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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12927 판결
[해상강도살인미수·강도살인미수·해상강도상해·강도상해·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선박및해상구조물에대한위해행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2012상,221]
판시사항

[1] 토지관할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조 제1항 에서 ‘현재지’의 의미 및 ‘적법한 강제에 의한 현재지’도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형사소송법 제213조 제1항 에서 ‘즉시’의 의미 및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 아닌 이에 의하여 현행범인이 체포된 후 불필요한 지체 없이 검사 등에게 인도된 경우, 구속영장 청구기간인 48시간의 기산점(=검사 등이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때)

[3] 소말리아 해적인 피고인들 등이 공해상에서 대한민국 해운회사가 운항 중인 선박을 납치하여 대한민국 국민인 선원 등에게 해상강도 등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으로 국군 청해부대에 의해 체포·이송되어 국내 수사기관에 인도된 후 구속·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적법한 체포, 즉시 인도 및 적법한 구속에 의하여 공소제기 당시 국내에 구금되어 있어 현재지인 국내법원에 토지관할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4] 소말리아 해적인 피고인들 등이 공모하여 공해상에서 대한민국 해운회사가 운항 중인 선박을 납치하여 대한민국 국민인 선원 등에게 해상강도 등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으로 국내법원에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갑이 선장 을을 살해할 의도로 을에게 총격을 가하여 미수에 그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나, 나머지 피고인들로서는 피고인 갑이 을을 살해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까지 예상할 수는 없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 제4조 제1항 은 “토지관할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한다”라고 정하고, 여기서 ‘현재지’라고 함은 공소제기 당시 피고인이 현재한 장소로서 임의에 의한 현재지뿐만 아니라 적법한 강제에 의한 현재지도 이에 해당한다.

[2]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 제212조 ),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이하 ‘검사 등’이라고 한다) 아닌 이가 현행범인을 체포한 때에는 즉시 검사 등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3조 제1항 ). 여기서 ‘즉시’라고 함은 반드시 체포시점과 시간적으로 밀착된 시점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인도를 지연하거나 체포를 계속하는 등으로 불필요한 지체를 함이 없이’라는 뜻으로 볼 것이다. 또한 검사 등이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후 현행범인을 구속하고자 하는 경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3조의2 , 제200조의2 제5항 ). 위와 같이 체포된 현행범인에 대하여 일정 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즉시 석방하도록 한 것은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체포 상태가 부당하게 장기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보호의 요청과 함께 수사기관에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 주려는 데에도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검사 등이 아닌 이에 의하여 현행범인이 체포된 후 불필요한 지체 없이 검사 등에게 인도된 경우 위 48시간의 기산점은 체포시가 아니라 검사 등이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때라고 할 것이다.

[3] 소말리아 해적인 피고인들 등이 아라비아해 인근 공해상에서 대한민국 해운회사가 운항 중인 선박을 납치하여 대한민국 국민인 선원 등에게 해상강도 등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으로 국군 청해부대에 의해 체포·이송되어 국내 수사기관에 인도된 후 구속·기소된 사안에서, 청해부대 소속 군인들이 피고인들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것은 검사 등이 아닌 이에 의한 현행범인 체포에 해당하고, 피고인들 체포 이후 국내로 이송하는 데에 약 9일이 소요된 것은 공간적·물리적 제약상 불가피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인도를 지연하거나 체포를 계속한 경우로 볼 수 없으며, 경찰관들이 피고인들의 신병을 인수한 때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청구하여 발부된 구속영장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구속되었으므로, 피고인들은 적법한 체포, 즉시 인도 및 적법한 구속에 의하여 공소제기 당시 국내에 구금되어 있다 할 것이어서 현재지인 국내법원에 토지관할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4] 소말리아 해적인 피고인들 등이 공모하여 아라비아해 인근 공해상에서 대한민국 해운회사가 운항 중인 선박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여 대한민국 국민인 선원 등에게 해상강도 등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으로 국내법원에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 갑이 선장 을을 살해할 의도로 을에게 총격을 가하여 미수에 그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본 다음, 이 사건 해적들의 공모내용은 선박 납치, 소말리아로의 운항 강제, 석방대가 요구 등 본래 목적의 달성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인질 등을 살상하여서라도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에 있을 뿐, 본래 목적 달성이 무산되고 자신들의 생존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복하기 위하여 그 원인을 제공한 이를 살해하는 것까지 공모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당시 피고인 갑을 제외한 나머지 해적들은 두목의 지시에 따라 무기를 조타실 밖으로 버리고 조타실 내에서 몸을 숙여 총알을 피하거나 선실로 내려가 피신함으로써 저항을 포기하였고, 이로써 해적행위에 관한 공모관계는 실질적으로 종료하였으므로, 그 이후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피신하여 있던 나머지 피고인들로서는 피고인 갑이 을에게 총격을 가하여 살해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까지 예상할 수는 없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권승형 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각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토지관할 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형사소송법 제4조 제1항 은 “토지관할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한다”라고 정하고, 여기서 ‘현재지’라고 함은 공소제기 당시 피고인이 현재한 장소로서 임의에 의한 현재지뿐만 아니라 적법한 강제에 의한 현재지도 이에 해당한다.

한편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 제212조 ),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이하 ‘검사 등’이라고 한다) 아닌 이가 현행범인을 체포한 때에는 즉시 검사 등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3조 제1항 ). 여기서 ‘즉시’라고 함은 반드시 체포시점과 시간적으로 밀착된 시점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인도를 지연하거나 체포를 계속하는 등으로 불필요한 지체를 함이 없이’라는 뜻으로 볼 것이다. 또한 검사 등이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후 현행범인을 구속하고자 하는 경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3조의2 , 제200조의2 제5항 ). 위와 같이 체포된 현행범인에 대하여 일정 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즉시 석방하도록 한 것은 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체포 상태가 부당하게 장기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보호의 요청과 함께 수사기관에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 주려는 데에도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검사 등이 아닌 이에 의하여 현행범인이 체포된 후 불필요한 지체 없이 검사 등에게 인도된 경우 위 48시간의 기산점은 체포시가 아니라 검사 등이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때라고 할 것이다.

나.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들은 2011. 1. 21. 06:00경 소말리아 가라카드에서 북동방으로 약 670마일 떨어진 공해상에서 국군 청해부대 소속 군인에 의하여 해상강도 등 범행의 현행범인으로 체포되어 삼호주얼리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 격리 수용되었다. 청해부대는 장거리 호송에 따른 여러 문제점, 피고인들 입장에서도 자국에 가까운 곳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방어권 행사에 유리하다는 소송절차적 측면 등을 고려하고,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의 해적문제에 관하여 국제적인 공동 대응과 협력을 촉구하는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내용 등에 따라 인접국들의 우호적인 태도를 기대하여, 오만 등 인접국들을 대상으로 피고인들 신병인도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위 인접국들이 다른 국가들로부터도 동일한 요구를 받을 가능성, 수용시설 여건 등을 이유로 신병인수를 거절함에 따라 청해부대는 피고인들을 국내로 이송하기로 하였고, 이후 항공편 마련이 여의치 아니하던 중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협조를 받아 그 전용기 편으로 2011. 1. 30. 04:00경 부산 김해공항으로 피고인들을 이송하여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그 무렵 피고인들을 인도받았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국내에 도착하기 직전인 2011. 1. 29. 20:30경 부산지방법원에 피고인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부산지방법원은 같은 날 23:30경 피고인들에 대한 심문용 구인영장을 발부하였으며, 2011. 1. 30. 08:00경 피의자심문을 거친 후 같은 날 10:40경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다. 제1심법원은 위 인정사실에 기하여 청해부대 소속 군인들이 피고인들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것은 검사 등이 아닌 이에 의한 현행범인 체포에 해당하고, 피고인들 체포 이후 국내로 이송하는 데에 약 9일이 소요된 것은 공간적·물리적 제약상 불가피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인도를 지연하거나 체포를 계속한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제1심법원은, 구속영장 청구기간인 48시간의 기산점은 경찰관들이 피고인들의 신병을 인수한 2011. 1. 30. 04:30경부터 진행된다고 전제한 다음, 그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청구되어 발부된 구속영장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구속되었으므로, 피고인들은 적법한 체포, 즉시 인도 및 적법한 구속에 의하여 공소제기 당시 부산구치소에 구금되어 있다 할 것이어서 제1심법원에 토지관할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유지한 제1심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4 변호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형사소송법상 토지관할이나 현행범인 체포 및 구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군인들에 대한 총격 관련 해상강도살인미수 등의 점에 관하여

가.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한다. 따라서 공모자 중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사람도 위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 있다. 한편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공모자가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역할이나 범죄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하여 그가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235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범죄의 수단과 태양, 가담하는 인원과 그 성향, 범행 시간과 장소의 특성, 범행과정에서 타인과의 접촉가능성과 예상되는 반응 등 제반 상황에 비추어, 공모자들이 공모한 범행을 수행하거나 목적 달성을 위하여 나아가는 도중에 부수적인 다른 범죄가 파생되리라고 예상하였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지하기에 족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공모한 범행에 나아갔다면, 비록 그 파생적인 범행 하나하나에 대하여 개별적인 의사의 연락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범행 전부에 대하여 암묵적인 공모는 물론 그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428 판결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1도28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해적들은 선박을 총기 등으로 위협하여 강취한 다음 선박과 선원들을 소말리아로 끌고 가 인질로 삼아 그 석방대가를 요구하기로 공모하였다. 이 사건 해적들은 두목과 부두목을 중심으로 선박 납치를 위한 선발대, 조타실 내 인질 및 통신장비 감시, 기관실 통제, 윙브리지에서의 경계, 통역, 요리 등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조직적·체계적으로 활동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선박의 납치 이후 국적은 모르지만 군함이 이 사건 선박을 쫓아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 기관총 등 무기를 소지한 채 윙브리지에서 주야로 교대해 가며 해적 소탕을 위하여 접근하는 외부세력이 있는지 감시하였다. 2011. 1. 18.에 있은 해군의 제1차 구출작전 당시 이 사건 해적들은 조타실에 감금하여 둔 선원들을 탑브리지 또는 윙브리지로 내몰아 세웠음에도 해군 리브 보트가 계속 접근하자 단순한 위협사격이 아니라 위 리브 보트를 향하여 일제히 조준사격을 하여 위 리브 보트에 타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1 등 군인 3명이 총상을 입었다.

원심은 위 인정사실에 기하여 이 사건 해적들의 공모내용에는 납치한 이 사건 선박을 소말리아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이를 회복하려는 행위를 총격 등 무력으로 저지하는 것도 포함되고 당시 해군의 리브 보트를 향하여 총격을 가한 것은 위 공모내용에 부합하는 행위이므로, 이 부분 범행에 관하여 이 사건 해적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공모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원심은 당시 리브 보트를 향하여 기관총으로 사격을 한 피고인 2는 위와 같은 공모에 따라 살해의 고의로 군인들을 향하여 총격을 가하였으므로 당연히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을 지고, 피고인 3 또한 당시 사격행위에 가담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해적들의 공모내용에 군인들에 대한 총격행위도 포함되어 있고 그러한 행위에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원심의 사실인정 및 그 채용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3은 이 사건 해적들 내부의 업무분담에 따라 조타실 내에서 통신장비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소총을 소지한 채 외부 경계활동에도 가담하였음을 알 수 있고, 위와 같은 이 사건 전체 범행의 경위 및 공모내용, 이 사건 해적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의 전체적인 역할 분담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인이 이 부분 범행에 관한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하여 위 해상강도살인행위에 대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한 공모자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의 이 부분 설시에는 다소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위 피고인도 이 부분 범행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결국 원심의 이 부분 사실인정과 판단에 위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인간방패’ 사용 관련 해상강도살인미수 등의 점에 관하여

살인죄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위험이 있음을 예견·용인하면 족하며 그 주관적 예견 등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는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자 중의 1인이 다른 공모자가 실행행위에 이르기 전에 그 공모관계에서 이탈한 때에는 그 이후의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관하여는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은 지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나, 공모관계에서의 이탈은 공모자가 공모에 의하여 담당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공모자가 공모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다른 공모자의 실행에 영향을 미친 때에는 범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등 실행에 미친 영향력을 제거하지 아니하는 한 공모관계에서 이탈하였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692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해군의 제1차 구출작전 이후 이 사건 해적들 두목은 모든 해적들에게 해군의 공격이 또다시 시작되면 인질로 억류하고 있는 선원들을 윙브리지로 내몰아 세우라고 지시한 사실, 이에 따라 해군의 제2차 구출작전이 시작되자 해적들 중 한 명이 피해자 공소외 2 등 선원들을 윙브리지로 내몰아 세웠고, 당시 윙브리지로는 해군의 위협사격에 의하여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이었던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해적들 사이에는 해군이 다시 구출작전에 나설 경우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하는 것에 관하여 사전 공모가 있었고, 해군의 총격이 있는 상황에서 선원들을 윙브리지로 내몰 경우 선원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당연히 예견하고 나아가 이를 용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 또한 인정되며, 나아가 선원들을 윙브리지로 내몰았을 때 살해행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은 행위는 사전 공모에 따른 것으로서 피고인 2, 피고인 3 및 피고인 4가 당시 총을 버리고 도망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공모관계에서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위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4. 공소외 2에 대한 총격 관련 해상강도살인미수 등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 1(이하 ‘ 피고인 1’이라고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그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피고인 1이 공소외 2를 살해할 의도로 공소외 2에게 총격을 가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① 피해자 공소외 2는 제2차 구출작전 당시 좌복부에서 오른쪽 옆구리 쪽으로 관통되는 총상 및 왼쪽 팔이 거의 떨어져 나갈 정도의 분쇄골절 총상 등을 입은 채 이 사건 선박의 조타실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부상 정도나 당시 상황에 비추어 공소외 2는 이 사건 선박의 윙브리지에서 조타실로 돌아온 후 위와 같은 총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② 공소외 2의 좌측 대퇴골의 대전자부(좌측 둔부측) 창상 부위에서는 이 사건 해적들이 사용한 AK소총탄의 파편이 발견되었고, 당시 윙브리지 및 조타실로 해군의 위협사격에 의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 비추어 위 파편이 해적들의 대응사격과정에서 발생한 유탄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낮다. ③ 당시 조타실에 있던 해적들은 총기를 소지하지 아니하고 있었거나 해군의 공격이 계속되자 두목의 지시에 따라 모두 조타실 밖으로 총기를 버렸음에 반하여, 피고인 1은 두목의 지시에 응하지 아니한 채 조타실에서 AK소총을 계속 소지하고 있었고 공소외 2가 총상을 입은 후 해군 진입이 임박한 시점에서야 조타실 아래 선실로 피신하면서 그곳 계단 부근에 AK소총을 버렸다. ④ 공소외 2와 함께 조타실에 피신해 있던 공소외 3 등은 당시 피고인 1이 총을 들고 공소외 2의 왼쪽에 서 있는 것을 목격하였고, 해적들 중 누군가가 “캡틴, 캡틴”이라며 공소외 2를 찾는 소리 및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해군의 총소리와는 다른 총소리를 들었으며, 공소외 3은 피고인들이 해군에 체포된 직후부터 공소외 2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이 피고인 1이라고 지목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위 피고인의 변호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나.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피고인 1에 대하여

상고심은 항소법원 판결에 대한 사후심이므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한 사항은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들지 않는 것이어서 항소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아니한 사유에 대하여는 이를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7947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상고이유는 검사가 피고인 1을 다른 피고인들과 공동정범으로 기소하였음에도 원심이 단독범으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는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것을 상고이유에서 비로소 주장하는 것임이 명백하여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해적들의 공모내용은 선박 납치, 소말리아로의 운항 강제, 석방대가 요구 등 본래 목적의 달성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인질 등을 살상하여서라도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에 있을 뿐이고, 본래 목적 달성이 무산되고 자신들의 생존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원인을 제공한 이를 보복하기 위하여 살해하는 것까지 공모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당시 피고인 1을 제외한 나머지 해적들은 두목의 지시에 따라 무기를 조타실 밖으로 버리고 조타실 내에서 몸을 숙여 총알을 피하거나 선실로 내려가 피신함으로써 저항을 포기하였고, 이로써 해적행위에 관한 공모관계는 실질적으로 종료하였으며, 그 이후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피신하여 있던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로서는 피고인 1이 공소외 2에게 총격을 가하여 살해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까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9927 판결 등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5. 피고인들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들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각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전수안 양창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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