀에 속하는 사항이 적혀 있고 비밀을 지킬 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한 문서를 들고 있다.

여기에서 ‘직업의 비밀’은 그 사항이 공개되면 직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이후 직업의 수행이 어려운 경우를 가리키는데, 어느 정보가 직업의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문서 소지자는 비밀이 보호가치 있는 비밀일 경우에만 문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 나아가 어느 정보가 보호가치 있는 비밀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정보의 내용과 성격,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문서 소지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민사사건의 내용과 성격, 민사사건의 증거로 문서를 필요로 하는 정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증거의 존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비밀의 공개로 발생하는 불이익과 달성되는 실체적 진실 발견 및 재판의 공정을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2] 어느 문서가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간과하기 어려운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이러한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2호 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

신청인, 상대방

주식회사 신호인터내셔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익수 외 3인)

피신청인, 재항고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지영철 외 2인)

주문

원심결정 중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 주식회사와 일본국 법인 나카야마 스틸 코포레이션 간의 슬래브 제품 매매거래에 관련한 수출입신용장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 주식회사의 나머지 재항고 및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주식회사의 재항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재항고이유(재항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재항고이유보충서 및 서면은 재항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재항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문서제출신청의 대상이 된 원심판시 별지 제2 목록 기재 각 문서는 신청인의 증명사항인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사실관계 및 손해액의 증명과 충분한 관련이 있고, 그 대상 문서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이 사건 신청이 증거의 포괄적, 모색적 수집을 위한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본안소송의 청구원인에 관한 처분권주의·변론주의를 위반하거나 문서제출명령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재항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주식회사(이하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라고만 한다)와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 주식회사(이하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이라고만 한다) 사이의 슬래브 제품 매매거래(2011. 8. 1.부터 2012. 5. 31.까지 판매분)와 관련한 수출입신용장 및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과 일본국 법인 나카야마 스틸 코포레이션(이하 ‘나카야마’라고만 한다) 사이의 같은 기간 동안의 슬래브 제품 매매거래(이하 위 기간 동안의 위 각 슬래브 제품 매매거래를 통칭하여 ‘이 사건 거래’라 한다)와 관련한 수출입신용장에 관하여, 수출거래와 같은 역외거래에서는 수출입신용장을 이용한 대금 지급 방식이 통상적으로 이용되고, 피신청인들이 해당 문서들의 존재를 부인할 뿐 이 사건 거래에 따른 대금 지급 방식에 관하여 밝히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무역거래에서 대금 지급을 위하여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수출입신용장의 존재가 사실상 추단된다고 보아, 위 각 수출입신용장의 제출을 명한 제1심결정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먼저 피신청인들 사이의 거래는 대한민국 법인과 일본국 법인 사이의 역외거래이고,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이 이러한 역외거래에서는 통상적으로 수출입신용장이 대금 지급 방식으로 이용되며, 이러한 사정은 피신청인들이 계열사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할 것이므로, 피신청인들 사이에서 이 사건 거래에 따른 대금 지급이 수출입신용장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따라서 그 수출입신용장이 존재한다고 추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수출입신용장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전도한 위법이 없다.

다. 그러나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과 나카야마 사이의 이 사건 거래에 관하여서까지 수출입신용장의 존재를 추단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과 나카야마는 모두 일본국 법인이고, 일본국 내에서 일본국 법인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의 대금 지급 방식으로 수출입신용장을 이용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 할 것이어서, 설령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이 이 사건 본안 소송에서 나카야마에 대한 대금 지급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수출입신용장의 존재가 추단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 사정만을 들어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과 나카야마 사이의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하여서도 수출입신용장의 존재가 추단된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

3. 재항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1호 , 같은 조 제1항 제3호 (다)목 , 제315조 제1항 제2호 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제344조 제1항 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문서의 제출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예외사유로서 기술 또는 직업의 비밀에 속하는 사항이 적혀 있고 비밀을 지킬 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한 문서를 들고 있다.

여기에서 ‘직업의 비밀’은 그 사항이 공개되면 해당 직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이후 그 직업의 수행이 어려운 경우를 가리키는데, 어느 정보가 이러한 직업의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문서 소지자는 위 비밀이 보호가치 있는 비밀일 경우에만 문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어느 정보가 보호가치 있는 비밀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정보의 내용과 성격, 그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문서 소지자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그 민사사건의 내용과 성격, 그 민사사건의 증거로 해당 문서를 필요로 하는 정도 또는 대체할 수 있는 증거의 존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그 비밀의 공개로 인하여 발생하는 불이익과 이로 인하여 달성되는 실체적 진실 발견 및 재판의 공정을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피신청인들과 나카야마 사이의 슬래브 수출거래가 이미 종료되어 원심판시 문서들의 내용이 공개되더라도 피신청인들의 영업에 별다른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반면, 위 문서들에는 피신청인들의 나카야마에 대한 슬래브의 최종 판매가격이나 주식회사 ○○○가 수령한 커미션 액수 등이 포함되어 있어 이는 이 사건 본안소송의 쟁점 해결에 관한 결정적인 자료라고 할 것이고, 한편 피신청인들이 나카야마에 대하여 비밀준수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본안소송에서의 진실 발견과 공정한 재판의 필요성이 나카야마가 매매계약 관련 정보에 대하여 가지는 비밀의 중요성보다 우월하다는 이유로, 원심판시 문서들이 직업의 비밀에 관한 문서에 해당하여 그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피신청인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업의 비밀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4. 재항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어느 문서가 그 문서의 작성 목적, 기재 내용, 문서의 소지 경위나 그 밖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할 목적으로 작성되고 외부자에게 개시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이를 개시할 경우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간과하기 어려운 불이익이 생길 염려가 있다면, 이러한 문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2호 의 자기이용문서에 해당한다.

원심이 그 판시 사정을 들어 원심판시 매입·매출 회계처리원장은 민사소송법 제344조 제2항 제2호 가 규정한 ‘오로지 문서를 가진 사람이 이용하기 위한 문서’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러한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기이용문서, 상법 제32조 의 상업장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5. 재항고이유 제5점에 대하여

원심이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4항 에 따른 제시 문서의 반환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였는지 여부는 원심결정의 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한편 원심이 민사소송법 제347조 제4항 에 따라 피신청인들로부터 제출받은 문서가 일부 거래기간에 한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원심이 이로부터 신청인이 주장하는 전체 거래기간에 관한 문서의 존재를 인정하여 그 전체 거래기간에 관한 문서제출명령을 한 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러므로 원심결정 중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과 나카야마 간의 슬래브 제품 매매거래에 관련한 수출입신용장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재팬의 나머지 재항고 및 피신청인 에스케이네트웍스의 재항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이인복 고영한(주심)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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