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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다43894 판결

[토지인도등][미간행]

판시사항

[1] 점유취득시효 완성 후 등기 경료 전에 그 부동산이 제3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 위 제3자가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점유자가 저지할 수 있는지 여부

[2] 재건축을 목적으로 비법인사단인 재건축조합을 설립하여 대지 등의 공유지분을 신탁한 경우, 그 신탁의 성질 및 해지 가능 여부

원고, 피상고인

서동연립재건축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나병인)

피고, 상고인

피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신 담당변호사 송재헌)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부동산에 관한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유자가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지 아니하고 있는 사이에 먼저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 버리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3자에 대하여는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으나, 그 제3자가 취득시효기간 만료 당시의 등기명의인으로부터 신탁 또는 명의신탁받은 경우라면 종전 등기명의인으로서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점유시효취득자로서는 종전 등기명의인을 대위하여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제3자가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 점유자로서는 취득시효완성을 이유로 이를 저지할 수 있다 ( 대법원 1995. 9. 5. 선고 95다24586 판결 참조).

한편, 재건축조합의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목적으로 비법인사단인 재건축조합을 설립하여 대지 등에 관한 공유지분을 재건축조합에게 신탁한 것인데, 이러한 신탁은 위탁자 자신이 수익자가 되는 이른바 자익(자익)신탁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탁자가 신탁이익의 전부를 향수하는 신탁”에 해당하므로, 신탁법 제56조 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위탁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다47467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들은 원고의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던 이 사건 토지들 중 각 그 판시와 같은 부분(이하 ‘이 사건 계쟁 부분’이라고 한다)을 시효취득하게 되었는데, 그 후 원고의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목적으로 원고 조합을 설립하여 이 사건 토지들에 관한 자신들의 지분을 원고 조합에 신탁한 사실을 인정한 후, 나아가 그 판시와 같은 사유들을 근거로 하여 재건축사업을 위한 신탁행위는 그 신탁이 비록 자익적 신탁이라고 하더라도 신탁법 제58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지권을 제한하는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신탁계약한 이 사건 토지들 중 일부인 이 사건 계쟁 부분에 관하여 이미 피고들의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원고 조합원들이 이 사건 신탁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앞서 본 법리들을 전제로 한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계쟁 부분에 대한 소유권자로서 피고들을 상대로 그 판시와 같이 설치된 담장의 철거 및 이 사건 계쟁 부분의 인도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즉, 원심은 원고에게 신탁등기가 마쳐짐으로써 원고 조합원들의 피고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는 것을 해지권을 제한하는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들고 있으나, 오히려 그 역(역)으로 이 사건 신탁계약의 해지가 제한된다고 볼 수 있어야만 비로소 이행불능이 되는 것이므로 이는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다음으로 원심은 이 사건 계쟁 부분에 대한 신탁계약의 해지를 허용하게 되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시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될 우려가 있음을 그 판단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이 사건 계쟁 부분은 이 사건 재건축 사업부지의 상단에 위치하여 피고들 주택의 담장부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형태와 면적 등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를 인도받지 않으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시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와 같은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별다른 증거가 없다.

마지막으로 원심은 신탁계약 종료 후 원고 조합원들은 이 사건 토지들의 지분이 아니라 그 대상물로서 대지권을 포함하는 아파트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데 그 중 피고들이 시효취득한 부분을 특정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그 판단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신탁계약 종료 후 원고 조합원들이 위와 같은 권리를 취득하게 되더라도 피고들은 그와 관계없이 여전히 이 사건 계쟁부분에 대한 시효취득만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므로, 이 역시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원심은 그 판단에 대한 근거로 재건축조합은 조합의 본질상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조합원의 임의탈퇴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1997. 5. 30. 선고 96다23887 판결 을 들고 있으나, 이 사건 계쟁 부분에 대한 신탁계약을 해지한다고 하여 원고 조합원들이 원고 조합에서 임의탈퇴를 하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이상 살펴 본 바와 같이 원심이 내세우는 사유들만으로는 이 사건 계쟁 부분에 대한 신탁계약의 해지를 제한하는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 내지 재건축사업을 위한 신탁계약의 해지에 관한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