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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다25118 판결

[손해배상(기)][공1998.3.1.(53),584]

판시사항

[1]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행인이 여관 건물의 배수관 보호벽 위에 올라가 여관 내부를 엿보려다 보호벽이 무너져 사망한 사건에서 그 보호벽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를 부인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규정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공작물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그것이 공작물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아니한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 발생한 사고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작물의 설치·보존자에게 그러한 사고에까지 대비하여야 할 방호조치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2] 배수관이 설치된 여관 앞 골목길은 평소에 여관 내부를 엿보려고 하는 행인들이 있었고 그러한 사람들이 배수관을 잡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 배수관이 자주 훼손되므로 여관 주인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보호벽을 설치하게 되었으며, 보호벽을 설치하면서 보호벽의 맨 윗부분에 여러 개의 못까지 박아 두었는데, 행인이 음주를 한 상태에서 여관의 내부를 들여다 보기 위하여 그 보호벽을 타고 올라가다가 보호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고를 당하게 된 경우, 그 보호벽의 본래의 용도는 어디까지나 배수관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보호벽이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견고성을 갖도록 설치하였다면 이로써 보호벽은 일단 본래의 용도에 따른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이 보호벽 윗부분에 못을 박아 사람들이 보호벽 위로 올라가서 여관방을 들여다 보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까지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인들이 윗부분에 꽂혀 있는 못에 찔려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 보호벽에 올라가 여관 내부를 들여다 보는 부정한 행위를 저지를 것까지 예상하여 보호벽을 설치·관리하는 여관 주인에게 이러한 경우까지 대비한 방호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는 이유로 그 보호벽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를 부인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경식)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영소)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망 소외 1은 1995. 8. 15. 02:20경 인천 (주소 생략) 소재 피고 소유 및 경영의 ○○여관 앞 골목길에서 중증뇌좌상 등의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다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의료법인 성애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달 27. 04:15경 사망하였다.

위 여관은 지상 3층 건물로서 1층과 2층은 여관으로, 3층은 피고의 가정집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별도의 담장이 없이 골목길에 접해 있어 여관의 건물 벽이 담장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여관의 건물 벽과 골목길 사이에는 길이 15m, 폭 45cm, 높이 15cm 정도의 화단이 조성되어 있고, 골목길은 폭이 약 3.3m 정도로서 시멘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어 행인들의 통행이 용이하도록 되어 있다. 위 여관의 1층 202호·203호 공용의 욕실과 203호실 사이에는 여관 외벽을 따라 2층 베란다로부터 1층을 거쳐 화단의 지하로 지면과 수직을 이루도록 3개의 플라스틱 배수관이 설치되어 있는데, 평소 골목길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여관의 1층 내부를 엿보려고 자주 배수관을 잡고 올라가는 바람에 배수관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자 피고가 배수관을 보호할 목적으로 1991. 11. 초 목수인 소외 2에게 의뢰하여 배수관 주변의 화단을 파고 거기에 30cm 높이의 시멘콘크리트 기초를 한 후 그 위에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형'의 보호벽을 설치하였다. 이 보호벽은 화단의 지면으로부터 보호벽 상단부까지의 높이가 1m 40cm이고 화단의 높이(15cm)까지 포함하면 골목길 지면으로부터의 높이가 1m 55cm 정도로서, 그 상단부는 위 여관 1층 방실의 창문턱 높이까지 닿아 있었고 가로는 80cm, 세로는 30cm 정도이며, 그 맨 윗부분에는 행인들이 함부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여러 개의 못이 꽂혀 있었는데, 외부로부터 힘이 가하여지지 않는 한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정도의 견고성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망인은 사고 전날인 1995. 8. 14. 22:30경 인천 강화읍 남산리 소재 감자탕집에서 친구인 소외 3 등과 함께 대학입학시험 100일 전 기념으로 술을 마신 뒤 위 여관 앞 골목길을 통하여 귀가하던 중, 호기심에 여관의 내부를 들여다 보기 위하여 위 보호벽을 타고 올라가다가 보호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골목길의 시멘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위 사고를 당하였다(망인의 키가 1m 75cm 가량인 반면, 화단의 지면으로부터 여관 1층 방실의 창문턱까지의 높이는 약 1m 40cm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망인이 굳이 보호벽 위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화단 위에 서서 여관의 1층 내부를 엿볼 수도 있었을 것이나, 망인은 보호벽 위로 올라가 여관의 1층 방실 전체를 자세히 보려고 하였거나 아니면 1층 이외의 방실을 엿보려고 시도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보호벽을 설치하기 이전에도 골목길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여관의 1층 내부를 엿보려고 자주 배수관을 잡고 올라가는 일이 있었고, 또 보호벽 설치 후에는 여관 내부를 엿보려는 행인들이 보호벽 위에 올라가는 것을 염려하여 피고가 그 맨 윗부분에 여러 개의 못을 박아 둘 정도로, 위 여관 앞 골목길은 평소에 여관 내부를 엿보려고 하는 행인들이 흔히 있는 곳이므로, 여관의 소유자 겸 점유자인 피고로서는 보호벽을 설치하고 관리함에 있어 행인이 여관 내부를 엿보기 위하여 보호벽 위에 올라가거나 이를 붙잡고 힘을 가하는 경우 보호벽이 무너질 위험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보호벽을 여관의 벽면에 고정시키는 등의 안전장치를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보호벽이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견고성만을 갖도록 이를 설치하였을 뿐이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위 보호벽은 비록 그 자체가 플라스틱 배수관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 할지라도 여관 방실을 엿보려는 행인들이 그 위에 올라갈 것이 예상되는 이상 이에 따르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나아가 상당한 관리를 하였어야 할 터인데,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보호벽을 그와 같이 안전하게 설치·관리하지 못한 탓에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보호벽의 소유자 겸 점유자로서 그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규정된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6328 판결, 1997. 10. 10. 선고 97다2702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공작물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그것이 공작물의 통상의 용법에 따르지 아니한 이례적인 행동의 결과 발생한 사고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작물의 설치·보존자에게 그러한 사고에까지 대비하여야 할 방호조치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위 여관 앞 골목길은 평소에 여관 내부를 엿보려고 하는 행인들이 있었고 그러한 사람들이 배수관을 잡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 배수관이 자주 훼손되므로 피고가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보호벽을 설치하게 되었으며, 이 보호벽을 설치하면서 보호벽의 맨 윗부분에 여러 개의 못까지 박아 두었는데, 망인이 음주를 한 상태에서 여관의 내부를 들여다 보기 위하여 이 보호벽을 타고 올라가다가 보호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보호벽의 본래의 용도는 어디까지나 배수관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원심 판시와 같이 보호벽이 스스로 넘어지지 않을 만큼의 견고성을 갖도록 설치하였다면 이로써 보호벽은 일단 본래의 용도에 따른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보호벽 윗부분에 못을 박아 사람들이 보호벽 위로 올라가서 여관방을 들여다 보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까지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인들이 윗부분에 꽂혀 있는 못에 찔려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 보호벽에 올라가 여관 내부를 들여다 보는 부정한 행위를 저지를 것까지 예상하여 보호벽을 설치·관리하는 피고에게 이러한 경우까지 대비한 방호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보호벽의 설치 또는 보존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여관 앞 골목길은 평소 이곳을 지나가는 행인들이 여관의 1층 내부를 엿보려고 자주 배수관을 잡고 올라가는 일이 있었고, 또 보호벽을 설치함에 있어서도 여관 내부를 엿보려는 행인들이 보호벽 위에 올라가는 것을 염려하여 피고가 그 맨 윗부분에 여러 개의 못을 박아 둘 정도로 이곳은 평소에 여관 내부를 엿보려고 하는 행인들이 흔히 있는 곳이므로, 위 보호벽을 설치하고 관리함에 있어서는 행인이 여관 내부를 엿보기 위하여 보호벽 위에 올라가거나 이를 붙잡고 힘을 가하는 경우에 보호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벽을 여관의 벽면에 고정시키는 등의 방호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한 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보호벽의 설치·보존상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정귀호 김형선 이용훈(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5.28.선고 96나2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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