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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0. 6. 1. 선고 97헌바74 공보 [사면법 제5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원]

[공보46호 448~450]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사면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는 헌법 제79조 제3항의 의미

나.징역형의 집행유예에 대한 사면이 병과된벌금형에도 미치는지 여부가 사면내용에 대한해석문제인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가.우리 헌법 제79조 제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사면·감형 또는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사면의 구체적내용과 방법 등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면의 종류, 대상, 범위, 절차, 효과 등은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 일반국민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국가이익과 국민화합의 필요성, 권력분립의원칙과의 관계 등 제반사항을 종합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부여되어 있다.

나.선고된 형의 전부를 사면할 것인지 또는 일부만을 사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면권자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것이고,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대한 사면이 병과된 벌금형에도 미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사면의 내용에 대한 해석문제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당사자

청 구 인 심○구

대리인 변호사 이정락 외 1인

당해사건 대법원 96모33 재판의집행에관한이의신청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

주문

사면법 제5조 제1항 제2호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1993. 10. 12. 인천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등으로 징역 2년 및 벌금 10억원을 선고(93고합920)받고 항소하여 1994. 2. 16.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10억원을 선고(93노3619)받은 후 상고를 포기하여 확정되었다.

(2)그 후 청구인은 1996. 2. 25. 사면법 제5조, 제7조의 규정에 따라 집행유예된 징역형에 대하여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과 복권을 받았고, 위 사면 후 위 벌금형의 집행을 담당하는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청구인에게 미납된 벌금 2억 5,500만원을 납부하라는 징수명령 및 집행처분(94징16922호)을 하자, 청구인은 위 유죄판결이 선고된 범죄행위에 대하여 사면을 받았으므로 벌금형도 사면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인천지방법원에 재판의집행에관한이의신청을 제기하였다가 기각되었고, 서울고등법원에 항고(96초58)하였으나 기각되었다.

(3)이에 청구인은 대법원에 재항고(96모33)하면서사면법 제5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6초109)을 하였으나, 1997. 10. 13. 위 재항고와 함께 기각되자, 같은 달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사면법(1948. 8. 30. 법률 제2호로 제정된 것) 제5조 제1항 제2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과 관련조문은 다음과 같다.

제5조(사면, 감형, 복권의 효과)①사면, 감형과 복권의 효과는 좌와 같다.

2.특별사면은 형의 집행이 면제된다. 단,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이후 형의 언도의 효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

〔관련조문〕

제7조(형집행유예의 언도를 받은 자에 대한 특사) 형

의 집행유예의 언도를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의 언도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 형을 변경하는 감형 또는 그 유예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헌법 조항에 근거하여 제정된 사면법의 해석·적용은 엄정을 요하며, 결코 행정부의 편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는 아니된다.

(2)특별사면은 “형(刑)”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면을 받은 “사람”에 대한 것이므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람”의 형 전체에 대한 집행을 면제하거나 형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별사면은 동일사건으로 특정인에게 선고된 모든 형의 집행이 면제되는 것이지 특정인에게 선고된 형 중에서 특정형의 집행만 면제되는 것이 아니며, 이는 일반사면과의 특성을 비교할 때 명확하다.

따라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병과된 청구인에 대하여 징역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특별사면이 있는 경우에는 병과된 벌금형에 대하여도 사면의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헌법 제79조의 사면조항 및 헌법 제23조의 재산권보호조항에 위반된다.

(3)특별사면을 시행하면서 징역형에 대해서는 형의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면서 그보다 가벼운 형인 벌금형을 제외하는 것은 법률의 본질인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나. 법무부장관 및 인천지방검찰청검사장의 의견

(1)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별사면은 형의 집행이 면제된다. 단,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이후 형의 언도의 효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별사면의 효력은 “사람”이 아니라 “형”에 대하여 미치는 것이며, 특별사면은 그 대상자에 대한 모든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사면의 대상이 된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헌법 제79조 사면조항과 제23조 재산권보호조항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특별사면은 사면 대상자에 대한 죄명, 정상 등을 고려하여 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사면하는 것이므로 중한 형에 대하여 사면한다고 해서 그보다 가벼운 형에 대하여 반드시 사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

며, 가벼운 형을 사면하지 아니한 것이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도 할 수 없다.

다. 대법원의 기각결정요지

형법 제41조, 사면법 제5조 제1항 제2호사면법 제7조 등의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여러 개의 형이 병과된 사람에 대하여 그 병과형 중 일부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그에 대한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이 있은 경우 그 특별사면의 효력이 병과된 나머지 형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여 그것이 헌법 제79조제23조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특별사면의 효력이 유죄의 선고를 받은 사람의 형 전체에 대하여 미치는 것이므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병과하여 선고받은 자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대하여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특별사면을 받았을 경우 그 효력이 벌금형에 대하여도 미치는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와 같이 해석·적용하지 아니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은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심판의 대상을 ‘법률’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판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조항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판단을 구하는 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상의 청구로 적절치 아니하다. 그러나 청구인의 주장이 단순히 법률조항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해석의 여지를 주는 법률조항 자체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으로 이해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상의 적법한 청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헌재 1995. 7. 21. 92헌바40 , 판례집 7-2, 34, 37; 헌재 1999. 3. 25. 98헌바2 , 판례집 11-1, 200, 208; 헌재 1999. 7. 22. 97헌바9 , 판례집 11-2, 112, 121 각 참조).

그러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취지를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통령의 사면권에 관한 헌법규정에 합치되지 않아 부당하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상의 법률에 대한 청구로서 적법하다고 볼 수 있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헌법 제79조 위반 여부

(가) 사면은 형의 선고의 효력 또는 공소권을 상실시키거나, 형의 집행을 면제시키는 국가원수의 고유한 권

한을 의미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제도로서 권력분립의 원리에 대한 예외가 된다. 사면제도는 역사적으로 절대군주인 국왕의 은사권(恩赦權)에서 유래하였으며, 대부분의 근대국가에서도 유지되어 왔고, 대통령제국가에서는 미국을 효시로 대통령에게 사면권이 부여되어 있다. 사면권은 전통적으로 국가원수에게 부여된 고유한 은사권이며, 국가원수가 이를 시혜적으로 행사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법 이념과 다른 이념과의 갈등을 조정하고, 법의 이념인 정의와 합목적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제도로도 파악되고 있다.

(나)우리 헌법 제79조 제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3항은 “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사면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 등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면의 종류, 대상, 범위, 절차, 효과 등은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 일반국민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국가이익과 국민화합의 필요성, 권력분립의 원칙과의 관계 등 제반사항을 종합하여 입법자가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특별사면의 대상을 “형”으로 규정할 것인지,“사람”으로 규정할 것인지는 입법재량사항에 속한다할 것이다.

(다)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으며(사면법 제2조), 특별사면은 이미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사면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별사면은 형의 집행이 면제된다. 단,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이후 형의 언도의 효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조도 “형의 집행유예의 언도를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의 언도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병과된 벌금형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위와 같은 입법은 위에서 본 사면권의 의의와 성질 등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의 재량범위를 현저히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선고된 형 전부를 사면할 것인지 또는 일부만을 사면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면권자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것이고,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대한 사면이 병과된 벌금형에도 미치는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는 사면권자의 의사인 사면의 내용에 대한 해석문제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청구인에 대한 사면장에도 대상자의 본적, 성명 및 연령, 죄명, 형명·형기가 기재되어 있고, 형명·형기란에는 “징역(금고)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기재되어 있을 뿐 벌금형에 대한 기재가 없으므로 사면권자의 의사가 벌금형을 사면에서 제외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라)결론적으로 사면의 은사적 성격 및 특별사면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면 병과된 형의 일부만을 사면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2) 재산권침해 및 형평의 원칙 위배 여부

(가)벌금형은 범죄인에게서 일정한 재산을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형벌이다. 따라서 형벌의 목적 자체가 범죄인의 재산권박탈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형벌의 효과로서 대상자의 재산권을 박탈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며, 재산권보호를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특별사면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시혜적 조치로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하거나, 중한 형 또는 가벼운 형에 대하여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한 형에 대하여 사면을 하면서 그보다 가벼운 형에 대하여 사면을 하지 않는 것이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주심)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