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2004. 2. 26. 선고 2001헌마718 공보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공보(제90호)]

판시사항

가. 행정입법의무의 헌법적 성격

나.구 군법무관임용법 제5조 제3항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 제6조가 군법무관의 봉급과 그 밖의 보수를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할 것을 규정하였는데,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당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않는 것이 청구인들(군법무관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가.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원리에 따라 국가의 기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분립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권력분립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행정과 사법은 법률에 기속되므로, 국회가 특정한 사항에 대하여 행정부에 위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권력분립의 원칙과 법치국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나.(1)구 군법무관임용법 제5조 제3항은 1967 . 3. 3. 제정되어 2000. 12. 26. 폐지되었고, 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 제6조는 2000. 12. 26. 제정되었다. 그러나 해당 시행령은 지금까지 제정된바 없다. 위 구법조항과 현행법 조항은 자구 내용만 일부 달라졌을 뿐 기본적으로 내용이 동일하다. 그렇다면 위 구법조항 시행시부터 약 37년간 해당 시행령에 관한 입법부작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행정부가 위임 입법에 따른 시행명령을 제정하지 않거나 개정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런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위헌확인을 할 수는 없다. 그러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위임입법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명백하거나, 행정입법 의무의 이행이 오히려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옴이 명백할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3)위 조항들은 군법무관의 보수 수준에 관한 것으로서 위헌임이 명백할 만큼 자의적이라고 할 수 없고, 군법무관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위 규정이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4)이 사건 입법부작위의 정당한 이유로써 거론된 ‘타 병과 장교와의 형평성 문제’는 시행령 제정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개정을 추구할 사유는 될 수 있어도, 해당 법률에 따른 시행령 제정을 거부하는 사유는 될 수 없다. 또한 ‘예산상의 제약’이 있다는 논거도 예산의 심의·확정권을 국회가 지니고 있는 한 이 사건에서 입법부작위에 대한 정당한 사유라고 하기 어렵다.

(5)한편 법률이 군법무관의 보수를 판사, 검사의 예에 의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면, 이는 군법무관의 보수의 내용을 법률로써 일차적으로 형성한 것이고,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보수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이라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대통령이 법률의 명시적 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당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아 그러한 보수청구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 그러한 입법부작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법률의 합헌 여부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것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행정입법의 부존재를

위헌적인 입법부작위로 논난(論難)하기 전에 헌법재판소는 먼저 법률의 위헌 여부를 검토하여야만 한다. 그 결과 법률의 위헌성이 확인될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 사항에 대한 재판을 요청하는 부적법한 청구임을 이유로 하여, 사건을 각하하여야 한다.

헌법상의 국방의무를 수행한다는 동일한 법적 근거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군장교들은 전투력의 확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횡으로는 분업적으로 협력하고 종으로는 계급적으로 지휘통솔하는 특수한 집단이고 군법무관은 이러한 특수집단의 한 구성요소인데 이러한 군법무관을, 법관과의 평준화라고 하는 군조직 밖의 기준을 끌어들여, 군조직의 다른 요소와 분리시켜 기본적인 보수에 있어 우대적 차별을 하는 것은 군조직의 횡적 협력관계와 종적 지휘관계를 이간하게 되어 불합리하다. 또한 헌법에서 그 지위와 신분보장을 명백히 하고 있는 법관과 그렇지 아니한 군법무관을 평준화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한편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그 사명의 하나로 하는 법관과 전투조직으로서의 군의 기강확립을 그 사명의 하나로 하는 군법무관은 그 역할에 중대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기본적 보수의 다소를 비교하는 것은 그 역할이 다른 것을 같은 것으로 평가하는 전제에 기초하는 것이므로 불합리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청구가 각하되어야 한다.

참조판례

헌재 1998. 7. 16. 96헌마246 , 판례집 10-2, 283, 305-306

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230

헌재 1990. 9. 3. 89헌가95 , 판례집 2, 245, 267

헌재 1992. 6. 26. 90헌바26 , 판례집 4, 362, 372

당사자

청 구 인 이○일 외 3인

대리인 법무법인 와이비엘(YBL)

담당변호사 이상희 외 1인

피청구인 대통령

주문

피청구인이 구 군법무관임용법 제5조 제3항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 제6조의 위임에 따라 군법무관의 봉급과 그 밖의 보수를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는 위헌임을 확인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 이○일, 최○욱, 신○철은 군법무관임용시험 혹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현재 군법무관으로 근무 중이고, 청구인 류○석은 군법무관으로 근무하다가 2003. 5. 31. 전역하였는바, 청구인들은 구 군법무관임용법(1967. 3. 3. 법률 제1904호로 개정되고 2000. 12. 26. 법률 제6291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 한다) 제5조 제3항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2000. 12. 26. 법률 제6291호로 전문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6조의 위임에 따라 피청구인이 군법무관의 봉급과 그 밖의 보수를 법관 및 검사의 대우(예)에 준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시행령을 제정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2001. 10. 15.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법 제5조 제3항법 제6조의 위임에 따라 군법무관의 대우(봉급과 그 밖의 보수)를 법관 및 검사의 대우(예)에 준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아니하는 부작위의 위헌 여부이다.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법 제5조 ③ 군법무관의 대우는 법관 및 검사의 대우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법 제6조(군법무관의 보수) 군법무관의 봉급과 그 밖의 보수는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구 군법무관임용법(1952. 4. 24. 법률 제243호로 제정된 것)은 “군법회의의 법무사(군판사), 검찰관, 변호인으로 임명될 군법무과 장교의 자격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군법무관으로 임용된 자들이 3년의 의무복무기간만 마치면 전원 전역을 하게 되어 장기적인 군법무관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군법무관들이 법관이나 검사와 같은 자격을 가진 자임에도 보수 등 처우에 있어서 여전히 일반 현역군인과 동일한 조건의 급여를 받는 등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있다는 지적이 일게 되자, 정부에서는 군법무관들의 처우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67. 3. 3.자 법률 제1904호로 동법을 개정하면서, 제5조 제3항에서 “군법무관의 대우는 법관 및 검사의 대우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는 대우 조항을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피청구인은 군법무관의 대우에 관하여 동 조항의 위임조항에 따른 시행령을 제정하였어야 함에도 현재까지 30여년 동안 대통령령의 제정을 하지 않아 왔다. 이러한 입법부작위는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국방부장관의 의견

(1) 법 제6조의 적용대상인 봉급과 그 밖의 보수가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하는 군법무관이란 10년 이상 근무하는 장기복무장교를 말하므로 이에 해당되지 않는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현재 군인은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3’에 의하여 봉급 및 그 밖의 보수를 지급받고 있는데 군법무관의 보수 또한 위의 규정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고, 또한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4조에 근거한 별표 11에 의하면 3년을 초과하여 복무하는 군법무관에게 군인장려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군법무관의 보수에 관한 규정은 입법은 있으나 그것이 불완전한 이른바 부진정 입법부작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른바 법령소원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한 것이다.

피청구인들은 현재 현역군인의 신분이고 군인사법 제51조의3에 의하면 군인은 근무여건 등에 관하여 군인고충심사위원회, 중앙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고충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나 청구인들은 이러한 절차를 거친 사실이 없어 이 사건은 보충성의 원칙에 위반되는 부적법한 청구라고 할 것이다.

(2)현행 규정은 2000. 12. 26. 개정되어 2001. 3. 26.부터 그 효력이 발생되었고, 청구인들은 2001. 10. 15. 본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므로 법 시행일부터 헌법소원 청구일까지 그 지체기간이 7개월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입법부작위는 합리적인 기간 내의 지체라고 봄이 상당하다.

현재 국방부에서도 군법무관들의 처우에 일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군법무관들의 사기진작 및 장기복무를 유도하기 위하여 법 제6조의 위임에 의한 시행령을 제정하는 방안 혹은 군법무관수당 등의 인상을 통하여 군인보수체계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시행령의 제정과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방안 등 군법무관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모든 군인은 군인사법군인보수법에 의하여 계급에 따른 보수를 받고 있는바, 군법무관들만이 특수한 보수체계에 의하여 다른 병과 장교들보다 월등히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면 타 병과 장교들의 사기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군의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군법무관처럼 특수한 전문지식을 가진 군의관, 공인회계사 자격을 가진 행정장교 등도 일반 군인과 동일한 보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군법무관의 보수만을 인상한다면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가능성 있다.

현재 정부는 군의 인건비를 줄이고 이를 신무기구입 등에 사용하여 군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바, 군법무관의 보수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이러한 국방정책과 배치될 가능성이 있으며 군법무관의 보수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추가예산의 확보가 뒤따라야 되는데 예산의 확보 또한 쉽지 않은 문제이다.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4조에 근거한 별표 11에 의하면 3년을 초과하여 복무하는 군법무관등 특수장교에게 최고 월 60만원까지 군인장려수당을 지급하게 되어 있는데, 이 규정에 의하여 법 제6조의 시행령 미비는 사실상 어느 정도 보완되고 있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법 제2조는 ‘군법무관’을 ‘육·해·공군의 법무과장교’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법무과장교로 임용된 이상 군법무관의 신분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국방부장관의 의견과 같이 법무과장교로서 10년을 근무하여야만 비로소 그러한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국방부장관은 공무원보수규정 별표 13, 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4조에 근거한 별표 11에 따른 보수 규정을 들어 법 제6조에 따른 입법의무는 상당 부분 이행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은 입법은 있으나 불완전한 경우(부진정 입법부작위)에 해당된다고 답변한다.

그런데 위 별표 13은 군인의 계급과 호봉에 따른 봉급표이므로 군법무관에 특수한 규정은 아니고, 위 별표 11은 월 60만원 이하의 범위 내에서 군법무관등에 대한 수당의 구체적인 지급대상, 지급기준 등을 소속 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러한 수당 규정들의 명시적 근거에 군법무관임용법이나 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동 수당이 군법무관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며, 또 3년 이상의 군법무관 경력자에게만 지급되고 있고, 한편 법관 및 검사의 경우에도 현재 특정 수당이 지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 규정들이 법 제6조 내지 구법 제5조 제3항에 따라 제정되어야 할 대통령령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문제되

는 것은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아니라 진정 입법부작위에 해당되는 것이다. 한편 진정 입법부작위에 대해서는 청구기간의 제한이 없으며, 국방부장관이 의견서에서 기재한 고충심사제도는 대통령령의 미제정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 효과적인 사전구제절차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청구인 류○석의 경우 이 사건 심리 도중 전역하였지만, 이 사건은 헌법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동 청구인의 경우만 따로 부적법 각하할 것이 아니라 권리보호이익을 인정함이 상당하다(헌재 2001. 6. 28. 2000헌마111 , 판례집 13-1, 1418, 1425 참조).

나. 군법무관의 보수 규정의 변천

구 군법무관임용법(1952. 4. 24. 법률 제243호로 제정된 것)은 제3조에서 군법무관은 군법무관시보로서 1년 이상 소정과목을 수습하고 고시에 합격한 자나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 중에서 임명하도록 규정하였다. 동법은 군법무관의 보수에 대하여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군법무관들은 의무 복무기간이 끝나면 판·검사, 변호사를 하기 위하여 전역하였는데, 1967. 2.에 이르러 군법무관의 부족이 문제되었다. 당시 군법무관의 총 정원은 322명이었으나 현원은 146명이었는데, 그나마 단기 군법무관의 제대 등 사정을 고려하면 1967. 10.에 이르러서는 총 100명만이 남게 되는 것으로 예상되었고, 그럴 경우 군법회의의 운영 자체가 어려운 사정이었고, 고등군법회의에 필요한 소령급 이상의 법무관도 소수에 불과하였으므로, 1967. 2. 당시 군법무관의 확보는 매우 긴요한 문제였다〔제6대 국회 본회의(제59회-제11차) 회의록에서 법제사법위원장 김봉환의 심사보고 내용 참조〕.

그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1967년도 개정법은 군법무관 임용시험제도를 도입하였고, 이 시험은 사법시험령에 의하여 실시하며, 이 시험에 합격한 군법무관시보가 소정의 실무수습을 마치고 실무고시에 합격하면 군법무관으로 임명되도록 하였고, 이들에게는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도록 하였다(단 10년 간의 장기복무장교로서의 복무기간을 마치지 않으면 자격이 박탈됨). 또한 군법무관의 대우는 법관 및 검사의 대우에 준하도록 하는(제5조 제3항) 조항이 삽입되었다.

구법 제5조 제3항은 군법무관의 확보 내지 장기적 복무를 유도하고, 우수한 군법무관을 확보하기 위하여, 군법무관임용시험제도와 군법무관에 대한 변호사 자격 부여제도와 나란히 입법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0. 12. 26. 군법무관임용법은 전문개정되고 법률명도 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로 변경되었으며, 군법무관임용법 제5조 제3항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 제6조로 자리를 옮기고 “군법무관의 봉급과 그 밖의 보수는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되어 자구 수정이 이루어졌다. 당시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 회의록을 보면 위 구법 조항이 그와 같이 자구가 변하게 된 것은 단순한 체제상의 개선 때문이었으며, 위 구법 조항의 내용에 관한 심의나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다. 행정입법 의무의 성격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허용되고, 특히 행정명령의 제정 또는 개정의 지체가 위법으로 되어 그에 대한 법적 통제가 가능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에게 시행명령을 제정(개정)할 법적 의무가 있어야 하고 둘째, 상당한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셋째, 명령제정(개정)권이 행사되지 않아야 한다(헌재 1998. 7. 16. 96헌마246 , 판례집 10-2, 283, 305-306).

이 사건에 있어서 대통령령의 제정의무는 구법 제5조 제3항 내지 법 제6조에 의한 위임에 의하여 부여된 것이지만, 입법부가 법률로써 행정부에게 특정한 사항을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대통령)가 이러한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위법한 것인 동시에 위헌적인 것이 된다.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는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고, 근대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원리에 따라 국가의 기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분립하여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권력분립제도를 채택하고 있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230). 따라서 행정과 사법은 법률에 기속되므로(헌재 1990. 9. 3. 89헌가95 , 판례집 2, 245, 267), 국회가 특정한 사항에 대하여 행정부에 위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권력분립의 원칙과 법치국가 내지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군법무관의 보수의 지급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제정하여야 하는 것은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를 구성한다.

라. 행정입법 부작위의 정당성 유무

(1) 구법 제5조 제3항은 1967. 3. 3. 일부 개정시 처

음 신설되었고, 법 제6조는 2000. 12. 26. 전문개정 당시에 위 구법의 규정이 개정된 것이다(공포 후 3개월 후부터 시행). 그러나 해당 시행령은 지금까지 제정된 바 없다.

그런데 법이 2000. 12. 26. 개정되었으므로 입법부작위 상태로 있는 기간을 구법 당시부터 기산할 것인지, 신법 시행 후부터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국방부장관은 현행 규정이 새로 효력을 발휘한 이상 그 시행일부터 입법부작위의 지체기간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구법의 내용과 신법의 내용은 자구의 변동에 불과한바, 종전의 “군법무관의 대우는 법관 및 검사의 대우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규정이 “군법무관의 봉급과 그 밖의 보수는 법관 및 검사의 예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시행령 제정의무의 측면에서 보면 그 불이행 기간은 구법과 신법 시행시의 기간을 합쳐서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구법이 이미 신법에 의하여 효력이 정지되었다는 이유로 신법 시행 이후에만 입법부작위 기간을 계산한다면, 자구 수정만 이루어지는 법개정이 있기만 해도 구법상의 입법부작위 기간은 무시된다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데, 이 사건에서 입법자가 그러한 자구 수정으로 인하여 행정부의 구법상의 입법의무 불이행을 면책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대우”를 “봉급과 그 밖의 보수”라고 개정함으로써 좀더 명확하게 입법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현재 구법 시행 기간 동안인 약 34년 간과 신법 시행 기간인 약 3년 간 입법부작위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볼 것이며, 또한 달리 현재 해당 시행령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2) 행정부가 위임 입법에 따른 시행명령을 제정하지 않거나 개정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런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위헌확인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위임입법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누가 보아도 명백하거나, 위임 입법에 따른 행정입법의 제정이나 개정이 당시 실시되고 있는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와 조화되지 아니하여 그 위임입법에 따른 행정입법 의무의 이행이 오히려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옴이 명백할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구법 제5조 제3항법 제6조는 군법무관의 보수 수준에 관한 것으로서, 이러한 사항은 헌법

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라거나, 차별적 취급으로 인하여 다른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엄격한 비례성 심사가 아니라 자의금지원칙에 따른 합리적 이유 유무의 심사가 필요한바, 이 심사 기준에 따라 위헌성 여부를 살펴보면, 이 사건 규정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헌임이 명백할 만큼 자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고, 군법무관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위 규정이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도 볼 수 없으며, 청구인들도 위 규정이 합헌이라고 전제하여 이 사건 청구를 하고 있다.

(3) 국방부장관은 답변서에서 ‘타 병과 장교들과의 형평성 및 사기 고려’, ‘예산상 제약’을 거론하면서 이를 해당 시행령의 제정의무 불이행의 사유로 삼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이 비합리적이라거나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헌법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 ‘타 병과 장교와의 형평성 문제’는, 필요하다면 새로이 입법(법률)적 개선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시행령 제정을 거부할 사유는 될 수 없고, ‘예산상의 제약’도, 정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군법무관의 보수를 상향조정하는 예산안을 편성하게 되면, 예산의 심의·확정권을 가진 국회는 이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이유들은 모두 입법부작위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입법부가 일단 해당 시행령의 제정을 아무런 유보조항 없이 행정부에 명한 이상, 대통령(소관 국방부장관)은 그 시행령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상의 의무가 있는 것이다.

(4)통상 상위법령을 시행하기 위하여 하위법령을 제정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함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하며 합리적인 기간내의 지체를 위헌적인 부작위로 볼 수 없지만(헌재 1998. 7. 16. 96헌마246 , 판례집 10-2, 283, 306), 이 사건의 경우 구법 조항이 신설된 때로부터 현재까지 약 37년 간 행정입법 부작위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기간은 합리적인 기간내의 지체라고 볼 수 없다.

마. 침해되는 기본권

청구인들은 이 사건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직업의 자유, 평등권, 재산권,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아 법관, 검사와 같은 보수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직업의 자유에 ‘해당 직업에 합당한 보수를 받을 권리’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이나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입법부작위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군법무관이 처음부터 법관, 검사와 똑같은 보수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전제하기 어렵고, 달리 시행령 제정상의 차별이라는 비교 관점도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헌법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공법상ㆍ사법상의 권리를 뜻한다(헌재 1992. 6. 26. 90헌바26 , 판례집 4, 362, 372). 법 제6조 내지 구법 제5조 제3항은 군법무관의 보수를 법관, 검사의 예에 의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다만 그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법조항들은 군법무관의 보수의 내용을 법률로써 일차적으로 형성한 것이고, 이 법률들에 의하여 상당한 수준의 보수(급료)청구권이 인정되는 것이라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보수청구권은 단순한 기대이익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된 재산권의 한 내용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 없이 해당 시행령을 만들지 않아 그러한 보수청구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 이는 재산권의 침해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한편 청구인들은 행복추구권 침해를 주장하나, 동 기본권은 일반조항적 성격을 지니며, 보충적 성격을 지닌 기본권이므로 같은 사항에 대하여 재산권 침해를 판단한 이상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등, 판례집 12-2, 399, 408).

4. 결 론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이 구법 제5조 제3항법 제6조의 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당 시행령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입법부작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므로 재판관 권 성의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을 제외하고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가.실정법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그 밑에 다수의 의회입법 즉 법률이 위치하고 각개의 법률 아래에 다시 시행령과 같은 다수의 행정입법(위임입법을 포함한다)이 위치하는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비유하자면 실

정법은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하나의 피라믿(pyramid)과 같은 체계의 연결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연결망에서 벗어나는 법률이나 시행령은 존재할 수 없고 또 존재하여서는 안된다. 바꾸어 말하면 이 연결망에서 벗어나는 의회입법은 위헌인 것이고 마찬가지로 이 연결망을 일탈하는 행정입법은 위법임과 동시에 위헌이 된다. 똑같은 비유를 다시 한번 사용한다면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法) 피라믿의 평면적(平面的) 사면(斜面)을 깨고 돌출하여 나온 일부 암석괴(岩石塊)와 같은 것이 위헌입법인 것이다. 따라서 위헌법률의 아래에 존재하는 행정입법은 다른 점을 더 따질 것도 없이 바로 위헌이 되는 것이다.

결국 위헌의 법률은 그 아래에 행정입법을 거느릴 수 없고 거느려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법률의 아래에 그 시행을 위한 행정입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이러한 행정입법의 부존재를 행정입법부작위로 논단(論斷)하려면 그 전제로 먼저 모법인 법률의 합헌이 확인되어야만 한다. 물론 모법의 합헌성이 명백히 인정되거나 전혀 도전받지 않는 경우에는 그 합법성의 논증이 사실상 생략될 것이고 이러한 생략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의 합헌 여부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것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행정입법의 부존재를 위헌적인 입법부작위로 논난(論難)하기 전에 먼저 법률의 위헌 여부를 검토하여야만 한다.

이러한 이치는 헌법재판에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위헌법률의 아래에 시행령이 없는 것을 위헌적인 입법부작위라고 헌법재판소가 선언하는 것은 위헌법률의 집행을 행정부에 대하여 명령하는 것인데(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참조) 이것은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질서의 정합적(整合的)인 체계를 유지할 책임을 가진 헌법재판소에 부여된 권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합헌적인 법률의 시행이 행정입법의 부존재로 인하여 부당하게 지연되는 경우에 그 행정입법의 부작위가 위헌임을 선언하여 행정부로 하여금 법률을 제대로 집행하도록 조치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고 책임이지만, 위헌의 법률이 집행되지 않는 경우에 이것까지를 집행하도록 조치하는 일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정입법의 부작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다루는 헌법재판에서 그 행정입법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합헌 여부가 의심되는 때에는 헌법재판소로서는 당연히 직권으로 그 법률의 위헌 여부를 먼저 심리하여야 하고 그 결과 법률의 위헌성이 확인될 경우에는, 헌법

재판소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 사항에 대한 재판을 요청하는 부적법한 청구임을 이유로 하여, 사건을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5항을 원용하여 심판대상을 확장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또한 이것은 행정입법의 부존재에 무슨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가 여부를 다루는 본안의 문제도 아닌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국방부장관의 의견에 나타난 바와 같은 군인보수체계상의 형평성 파괴 문제 그리고 법관과 군법무관의 기계적 일체시(一體視)의 가부(可否) 문제라는 헌법상의 의문이 존재함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러한 헌법상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 제6조의 위헌 여부를 먼저 따져보고 그것이 위헌으로 확인되면 이 소원청구를 각하하고 위헌이 아니라고 확인되면 그 때 비로소 행정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나.이상과 같은 논거에 의거하여 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 제6조의 위헌 여부를 검토하면 이 규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헌법상의 국방의무를 수행한다는 동일한 법적 근거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군의 장교들은 전투력의 확보 및 증대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횡으로는 분업적으로 협력하고 종으로는 계급적으로 지휘통솔되는 특수한 조직이고 군법무관은 이러한 특수조직의 한 구성요소인데, 법관과의 평준화라고 하는 군조직의 울타리를 뛰어넘어서는 기준을 내세워서, 군법무관을 군조직의 다른 요소로부터 분리시킨 다음 이들만을 기본적인 보수에 있어 군조직의 다른 요소에 비하여 우대적 차별을 한다면 이것은 군조직의 횡적 협력관계와 종적 지휘관계를 뒤틀리게 하여 불합리하다.

둘째로, 헌법에서 그 지위와 신분보장을 명백히 하고 있는 법관과 그렇지 아니한 군법무관을 평준화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셋째로,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그 사명의 하나로 하는 법관과 전투조직으로서의 군의 기강확립을 그 사명의 하나로 하는 군법무관은 그 역할에 중대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자의 기본적 보수를 평준화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은 그 역할이 다른 것을 같은 것으로 평가하는 전제에 기초하는 것이므로 불합리하다.

결론적으로, 군의 장교의 보수는 생사의 간두에 직면하게 되는 그 임무의 위험성과 전투력 확보를 위한 단결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하여 별도로 책정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고 법관이나 그 밖의 민간인 전문가

와의 평준화를 기준으로 책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군의 장교의 보수가 별도의 기준과 상황에 따라 책정되어야 하는 것임을 시인한다면 그것은 경우에 따라서 민간인에 비하여 더 높을 수도, 더 낮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군법무관에 대하여 법관과의 평준화라는 것이 만일 비교의 기준이 된다면 다른 특수병과의 군인장교에 대하여도 동일분야의 민간인 전문가와의 비교문제가 나올 수 있는데 이것은 물론 그것 자체로는 불합리한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군법무관임용등에관한법률 제6조가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이 법을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정입법이 없는 것을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위헌법률을 집행하라고 행정부에게 명령할 것을 헌법재판소에 대하여 청구하는 것인데, 이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청구는 각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