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노근리 역사공원 조형물 제작·설치 공모”를 한 지방자치단체는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통지된 자에 대하여 그 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으로 나아가야 할 사법적·대외적 의무를 부담하며, 그 지위를 상실시키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결정만으로 최우선협상대상자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대외적 권리가 소멸되지는 않는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노근리 역사공원 조형물 제작·설치 공모”를 한 지방자치단체가 응모자들 중 최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여 통지까지 하였다면, 이에 따른 효력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자에 대하여 그 조형물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으로 나아가야 할 사법적(사법적)·대외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위 사법적 법률관계를 해제·해지 또는 취소하거나 이를 무효로 되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평가위원회가 최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상실시키는 결정을 하였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법적 법률관계에서 최우선협상대상자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대외적 권리가 소멸되지는 않는다고 한 사례.
채 권 자
채권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 로고스 담당변호사 김건수외 3인)
채 무 자
영동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성종합 담당변호사 박정훈)
주문
1. 채무자가 2008. 12. 17. 공고한 ‘노근리 역사공원 조형물 제작·설치공모’에 따라 응모자들과 협상개시함에 있어 채권자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
2. 채무자는 제1항 기재 ‘노근리 역사공원 조형물 제작·설치공모’와 관련하여 신청외인 또는 차순위 응모자와 사이에 노근리 역사공원 조형물 제작·설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을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소송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각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무자 영동군은 한국전쟁 당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희생된 민간인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형물인 위령탑(이하 ‘이 사건 위령탑’이라 한다)을 위 노근리 675-6 일대에 제작·설치하기로 하였다.
나. 이에, 채무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협상에 의한 방법으로 이 사건 위령탑의 제작·설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여, 2008. 12. 17. ‘노근리 역사공원 조형물 제작·설치공모’(이하 ‘이 사건 공모’라 한다)의 제안요청서(이하 ‘이 사건 제안요청서’라 한다)를 공고하였는데, 위 제안요청서의 주요 내용은, ① 이 사건 공모에 대하여 응모한 자들은 2009. 3. 5.까지 모형, 설계도판, 제안설명서 등을 포함한 제안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② 채무자가 구성하는 평가위원회가 위와 같이 제출된 제안서를 심사하여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다수의 협상대상자를 순위를 정하여 선정하되, ③ 채무자는 위 평가위원회에서 결정된 협상순위에 따라 선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여, 선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이 성립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비로소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후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 한편, 채권자는 이 사건 공모에 응모한 다음 이 사건 제안요청서의 내용에 따라 채무자에게 이 사건 위령탑의 제작·설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였으며, 채무자는 2009. 3. 20. 평가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채권자를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여 채권자에게 위 선정 사실 및 같은 달 3. 23.부터 채권자와 협상이 개시될 것이라는 사실을 통지하였다.
라. 그런데 채무자는 2009. 4. 1. 평가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채권자가 제안서를 통하여 제작·설치를 제안한 조형물(이하 ‘이 사건 응모작’이라 한다)이 채권자가 충북 청원군에 이미 제작·설치한 다른 조형물인 충혼탑(이하 ‘이 사건 충혼탑’이라 한다)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채권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결정을 취소하였으며, 그 직후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신청외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시 지정함과 동시에 같은 달 7.에는 채권자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결정이 취소되었으므로 더 이상 채권자와 협상을 진행하지 아니하겠다는 취지의 통지를 채권자에게 하였다.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채권자
채권자는 이 사건 위령탑의 제작·설치를 위하여 채무자가 공고한 이 사건 공모에 응모하여 채무자에 의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 그 통지까지 받았으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와 사이에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아갈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인데, 채무자는 채권자가 더 이상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가지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며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신청외인 또는 기타 제3자와 사이에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아가려고 하므로, 채권자의 지위를 보전하기 위하여 주문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2) 채무자
채권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함에 있어 채무자의 평가위원회가 그 결정을 하였으므로, 그 결정의 취소 역시 위 평가위원회의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채권자가 이 사건 공모에 응모하여 제출한 이 사건 응모작은 채권자가 충북 청원군에 이미 제작·설치한 다른 조형물인 이 사건 충혼탑과 유사한 것으로서, 채무자는 이러한 사유가 있을 때 채권자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적법하게 상실시킬 수 있는 것인바, 그렇다면 어느 모로 보나 채권자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채무자의 평가위원회의 취소 결정에 의하여 적법하게 소멸되었다 할 것이므로, 채권자가 여전히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채권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판 단
(1) 먼저,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채권자는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이 사건 공모에 응모하여 채무자로부터 위 계약 체결에 대한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그 통지를 받은 사실, 위 공모 당시 공고된 이 사건 제안요청서에서는 채무자가 그 평가위원회에서 결정된 협상순위에 따라 선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여, 선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이 성립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비로소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후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정한 사실이 각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최우선협상대상자인 채권자에 대하여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아가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채무자의 주장과 같이 채권자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하게 되어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더 이상 협상에 나아가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채무자는 그 평가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채권자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정을 취소하고 채권자에게 이를 통지하기는 하였으나,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에 대한 응모를 한 채권자를 채무자가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여 그 통지까지 한 이상 이에 따른 효력으로써 채무자는 최우선협상대상자인 채권자에 대하여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아가야 할 사법적(사법적)·대외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그렇다면 위 사법적 법률관계를 해제·해지 또는 취소하거나 이를 무효로 되게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또는 채무자의 평가위원회에서 채권자의 지위를 상실시키는 결정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 사법적 법률관계에서의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대외적인 권리가 소멸되지는 않는다 할 것이다.
(나)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제안요청서에는 ‘① 응모자가 제출한 서류 등에 허위 사실이나 중대한 미비 사항이 발견된 경우, ②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주기 위해 불공정한 행위를 하였을 때, ③ 응모제안서 등의 규정에 따른 제반 사항에 위배되었을 때, ④ 기타 다른 공모전에 당선되었던 작품을 제출하였을 때, ⑤ 응모 자격이 미달된 경우, ⑥ 저작권 등에 위배되었을 때’에는 채무자가 제안서를 제출한 자의 모든 자격과 권한을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된 사실이 인정되는데, 설사 채권자가 제출한 이 사건 응모작이 채권자 자신이 과거에 제작·설치한 이 사건 충혼탑과 유사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유사성이 위 결격사유 중 어느 하나에 직접 해당한다고 곧바로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며, 또한 이 사건의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사법적 법률관계를 해제·해지 또는 취소하거나 이를 무효로 되게 하는 그 밖의 다른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하여도 아무런 소명이 없다.
(3) 그렇다면 채권자는 채무자와 사이에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아갈 수 있는 지위를 여전히 가지면서 채무자에 대하여 위 협상에 나아갈 것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므로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 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채무자가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신청외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시 지정하여 이 사건 위령탑 제작·설치계약의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아갈 태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는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