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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

[손해배상(자)][공2001.11.1.(141),2219]

판시사항

[1] 피해자와 피보험자 간의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피해자와 보험자 간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미치는지 여부(소극)

[2] 상해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었던 손해가 발생하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기간의 진행시점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한 합의의 해석

[4]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식물인간 상태로서 그 여명기간이 사고시로부터 5년간이라는 감정결과를 전제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손해배상의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그 후 피해자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 위 여명기간이 지나서도 계속 생존하게 되고 피해자의 여명이 크게 더 연장될 것으로 감정결과가 나온 경우, 그에 상응하여 추가되는 후발손해에 대하여는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며, 그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의식을 회복하는 등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본 사례

[5] 인신사고의 피해자가 지적 또는 정신적 장해로 인하여 타인의 감독 내지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도 개호비 손해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피해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별개 독립의 것으로서 병존하고, 피해자와 피보험자 사이에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내지 범위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도 그 판결의 당사자가 아닌 보험자에 대하여서까지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가 보험자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금을 직접 청구하는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전소판결과 관계없이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 내지 범위를 다시 따져보아야 한다.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하여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그 손해를 안다는 것은 손해의 발생사실을 알면 되는 것이고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로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한 시효소멸기간이 진행된다고 할 것이다.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4] 교통사고로 심한 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가 된 피해자(사고 당시 20세 4월)가 가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그 후유증상이 호전가능성이 없는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로서 여명이 사고시로부터 약 5년으로 단축되었다는 감정결과가 나와 피해자가 위 여명기간 이후로는 생존할 수 없음을 전제로 하여 판결선고가 이루어지고 그 판결이 확정된 직후 피해자가 가해자측으로부터 그 확정판결의 인용금액 중 일부를 감액한 금액을 지급받고 사고로 인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는데, 그 이후 피해자가 위 감정결과와는 달리 점차 의식을 회복하면서 위 여명기간이 지난 후에도 생존하게 되자 추가손해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감정을 시행한 결과, 피해자는 의식을 회복하고 식물인간상태에서 벗어나 제한적이나마 자력에 의한 거동을 할 수 있는 등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 채 고정되어 종전에 예측된 위 여명기간 이후로도 약 38년이나 더 생존할 수 있고 정신적 장해로 인한 개호가 필요한 상태임이 밝혀진 경우, 전소의 일실수입 청구에서 제외하였던 종전 예측의 여명기간 이후 가동연한까지의 생계비에 상당하는 일실수입 손해와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 개호비 손해가 위 합의에 이르기까지 예상할 수 없었던 중대한 손해로서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며, 그 손배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점차 의식을 회복하는 등 피해자의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본 사례.

[5] 개호라 함은 신체적 장해를 가진 자를 위하여 타인의 노동이 직접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적 또는 정신적 장해로 인하여 타인의 감독 내지 보호가 필요한 경우도 포함된다.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성배)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개호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소외 엄기홍은 피고와 사이에 충북 8가5558호 화물차의 운행 중 발생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엄기홍이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 모든 손해배상책임을 전보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보험기간 중인 1992. 9. 24. 위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그 당시 20세 4월 남짓된 원고에게 중증의 뇌손상 등을 입게 한 이 사건 사고를 낸 사실, 원고는 그 소송대리인으로 선임된 변호사를 통하여 1992년 11월경 엄기홍을 상대로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92가합2080호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전소'라고 한다)을 제기하였는데, 그 소송에서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을 촉탁한 결과 원고는 중증의 뇌손상 후유증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이래 식물인간 상태로 지속중이고(기관절개술 후 도관급식 및 배뇨관 삽입중) 향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로서 노등능력을 100% 상실하였고, 외국의 통계자료 등에 비추어 그 후유증의 영향으로 평균여명이 크게 단축되어 여명이 이 사건 사고시로부터 약 5년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며, 여명기간 동안 폐렴, 요로감염의 합병증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주기적인 치료 등과 1일 24시간 개호인의 조력이 계속 필요하다는 요지의 감정결과가 나온 사실, 이에 따라 원고의 위 소송대리인은 원고의 여명이 이 사건 사고 후 5년이 경과된 1997. 9. 24.까지로 단축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때까지의 일실수입 손해 전부와 그 다음날부터 가동연한까지의 일실수입 중 생계비 3분의 1을 공제한 손해, 위 여명기간 동안의 향후치료비와 개호비 손해, 위자료 등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라고 보아 이를 일시금으로 청구하였고, 충주지원은 1993. 3. 19. 위 감정결과를 채용하여 위 주장과 같이 원고의 여명이 단축된 사실을 인정하고 여명기간 이후의 일실수입 손해 부분에서는 생계비를 제외하는 등으로 손해를 산정하여 엄기홍으로 하여금 원고에게 금 201,594,256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하 '전소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여 1993. 4. 15.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 그 후 원고의 위 소송대리인은 1993. 4. 16. 원고를 대리하여 엄기홍의 보험자인 피고로부터 전소판결의 인용금액 중 일부를 감액한 금 207,000,000원을 수령하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위 합의 이후에도 식물인간상태로 지속되어 오다가 이 사건 사고시를 기준으로 4년 여가 경과한 후부터 점차 의식을 회복하는 등 증상이 호전되어 위 여명기간이 지나서도 생존하게 되자 1997. 9. 27. 그에 따른 추가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사실, 이 사건 제1심법원에서 다시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을 촉탁하여 본 결과, 1997. 12. 8. 현재 원고는 의식이 회복되어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 있고 비록 중증의 기질적 정신장해와 우측반신불수, 좌안실명 등의 신체장해가 영구적으로 남아 노동능력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 자력에 의한 식사와 대소변가리기 및 평지에서의 보행 등이 가능한 상태로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전소 감정 당시에 비하여 그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 채 고정되어 생존능력이 향상됨으로써 그 여명이 일반 건강인의 평균여명의 80%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고(전소 감정의 여명기간보다 약 38.15년이 더 연장되는 결과가 된다) 한편, 정신적 장해로 말미암아 외출 등의 경우에는 반드시 타인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감정결과가 나온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피해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별개 독립의 것으로서 병존하고, 피해자와 피보험자 사이에 손해배상책임의 존부 내지 범위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도 그 판결의 당사자가 아닌 보험자에 대하여서까지 판결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피해자가 보험자를 상대로 하여 손해배상금을 직접 청구하는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전소판결과 관계없이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 내지 범위를 다시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439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와 이 사건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의 피보험자인 엄기홍 사이의 전소판결의 효력은 원고가 상법 제72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인 피고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에는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인바, 이와 달리 전소판결의 효력이 피고에게도 미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소가 전소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원고의 여명 연장이라는 새로운 사유의 발생으로 사정변경이 생겨 제기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전소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그 이유 설시에 있어 부적절한 면이 있으나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이에 관한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전소판결의 효력이 피고에게도 미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하여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그 손해를 안다는 것은 손해의 발생사실을 알면 되는 것이고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로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한 시효소멸기간이 진행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42583 판결, 1995. 2. 3. 선고 94다1635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078 판결, 2000. 3. 23. 선고 99다63176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입은 상해의 내용과 정도, 전소의 감정결과 밝혀진 원고의 후유증상과 호전가능성 여부 및 그 후유증상이 평균여명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여명단축의 정도, 전소의 변론과 소송결과, 위 합의의 경위와 합의금액, 이 사건 사고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원고의 후유증상의 변동과정, 현재 고정된 후유증상과 이에 따른 여명의 연장 정도, 그로 인하여 발생한 추가손해의 범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후유증상이 호전가능성 없는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라고 판단되어 그 여명이 이 사건 사고시로부터 약 5년까지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측된 전소의 감정결과와는 달리 위 합의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 오히려 의식을 회복하고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 자력에 의한 식사, 대소변가리기, 평지 보행이 가능하게 된 점 등 그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고 그에 따라 원고의 여명이 종전의 예측에 비하여 무려 약 38년이나 더 연장됨으로써 종전의 여명기간 이후 가동연한까지의 생계비 상당의 일실수입 손해와 종전의 여명기간 이후의 개호비 손해가 추가로 발생하리라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는 물론 전소의 소송과정이나 그 판결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위 합의 당시에도 예상할 수 없었고 이를 예상하였더라면 위 합의금액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같이 예상할 수 없었던 위 손해(이하 '이 사건 후발손해'라고 한다)에 대하여는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나아가 이 사건 사고시를 기준으로 4년 여가 경과한 후부터 점차 의식을 회복하는 등 원고의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그 이전에는 이 사건 후발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사정이 판명될 수 없었다고 볼 것인즉, 이 사건 소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따져 보더라도 3년 내에 제기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다.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후발손해는 이 사건 사고 및 위 합의 당시에 예상할 수 없었던 손해라고 판단하여 그 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인하여 또는 권리포기약정에 의하여 소멸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다만 원심이 종전의 여명기간이 경과되는 시점에서 원고가 이 사건 후발손해를 알게 되었다고 단정한 부분은 부적절한 설시라고 하겠으나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으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합의의 효력 제한 및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제1점에 대하여

앞서 판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의 일실수입 손해 중 위 합의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어서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부분은 종전의 여명기간이 지난 1997. 9. 25.부터 가동연한까지의 생계비 상당의 손해일 뿐이고 그 나머지에 대하여는 여전히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피고가 추가로 배상하여야 할 일실수입 손해액은 위 생계비 상당의 손해만을 구분하여 새로이 산정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지 원고의 일실수입 손해 전부를 위 합의의 기초가 되었던 전소판결 이후에 인상된 노임을 적용하여 다시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전소판결이 인용한 일실수입 손해액을 단순 공제하는 방법으로 산정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원고의 일실수입 손해 중 위 생계비 상당의 손해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하여는 전소판결의 기판력이 미친다는 이유로 위 생계비 상당의 손해만을 새로이 산정하여 이를 피고가 추가로 배상하여야 할 일실수입 손해액으로 확정하고 있는바, 원심의 이유 설시는 전소판결의 효력이 이 사건에 미치지 아니한다는 앞서 본 법리에 배치되어 부적절하나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바 없고, 결국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나.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가 4년 여가 경과한 후로 점차 의식을 회복하는 등 상당히 호전되어 현재 일상적인 대화수준의 언어는 판단할 수 있고 평지 보행이 가능하며 타인의 도움 없이 식사, 착탈의, 대소변가리기 등이 가능한 상태인 점과 원고의 나이 등에 비추어 원고에게 일상의 거동을 위한 개호가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원고의 개호비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개호라 함은 신체적 장해를 가진 자를 위하여 타인의 노동이 직접 필요한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적 또는 정신적 장해로 인하여 타인의 감독 내지 보호가 필요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다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6다41236 판결, 1998. 12. 22. 선고 98다4674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채용한 제1심법원의 제천서울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원고의 현 증상은 식물인간 상태에서 회복되었으나 심한 뇌손상으로 인한 중증의 기질적 정신장해, 우측반신불수, 좌안실명 등의 신체장해가 영구적으로 남아 노등능력을 100% 상실한 상태로서, 원심 판시와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위는 원고 혼자 가능하지만 원고의 지능이 유치원 아동 수준으로 이성적이고 사리에 맞는 판단능력 및 감정조절능력을 상실하였고 돌발적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외출 등의 경우 반드시 보호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는바, 위와 같은 병력 및 후유장해를 가진 원고라면 비록 신체적 운동제한으로 인한 타인의 조력은 필요 없다고 할지라도 지적 또는 정신적 장해로 인한 타인의 감독 내지 보호는 필요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에게 그러한 형태의 개호가 필요한지, 만일 필요하다면 그 기간이나 정도는 어떠한지에 대하여서도 심리하여 본 후 원고의 개호비 청구의 당부를 가려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를 기각한 데에는 개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개호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이용우 강신욱(주심) 이강국

심급 사건
-청주지방법원제천지원 1998.9.10.선고 97가단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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