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2013상,45]
[1] 중개업자가 부동산거래를 중개하면서 진정한 권리자인지 여부 등에 관한 조사·확인의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중개의뢰인이 손해를 입은 경우, 중개의뢰인의 부주의가 손해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면 과실상계가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2] 갑이 공인중개사 을과 병의 중개에 따라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망인인 주택에 관하여 망인의 장남 정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정의 아들 무와 정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다가 손해를 입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갑의 부주의를 과실상계 사유로 전혀 참작하지 않은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1] 부동산 거래당사자가 중개업자에게 부동산거래의 중개를 위임한 경우, 중개업자는 위임 취지에 따라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고 그 주의의무를 위반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지만, 그로써 중개를 위임한 거래당사자 본인이 본래 부담하는 거래관계에 대한 조사·확인 책임이 중개업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되고 거래당사자는 그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개업자가 부동산거래를 중개하면서 진정한 권리자인지 여부 등을 조사·확인할 의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중개의뢰인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 범위를 정하는 경우, 중개의뢰인에게 거래관계를 조사·확인할 책임을 게을리한 부주의가 인정되고 그것이 손해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면, 피해자인 중개의뢰인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볼 때에도 타당하다.
[2] 갑이 공인중개사 을과 병의 중개에 따라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망인인 주택에 관하여 망인의 장남 정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정의 아들 무와 정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다가 손해를 입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과 병이 중개업자에게 요구되는 조사·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무의 말만 믿고 갑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아무런 임대권한이 없는 무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도록 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협회가 갑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 부분은 정당하나, 임대차계약 및 잔금지급 과정에서 주택 소유자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무의 대리권 유무 역시 명확하지 아니하여 거래당사자인 갑으로서는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갑이 공인중개사인 을과 병의 말만 믿고 제적등본 등 상속관계 서류나 등기권리증 또는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주택 소유자와 대리권 유무에 관한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과실 역시 손해 발생 또는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이러한 사정을 과실상계 사유로 전혀 참작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엄욱)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및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에 의하면, 중개업자인 소외 1, 2가 중개업자에게 요구되는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 및 소외 3의 대리권에 대한 조사·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소외 3의 말만 믿고 원고측으로 하여금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아무런 임대권한 없는 소외 3에게 5,000만 원의 임차보증금을 지급하도록 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고가 소외 1, 2에게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임대인 대리로 아들( 소외 3)의 대리 계약으로 잔금시 상면키로 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위반한 채 소외 3에게 잔금 4,500만 원을 지급하였으므로 위 4,500만 원은 원고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일 뿐 소외 1, 2의 중개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위 잔금 지급은 소외 1, 2의 중개에 따라 체결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서 이미 정해진 사항으로서 원고는 그 약정의 이행으로 소외 3에게 잔금을 지급한 것일 뿐이므로 원고가 소외 3에게 지급한 잔금 4,500만 원 역시 소외 1, 2의 중개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중개업자의 주의의무, 손해배상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체결 여부, 계약 상대방의 선택, 계약내용의 결정, 계약방식의 결정에 있어서 계약 당사자가 자유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중 계약체결자유의 원칙에 따르면 당사자는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 당사자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거래할 계약의 내용, 권리관계 등에 대하여 사전에 조사·확인할 기본적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의 법률관계를 민법상의 위임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파악하여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의뢰받은 중개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 에 의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같은 법 제25조 제1항 이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그 권리관계에는 중개대상물의 권리자에 관한 사항도 포함되므로,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매도 등 처분을 하려는 자가 진정한 권리자인지 여부를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55350 판결 ,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21563 판결 등).
이처럼 부동산 거래당사자가 중개업자에게 부동산거래의 중개를 위임한 경우, 중개업자는 위임취지에 따라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조사·확인할 의무가 있고 그 주의의무를 위반할 경우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게 되지만, 그로써 중개를 위임한 거래당사자 본인이 본래 부담하는 거래관계에 대한 조사·확인 책임이 중개업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되고 거래당사자는 그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개업자가 부동산거래를 중개함에 있어 진정한 권리자인지 여부 등을 조사·확인할 의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중개의뢰인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중개의뢰인에게 거래관계를 조사·확인할 책임을 게을리한 부주의가 인정되고 그것이 손해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면, 피해자인 중개의뢰인에게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원리에 비추어 볼 때에도 타당하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와 같은 사유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참작되어야 하고, 양자의 과실비율을 교량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사고발생에 관련된 제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결 등 참조).
나.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부동산의 임대, 매매 등 거래에서 무권리자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자의 가장 중요한 주의의무 중 하나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가 망인이었으므로 중개업자인 소외 1, 2로서는 이 사건 주택의 상속인 등 적법한 소유자를 규명하고 소외 3이 적법한 대리인인지 확인하였어야 함에도, 부동산중개에 관한 상당한 법률지식과 경험을 갖춘 소외 1, 2조차 이러한 사항을 간과한 채 소외 3의 기망행위에 속아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을 고려하면 부동산의 권리관계 확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없는 원고에게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 및 소외 3의 대리권 유무에 관한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이는 점, 원고가 소유자와 대면하지 아니한 채 잔금지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서 정해진 약정을 이행한 것에 불과한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피고의 책임을 100%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볼 때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주택에 관한 등기부등본상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는 1910년생인 소외 4로 기재되어 있었는데 임대차계약은 등기부등본상 소유자 아닌 소외 4의 장남인 소외 5 명의로 체결된 사실, 계약체결은 소외 5의 대리인이라고 칭하는 소외 3과 사이에 이루어졌고 임대차보증금 역시 소외 3에게 지급된 사실, 임대차계약의 특약사항으로 잔금 지급일에 소외 5를 대면하기로 하였음에도 소외 3의 말만 믿고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 및 잔금지급 과정에서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가 명백하지 아니하고, 소외 3의 대리권 유무 역시 명확하지 아니하여 거래당사자인 원고로서는 이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는데도, 공인중개사인 소외 1, 2만을 믿은 채 제적등본 등의 상속관계서류나 등기권리증 또는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이 사건 주택의 소유자 확인 및 대리권 유무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원고의 과실 역시 이 사건 손해 발생 또는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러한 사정을 과실상계사유로 전혀 참작하지 아니하고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한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