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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2. 22. 선고 2000헌마704 결정문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조○현

대리인 변호사 김순평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검사

주문

피청구인이 2000. 8. 10.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2000년형제39681호 사건에 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청구인에 대한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2000년형제39681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인은 2000. 6. 29. 서울북부경찰서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도주차량)위반 피의자로 입건되었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00. 6. 28. 00:35경 그 소유의 아반테 승용차량을 운전하여 서울 강북구 미아1동 앞 이면도로 삼거리에서 주차할 곳을 찾아다니면서 차를 돌리기 위하여 후진하던 중 마침

그곳 슈퍼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던 청구외 유○두(남, 39세)의 의자다리부분을 위 차량 좌측 뒷바퀴부분으로 충돌, 그 충격으로 위 청구외인에게 전치 2주일간의 우측흉부좌상의 상해를 입힌 후, 사고현장에서 아무런 구호조치없이 도주하였다.

나.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수사하여 2000. 8. 10. 혐의를 인정하고 청구인을 기소유예처분하였다.

다.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그가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구호조치없이 도주한 것이 아님에도, 피청구인이 위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면서 2000. 11.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판 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이 정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도5023 판결;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1999. 12. 7. 선고 99도2869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또한 이는 사람을 사상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할 것을 필요로 하는 고의범이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40 판결; 1991. 6. 14. 선고 91도253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청구인의 소위가 이들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핀다.

가. 상해의 발생에 관하여

먼저 위 청구외인이 위 차량과의 접촉으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보면, 청구인 스스로 후진 중 무엇인가 충격되는 느낌이 있어 즉시 정차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위 차량과 어떤 물체와의 접촉이 있었다는 것은 추지되지만, 과연 차량의 어느 부분이 위 청구외인의 신체 어느 부위 또는 동인이 앉아 있던 의자의 어느 부분이 접촉되었는지 분명치 않다. 기록에 의하면 위 청구외인은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이고, 전치 2주의 우측흉부좌상을 입었다는 것인바, 피청구인이 인정한 피의사실대로 차량의 좌측뒷바퀴가 위 청구외인이 앉아있던 의자의 다리를 충격하여 그 여파로 청구인이 우측흉부좌상을 입게 되었다면 위 청구외인이 충격에 놀라 일어서면서 식탁에 가슴부분을 부딪혀 상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의자가 위 충격으로 넘어가면서 위 청구외인이 땅바닥에 쓰러져 다쳤다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경위로 상해를 입게 된 것인지 분명치 않고, 한편 위 청구외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차량의 뒷밤바부분으로 가슴부분인지 옆구리부분인지 부딪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다가 다시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 잘 모르겠으나, 제 몸이 차량에 부딪친 것이 맞다고 봅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으며, 그 충격의 정도는 “살짝 스치는 정도의 충격”이라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21면), 위 청구외인이 과연 차량의 어느 부분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그 충격으로 인하여 요치 2주의 우측흉부좌상을 입은 것인지가 매우 의심스럽다. 더욱이 사고현장에 있던 슈퍼 주인 청구외 오○환의 진술(수사기록 26면 이하)에 의하면, 아무런 충격음이나 비명도 없었으며 당시 사람이 다칠만한 교통사고가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데, 청구인이 귀가한 후 위 청구외인과 함께 술을 마시던 자가 위 청구외인을 부추겨 사고신고를 한 것이며, 위 청구외인 일행은 평소 항시 술에 취한 채로 다니는 자들로서 그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하나 밤에는 귀가하여 집에서 지냈고, 그 가족이 그 기간 중에도 술을 사러 왔었다는 등의 진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위 청구외인이 사고 후 이틀이나 지나서 발급되어 제출한 진단서만을 덮어놓고 믿을 것이 아니라, 위 진단서가 위 청구외인이 호소하는 통증 외에 다른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 발급된 것인지 또 입원 중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를 받은 것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여, 실제로 객관적으로 상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고, 그 상해가 위 차량과의 접촉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밝혔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위 상해라는 것이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 제257조 제1항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는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에 불과한 정도는 아니었는지 여부(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1997. 12. 12. 선고 97도2396판결 등 참조)까지도 함께 조사하여 보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 도주의 고의에 관하여

청구인은 위 청구외인이 만취상태에서 횡설수설하며 막무가내로 병원에 가자고 하였으나 아무런 외상도 없어서 공연한 시비로 알고 이를 거절하였으며, 또 나중에는 위 청구외인이 “갈려면 가라”고 하므로 부근에 차량을 주차하고 귀가하였다는 것이고, 위 청구외인 역시 사고 당시에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였으나 다만 술이 깬 후에 아플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청구인 귀가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 항의하였다는 것(수사기록 28면)이다.

그렇다면, 청구인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위 청구외인이 양해를 한 것으로 오인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않으며, 또 위 청구외인의 상해가 외관상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자신조차도 현장에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였다는 것이므로, 과연 청구인이 위 청구외인이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없이 고의로 도주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40 판결 참조).

다. 소 결

사정이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 사건을 송치받은 후 달리 아무런 수사를 진행하여 보지도 않고서 곧바로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피청구인이 자의로 수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증거의 취사선택 또는 법령의 해석을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처분을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어 피청구인의 청구인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