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5권 2집 221~234] [전원재판부]
가. 선거범(選擧犯)으로서 형벌(刑罰)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피선거권(被選擧權)을 정지(停止)하는 규정(規定)의 위헌(違憲) 여부 및 그 한계
나. 선거범(選擧犯)으로서 50만원 이상의 벌금형(罰金刑)의 선고(宣告)를 받은 후 6년을 경과(經過)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지방의회의원(地方議會議員)의 피선거권(被選擧權)을 정지(停止)하도록 규정(規定)한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 제12조 제3호 전단규정(前段規定)이 입법형성권(立法形成權)을 갖고 있는 입법권자(立法權者)의 합리적(合理的) 재량(裁量)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규정(違憲規定)인지 여부
가. 선거범(選擧犯)으로서 형벌(刑罰)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피선거권(被選擧權)을 정지(停止)하는 규정(規定) 자체는 이로써 선거(選擧)의 공정(公正)을 확보(確保)함과 동시에 본인의 반성을 촉구(促求)하기 위한 법적 조치(措置)로서 국민(國民)의 기본권(基本權)인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과 평등권(平等權)을 합리적(合理的) 이유(理由) 없이 자의적(恣意的)으로 제한(制限)하는 위헌규정(違憲規定)이라 할 수 없고, 그 경우에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형벌(刑罰)을 얼마만큼(형량(形量)) 선고(宣告)받은 자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기간(期間) 동안 피선거권(被選擧權)의 행사(行使)를 제한(制限)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형성권(立法形成權)을 갖고 있는 입법권자(立法權者)가 결정할 그 입법재량(立法裁量)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그것이 합리적(合理的) 재량(裁量)의 한계(限界)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위헌(違憲)이라고 볼 수 없다.
나.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이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보다 선거범(選擧犯)에 관한 피선거권(被選擧權) 정지사유(停止事由)로서의 벌금형(罰金刑)의 금액을 높인 배경과 이유는, 각 그 법률(法律) 벌칙조항(罰則條項) 소정의 벌금액(罰金額)(법정형(法定刑))의 다과(多寡)를 대비 고려하였기 때문이고, 또한 동일유형(同一類型)의 선거범(選擧犯)에 대하여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이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보다 대체로 벌금형(罰金刑)(법정형(法定刑))의 형량(形量)을 높여 놓고 있다면 그에 따
라 동일유형(同一類型)의 선거범(選擧犯)에 대한 선고형(宣告刑)도 일반적, 원칙적으로는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 쪽이 다액(多額)일 개연성(蓋然性)이 높으므로 선고형(宣告刑)을 기준(基準)으로 하는 피선거권(被選擧權) 정지사유(停止事由)로서의 벌금형(罰金刑)의 금액(金額)을 위 두 선거법(選擧法)의 법정형(法定刑)이나 그 처단형(處斷刑)을 기준(基準)으로 하여 이를 정할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각 조항(條項)에서 정한 벌금형(罰金刑)은 법정형(法定刑)이나 처단형(處斷刑)이 아니라 선고형(宣告刑)으로서 법원(法院)이 선거범(選擧犯)에 대한 형사재판(刑事裁判)에 있어서 벌금형(罰金刑)을 선고(宣告)할 경우에는 특히 벌금형(罰金刑) 하한(下限)에 의한 제약(制約)이 있는 경우 외에는 피선거권(被選擧權)의 정지사유(停止事由)를 고려하여 그 벌금액(罰金額)을 결정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권(裁量權)이 있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할 때 위 각 규정은 모두 입법자(立法者)가 아무런 기준없이 자의적(恣意的)으로 정한 것이 아니고 합리적(合理的)인 이유와 근거에 의하여 규정(規定)한 것으로서,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상의 위 조항(條項)이 국회의원선거법(國會議員選擧法)상의 위 조항(條項)과 대비(對比)하여 헌법(憲法)상의 평등권(平等權)이나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을 침해(侵害)하는 규정(規定)이라고 볼 수 없다.
청 구 인 정○
대리인 변호사 정인봉 외 1인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1990.12.31. 법률 제4311호)제12조제3호 전단 (피선거권(被選擧權)이 없는 자(者)) 다음 각호(各號)의 1에 해당하는 자(者)는 피선거권(被選擧權)이 없다.
1.∼2. 생략
3. 선거범(選擧犯)으로서 50만(萬)원 이상의 벌금형(罰金刑)의 선고(宣告)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者)(형(刑)의실효(失效)등에관한법률(法律)에 의하여 형(刑)이 실효(失效)된 자(者)를 포함한다) 또는 형(刑)의 집행유예(執行猶豫)의 선고(宣告)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者)
4. 생략
1991.3.11. 선고, 91헌마21 결정
1992.3.13. 선고, 92헌마37 ,39 결정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1.6.20. 실시된 서울특별시의회의원선거에서 은평구 제4선거구(불광 1, 2, 3동)에 입후보하여 당선된 자인 바, 1991.12.19.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80조 제1항 제1호, 제39조 위반(사전선거운동)으로 벌금 70만원의 형을 선고받고 이에 불복하여 항소 및 상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됨으로써 상고기각의 판결이 선고된 1993.1.15. 위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청구인은 선거범으로서 5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피선권이 없다고 규정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 규정 및 “피선거권이 없게
된 때”에는 지방의회의원의 직에서 퇴직된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70조 제2호에 의거하여 서울특별시의회의원의 직에서 퇴직되자, 1993.2.2. 위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 규정으로 인하여 자기의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지방의회의원선거법(1990.12.31.법률 제4311호) 제12조 제3호 전단 규정(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인 바, 그 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2조(피선거권이 없는 자)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
1. 2. (생략)
3. 선거범으로서 5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에 의하여 형이 실효된 자를 포함한다) 또는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4. (생략)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범으로서 5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지방자치법 제70조 제2호는 “피선거권이 없게 된 때”에는 지방의회의원의 직에서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 규정은 선거범으로서 100만원 이상의 벌
금형의 선고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국회법 제136조 제2항은 “(국회)의원이 법률에 규정된 피선거권이 없게 된 때에는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과 같이 선거범으로서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지방의회의원의 직에서 퇴직되는 반면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있음은 물론 국회의원 재직 중 벌금 70만원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라도 그 직에서 퇴직되지 아니하는 바, 국회의원은 지방의회의원보다 고도의 직무를 수행하며 선거범인 경우에도 보다 고도의 청렴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지방의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없는 자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국회의원선거법 해당 조항과의 대비)
(1) 우리나라 최초의 국회의원선거법(1947.3.17. 군정법령 제175호 신규제정)은 “제9장 벌칙”의 제54조에서 “본장의 죄를 범하여 처형된 자는 형의 집행종료후 3년간 그 선거권 급 피선거권을 박탈함”이라고 규정하였고, 역시 최초의 지방자치법(1949.7.4. 법률 제32호 신규제정)은 지방의회의원의 선거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제96조에서 “선거법위반에 대한 벌칙은 국회의원선거법의 벌칙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그 후의 국회의원선거법(1950.4.12. 법률 제121호 폐지제정)은 “제13장 벌칙”의 제115조에서 “제112조와 제116조의 경우를 제하고 본장에 규정한 죄를 범한 자로서 벌금형을 받은 자는 그 재판확정후 3년간…… 국회의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다. 단 법원은 정상에 의하여 형의 언도와 동시에 그 기간을 단축하여 선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으며, 지방자치법중개정법률(1956.2.13. 법률 제385호)에 의하여 위 최초의 지방자치법 제96조가 “선거에 관한 벌칙은 국회의원선거법의 규정을 준용한다”로 개정되었다. 그 후 민의원의원선거법(1958.1.25. 법률 제470호 폐지제정) 제14조 제3호는 “선거범으로서 벌금형을 받은 후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였다.
(2) 이른바 제2공화국에 들어와 새로이 제정된 국회의원선거법(1960.6.23. 법률 제551호 폐지제정) 제13조 제3호 및 1960.11.1. 법률 제563호로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54조의2 제3호는 “선거범으로서 5만환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후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각각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3) 1962.12.26. 개정헌법 부칙 제7조 제3항, 1972.12.27. 개정헌법 부칙 제10조 및 1980.10.27. 개정헌법 부칙 제10조 등에 의거하여 한동안 지방의회가 구성되지 아니하였으며, 그 사이에 국회의원선거법(1963.1.16. 법률 제1256호 폐지제정) 제12조 제2호는 “선거범으로 5,000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후 4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였고, 그 후의 국회의원선거법(1972.12.30. 법률 제2404호 폐지제정) 제15조 제2호는 “선거범으로서 5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에 의하여 형이 실효된 자도 포함한다)……”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였다.
(4) 1987.10.29. 개정헌법인 현행 헌법에 의하여 새로이 지방의회가 구성되기에 이르렀는 바, 국회의 원선거법중개정법률(1988.3.17. 법률 제4003호 전문개정) 제12조 제3호와 최초로 제정된 지방의회의
원선거법(1988.4.6. 법률 제4005호 신규제정) 제12조 제3호는 “선거범으로서 1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에 의하여 형이 실효된 자도 포함한다)……”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각각 동일하게 규정하였다가, 그 후인 1990.12.31. 지방의회의원선거법중개정법률(1990.12.31. 법률 제4311호 전문개정)에 의하여 동법상의 선거범의 벌금형이 상향조정되면서 위 제12조 제3호의 벌금형의 금액이 종전의 10만원 이상에서 “50만원 이상”으로 개정되었으며(이것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다), 한편 그 후인 1991.12.31. 국회의원선거법중개정법률(1991.12.31. 법률 제4462호)로 동법상의 선거범의 형량이 상향조정되면서 역시 위 제12조 제3호의 벌금형의 금액이 종전의 10만원 이상에서 “100만원 이상”으로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4. 판단
가. 첫째로, 선거범으로서 형벌을 받은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피선거권을 정지하는 규정 자체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선거사범에 대하여 일정기간 피선거권의 행사를 정지시킴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확보함과 동시에 본인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한 법적 조치로서, 국민의 기본권인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합리적 이유없이 자의적(恣意的)으로 제한하는 위헌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로, 그 경우에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형벌을 얼마만큼(형량)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피선거권의 행사
를 정지시킬 것인가가 문제이나, 이는 기본적으로 입법형성권을 갖고 있는 입법권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그 입법재량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그것이 합리적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위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인 바, “선거범으로서 5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지방의회의원의 피선거권을 정지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아래에서 보는 제반사정에 비추어 입법형성에 관한 합리적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헌규정이라 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만을 따로 떼어놓고 볼 때 그것이 위헌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나. 그렇다면 1991.12.31. 법률 제4462호로 개정된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 규정 즉 “선거범으로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후 6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없다는 규정과의 관계에서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되는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이 문제를 해명하기 위하여는 다음의 몇 가지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먼저, 위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 규정이 이 사건 법률조항보다 선거범에 대한 피선거권 정지사유로서의 벌금형의 금액을 높인 배경과 이유를 살펴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1988.3.17. 법률 제4003호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와 같은 해 4.6. 법률 제4005호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까지는 선거범에 대한 피선거권 정지사유로서의 벌금형의 금액이 양자 모두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다가 1990.12.31.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개정되면서부터 서로 다르게 규정되기에 이르
렀는 바 그 정확한 이유를 설명한 자료는 찾아 볼 수 없으나, 각 그 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은 1990.12.31. 전면개정을 하면서 선거범의 벌금형을 상향조정하고 그에 따라 피선거권의 정지사유인 벌금액도 “50만원 이상”으로 개정한 것이고, 국회의원선거법은 그 1년 후인 1991.12.31. 개정된 것으로서 역시 선거범의 벌금형을 개정 전의 그것보다 대폭적으로 상향조정하고 그에 따라 피선거권의 정지사유인 벌금액도 “100만원 이상”으로 높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한동안 휴면상태에 있던 지방자치를 헌법이념에 맞도록 부활하고 그에 따라 지방의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국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법제화할 무렵(1990.12.31. 법률 제4312호로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이 공포·시행되었다) 앞으로 많이 있을 각종 선거에 대비하여, 과거 불법, 타락의 선거운동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던 경험에 비추어, 돈 안 쓰는 공명선거풍토를 정착시키자는 국회 및 정부와 선거관리당국의 강한 의지에 국민여론이 적극 호응함으로써 하나의 역사적, 시대적 요청이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시대적 배경 아래에서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1990.12.31. 전면개정되면서 선거범의 벌금형이 대폭 상향조정되었고 그 1년 후에 개정된 국회의원선거법에 있어서는 그 법의 개정전 벌칙규정과 위 개정지방의회의원선거법 벌칙조항의 개정내용도 감안하여 선거범에 대한 벌금형을 대체로 더욱 상향조정하기에 이른 것이다(위 국회제안이유 참조).
해 보면 국회의원선거법 소정의 법정형이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의 그것보다 대체로 무겁게 규정되어 있으며 벌금형(법정형)의 경우도 그러하고 특히 벌금형에 하한(下限)이 규정되어 있는 벌칙조항들을 보면, 국회의원선거법의 경우는 거의 모두 “200만원 이상” 또는 “300만원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어(제153조 제2항, 제154조 제1항, 제155조 제2항, 제159조 제1항, 제167조, 제174조 제1항 각 참조, 다만 제153조 제1항만이 하한을 “100만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법원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은 선고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의 경우는 그 하한이 모두 “100만원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어(제155조, 제156조 제1항, 제157조 제2항, 제161조 제1항, 제169조 각 참조) 역시 법원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50만원 미만의 벌금형은 선고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선거범에 대한 피선거권 정지사유로서의 벌금형의 금액에 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50만원 이상”으로 규정한 것이나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규정이 “100만원 이상”으로 규정한 것은, 모두 각 그 법률 벌칙조항 소정의 벌금액(법정형) 및 이를 작량감경한 경우의 벌금액(처단형)을 고려하여 규정한 것임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는 자의적인 법 개정으로는 볼 수 없다.
(2) 다음으로, 선거범에 대한 피선거권 정지사유로서의 벌금형의 금액을 위와 같이 두 선거법 벌칙조항 소정의 법정형(벌금형)이나 이를 작량감경한 경우(하한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의 처단형을 기준으로 하여 정한 것이 합리적인 것인가의 여부를 보기로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나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이 규정
한 “선거범”이라 함은 모두 당해 선거법의 선거범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선거법의 선거범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되나(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87조, 국회의원선거법 제185조 참조), 선거법 위반의 범죄를 저질러 피선거권이 정지되거나 그 직에서 퇴직되는 사례는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흔히 당해 선거법의 선거범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범위 내에 있어서는 선거범의 법정형을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의 경우보다 대체로 무겁게 규정한 국회의원선거법의 경우에 있어서 그 피선거권 정지사유인 벌금형의 금액이 높은 것은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 선거사범에 대하여 일정기간 피선거권의 행사를 정지시킴으로써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 표현의 과정인 참정권 행사를 공명하게 담보할 필요성이 있는 점은, 국회의원선거의 경우나 지방의회의원선거의 경우나 모두 동일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구성요건이 동일 또는 유사한 동일유형(同一類型)의 선거범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위 두 선거법의 법정형이 동일한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동일유형의 선거범에 대하여 국회의원선거법이 지방의회의원선거법보다 대체로 벌금형(법정형)의 형량을 높여 놓고 있다면, 그에 따라 동일유형의 선거범에 대한 선고형도 일반적, 원칙적으로는 국회의원선거법 위반의 경우가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위반의 경우보다 다액일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면 선고형을 기준으로 하는 피선거권 정지사유로서의 벌금형의 금액은 위 두 선거법의 법정형(벌금액)이나 그 처단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를 정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국회의원선거법의 경우가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의 경우보다 높은 것(피선거권 정지사유로서의
벌금액이 다액인 것)은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끝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50만원 이상의 벌금형”은 법정형이나 처단형이 아니고 선고형(宣告刑)인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법원이 선거범에 대한 형사재판에 있어서 벌금형을 선고할 경우에는, 위에서 본 벌금형의 하한에 의한 제약이 있는 경우 외에는, 피선거권의 정지사유를 고려하여 그 벌금액(선고형)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을 보면 벌칙조항의 법정형에 벌금형이 있는 경우(단독형으로 있거나 선택형으로 있는 경우)가 모두 34개 조항인데, 그 중에서 하한에 의한 제약이 있는 경우는 5개 조항뿐이고 그 나머지 29개 조항은 모두 하한의 제한이 없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더라도 청구인은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180조 제1항 제1호, 제39조 위반(사전선거운동)으로 벌금 70만원의 형을 선고 받았는 바, 위 벌칙조항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서, 법원이 청구인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것은, 청구인을 지방의회의원의 직에서 퇴직케 하겠다는 법원의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범에 대한 법원의 형사재판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법원의 형사재판에 있어서 당해 법원이 벌금형을 선택하여 선고하는 경우 그 형량의 결정에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 규정과 대비하여 청구인에게 특히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하였다든가 그 공무담임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한 것이라고
는 보기 어렵다.
(4) 위에서 고찰한 바를 종합해 보면, 선거범에 대한 피선거권 정지사유로서의 벌금액을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과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3호 전단 규정은, 모두 입법권자가 아무런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고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에 의하여 규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위 두 법률조항의 적용상의 상호관계에 있어서 청구인 주장과 같은 불합리한 일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나라의 선거법체계가 단일한 선거법(예컨대 일본의 “공직선거법”과 같은)으로 되어 있지 아니하고 각종 선거법으로 분산되어 있으며 또 각종 공직선거에 관한 기본적, 공통적인 사항을 통일적으로 규정한 선거기본법 같은 법률도 따로 없는 데다가 각종 선거법을 그때 그때의 현실적인 필요에 따라 각각 수시로 개정하면서 선거법체계의 전체적 조정에 유의하지 아니한 입법정책 내지 입법기술의 졸렬에서 기인한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의 체계부조화 내지 부적합이 될 수 있을뿐, 위에서 본 이 사건의 제반사정에 비추어 그것만으로 곧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위반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입법정책 내지 입법기술의 졸렬에서 오는 체계상의 부조화 내지 부적합도 경우에 따라서는 헌법위반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기회에 우리 나라 선거법 전반에 관한 체계적 재검토와 그에 의한 입법적 시정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5.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
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3. 7. 29.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