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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6. 27. 선고 2017다222962 판결

[양수금][공2019하,1453]

판시사항

[1] 채무자가 채권양도 통지를 받을 당시 이미 상계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 그 후 상계적상에 이르면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채무자가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경우,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사유에 채권의 성립·존속·행사를 저지하거나 배척하는 사유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했는지 판단하는 기준

[3] 의사인 갑이 을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서 이미 발생하거나 장래 발생할 요양급여비용 채권 등’을 을 은행에 양도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하였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갑에게 ‘압류진료비 채권압류 확인서’를 발급하여 을 은행에 팩스로 송부하였는데, 을 은행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양수금의 지급을 구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갑에 대한 의료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한 사안에서, 확인서의 발급 경위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450조 제1항 ). 채무자가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경우 채무자는 그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고( 제451조 제2항 ), 당시 이미 상계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아직 상계적상에 있지 않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에 이르면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

[2] 민법 제451조 제1항 본문은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채무자의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지만 양수인에게는 대항하지 못하는 사유는 협의의 항변권에 한정되지 않고 넓게 채권의 성립·존속·행사를 저지하거나 배척하는 사유를 포함한다.

채무자가 이 조항에 따른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할 때에 명시적으로 항변사유를 포기한다거나 양도되는 채권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는 뜻을 표시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말미암아 채무자가 양도인에 대하여 갖는 대항사유가 단절되는 점을 감안하면, 채무자가 이 조항에 따라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했는지는 문제 되는 행위의 내용, 채무자가 행위에 이른 동기와 경위, 채무자가 행위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행위를 전후로 채무자가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양수인으로 하여금 양도된 채권에 대하여 대항사유가 없을 것을 신뢰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감안하여 판단해야 한다.

[3] 의사인 갑이 을 은행에 대한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서 이미 발생하거나 장래 발생할 요양급여비용 채권 등’을 을 은행에 양도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하였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갑에게 ‘압류진료비 채권압류 확인서’를 발급하여 을 은행에 팩스로 송부하였는데, 을 은행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양수금의 지급을 구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갑에 대한 의료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를 주장한 사안에서, 위 확인서는 발급목적과 용도가 채권압류 확인으로 제한되어 있고 발급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점, 확인서 발급 당시 채권양도의 대상이 된 채권의 한도만 정해져 있었을 뿐 발생 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양도인에 대한 모든 대항사유를 포기한 채 채권양도를 승낙하였으리라고는 통상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다음 갑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알기 전에 을 은행에 양수채권에 대한 변제를 하였다는 이유로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확인서에 진료비채권에 대한 압류확인 외의 목적으로 확인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확인서의 발급으로 인해서 어떠한 책임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위와 같은 기재내용을 통하여 대항사유의 단절이라는 법적 책임이나 불이익을 지지 않음을 포괄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볼 수도 있는 점을 종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페퍼저축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경구 외 3인)

피고, 상고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덕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준비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4. 1. 20. 의사인 소외인에게 3억 원을 변제기 2015. 1. 20., 이율 연 8.5%로 정하여 대여하고, 6억 원을 변제기 2017. 1. 20., 이율 연 8.9%로 정하여 대여하였다.

나. 소외인은 위 각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14. 1. 17. 원고에게 자신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서 이미 발생하거나 장래 발생할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요양급여비용 채권과 의료급여법에 근거한 의료급여비용 채권 중 210억 원에 달할 때까지의 금액(이하 ‘이 사건 양수채권’이라 한다)을 양도하였다(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라 한다). 소외인은 2014. 1. 17. 피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채권양도사실을 통지하였고 이는 그 무렵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다. 피고는 2014. 1. 20. 소외인에게 ‘압류진료비 채권압류 확인서’(이하 ‘확인서’라 한다)를 발급하여 원고에게 팩스로 송부하였다.

라. 확인서에는 ‘발급목적’란에 ‘확인용’, ‘결정일자’란에 ‘2014. 1. 17.’, ‘접수일자’란에 ‘2014. 1. 20.’, ‘채권자’란에 ‘원고’, ‘압류유형’란에 ‘채권양도’로 기재되어 있고, 하단에 “본 자료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거 엄격히 개인의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며, 기재된 발급목적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타 업무의 증빙자료로 사용되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므로 공단에는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또한, 확인서 발행일 현재 압류채권자 접수등록 누락된 사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다.

마. 소외인은 원리금을 일부 상환하다가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을 2015. 11. 19. 폐업하였다. 소외인이 병원을 운영한 이후 2015. 11. 19.까지 발생한 이 사건 양수채권 중 피고가 소외인에게 지급을 보류하고 있는 요양급여비용은 681,324,890원이다.

바. 소외인은 2008. 9. 5. ‘2007. 11. 1.부터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과 동업으로 병원을 운영하기로 하고, 의사인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7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이후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피고는 2007. 11. 1.부터 위 약식명령 발령일인 2008. 9. 5.까지 소외인에게 요양급여비용으로 합계 914,284,680원을 지급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소외인이 의료법 위반행위로 피고로부터 지급의무 없는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것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소외인에 대하여 914,284,680원의 손해배상채권(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이라 한다)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채권양도에 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을 가지고 원고에게 상계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았다.

가. 확인서는 민원업무 처리 과정에서 발급되었더라도 피고가 소외인 또는 원고에게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채권양도 사실에 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표명한 것으로서, 민법 제451조 제1항 에서 정한 ‘승낙’에 해당한다.

나. 확인서에는 위에서 본 부동문자가 기재되어 있을 뿐, 위 기재사항 이외에 당시 이미 발생되어 있던 소외인에 대한 의료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에 기초한 대항사유 등에 관해서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확인서는 비밀유지, 발급목적 외 사용금지, 다른 압류채권자 접수등록이 누락된 사건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는 표시하고 있지만, 이를 두고 피고가 발급신청자인 소외인에 대한 위 손해배상채권 등으로 이 사건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피고는 확인서를 발급한 다음 2014. 1. 23.경부터 2015. 3. 16.까지 지속적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양수채권에 대한 변제로 합계 3,331,377,890원을 지급하였다.

3. 대법원판단

가.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450조 제1항 ). 채무자가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경우 채무자는 그때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고( 제451조 제2항 ), 당시 이미 상계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아직 상계적상에 있지 않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에 이르면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 ( 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 참조).

민법 제451조 제1항 본문은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채무자의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양수인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지만 양수인에게는 대항하지 못하는 사유는 협의의 항변권에 한정되지 않고 넓게 채권의 성립·존속·행사를 저지하거나 배척하는 사유를 포함한다 ( 대법원 1997. 5. 30. 선고 96다22648 판결 등 참조).

채무자가 이 조항에 따른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할 때에 명시적으로 항변사유를 포기한다거나 양도되는 채권에 대하여 이의가 없다는 뜻을 표시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으로 말미암아 채무자가 양도인에 대하여 갖는 대항사유가 단절되는 점을 감안하면, 채무자가 이 조항에 따라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했는지 여부는 문제 되는 행위의 내용, 채무자가 그 행위에 이른 동기와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그 행위를 전후로 채무자가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양수인으로 하여금 양도된 채권에 대하여 대항사유가 없을 것을 신뢰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감안하여 판단해야 한다 .

나. 위에서 본 법리를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확인서는 그 제목이 ‘압류진료비 채권압류 확인서’로 되어 있는 것처럼, 주된 용도가 소외인의 요양급여 등 채권에 대하여 피고에게 접수된 확정일자 있는 채권양도 통지나 압류 등 내역을 확인하는 데 있다. 확인서는 피고의 민원업무를 신속하고 획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발급목적과 용도가 채권압류 확인으로 제한되어 있고, 발급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2) 이 사건 채권양도의 대상이 된 채권은 장래 발생할 채권이 다수 포함된 집합채권으로서 확인서 발급 당시에는 210억 원이라는 한도만 정해져 있었을 뿐 대부분의 채권이 발생 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하였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가 양도인에 대한 모든 대항사유를 포기한 채 채권양도를 승낙하였으리라고는 통상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3) 피고는 이 사건 채권양도 통지를 받은 다음 2014. 1. 23.부터 2015. 3. 16.까지 원고에게 약 33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였으나, 2015. 4.경 다른 사건의 소송 수행 과정에서 소외인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후 원고에 대한 지급행위를 중단하였다. 피고가 2007. 11. 1.부터 2008년까지 있었던 소외인의 의료법 위반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의료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이유로 그 즉시 지급을 중단하거나 상계권을 행사하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채권양도 통지를 받고 양수인인 원고에게 변제한 것일 뿐, 이를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4) 피고가 위와 같이 소외인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나 그에 따른 상계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확인서 발급 당시 소외인에 대한 대항사유를 구체적으로 보류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확인서에는 진료비채권에 대한 압류확인 외의 목적으로 확인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확인서의 발급으로 인해서 어떠한 책임도 피고에게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피고는 위와 같은 기재내용을 통하여 대항사유의 단절이라는 법적 책임이나 불이익을 지지 않음을 포괄적으로 표시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채권양도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채권양도에 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으로써 원고에게 상계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