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미간행]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 로고스 담당변호사 정종식 외 1인)
푸르덴셜투자증권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원열 외 1인)
2010. 4. 15.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19,550,000,000원 및 그 중 13,900,000,000원에 대하여는 2005. 12. 21.부터, 나머지 5,650,000,000원에 대하여는 2006. 6. 21.부터 각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하여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관련한 자산 및 부채의 매입, 인수 정리 업무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당초 정리금융공사 주식회사에서 2009. 11. 10.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
(2) 피고 푸르덴셜투자증권 주식회사는, 당초 국민투자신탁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증권투자신탁업법에 의한 증권투자신탁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1997. 2. 25. 국민투자신탁증권 주식회사로, 1998. 2. 28. 국민투자증권 주식회사로, 1998. 9. 22. 다시 국민투자신탁증권 주식회사로, 1999. 4. 1. 현대투자신탁증권 주식회사로, 2001. 9. 21. 현투증권 주식회사로, 2004. 2. 27. 현재의 상호로 각 변경되었고(이하 통칭하여 ‘피고 증권’이라고만 한다), 피고 푸르덴셜자산운용 주식회사는 당초 국민투자신탁운용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증권투자신탁업법에 의한 증권투자신탁운용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1999. 2. 1. 현대투자신탁운용 주식회사로, 2004. 2. 27. 현재의 상호로 각 변경되었다(이하 통칭하여 ‘피고 운용’이라고만 한다).
나. 이 사건 투자신탁계약의 체결
(1) 피고 증권은 1996. 11.경 주로 러시아 국공채 관련 해외금융상품에 투자, 운용할 목적으로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국민하이일드투자신탁(The Citizens High Yield Trust, 이하 ‘이 사건 투자신탁’이라 한다)을 설정하고, 소외 조흥은행과 사이에 1996. 11. 5. 위 투자신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투자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가) 위탁회사인 피고 증권은 수탁회사인 조흥은행에게 투자신탁재산에 속하는 유가증권의 취득, 매각 및 권리의 행사 등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에 관한 일체의 사항을 결정하여 조흥은행으로 하여금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한다.
(나) 조흥은행은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에 관하여 위탁회사인 피고 증권이 지시하는 사항을 집행하고, 유가증권의 보관 등 투자신탁재산의 관리에 관련되는 업무를 수행한다.
(다) 피고 증권은 환율 및 이자율 변동과 주식의 가격변동으로 인한 투자신탁재산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외국환관리규정에 의거하여 금융선물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2) 한편 이 사건 투자신탁의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의 권리, 의무를 규율하는 ‘국민하이일드투자신탁 약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투자신탁약관’이라 한다).
제2조 제3항 : 이 약관에서 ‘수익자’라 함은 위탁자와 수탁자간에 체결한 투자신탁계약에 의하여 발행되는 수익증권을 소유한 자를 말한다.
제2조 제4항 : 이 약관에서 ‘수익권’이라 함은 위탁자와 수탁자간에 체결한 투자신탁계약에 의하여 발생되는 권리로서 투자신탁 원본의 상환 및 투자신탁의 이익의 분배에 대한 권리와 수익증권의 환매청구권, 투자신탁재산에 관한 장부 및 서류의 열람이나 등본 또는 사본의 교부청구권 등의 제 권리를 말한다.
제22조 : 투자신탁재산의 운영과 관련하여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발생한 이익 및 손실은 모두 투자신탁재산에 계상되고, 수익자에게 귀속된다.
제24조 제1항 :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은 수익자의 부담으로 하며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수탁자가 투자신탁재산에서 인출하여 지급한다.
제24조 제2항 : 제1항에서 비용이라 함은 투자신탁재산에 속하는 유가증권의 매매수수료, 해외투자자문수수료, 기타 이에 준하는 비용 등을 말한다.
다. 이 사건 선물환계약의 체결
(1) 위 투자신탁재산은 당초의 목적에 따라 러시아 국공채 매입에 투자되었는데, 피고 증권은 위 투자원리금이 러시아로부터 상환될 시점에 미합중국 달러화가 평가절하되는 등의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조흥은행과 사이에 선물환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선물환계약’이라 한다).
(2) 조흥은행은 이 사건 선물환계약과 관련하여 자신이 환율 변동으로 입을 수 있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하여 국외 금융기관인 엥도에스은행과 사이에 조흥은행이 이 사건 선물환계약에서 정한 미화의 매도인이 되고, 엥도에스은행으로부터 원화를 매수하는 내용의 별도의 선물환거래 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 증권의 선물환계약상 손해배상금 지급
(1) 조흥은행, 피고 증권, 피고 운용은 1998. 2. 28. 피고 증권과 조흥은행 사이의 모든 증권투자신탁계약에 기한 피고 증권의 영업 전체를 피고 운용이 양수하기로 합의하였고, 그에 따라 이 사건 투자신탁계약상 위탁자의 지위가 피고 증권에서 피고 운용으로 변경되었다.
(2) 그 후 러시아가 1998. 8. 17.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여 위 투자원리금의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자, 피고 운용은 이 사건 선물환계약의 결제일이 도래하기 전부터 피고들이 이 사건 선물환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조흥은행에 대하여 위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거절하였고,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위 엥도스에스은행과 사이에 체결된 후속 선물환거래 약정에 따른 결제를 이행하기 위하여 당시의 환율에 의하여 미화를 매입하여 환손실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2000. 6. 20. 이 사건 선물환계약에 대해서 매도인인 피고들을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3) 위 사건에 관하여 2001. 6. 22. 서울지방법원 2000가합43814호 로 조흥은행 전부승소 판결이 선고되었고, 이에 피고 증권은 같은 날 조흥은행에게 위 판결금 66,267,151,693원을 지급하였다. 그 후 위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2003. 8. 21. 피고 들은 연대하여 조흥은행에게 원금 49,173,6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8. 11. 4.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되, 다만 조흥은행이 위 1심 가지급금 중 일부인 9,317,386,78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을 하였고( 서울고등법원 2001나46183호 ), 그 무렵 위 조정 결정은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강제조정’이라 한다). 피고 증권은 위 결정에 따라 조흥은행으로부터 10,357,615,582원(9,317,386,784원 및 이에 대한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받아, 결국 피고 증권이 조흥은행에게 이 사건 선물환계약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지급한 돈은 55,909,536,111원(66,267,151,693원-10,357,615,582원)이다.
마. 피고들의 매각과 원고의 문제자산 양수
(1) 위와 같이 이 사건 투자신탁의 투자원리금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수익증권 판매회사였던 피고 증권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수익증권을 환매하여 주고 그 수익증권의 보유자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피고들이 부실화되자 예금보험공사는 피고 증권과 그 자회사인 피고 운용을 미합중국 법인인 푸르덴셜금융에게 매각하기로 하고, 2003. 11. 25. 푸르덴셜금융 및 피고 증권과 사이에 주식양수도계약(Stock Purchase Agreement, 이하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위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라 피고 증권은 기존 주식을 전부 소각하고 10,000,000주의 신주를 발행하였고, 예금보험공사는 2004. 2. 27. 피고 증권이 대차대조표상 결손금을 충당하고 자본금 500억원을 구성할 수 있도록 약 1조9,116억원(자본금 500억원 + 주식발행초과금 약 1조8,616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위 신주를 전부 취득하여, 그 주식을 전부 푸르덴셜금융에 양도하였다.
(2) 또한 위 주식양수도계약상 피고 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푸르덴셜금융이 인수를 원하지 않는 문제자산(Problem Asset)은 예금보험공사가 지정하는 자에게 양도하도록 약정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04. 2. 26. 피고 증권으로부터 이 사건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을 양수하였다.
바. 피고 증권의 구상권 행사
공적자금 투입 당시 자산가치가 없다고 평가했던 것과는 달리 이 사건 투자신탁에 편입되었던 러시아 국채 연계노트에서 1999. 2. 3.부터 2004. 2. 21.까지 합계 13,900,000,000원, 그 이후 2006. 6. 21.까지 5,650,000,000원 합계 19,550,000,000원이 각 회수되었고, 피고 증권은 위 라.항 기재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것에 관하여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에 구상금채권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을 관리하고 있던 피고 운용으로부터 2005. 12. 21. 13,900,000,000원을, 2006. 6. 21. 5,650,000,000원을 각 지급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일부 호증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4, 7, 18 내지 20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
원고는, 원고가 이 사건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약관 제2조, 제30조에 따라 수익자로서 이 사건 투자신탁 운용자인 피고 운용에게 투자신탁 회계기간 종료에 따른 이익분배금 또는 투자신탁계약의 해지에 따른 상환금지급청구권을 가지고 있는데, ① 피고 증권은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에 대하여 구상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운용의 모회사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으로부터 19,550,000,000원을 지급받아가 원고의 채권을 침해하였으므로 동액 상당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② 피고 운용은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관리, 운용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위 회수금원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않는 피고 증권에 임의로 위 금원을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③ 피고들의 책임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기한 것이므로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청구취지 기재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3. 이 사건 쟁점에 대한 판단
가. 피고 증권의 구상금채권 존부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피고들은, 피고 증권이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의 보전을 위하여 체결한 선물환계약의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하여 약 55,909,536,111원을 소외 조흥은행에게 지급하였으므로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에 동액 상당의 구상권이 있고, 따라서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을 맡고 있는 피고 운용이 투자신탁재산에 유입된 19,550,000,000원을 피고 증권에게 지급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증권이 이 사건 선물환계약의 불이행에 따라 조흥은행에 부담한 손해배상금은 피고 증권 자신이 선물환계약의 당사자 지위에서 입은 손실에 불과하고, 투자신탁약관 제24조 제2항에 규정된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2) 판단 살피건대 앞서 살펴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투자신탁은 러시아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었으므로, 외화 자산의 환율 변동으로 인한 투자신탁재산의 위험을 헷지(hedge)할 필요성이 있었고, 따라서 피고 증권과 조흥은행간에 체결된 투자신탁계약에서도 피고 증권이 선물환계약을 체결할 수 있음을 명시한 점, ② 이 사건 투자신탁약관상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은 수익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선물환계약의 체결과 이에 수반하여 발생한 법적 의무의 이행에 따른 비용도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의 성격상 그 운용비용으로 충분히 예상가능하였다고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의 운용과 관련하여 위탁자인 피고 증권의 지시에 따라 발생한 이익 및 손실은 피고 증권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아니하는 한 모두 투자신탁재산에 계상되어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투자신탁재산의 환변동 위험 회피를 위한 선물환계약 역시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상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서 그 채무 역시 투자신탁재산에 계상되어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의 보전을 위하여 체결된 선물환계약상 손해배상금을 지급함으로써 피고 증권은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에 동액 상당의 구상금채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
(1) 원고의 주장
(2) 원고는, 가사 피고 증권의 손해배상금 지급이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 운용에 필요한 비용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① 구 증권투자신탁업법 및 이 사건 투자신탁약관상 동일 종목의 유가증권에 10%를 초과하여 투자하지 못하도록 되어있음에도 피고들은 1996. 12. 31. 기준으로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 운용에 있어 단일 채권인 러시아 국채 22057에 20.1%를 투자하였고, 1998. 8. 17. 기준으로 단일 연계노트에 10%를 초과하여 투자한 것이 2종목이나 있는 등 관련 법령과 약관을 위반하였고, ② 이 사건 선물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투자원본(830억원)을 현저히 초과하는 규모(미합중국 달러화 1,120만달러, 원화 약 985억원)의 2년 장기 선물환계약을 체결하여 투자 위험을 증가시키고 손실을 확대시켰으며, ③ 당시 이미 러시아의 금융위기 징후가 나타나 1997. 12.경 러시아의 신용평가등급이 BB-(Negative)에 해당하는 등 위험이 외부적으로 표출된 상황이었음에도, 피고들은 1998. 2.경 기존 투자한 러시아 국채 투자금을 풋옵션 행사를 통해 회수하고서도 다시 이 중 대부분을 러시아 국채에 재투자하여, 그 결과 1998. 8. 17. 러시아의 채무지급유예선언으로 투자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결국 피고들은 위탁받은 재산의 운용 관리에 있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하여 조흥은행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된 것이어서, 이를 이유로 투자신탁재산에 대하여 구상할 수 없거나 그 구상범위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구 증권투자신탁업법(1998. 9. 16. 법률 제55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7조 제1항 은 위탁회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며,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구체적으로 특정한 시점에서 투자 종목 및 비율을 어떻게 정하여야 하는지는 관계 법령과 투자신탁약관의 내용, 신탁재산의 운용목표와 방법, 그 시점에서의 시장 상황 및 전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탁회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최상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신탁재산의 운용에 관한 지시를 하였다면 위 법 규정에서 말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설사 그 예측이 빗나가 신탁재산에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투자신탁 운용단계에서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돌아와 살피건대, 피고 증권의 동일종목 투자제한의무 위반과 관련하여 구 증권투자신탁업법 및 동 시행령이 규제하고 있는 순수한 의미의 취득한도 초과분 및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액에 대한 원고의 구체적인 주장·입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 증권투자신탁업법 및 동 시행령이 위와 같이 동일종목 취득한도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시장 상황의 변동에 따라 신탁재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높은 수익을 얻고 그 운용에 따른 위험을 적절하게 분산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 증권이 한도를 다소 초과하여 일부 종목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한도를 초과한 것이 아닌 이상 단지 제한 기준을 위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당시 이 사건 투자신탁은 당초부터 고위험 고수익인 러시아 국채에 집중 투자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바, 러시아의 지불유예선언으로 러시아 국채 모두가 상환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러시아 국채나 관련 연계 노트의 비중이 다소 높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피고 증권에게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또한 앞서 본 사실관계 및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 증권이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의 원본을 초과하는 규모의 선물환계약을 체결하여 그에 따른 달러화 매도의무 때문에 투자신탁재산의 손실이 확대된 사실은 인정되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투자신탁은 외화 자산의 환율 변동 위험을 헷지할 필요성이 있었고, 2년간의 예상수익률에 따라 신탁재산이 증가될 경우를 예상하여 원본을 약 18%{100 × (985억-830억)/830억} 정도 초과하는 규모의 선물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투자신탁 운용자의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한편 갑 제6, 1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97년경부터 러시아의 경제상태가 좋지 아니하였고 국가 신용등급도 계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투자신탁 운용 당시 러시아의 경제위기를 다룬 기사가 국내 발행 신문지상에 게재된 사실은 인정되나,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 증권이 러시아가 지불유예선언을 하리라는 것을 예상하였다거나, 예상하였어야 마땅함에도 이를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고들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이 사건 국민하이일드 투자신탁 및 이와 유사한 구조의 국민베스트인컴 투자신탁의 일반투자자들이 피고 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 2003. 7. 25. 선고 2001다10458 판결 도 투자권유단계에서의 고객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였으나, 피고 증권의 투자신탁재산 운용상 선관주의의무위반은 부정하였다).
4. 원고의 예비적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① 피고 증권은 이 사건 선물환계약상 손해배상금으로 조흥은행에 지급한 약 559억원을 이미 결손금으로 처리하여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그 액수에 상당하는 공적 자금을 출자받아 실질적으로 이를 보전받았으므로 다시 구상금채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이중의 부당이득이 되는 점, ② 피고 증권은 1999. 2.경부터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 계좌에 상환금이 유입된 사실을 잘 알면서도 피고 증권의 대차대조표에 구상금채권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으며, 피고 운용도 이 사건 투자신탁의 신탁계정원장에 선물환소송에 따른 미지급비용을 채무로 계상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원고에 대한 수익증권 양도 직전인 2004. 2. 24.에야 분개장에 이를 기재한 점, ③ 피고들은 이 사건 선물환에 관련된 소송 및 소외 아틀란틱제이드 인베스트먼트사와의 소송의 소송비용을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에서 구상받지 않고, 예금보험공사에게 면책청구를 하여 지급받았으므로 피고 증권의 의사는 구상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 ④ 이 사건 투자신탁재산에 유입된 금원 상당에 대하여 이미 공적자금 투입이 완료되고 난 다음, 자신의 구상금 채권을 내세워 추심권을 행사하는 것은 공적자금 최소비용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적인 배임 또는 편취행위라는 점, ⑤ 예금보험공사를 대신하여 이 사건 투자신탁의 수익증권을 취득한 원고로 하여금 수익권 행사를 가능케 함으로써 투입된 공적 자금을 간접적으로 회수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피고 증권은 구상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하였다거나, 위와 같은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구상금 채권의 행사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거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채권의 포기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권의 포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기는 하나, 이와 같이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인바( 대법원 1987. 3. 24. 선고 86다카1907, 1908 판결 , 1995. 2. 10. 선고 94다44774, 44781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 주장의 공적 자금 투입은 예금보험공사와 미합중국 푸르덴셜금융 사이의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라, 피고 증권의 기존 주식을 전부 소각하고 예금보험공사가 신주 전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신주인수대금 명목으로 피고 증권에게 지급된 금원으로서, 그 금원이 결손금 보전에 사용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공적 자금 투입을 법률상 이 사건 구상금 채권의 변제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는 점, ② 공적 자금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투입되어 피고들이 부당한 이득을 얻었는지에 관하여 예금보험공사가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사정은 법률상 이 사건 구상금 채권의 존부와는 무관하다고 보이는 점, ③ 피고 증권의 내부적인 회계장부에 불과한 대차대조표에 구상금채권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다거나, 피고 운용의 투자신탁재산 분개장에 선물환 소송 관련 미지급비용이 뒤늦게 채무로 계상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채권을 포기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④ 소송비용에 대한 면책청구는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상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피고 증권이 투자신탁재산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고,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상 면책청구권을 행사하여 소송비용을 보전받았다고 하여 이를 채권에 대한 포기 의사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원고 주장과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피고 증권이 구상금 채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나아가 위 구상권 행사가 배임, 편취행위에 해당하거나 신의칙위반이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