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2005.1.15.(218),157]
[1]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에 정한 '정당의 구성원'의 의미
[2] 피고인이 정당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의 자격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자에 해당하여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1항 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한 사례
[3]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 공모관계의 성립요건 및 그 인정 방법
[4]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2호 에 정한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의 의미
[5]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이 자기부죄거부의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2항 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6]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3호 에 정한 '범죄수익의 은닉'의 의미
[7]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직권으로 공소사실 내용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한 조치가 위법한지 여부(한정 소극)
[8] 정치자금을 수수한 자가 교부받은 금품을 제공자의 뜻에 따라 당이나 후보자 본인에게 전달한 경우, 몰수 또는 추징의 대상
[1]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에 정한 '정당의 구성원'이라 함은 '정당의 당원이거나 정당의 기구에 소속해 있는 임직원'을 말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피고인이 정당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의 자격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자에 해당하여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한 사례.
[3]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공모에 대하여는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4]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2004. 3. 22. 법률 제7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에 정한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이란 중대범죄의 범죄행위에 의하여 새로 만들어진 재산뿐만 아니라 그러한 범죄행위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도 포함하는 것이다.
[5] 헌법 제12조 제2항 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2004. 3. 22. 법률 제7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특정범죄와 관련된 범죄수익의 취득 등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특정범죄를 조장할 목적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특정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으로서,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것일 뿐, 위와 같은 목적이 없이 범죄수익을 단순히 은닉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특정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수사기관 등에 신고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러한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2004. 3. 22. 법률 제7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자기부죄거부의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2항 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6]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2004. 3. 22. 법률 제7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3호 에 정한 범죄수익의 은닉이라 함은 범죄수익의 특정이나 추적 또는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통상의 보관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7]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것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
[8]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같은 법 제30조 제1항 등을 위반한 자에게 제공된 금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그들로부터 박탈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같은 법 제30조 제1항 등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한 경우에 교부받은 금품을 제공한 자의 뜻에 따라 당이나 후보자 본인에게 전달한 경우에는 그 부분의 이익은 실질적으로 범인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어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품만을 몰수하거나 그 가액을 추징하여야 한다.
[1]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2]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3] 형법 제30조 [4]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2004. 3. 22. 법률 제7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5]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2004. 3. 22. 법률 제7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 헌법 제12조 제2항 [6]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2004. 3. 22. 법률 제7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3호 [7] 형사소송법 제254조 , 제298조 [8]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 제30조 제3항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권광중 외 3인
상고를 각 기각한다.
1. 피고인의 상고에 대하여
가.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죄 부분
(1) '정치자금을 받은 자'와 관련하여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정치자금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30조 제1항 은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정당·후원회·법인 기타 단체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말한다)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자의 관계가 민법 제777조 의 규정에 의한 친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피고인이 단독으로 2002. 5. 초순경부터 같은 해 8. 초순경까지 사이에 삼성그룹으로부터 2회에 걸쳐서 액면 합계 50억 원의 무기명 국민주택채권(이하 '채권'이라고만 한다)을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받았다는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단독 범행'이라 한다) 및 피고인이 공소외 1· 공소외 2 또는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같은 해 10. 12.경 대한항공 주식회사로부터 현금 10억 원을, 같은 해 11.경 삼성그룹으로부터 액면 합계 250억 원의 채권을, 같은 달 22.경 엘지그룹으로부터 현금 150억 원을, 같은 달 중순경 현대자동차 그룹으로부터 현금 100억 원을 각 교부받아 이를 공소외 2를 통하여 공소외 1에게 전달함으로써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공동 범행'이라 한다)에 대하여, 위 각 범행에 있어서 정치자금을 받은 자는 전부 한나라당인데 피고인은 한나라당의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에 해당하므로 처벌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단독 및 공동 범행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단독 범행 당시에도 피고인이 한나라당의 구성원이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정치자금법은 정당이라 함은 정당법의 규정에 의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의 중앙당과 지구당을 말하고(제3조 제1호), 정치자금이라 함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기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을 말한다(제3조 제2호)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이 정치자금을 받은 자가 정당인 경우에는 그 구성원으로서 당해 위반행위를 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정당이란 원래 양벌규정과 같은 특별한 규정에 의하여 벌금형을 과하는 것 외에는 일반적인 범죄능력이 없어 형사처벌을 할 수 없으므로 정당에 제공되는 정치자금의 수수행위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행위자를 처벌함으로써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여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정치자금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할 것인바, 나아가 정당법은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국회의원지역구선거구를 단위로 하는 지구당으로 구성하고(제3조), 정당은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하며(제4조 제1항), 지구당에는 당원명부를 비치하여야 하고(제22조 제1항), 정당은 대의기관과 집행기관 또는 의원총회 등의 기구를 가져야 하며(제29조 제1항), 정당의 중앙당과 지구당에는 일정 수의 유급사무직원과 정책개발연구원을 둘 수 있다(제30조의2 제1항)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에 정한 '정당의 구성원'이라 함은 '정당의 당원이거나 정당의 기구에 소속해 있는 임직원'을 말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한나라당의 당원이 아닌 피고인은 2002. 5.경 한나라당 제16대 대통령선거 후보경선에서 이회창이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무렵부터 이회창 후보의 요청으로 한나라당 당사에 출근하여 후보를 보좌하면서 후보의 특보 또는 법률고문으로 불렸으나 한나라당의 공식직책은 아니었고, 그 후 같은 해 9. 12. 한나라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한 후인 같은 달 19.에 이르러 한나라당 대통령선거대책기구규정에 의하여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법무고문으로 정식 위촉되었다는 것이므로, 한나라당의 당원이 아닌 피고인이 위와 같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법무고문으로 정식으로 위촉되어 한나라당의 기구에 소속되기 전까지는 이회창 후보의 개인적인 특보 또는 법률고문이었을 뿐 정당의 구성원은 아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후 한나라당의 기구에 소속된 후부터 비로소 정당의 구성원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단독 범행 당시에도 피고인이 한나라당의 구성원이었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사건 단독 범행의 공소사실은 삼성그룹에서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라며 피고인에게 교부하는 액면 50억 원의 채권을 피고인이 교부받음으로써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아닌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기업체로부터 현금 및 채권을 교부받았다는 이 사건 공동 범행의 공소사실과 대비하여 보거나 원심에서 검사가 제출한 2004. 8. 17.자 의견서를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단독 범행은 피고인 개인을 정치자금을 받은 자로 보고 기소한 것임이 분명한데(피고인의 변호인들도 그렇게 알고 그에 대한 변소와 방어를 하여 왔다), 정치자금법이 1997. 11. 14. 법률 제5413호로 개정된 후부터는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에서 그 처벌대상인 정치자금을 받은 당사자를 정당이나 혹은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개인 자격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더라도 일정한 신분관계가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처벌대상에 포함되게 되었고( 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1도435 판결 ,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한편 정치자금이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 등을 말하는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단독 범행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특보 또는 법률고문으로서 이회창 후보를 위하여 실질적으로 정치활동을 수행하면서 그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위 채권을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받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정당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그 개인의 자격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피고인 역시 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에 정한 정치자금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단독 범행에 있어서의 정치자금을 받은 자를 한나라당으로 오인하고, 더 나아가 피고인을 한나라당의 구성원이라고 보아 처벌대상이 된다고 판단하는 등 그 이유 설시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하겠으나, 피고인이 행위주체가 되어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이 정치자금을 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여부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공모에 대하여는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868 판결 ,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공소외 1은 한나라당 제16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선거자금의 조달 및 집행을 총괄하였고, 공소외 3은 한나라당의 재정위원장으로 재직하였으며, 공소외 2는 한나라당의 재정국장으로서 대선자금의 수수와 집행에 관한 실무를 책임진 사실, 공소외 1이나 그의 요청을 받은 공소외 3은 기업체에 연락하여 정치자금을 제공하도록 결정하게 하였고, 피고인은 기업체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이를 공소외 2 또는 공소외 1에게 전달하였으며, 공소외 2는 다시 공소외 1에게 전달하거나 보고하였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피고인 등은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한나라당이 위와 같은 정치자금을 받기로 한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과 공소외 2, 공소외 1, 공소외 3 등의 사이에서는 순차적으로 상통하여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는다는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짐으로써 공모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범죄의 기수시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단독 범행에 있어서는 정치자금을 받은 자가 피고인 개인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받은 때에 정치자금법위반죄가 바로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한편 이 사건 공동 범행에 있어서는 정치자금을 받은 자가 한나라당인데 그 구성원인 공모공동정범들 사이에서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는다는 의사의 결합이 그 전달 등의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상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한나라당이 정치자금을 받기로 한 단계에서 정치자금법위반죄가 기수에 이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이 이 사건 단독 및 공동 범행은 정치자금을 받은 주체 및 그 행위의 태양이 서로 달라 범죄의 기수시기 역시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원심이, 이 사건 단독 범행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단계에서 범행이 바로 기수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는 한편, 이 사건 공동 범행에 있어서는 공소외 2가 공소외 1에게 전달 또는 보고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받기로 한 단계에서 범행이 기수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정치자금법위반죄의 기수시기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 부분
(1) 범죄수익의 의미
구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2004. 3. 22. 법률 제71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 한다)은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범한 죄로서 그 별표에 규정된 죄를 특정범죄(중대범죄)라고 하고(제2조 제1호), 그러한 중대범죄의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을 범죄수익이라 하며(제2조 제2호 (가)목), 범죄수익의 취득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제3조 제1항 제1호, 제3호), 중대범죄의 정의 및 범죄수익의 은닉·가장에 관한 처벌규정의 구성요건이 위와 같다는 점에다가 형법 제48조 제1항 제2호 는 몰수의 대상에 관하여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하였거나 이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제2호 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과 '생기다'의 문언적 의미까지 종합하여 보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제2호 에 정한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이란 중대범죄의 범죄행위에 의하여 새로 만들어진 재산뿐만 아니라 그러한 범죄행위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범죄수익에 관한 법리오해 등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헌법 제12조 제2항 위반 여부 등
헌법 제12조 제2항 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특정범죄와 관련된 범죄수익의 취득 등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특정범죄를 조장할 목적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특정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으로서(법 제1조),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또는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는 것일 뿐, 위와 같은 목적이 없이 범죄수익을 단순히 은닉한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특정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수사기관 등에 신고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러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자기부죄거부의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2항 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고 , 따라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3호 에 정한 범죄수익의 은닉이라 함은 범죄수익의 특정이나 추적 또는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통상의 보관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단독 범행에 의하여 취득한 범죄수익인 액면 합계 50억 원의 채권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함과 아울러 한나라당이 이를 기업체에서 음성적으로 받은 불법 정치자금이 아니라 정당하게 마련한 정치자금인 것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고율의 할인료를 지급하면서 위 채권을 현금 등으로 할인한 다음 이를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고 피고인의 주거지 지하창고 등에 보관하다가 한나라당에 전달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이 피고인은 위 채권을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은닉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에 대하여
가. 주식회사 대우건설 관련 정치자금법위반죄 부분
원심은, 피고인이 주식회사 대우건설(이하 '대우건설'이라 한다)의 사장 공소외 4의 부탁을 받은 공소외 5로부터 2002. 10. 말경부터 같은 해 12. 초순경까지 사이에 약 10회에 걸쳐 대우건설이 제공하는 정치자금 합계 15억 원을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받았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공소외 5의 진술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공소외 4·박창규·김상인 등의 각 진술만으로는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한편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5로부터 받았음을 시인하고 있는 1억 원이 대우건설에서 제공된 정치자금이라는 점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누락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실제로 인정되는 범죄사실의 사안이 중대하여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적정절차에 의한 신속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것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 ( 대법원 1990. 10. 26. 선고 90도1229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비록 대우건설이 공소외 5를 통하여 제공하였다는 정치자금 15억 원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공소외 5 개인이 제공하는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사실은 있다고 시인하고 있기는 하나, 이 부분은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아 원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하였는바, 이 사건에서 공소가 제기된 대우건설이 제공하는 정치자금 15억 원을 받았다는 범죄사실과 대비하여 볼 때,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공소외 5 개인이 제공하는 1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범죄사실에 관하여, 원심이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몰수·추징과 관련하여
정치자금법 제30조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은 같은 법 제30조 제1항 등을 위반한 자에게 제공된 금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그들로부터 박탈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같은 법 제30조 제1항 등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한 경우에 교부받은 금품을 제공한 자의 뜻에 따라 당이나 후보자 본인에게 전달한 경우에는 그 부분의 이익은 실질적으로 범인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어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품만을 몰수하거나 그 가액을 추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제공된 정치자금 100억 원 중의 1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이 사건 정치자금 전부는 실질적으로 한나라당에 귀속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는 달리 위 1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 또는 그 일부가 피고인에게 귀속되었다거나, 범죄수익 또는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피고인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위 1억 원만을 추징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조치도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정치자금법 또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몰수·추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