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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5. 25. 선고 93도558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법원이 유죄판결의 이유에 명시하여야 할 ‘범죄될 사실’을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피고인들이 ‘남평 문씨 40세손을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과 공소사실에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남평 문씨 39세손을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 가운데 어느 한 종중으로부터 임야의 소유자 명의를 신탁받아 보관하다가 이를 횡령하였다고 범죄될 사실을 택일적으로 인정하여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변호사 김희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남평문씨 35세손인 희성공을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 또는 택일적으로 남평문씨 40세손인 공소외 1(희성공의 5세손)을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으로부터 소유자명의를 신탁받아 보관중이던 이 사건 임야를 공소외 주식회사 현대에 임의로 매도하고 1990.8.7. 위 회사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인바, 원심은 공소장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한 채 피고인들이 남평문씨 39세손인 공소외 2 또는 40세손인 공소외 1을 공동선조로 하는 소종중의 소유인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소유자명의를 신탁받아 보관하다가 위 회사에 이를 임의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이 사건 임야를 횡령한 사실을 범죄사실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254조 가 공소장에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공소사실을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법원의 심판의 대상을 한정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방어권의 행사를 보장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어느 종중을 위하여 이 사건 임야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지가 거의 유일한 쟁점이다싶이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에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로 기재되어 있는 종중들 이외의 다른 종중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명의를 신탁받은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공소사실에 의하여 한정된 심판의 범위안에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에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로 택일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두 종중 가운데 어느 종중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명의를 신탁받은 것이지를 가려내어 그 결과에 따라 택일적인 공소사실 중 어느 하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고, 만일 피고인들이 위의 두 종중이 아닌 제3의 다른 종중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명의를 신탁받은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소장의 변경이 없는 한 피고인들을 그 범죄사실로 유죄를 인정하여 형을 선고할 수는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원 1983.4.12. 선고 83도195 판결 , 대법원 1991.9.24. 선고 91도173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에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로 택일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두 종중 가운데 어느 종주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명의를 신탁받은 것이지를 심리확정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들이 남평문씨 40세손인 공소외 1을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과 공소사실에 기재되어 있지도 아니한 남평문씨 39세손인 공소외 2를 공동선조로 하는 종중 가운데 어느 한 종중으로부터 이 사건 임야의 소유자명의를 신탁받아 보관하다가 횡령하였다고 범죄될 사실을 택일적으로 인정하여 피고인들에게 형을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공소사실에 의하여 한정된 심판의 범위를 넘어 심판을 청구받지도 아니한 사건에 대하여 판결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소장에 기재할 공소사실과 적용법조에 관하여는 수개의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제254조 제5항 ), 유죄판결의 이유에 명시하여야 할 범죄될 사실과 법령의 적용에 관하여는 택일적으로 기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제323조 제1항 ),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죄판결의 이유에 명시하여야 할 범죄될 사실을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이유에 범죄될 사실을 택일적으로 기재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유죄판결의 이유에 명시하여야 할 범죄될 사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도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김주한 김용준(주심) 천경송

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3.2.3.선고 92노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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