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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10. 선고 2015가합542001 판결
[위약벌][미간행]
원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류두현 외 4인)

피고

레이시온 컴퍼니(Raytheon Company)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은영 외 3인)

2017. 9. 2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통화 16,963,726.89달러 및 이에 대하여 2015. 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의 추진

1) 원고는 2011. 8.경부터 원고의 방위사업을 주관하는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을 통해 미국의 군수업체로부터 무기 또는 무기관련 서비스(이하 ‘무기 등’이라 한다)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공군 KF-16 전투기 134대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추진하였다.

2) 미국 외의 국가(이하 ‘구매국’이라 한다)가 미국의 군수업체로부터 무기 등을 구매하는 방법으로는, 구매국이 미국의 군수업체와 계약을 체결하여 군수업체로부터 직접 무기 등을 제공받는 DCS(Direct Commercial Sals) 방식과 구매국은 미국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되, 미국정부가 미국의 군수업체와 무기 등 공급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공급받은 후 구매국에게 제공하는 FMS(Foreign Military Sales) 방식이 있다.

3) FMS 방식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가) 구매국은 사업내용, 일정 및 총사업비 등을 고려하여 미국정부와 체결하고자 하는 계약조건을 기재한 LOR(Letter of Request) 주1) 을 미국정부에 제출한다.

나) 구매국으로부터 LOR을 받은 미국정부는 무기 등을 개발·납품할 군수업체가 제시하는 개발·납품비용, 미국정부가 FMS계약을 관리하는 데 드는 행정상의 비용(Administrative cost), 미국정부가 책정하는 계약당사자들의 위험비용(Risk cost) 등을 고려하여 구매국에 체결 가능한 계약 조건을 기재한 LOA(Letter of Offer and Acceptance) 주2) 를 송부한다.

다) 구매국이 LOA의 유효기간 내에 LOA에 서명함으로써 구매국과 미국정부 사이에 FMS계약이 체결된다.

라) 구매국과 미국정부 사이에 FMS계약이 체결된 경우 미국정부는 미국의 군수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군수업체로부터 무기 등을 납품받아 구매국에 이를 공급한다.

마) 한편, 구매국은 FMS계약 체결 과정에서 미국정부에 자신이 미리 선정한 미국 군수업체가 미국정부와 무기 등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특정 업체를 주계약업체 또는 하수급업체 주3) 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고, 미국정부는 구매국의 위 요청에 따라 지정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나. 방위사업청의 미국 군수업체 선정

1) 방위사업청은 FMS 방식으로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여, 미국정부로부터 KF-16 전투기의 체계통합(System integration) 주4) 부분과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더 주5) 부분을 구매하기로 하였다.

2) 방위사업청은 미국정부에 위 각 부분을 공급할 미국 군수업체를 지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2011. 11.경 지명경쟁입찰을 통하여 체계통합 부분에 관하여는 소외 비에이이 시스템즈 테크놀로지 솔루션 앤드 서비시즈 아이앤씨(BAE Systems Technology Solution & Setvices, Inc, 이하 ‘BAE'라 한다)를, AESA 레이더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를 각 낙찰자로 선정하였다.

다. 방위사업청과 피고 사이의 입찰보증금 지급각서 및 합의각서 작성

1) 피고는 이 사건 사업 중 AESA 레이더 부분의 지명경쟁입찰 과정에서 2011. 10. 6.경 방위사업청에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작성해 주고, 2012. 2. 22.(연장된 유효기간 2013. 6. 30.), 2013. 7. 12.(연장된 유효기간 : 2013. 9. 10.까지), 2013. 10. 14.(연장된 유효기간 : 2014. 6. 1.), 2014. 7. 14.(연장된 유효기간 : 2014. 10. 1.까지) 및 2014. 9. 29.(연장된 유효기간 : 2015. 1. 30.까지) 입찰보증금 지급각서 유효기간을 연장해 주었는데(이하 위 각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통틀어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라 한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
○ 입찰보증금액 : 17,899,373달러(주6)
○ 상기 입찰공고와 관련하여 아래 (1)항 내지 (3)항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당사는 입찰보증금으로 설정된 금액을 방위사업청의 지급통지를 받는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방위사업청에 지급할 것을 취소불가하고 무조건적으로 보증합니다.
(3) 합의각서 상 조항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조항이 미국정부와의 FMS계약에 포함되도록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협상에 임하지 않은 경우
○ 미국정부가 당사로 하여금 위 입찰대상과 관련된 체계통합업체의 하수급업체로서 계약을 체결하도록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는 무효가 됩니다.

17,899,373달러 주6)

2) 방위사업청과 피고는 2013. 4. 5. 이 사건 사업 중 AESA 레이더 부분과 관련하여 합의각서(이하 ‘이 사건 합의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합의각서〉
제1조(목적)
이 합의각서는 FMS LOR에 반영될 Raytheon Company(Raytheon)(주7)의 제안사항을 문서화하고, 제2조에 정의된 바와 같은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AESA Rader 업체 선정)의 분야별 협상내용에 대한 책임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방위사업청과 Raytheon 간 구속력을 갖는 상호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Raytheon은 이 합의각서와 동일한 내용이 미 정부의 LOA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제2조(분야별 협상내용)
분야별 협상내용이란 아래의 부록을 말한다. 모든 부록은 대한민국 방위사업청과 Raytheon이 협상 후 상호 합의하였다.
부록1. 가격 및 지불일정
부록2. 계약조건
부록3. 계약지지서(SOW)
부록4. RACR 성능 규격서
부록3 작업지시서와 부록4 RACR 성능 규격서 사이의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부록3이 우선 적용된다.
제3조(의무)
1. 대한민국 방위사업청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제2조 분야별 협상내용을 동일하게 반영하여 FMS LOR을 작성하고 발송하여야 한다.
2. Raytheon
Raytheon은 제2조 분야별 협상내용 중 부록1부터 부록3까지의 내용이 FMS LOA에 반영되도록 적절하게 조치하여야 한다.
제4조(의무의 예외)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대한민국 방위사업청과 Raytheon에 대한 제3조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4. 미정부에 의해 부과되는 행정비 등 FMS 절차 특성상 발생하는 항목으로 Raytheon이 통제할 수 없는 사항
제7조(합의각서 효력의 종료)
이 합의각서는 다음 각 호의 상황 중 먼저 도래하는 시점에 종료된다. 이 합의각서가 종료되면, 이 합의각서에 따라 Raytheon에 부과된 모든 의무와 2012. 2. 22.자 입찰보증금은 효력을 상실한다.
1. KF-16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 AESA Rader 업체로 Raytheon이 선정되고, 대한민국 방위사업청과 미정부가 FMS LOA에 서명한 경우
제8조(양벌)
제7조 합의각서 효력의 종료 이전에 Raytheon 또는 Raytheon의 하도급자가 제3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Raytheon의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 명시된 금액을 대한민국 국고에 귀속하고 Raytheon을 “부정당업체”로 처분한다.
1. 정당한 사유 없이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이 FMS LOR을 발송한 후 미정부로부터 FMS LOA를 획득하는 데 6개월이 초과된 경우
단, 미정부 또는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에 의해 소요된 기간은 지연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Raytheon은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에 미정부의 역할과 그에 따른 소요기간을 제출하여야 한다.
〈부록1. 가격 및 지불일정〉
1. 가격 : USD 357,987,453

Company(Raytheon) 주7)

라. 방위사업청의 LOR 작성·제출

1) 한편, 방위사업청은 피고와 이 사건 합의각서를 작성하기 전인 2012. 8. 1.경 이 사건 사업 중 체계통합 부분에 관한 수급업체를 BAE로 지정하여 미국정부에 LOR을 제출하고, 2013. 4. 8.경 AESA 레이더 부분 수급업체를 피고로 지정하여 미국정부에 LOR을 제출하였다.

2) 방위사업청, 미국정부, BAE는 2013. 9. 5.부터 같은 달 10.까지 이 사건 사업 관련 회의를 개최하여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에 관하여 논의하였는데, 당시 방위사업청은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FMS계약의 계약금액으로 결정될 금액)를 1,705,000,000달러(BAE 및 피고에 대한 사업비 1,313,991,220달러, 미국정부의 비용 391,008,780달러)로 제의하였으나, 미국정부는 사업비 증가요인이 많아 방위사업청의 제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는 이 사건 사업에 관한 FMS계약을 2단계 LOA 주8) 를 통해 확정 가능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3) 그 후 미국정부는 방위사업청에게 체계통합 부분과 AESA 레이더 부분으로 나누어진 이 사건 사업을 단일한 FMS계약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방위사업청은 2013. 9. 13. 이 사건 사업 전체의 수급업체를 BAE로 지정하되, 피고를 BAE의 하수급업체로 지정하는 내용의 LOR을 작성하여 미국정부에 제출하였다.

4) 방위사업청은 2013. 10. 4. 및 같은 달 10. 2차례에 걸쳐 미국정부에 1차 LOA에 총사업비를 1,705,000,000달러로 명시해 주도록 요청하였으나, 미국정부는 2013. 11. 19. 방위사업청에 방위사업청이 요청한 총사업비를 보장할 수 없다고 회신하고, 총사업비가 확정되지 아니한 1차 LOA를 작성하여 방위사업청에 송부하였고 주9) , 방위사업청은 2013. 12. 19.경 1차 LOA에 서명하였다.

5) 위와 같이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가 이 사건 사업을 단일한 FMS계약으로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피고는 2013. 12.경 BAE와 AESA 레이더 부분 공급에 관한 계약금액을 이 사건 합의각서에 기재된 357,987,453달러로 정하여 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마. 방위사업청의 FMS계약 포기

1) 그 후 방위사업청은 미국정부와의 FMS계약 금액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2014. 10.경 미국정부에 1차 LOA에 관한 업무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고, BAE는 2014. 10. 15. 피고에게 이 사건 하도급계약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다.

2) 방위사업청은 2014. 11. 5.경 1차 LOA 관련 계약을 해지하고, 미국정부와의 FMS계약 체결을 포기하였다.

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입찰보증금 주장

1) 원고는 2014. 12. 5. 피고에게,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였고, 방위사업청이 미국정부에 LOR을 발송한 후 6개월 이내에 LOA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에 따라 입찰보증금 17,899,373달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통보하였다.

2) 원고는 2014. 12. 30. 및 같은 달 31. 피고에게,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 입찰보증금 등 지급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가 별개의 납품계약(계약번호 KD33KC09H71, KD32SE09113)에 의해 원고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채권과 상계하고, 그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입찰보증금은 16,963,726.89달러가 되었다고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 갑 제1, 3, 5, 8호증, 을 제1 내지 3, 5, 6, 14, 16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2014. 8. 2.경 BAE에 AESA 레이더 부분과 관련한 추가사업비 산정 내역인 ROM(Rough Order of Magnitude)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방위사업청과 합의한 AESA 레이더 부분의 사업비보다 큰 금액의 사업비를 요구하여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였고,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FMS LOA'는 이 사건 사업의 1차 LOA가 아닌 2차 LOA를 의미하는데, 방위사업청은 미국정부에 LOR을 발송한 후 6개월 이내에 2차 LOA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이 충족되었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입찰보증금 17,899,373달러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2014. 12. 30. 및 같은 달 31. 위 입찰보증금 지급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가 별개의 납품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수동채권과 상계하고, 16,963,726.89달러가 남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16,963,726.89달러 및 위 상계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1)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효력 관련 주장

이 사건 합의각서와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에서 원용하고 있는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는 피고가 BAE에 ROM을 제출하기 전인 2013. 12.경 효력을 상실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을 근거로 피고에게 입찰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2)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의 요건 관련 주장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은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으로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할 것을 규정하는데,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에 의해 부담하는 의무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서 정한 계약조건이 FMS계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의무일 뿐이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에서 정한 조건이 FMS계약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결과만을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가 BAE에게 제출한 ROM 관련 주장

피고의 BAE에 대한 ROM 제출을 사업비 증액 요청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제출한 ROM에는 AESA 레이더 부분에 관한 추가사업비는 없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피고의 BAE에 대한 ROM 제출행위를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4)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 요건 관련 주장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의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방위사업청이 LOA를 획득하지 못한 유일한 사유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은 피고가 BAE에게 ROM을 제출한 행위와 무관하게 미국정부와의 사업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LOA를 획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의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은 충족되지 아니하였다.

3. 준거법

대한민국인 원고의 미국 군수업체인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외국적 요소가 있으므로,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하여야 하는바, 국제사법 제26조 제1항 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에 계약은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를 작성하면서 준거법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으며, 달리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에 관한 준거법을 선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은 이 사건 합의각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합의각서는 대한민국인 원고가 시행하는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피고가 입찰에 참여하고, 무기 등을 공급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대한민국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주10) , 이 사건의 준거법은 대한민국 법으로 정한다.

4. 판단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에 의하면, 원고가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 기재된 입찰보증금을 몰취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방위사업청이 미국정부에 LOR을 발송한 후 미국정부로부터 LOA를 획득하는 데에 6개월이 초과되어야 하는데, 방위사업청이 LOR을 발송한 후 6개월 이내에 미국정부로부터 1차 LOA는 획득했으나 6개월이 초과한 이후에도 2차 LOA를 획득하지 못한 사실에 관하여는 피고가 이를 다투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피고의 위 주장에 따라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효력,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의 요건, 피고가 BAE에게 제출한 ROM의 내용,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의 요건을 차례로 살펴본다.

가.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효력이 상실되었는지 여부

1) 피고의 구체적인 주장 내용

이 사건 합의각서 제7조 제1항은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가 LOA에 서명한 경우 이 사건 합의각서는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는데, 원고와 미국정부는 2013. 12. 19.경 1차 LOA에 서명하였으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는 위 2013. 12. 19.경 효력을 상실하였다. 또한,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기재 내용에 의하면, 미국정부가 피고로 하여금 체계통합업체의 하수급업체로서 계약을 체결하도록 결정하는 경우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는 효력을 상실하는데, 피고는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의 결정에 따라 체계통합업체인 BAE와 2013. 12.경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 역시 위 2013. 12.경 효력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근거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2) 판단

이 사건 합의각서 제7조 제1항은 ‘이 사건 사업의 AESA 레이더 업체로 피고가 선정되고,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가 FMS LOA에 서명한 경우‘ 이 사건 합의각서는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 본문에서 ’미국정부가 피고로 하여금 체계통합업체의 하수급업체로서 계약을 체결하도록 결정하는 경우‘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는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가 2013. 12. 19.경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한 1차 LOA에 서명하고, 피고가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의 결정에 따라 2013. 12.경 BAE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기초사실 및 위에서 든 각 증거들에 갑 제24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가 1차 LOA에 서명한 것을 이 사건 합의각서 제7조 제1항에서 정한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가 FMS LOA에 서명한 경우‘라고 볼 수 없고, 피고가 2013. 12.경 BAE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상의 효력은 방위사업청과 피고의 의사에 따라 지속되었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위 각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위 기초사실에서 본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작성 경위와 그 내용을 종합하면, 방위사업청과 피고는 AESA 레이더 부분에 관하여 합의한 사업비를 FMS계약의 총사업비에 반영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피고의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입찰보증금 몰취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는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 사이에 총사업비가 반영된 FMS계약이 체결되거나 적어도 총사업비가 반영된 FMS계약의 내용이 확정될 때까지는 효력이 유지되어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②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는 2013. 9.경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본래 하나의 LOA를 통하여 체결되는 FMS계약을 2단계 LOA를 통해 순차적으로 체결하기로 합의하였고, 1차 LOA에는 총사업비에 관한 내용이 반영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그 이전인 2013. 4. 5. 작성된 이 사건 합의각서 제7조 제1항에서 말하는 LOA는 총사업비가 반영된 2차 LOA까지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가 1차 LOA에 서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7조 제1항에서 정한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가 FMS LOA에 서명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

③ 방위사업청은 2013. 10. 22. 피고에게 2차 LOA까지를 포함한 Full LOA가 서명될 때까지 이 사건 합의각서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통보하였고, 이에 피고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④ 위 ①항에서 본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 목적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각서가 효력을 유지하는 한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효력도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방위사업청과 피고는 피고가 2013. 12.경 BAE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2014. 7. 14. 및 2014. 9. 29.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상 ’미국정부가 피고로 하여금 체계통합업체의 하수급업체로서 계약을 체결하도록 결정하는 경우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는 효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효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1)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피고의 의무

가)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주장 내용

원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피고는 방위사업청과 합의한 AESA 레이더 부분에 대한 계약금액을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계약금액으로 정하여 이를 FMS계약에 반영시킬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FMS계약의 사업기간·사업비 등의 조건을 미국정부가 결정하는 FMS계약 체결구조, 이 사건 합의각서의 내용, 피고는 BAE의 하수급업체로서 이 사건 사업에 참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서 정한 계약조건이 FMS계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의무를 부담할 뿐 원고와 합의한 AESA 레이더 부분에 대한 계약금액이 FMS계약에 반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피고의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살피건대,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BAE의 하수급업체로서 이 사건 사업에 참여하였고, 피고와 BAE 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계약서(을 제6호증) 제5조에서 ‘피고는 BAE의 사전 서면 승인 없이 방위사업청 및 미국정부 등과 연락을 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정부는 무기 등을 개발·납품할 군수업체가 제시하는 개발·납품비용 등을 고려하여 구매국과 체결 가능한 계약 조건을 결정한 후 구매국에 LOA를 보내므로, 피고와 BAE 사이에 체결된 하도급계약의 계약금액은 FMS계약 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 사건 합의각서 제1조는 ‘피고는 이 합의각서와 동일한 내용이 미 정부의 LOA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조 제2항은 ‘피고는 방위사업청과의 합의 내용이 FMS LOA에 반영되도록 적절하게 조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4조 제4항에서 ‘미정부에 의해 부과되는 행정비 등 FMS 절차 특성상 발생하는 항목으로 피고가 통제할 수 없는 사항‘에 관하여는 제3조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미국정부에 의해 부과되는 비용과 관련한 FMS계약 조건까지도 방위사업청이 원하는 내용으로 결정되도록 조치할 의무는 없으나, 적어도 피고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으로서 FMS계약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관하여는 원고와 합의한 대로 FMS계약이 체결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가 BAE와 AESA 레이더 부분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액을 이 사건 합의각서(부록1. 가격 및 지불일정)에서 정한 357,987,453달러보다 큰 금액으로 정하거나, 계약 체결 후 BAE에게 357,987,453달러를 넘어선 금액의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한편 피고는, 미국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구매국은 미국정부와의 FMS계약과 미국 군수업체와의 상업구매 주11) 를 동시에 추진할 수 없고, 구매국이 미국 군수업체에 입찰서를 요구한 다음에 FMS 관련 자료를 미국 정부에 신청하는 경우 구매국이 상업적 획득 노력을 중단하였음을 보여주는 문서 등을 미국정부에 제공하여야 FMS 관련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주12) , 구매국은 미국정부와 계약업체 사이의 비용 또는 가격자료에 관한 협상을 지켜보거나 이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되고 주13) , 방위사업청은 2011. 5.경 미국정부로부터 ‘구매국에서 제출된 MOU는 LOA 기본조건에 반영될 수 없고, 더욱이 어떤 MOU 내용도 미국 정부와 계약 협상 과정(가격측면 포함)에 제한적인 사항으로서 LOA 체결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고지받기도 하였으므로, 방위사업청이 이 사건 합의각서를 근거로 피고에게 FMS계약 내용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인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피고가 주장하는 위 각 규정과 미국정부의 의견 내용은, 방위사업청은 FMS계약과 DCS계약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고, 방위사업청이 미국정부와 FMS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군수업체와의 개별약정을 FMS계약 내용에 반영할 것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일 뿐 방위사업청이 미국 군수업체와의 개별 약정에 따라 해당 군수업체가 미국정부에게 제시하는 사업비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아니한다}.

2)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였는지 여부(피고가 BAE에게 제출한 ROM의 내용 관련)

가)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주장 내용

원고는, 피고가 BAE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와 합의된 사업비를 계약금액으로 정한 후 BAE에게 추가사업비 산정자료인 ROM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AESA 레이더 부분에 관한 사업비 34,698,840달러를 증액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 후 미국정부는 방위사업청이 예상한 금액보다 큰 금액을 FMS계약 금액으로 제시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가 BAE에게 ROM을 제출한 것은 사업비 증액요청을 위한 것이 아니고, 위 ROM에는 AESA 레이더 부분에 관한 추가사업비가 기재되어 있지도 아니하였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 및 갑 제7호증(피고는, 갑 제7호증의 진정성립을 다투고 있으나, 이 법원의 BAE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보면, 갑 제7호증은 BAE가 작성한 것으로서 그 진정성립이 인정된다)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보면, 방위사업청, 미국정부, BAE 및 피고는 2014. 9. 10.경 회의를 개최하였는데, 당시 BAE는 미국정부의 일정 지연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업이 약 4개월 지연되었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업비가 증가하게 되었으며, 그 증가액 중 34,698,840달러는 피고에 대한 사업비 증가액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사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그 자리에서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사실은 각 인정되나, 앞서 본 각 인정사실 및 각 증거들에 을 제5 내지 10, 12, 15, 2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BAE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가 BAE에게 AESA 레이더 부분에 관한 사업비를 증액해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BAE는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제출받은 ROM을 근거로 피고에 대한 사업비 증가액을 추산하였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그런데, BAE가 2014. 7. 22. 피고에게 ROM을 작성하여 보내줄 것을 요청하자 피고는 ROM을 요구하는 이유를 물었는데, 이에 대하여 BAE는 2014. 7. 25. ‘하도급계약을 수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예산 마련이 가능할 때까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보낸 것’이라고 답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4. 8. 2. BAE에게 ROM을 보내면서 ‘본 ROM 견적은 순전히 예산상의 목적만을 위하여 제공된 것으로서 기존 계약을 변경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는 취지로 통보하였는바,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보면, BAE는 ROM 제출 경위에 관한 위와 같은 피고의 의사와는 다르게 2014. 9. 10.경 회의에서 피고에 대한 사업비 증가액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BAE가 2014. 7. 25. 피고에게 보낸 공문의 ‘additional funding’을 ‘완전한 예산’이 아닌 ‘추가적인 예산’으로, 피고가 BAE에게 보낸 ROM의 ‘This ROM estimate does not represent a commitment to perform work or a firm offer by Raytheon’을 ‘본 ROM 견적은 기존 계약을 변경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가 아닌 ‘본 ROM 견적은 업무수행에 대한 약속 또는 피고에 의한 확정적 제안을 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해석한 내용에 의하더라도 BAE가 피고의 동의 하에 2014. 9. 10.경 회의에서 피고에 대한 사업비 증가액을 제시한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인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BAE에게 제출한 ROM(을 제27호증)에 기재되어 있는 ‘KF-16 AESA 레이더 사업에 대해 고려되고 있는 변경을 위해 이 ROM을 제공합니다’, ‘레이시온은 이러한 중요한 노력을 위한 확정적 비용 제안을 기꺼이 제공할 것입니다’라는 문구에 비추어 피고도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서 정한 계약금액을 변경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BAE에게 ROM을 제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문언은 사업 내용이 변경될 경우 추산되는 사업비 증가액을 제공한다는 취지이고, 그 후 피고가 BAE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금액을 변경하지 않은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서 정한 계약금액을 변경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피고는 BAE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① AESA 레이더 부분 뿐 아니라 ② Digital PWR ALR-69A, ③ Weapon System Integration and Test Support, ④ Single Board Computer 부분도 수행하기로 약정하였고, 위 ①의 AESA 레이더 부분에 대한 사업비를 방위사업청과 미리 합의한 357,987,453달러로 정하였다. 그 후 피고는 2014. 8. 2.경 위 (1)항과 같은 경위로 BAE에게 ROM을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해당 ROM에는 위 ② 내지 ④ 부분에 대하여 발생할 비용 30,000,000달러 및 기존 하도급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던 추가업무 수행에 따른 비용 40,000,000달러 합계 70,000,000달러가 추가비용으로 기재되어 있고, AESA 레이더 부분에 대한 추가비용은 없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BAE가 피고에 대한 사업비 증가액으로 추산한 34,698,840달러는 AESA 레이더 부분이 아닌 위 ② 내지 ④ 부분에 대한 증가액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 방위사업청은 2014. 9. 29. 피고에게 이 사건 합의각서에서 합의된 바에 따라 사업비를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같은 날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른 금액과 일정 등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그 후 피고는 방위사업청에, 2014. 10. 11.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를 성실하게 이행하여 왔을 뿐 이 사건 합의각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통보하고, 2014. 10. 18. ‘피고는 AESA 레이더 부분과 관련된 사업비를 올린 사실이 없고, 이 사건 하도급계약서가 수정될 필요도 없으며, 피고는 BAE로부터 업무 중단 요청을 받을 때까지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라 체결된 하도급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였다’는 취지의 공문을 통보하였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의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 주14)

1)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의 의미

가)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주장 내용

원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는 국문으로 작성된 후 영문 번역이 추가되었으므로,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경우 국문이 우선되어야 하고, 국문조항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를 위반하고, 방위사업청이 6개월 내에 미국정부로부터 LOA를 받지 못하면 곧바로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이 충족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각 영문 내용은 합의서 초안에 없던 것으로서 이 사건 합의서가 작성될 당시 추가된 것이므로 영문이 우선되어야 하고, 영문조항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를 위반하고, 그러한 피고의 행위가 방위사업청이 6개월 내에 미국정부로부터 LOA를 받지 못한 유일한 이유가 되어야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이 충족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이 사건 합의각서인 갑 제1호증에는 위 기초사실에서 본 이 사건 합의각서의 내용이 국문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규정 아래에 별지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 영문조항’과 같은 내용의 영문조항이 기재되어 있는데, 앞서 본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의 국문 내용과 달리 영문조항에는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방위사업청이 LOR을 발송한 후로부터 6개월 내에 LOA를 받지 못한 “유일한 이유(due to the sole failure of Raytheon)”가 되어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살피건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0다48265 판결 참조),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 갑 제1호증, 을 제2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방위사업청은 최초에 을 제24호증과 같이 국문조항과 영문조항이 함께 기재된 내용의 이 사건 합의각서 초안을 피고에게 교부하였고, 그 합의각서 초안에는 위 문구(due to the sole failure of Raytheon)가 없었으나, 그 후 피고의 요청으로 이 사건 합의각서의 영문조항에만 위 문구가 추가된 사실,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 당시 국문조항과 영문조항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하였으나 방위사업청과 피고 사이에 그에 관한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여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지에 관한 규정은 따로 추가하지 아니한 사실이 각 인정되고, 여기에 앞서 본 각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은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고, 그 위반행위와 방위사업청이 LOA를 획득하지 못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평가될 경우에 한하여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① 위와 같은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방위사업청과 피고는 국문조항과 영문조항이 모두 효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 사건 합의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의 내용은 국문조항과 영문조항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주15) .

② 이 사건 합의각서는 피고에게 방위사업청과 합의한 계약조건을 FMS계약 내용에 반영되도록 조치할 의무를 부과하여 방위사업청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 미국정부와 FMS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되었으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의 내용은 이와 같은 작성 목적을 고려하여 그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해석되어야 한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이 피고의 의무 위반행위와 관계없이 미국정부로부터 LOA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입찰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또한, 계약당사자 사이에 보증금 몰취약정이 체결된 경우 그 몰취조건으로 일방 당사자의 귀책사유와 관계없는 사정을 규정함은 이례적이므로 이러한 취지의 명시적 규정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설사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방위사업청이 미국정부로부터 LOA를 받지 못한 것인지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바로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FMS계약의 사업기간·사업비 등의 조건을 미국정부가 결정하는 FMS계약 체결구조와 피고가 이 사건 사업 중 AESA 레이더 부분에만 참여한 점 등에 비추어 오로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FMS계약이 체결되지 못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고, 오로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FMS계약이 체결되는 경우에만 입찰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다고 보면,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를 위반한 것이 FMS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유일한 이유가 되어야 몰취요건이 성립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결국,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은 피고의 제3조 위반행위와 방위사업청이 미국정부로부터 LOA를 받지 못한 결과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입찰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국문조항과 영문조항의 문언상 의미, 이 사건 합의각서의 작성 경위와 동기 및 목적, 그에 의해 추단되는 방위사업청과 피고의 진정한 의사 등에 부합한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영문조항은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in accordance with its terms) 입찰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한다고 규정하므로, 원고는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 기재된 요건을 추가로 충족하여야 입찰보증금을 몰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합의각서 및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의 작성 목적과 경위,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주장의 위 문구는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서 정한 입찰보증금의 액수, 지급절차 등을 특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입찰보증금 몰취요건으로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 기재된 요건을 추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 요건의 충족 여부(피고의 ROM 제출로 인하여 방위사업청이 LOA를 획득하지 못하였는지)

앞서 본 기초사실에 갑 제4, 6호증, 을 제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방위사업청이 미국정부로부터 2차 LOA를 획득하지 못한 것은 피고의 ROM 제출과 무관하게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 사이의 FMS계약 금액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① 미국정부는 2012. 9. 10. 및 같은 달 11.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에 관한 논의에서 총사업비가 2,000,000,000달러로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피고가 BAE에게 ROM을 제출한 2014. 8. 2. 이전부터 방위사업청이 FMS계약의 계약금액으로 제시한 1,705,000,000달러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였고, 위와 같은 계약금액에 관한 견해차이는 이 사건 사업 시작 시점부터 방위사업청이 FMS계약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② 이 사건 합의각서에 AESA 레이더 부분 사업비가 357,987,453달러로 명시되어 있으나, 미국정부가 AESA 레이더 부분에 대한 사업비로 2013. 4.경 541,550,936달러를 제안하고, 2013. 9.경 512,000,000달러를 제안하자 방위사업청은 2013. 9.경 회의에서 AESA 레이더 부분 사업비를 422,580,000달러로 제안하였는바, 방위사업청이 제안한 422,580,000달러는 이 사건 합의각서상 사업비에 BAE가 피고로부터 ROM을 제출받아 산정한 피고에 대한 추가 사업비를 합한 392,686,293달러(= 이 사건 합의각서상 사업비 357,987,453달러 + 추가 사업비 34,698,840달러)보다 큰 금액이므로, 피고가 BAE에게 ROM을 제출하여 사업비가 34,698,840달러 추가된 것이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 사이에 FMS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422,580,000달러는 피고와 합의한 357,987,453달러에 레이더 장착 후 수행하는 시험비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가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와 같은 원고의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원고도 AESA 레이더 부분에 관한 사업비의 증액을 예상하고 있었고, 위 34,698,840달러는 원고가 예상하던 추가 사업비 범위 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미국정부는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로, 2012. 9.경 2,000,000,000달러, 2013. 9.경 1,864,000,000억 달러, 2014. 8. 21.경 2,060,000,000억 달러, 2014. 9.경 약 2,400,000,000달러 ~ 2,500,000,000달러를 제시하는 등 미국정부가 추산한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는 수차례 증감·변동하였고, 그 변동 액수에 비추어 볼 때 미국정부가 산정한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에 BAE가 피고에 대한 사업비 증가액으로 추산한 34,698,840달러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④ 미국정부가 2014. 9.경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로 제시한 2,400,000,000달러 ~ 2,500,000,000달러와 원고가 제시한 1,705,000,000달러의 금액 차이에 비추어 볼 때에도 BAE가 피고에 대한 사업비 증가액으로 추산한 34,698,840달러는 원고와 미국정부 사이에 FMS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16) {이에 대하여 원고는, 미국정부가 2014. 9.경 방위사업청에 통보한 ‘미국정부는 본 사업의 최종 총 비용을 초과하여 남은 금액을 반환할 것입니다’라는 서신(갑 제16호증의 2)에 비추어 볼 때 미국정부가 증액을 요구한 500,000,000달러는 위험비용으로서 이 사건 사업 종료 후 돌려받을 수 있었고, 방위사업청과 미국정부 사이에 FMS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피고와 BAE가 증액을 요구한 271,000,000억 달러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위 갑 제16호증의 2의 기재만으로는, 방위사업청이 이 사건 사업 종료 후 미국정부로부터 500,000,0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할 뿐 아니라, 원고 주장과 같이 방위사업청이 이 사건 사업 종료 후 미국정부로부터 위험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방위사업청이 미국정부에 제시한 1,705,000,000달러는 이 사건 사업의 총사업비용으로서 그와 같이 돌려받을 수 있는 위험비용까지 고려하여 산정되었을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⑤ 감사원은 2016. 1. 27.부터 2016. 3. 11.까지 이 사건 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방위사업청이 선정한 군수업체에 대한 미국정부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한 점, 미국정부와 총사업비용에 관한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였음에도 총사업비를 1,700,000,000달러로 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임의로 판단한 점 등을 FMS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하였다.

3) 소결론

따라서, 설령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러한 점에서도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별지 생략)

판사 윤성식(재판장) 김윤석 최지은

주1) 구매국이 미국정부에 보내는 LOR은 일종의 청약요청서에 해당한다.

주2) 미국정부가 구매국에 보내는 LOA는 일종의 청약서에 해당한다.

주3) 주계약업체는 미국정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군수업체를, 하수급업체는 미국정부와 주계약을 체결한 군수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군수업체를 각 의미한다.

주4) KF-16 전투기의 주임무컴퓨터를 비롯한 항공전자장비와 레이더, 미사일 등 각종 무기체계를 통합하는 기능

주5) 능동형 전사주사 레이더

주6) 최초 이 사건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 기재된 입찰보증금은 ‘입찰금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으나, 위 2013. 7. 12.자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부터는 입찰보증금이 확정금액인 17,899,373달러로 기재되어 있다. ‘달러’는 미국 통화를 의미한다(이하 같다).

주7) 이 사건의 피고이다.

주8) 1차 LOA에서는 이 사건 사업의 초도설계와 개발을, 2차 LOA에서는 전투기 일체의 개발·생산, 레이더 시스템의 통합 등을 포함한 성능개발을 다루기로 되어 있었다.

주9) 당시 1차 LOA에는 1차 사업비로 약 184,000,000달러(BAE 및 피고 약 148,000,000달러, 미국정부 약 36,000,000달러)만이 기재되어 있었다.

주10) 위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10조에서 이 사건 합의각서에 관한 분쟁의 관할법원을 대한민국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주11) 앞서 본 DCS 방식의 계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12) 2017. 5. 30.자 피고 준비서면 4쪽의 각주 2)에 기재된 SAMM(Security Assistance Management Manual) C4.3.7. 규정 참조.

주13) 2017. 5. 30.자 피고 준비서면 4쪽의 각주 4)에 기재된 DFARS(Defense 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 Supplement) 225.7304 규정 참조.

주14)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을 근거로 피고에게 입찰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으나, 가사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 제3조 제2항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입찰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합의각서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위 추가요건도 충족되어야 하므로, 위 추가요건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부가적으로 살펴본다.

주15) 원고는, 방위사업청이 피고에게 보낸 제안요청서에는 ‘제안서에 제안된 내용이 한글과 영문의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한글을 우선 적용함’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합의각서 역시 국문조항을 우선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 사건 합의각서는 위 제안요청서와 관계 없이 작성된 별개의 계약서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16) 위 34,698,840달러는 미국정부와 원고가 제시한 총사업비 최소 차액인 650,000,000달러(= 2,400,000,000달러 - 1,705,000,000달러)의 5.3%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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