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등][미간행]
기아자동차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오정한)
우리투자증권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허보열)
2008. 8. 21.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 1,866,084,247원 및 그 중 44,165,017원에 대하여는 1999. 3. 31.부터, 44,392,339원에 대하여는 1999. 6. 30.부터, 44,482,827원에 대하여는 1999. 9. 30.부터, 51,047,944원에 대하여는 1999. 12. 31.부터, 50,986,516원에 대하여는 2000. 3. 31.부터, 51,086,935원에 대하여는 2000. 6. 30.부터, 49,288,222원에 대하여는 2000. 9. 30.부터, 48,171,475원에 대하여는 2000. 12. 31.부터, 27,344,847원에 대하여는 2001. 3. 31.부터, 27,046,165원에 대하여는 2001. 6. 30.부터, 24,669,951원에 대하여는 2001. 9. 30.부터, 20,372,168원에 대하여는 2001. 12. 31.부터, 24,431,594원에 대하여는 2002. 3. 31.부터, 1,358,598,247원에 대하여는 2002. 6. 27.부터 각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2) 원고 발행의 액면금 5,000원의 기명식 보통주식 180,577주의 주권을 인도하고, (3) 원고의 기명식 우선주식 210,358주를 인수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고, 원고에게 그러한 취지의 통지를 하라.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18, 20, 2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1 내지 3, 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엘지종합금융 주식회사(이하 ‘엘지종금’이라 한다)와 원고 사이의 양도담보계약 체결
(1) 원고는 1996. 10. 7. 엘지종금과 사이에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고 어음할인거래를 해오던 중, 1997년 원고를 포함한 기아그룹 전체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엘지종금으로부터 어음할인대출채권에 대한 담보를 요구받고, 1997. 7. 15. 아시아자동차공업 주식회사(이하 ‘아시아자동차’라 한다)가 발행한 액면 각 ① 4,762,884,090원, ② 5,000,000,000원인 약속어음을, 1997. 7. 18. 액면 각 ③ 5,000,000,000원, ④ 2,569,327,649원인 약속어음을, 각 배서양도하는 방식으로 담보제공하였다.
(2) 원고는 1997. 9.경 위 ① 내지 ③ 어음의 만기연장을 위하여 이들 어음과 액면이 동일한 아시아자동차 발행의 약속어음 3장(⑤, ⑥, ⑦)을 다시 엘지종금에게 배서양도하였다(이하 위 ④ 내지 ⑦ 어음을 ‘이 사건 어음들’이라 한다).
나. 엘지종금의 원고와 아시아자동차의 회사정리절차에서의 권리 신고
(1) 원고와 아시아자동차는 1997. 10. 24. 각 회사정리절차 개시를 신청하여, 1998. 4. 15. 개시결정을 받았는데, 소외인이 이 두 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2) 엘지종금은 원고의 회사정리절차에서 위 어음거래약정에 따라 갖고 있는 어음할인채권을 포함하여 130,477,098,437원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였다가, 1998. 5. 26. 이 사건 어음들의 액면 합계액 상당에 해당하는 17,332,211,739원 상당의 채권에 대하여는 정리담보권으로 변경하여 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를 정리담보권으로 추완신고하였다.
(3) 원고의 관리인은 1998. 6. 10. 제1회 관계인집회 및 정리채권과 정리담보권의 조사기일에 ‘타수어음 여부에 관계없이 어음소지인은 정리담보권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정리담보권으로는 전액 부인하고 정리채권으로만 시인하였다. 이에 대하여 엘지종금은 1998. 6. 17. 관리인에게 정리담보권 신고에 대한 이의를 철회해 줄 것 요청하였으나 인정되지 않았고, 1998. 12. 28. 인가된 정리계획에서 이 사건 어음들로 담보된 채권마저 결국 정리채권으로 확정되었다.
(4) 1998. 12. 28. 인가된 원고의 정리계획에 따르면, 정리담보권자의 경우에는 채권 원본의 31.11%를 현금변제(3년 거치 7년 균등분할) 받고, 41.08%를 출자전환하며, 27.81%를 면제하게 되고, 정리채권자의 경우에는 채권 원본의 17.38%를 현금변제(3년 거치 7년 균등분할) 받고, 22.95%를 출자전환하며, 59.67%를 면제하게 된다.
(5) 한편 엘지종금은 동시에 진행된 아시아자동차의 회사정리절차에서 이 사건 어음들의 액면 합계액 17,332,211,739원과 이에 대한 이자 343,930,629원 합계 17,676,142,368원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였고, 이는 전액 시인되었다.
(6) 아시아자동차의 정리계획이 1998. 12. 28. 인가됨에 따라 엘지종금의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권리는 ① 1,342,597,429원을 3년 거치 후 7년간 균등하게 분할 상환받고(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 ② 아시아자동차 기명식 보통주식 280,447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배정 교부받고 아시아자동차 기명식 우선주식 326,669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이하 ‘이 사건 신주인수권’이라 한다)를 부여받으며, ③ 나머지 금액은 면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다. 아시아자동차의 엘지종금에 대한 변제
(1) 위 정리계획에 따라 엘지종금은 1999. 3. 31.부터 2002. 6. 27.까지 매분기마다 아시아자동차로부터 이자를 지급받아 합계 523,486,818원을 지급받고(이하 ‘이 사건 이자’라 한다. 그 중 1999. 3. 31. 44,165,017원을 지급받았고, 1999. 6. 30.부터 2002. 6. 27.까지 나머지 479,321,801원을 지급받았다), 1999. 4. 20. 출자전환으로 이 사건 주식을 배정 교부받았다. 그 후 아시아자동차가 1999. 6. 30. 원고에 흡수합병되면서 아시아자동차 주식 1주에 대하여 원고회사 주식 0.64389주를 배정하게 되어 이 사건 주식 보유자인 엘지종금에게는 원고회사 기명식 보통주 180,577주가 배정되고,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내용은 원고회사 기명식 우선주 210,358원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로 변경되었다.
(2) 엘지종금은 1999. 10. 21. 피고(당시 상호는 엘지투자증권 주식회사였다)에 흡수합병되었고, 한편 원고는 2002. 6. 26. 피고에게 위 엘지종금이 원고 및 아시아자동차의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받기로 인가된 채권의 합계액과 그에 대한 2002. 4. 1.부터 2002. 6. 27.까지의 연 5%의 이자를 합한 23,236,033,625원을 지급하였는데, 그 중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채권액은 1,342,597,429원이다.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그에 대한 당원의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어음들은 원고가 엘지종금에 대한 어음할인대출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교부한 것으로 어음의 양도담보에 해당하므로 엘지종금의 어음할인대출채권은 전액 정리담보권임에도 합병 전 원고의 정리절차에서 정리채권으로 시인, 정리계획에 반영되어 위 정리계획이 인가되었는데, 정리계획인가의 결정이 있은 때에는 회사의 재산상에 있던 모든 담보권은 소멸된다고 규정한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되었다. 이하 ‘구 회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41조 에 따라 이 사건 어음들에 대한 양도담보권은 원고의 정리계획 인가결정과 동시에 소멸되는 것이므로 엘지종금은 이 사건 어음들을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자동차의 회사정리절차에서 정리채권자로 신고를 하여 확정되었고 이에 기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자로서 523,486,818원, 이 사건 채권에 대하여 1,342,597,429원을 지급받고, 이 사건 주식 및 신주인수권을 취득하였으므로, 부당이득으로서 위와 같이 수령한 금원과 취득한 주권 및 신주인수권을 이 사건 어음들에 관한 정당한 정리채권자인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아시아자동차의 회사정리절차에서 정리채권 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실권하였고, 원고는 불가쟁의 효력이 발생한 원고의 정리절차에서의 시부인 결과를 다투는 내용의 이 사건 청구를 할 수 없으며, 또한 아시아자동차를 합병함에 따라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원고의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채권은 혼동으로 소멸하였으므로 피고가 아시아자동차 및 이를 포괄승계한 원고로부터 정리계획에 따라 위 금원 등을 취득하였다 한들 원고에게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앞서 본 바와 같이 엘지종금은 원고에 대한 어음할인대출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이 사건 어음들을 양도받았던 것이므로, 이와 같이 기존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채무자로부터 어음을 양도 받은 경우 채권자가 가지는 권리는 양도담보권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구 회사정리법 제123조 제1항 은 ‘정리채권 또는 정리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회사 이외의 자에 대한 재산상의 청구권으로서 정리절차개시 당시 회사 재산상에 존재하는 양도담보권은 정리담보권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회사정리법상 채권의 양도담보권만을 따로 취급하여 이를 정리담보권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으며, 또한 구 회사정리법은 회사의 회생을 위하여 필연적으로 다수의 채권자들이 희생되므로 채권자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모든 담보권자들을 절차 내에 끌어들여 정리계획을 세우고 다수결에 의한 권리변경을 통하여 그 부담을 공평하게 부과하고 있는데, 만약 채권이나 어음에 관한 양도담보권자를 정리담보권자로 보지 아니하고, 담보채권상의 채무자를 구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 소정의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로 보게 되면, 그의 담보어음에 대한 권리행사를 인정하여 어음 추심금으로부터 직접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는 결과가 되고, 이러한 결론은 어음의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만 회사정리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다른 정리담보권자보다 유리한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서 위에서 본 채권자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구 회사정리법의 취지에도 배치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어음의 양도담보권 역시 정리담보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구 회사정리법의 기본원칙 중 하나인 채권자평등의 원칙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양도담보권을 정리담보권에 해당하는 담보권 중 하나로 규정하면서 달리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구 회사정리법의 해석상 타당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어음들로 담보되는 엘지종금의 어음할인대출채권은 구 회사정리법 제123조 제1항 에서 정한 양도담보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으로서 정리담보권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엘지종금의 원고에 대한 위 채권이 원고의 회사정리절차에서 정리담보권으로는 부인되고 정리채권으로 시인되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구 회사정리법 제123조 제2항 , 제112조 에 의하면 정리담보권은 정리절차개시 후에는 정리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변제하거나 변제받거나 기타 이를 소멸하게 할 수 없는 것이며, 구 회사정리법 제241조 본문은 ‘정리계획인가의 결정이 있은 때에는 계획의 규정 또는 구 회사정리법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된 권리를 제외하고 회사는 모든 정리채권과 정리담보권에 관하여 그 책임을 면하며 주주의 권리와 회사의 재산상에 있던 모든 담보권은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엘지종금의 이 사건 어음들에 대한 담보권은 원고에 대한 정리계획인가결정이 내려진 1998. 12. 28. 소멸하였다. 그리고 원고가 엘지종금으로부터 이 사건 어음들을 반환받아 아시아자동차의 회사정리절차에서 정리채권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미 엘지종금이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정리채권 신고를 한 이상 원고의 관리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정리채권 신고의 효력은 인정된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2715 판결 참조). 따라서 엘지종금이 이 사건 어음들을 원고에게 반환하지 않고 이에 기한 정리채권 신고를 함으로써 아시아자동차의 변제계획에 따라 수령한 금원과 취득한 주식 및 신주인수권 등은 원고에 대하여는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그런데 부당이득이라 함은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부당이득청구를 당하는 측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더라도 그 청구를 하는 측에게 손해가 없다면 부당이득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 할 것인데, 1999. 6. 30.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정리채권의 채무자인 아시아자동차가 위 정리채권의 정당한 채권자라 할 원고에 합병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존속회사인 원고가 합병에 의하여 소멸한 아시아자동차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고 할 것인바, 이로써 합병전 원고의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위 정리채권은 그 채권·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되어 혼동으로 소멸한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엘지종금이 합병 전 수령하거나 부여받은 이자 44,165,017원과 아시아자동차 발행의 기명식 보통주식 및 신주인수권(앞서 본 바와 같이 합병에 의하여 피고가 부여받은 주식 및 신주인수권의 내용이 변경되었다)은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합병 후 엘지종금이 정리계획에 따른 변제금을 수령한 부분은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어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합병 후에도 아시아자동차의 채무를 승계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지 않았어도 될 정리계획에 따른 채무를 계속 부담하였고 그에 기하여 변제를 하였으므로 이는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합병 후 원고의 지위에서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합병 전 원고가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정리채권자의 지위에서 아시아자동차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었던 권리를 피고가 행사한 것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인데, 원고는 합병 후에는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혼동으로 인하여 정리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정리채권자로서의 원고의 지위에서는 합병 후 원고에게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으로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하여 합병 전 수령한 이자 44,165,017원을 지급하고, 합병 전 부여받은 이 사건 주식에 따라 배정받은 원고 발행의 기명식 보통주식의 주권을 인도하며, 이 사건 신주인수권에 따라 원고 발행의 기명식 우선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하고 그 취지를 통지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원고가 불가쟁의 효력이 발생한 원고의 정리절차에서의 시부인 결과를 다투는 내용의 이 사건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는 엘지종금이 원고의 확정된 정리계획인가결정에 따라 취득한 권리에 대하여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어음들에 관한 양도담보권을 이미 상실한 엘지종금이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하여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정리절차에서 정리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였음을 이유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는, 엘지종금의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정리담보권 신고를 부인하고 정리채권으로 시인하고, 엘지종금의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정리채권 신고에 대하여 이를 전액 시인한 아시아자동차를 합병으로 포괄승계한 원고가 각 회사정리절차에서 정하여진 정리계획에 따라 엘지종금에게 변제를 종료한 후에 이제 와서 그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내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합병 전 원고와 아시아자동차는 계열사로서 추후 합병을 염두에 두고 동일한 관리인에 의하여 동시에 회사정리절차가 진행된 사실, 엘지종금이 원고에 대한 정리절차에서 어음할인대출채권을 정리담보권으로 추완신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관리인은 제1회 관계인집회 및 정리채권과 정리담보권의 조사기일에서 엘지종금과 같은 어음소지인을 정리담보권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하면서 이를 부인한 점, 이에 엘지종금도 어음의 양도담보권자가 구 회사정리법상 정리담보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학설뿐만 아니라 법원의 실무도 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시아자동차의 관리인이 이 사건 어음들을 정리채권으로 전액 시인한 이상 그에 따른 처리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정리담보권 확정의 소를 따로 제기하지 않은 사실, 아시아자동차와 그 포괄승계인인 원고 또는 그 관리인이 엘지종금에게 아시아자동차의 정리계획에 따라 1999. 3. 31.부터 2002. 6. 27.까지 사이에 이자 명목으로 523,486,818원을 지급하였고, 1999. 4. 20. 이 사건 주식을 배정하고 신주인수권을 부여하였으며 이후 합병된 원고의 주식으로 다시 배정하는 동안 원고는 이 사건 어음들의 반환을 청구하지도 않았고 아시아자동차에 대하여 진정한 정리채권자임을 주장하며 권리행사를 시도하지도 않았으며 엘지종금에 대한 변제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되고, 위 인정 사실에 보태어 ① 엘지종금이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회사정리절차에서도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하여 변제받은 결과 엘지종금의 어음할인대출채권이 정리담보권으로 시인하였을 경우보다 더 많은 변제를 받았다고 하여도 이는 합병전 원고와 아시아자동차의 각 회사정리절차에서 정하여질 변제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결과론에 불과하고 엘지종금이 변제받은 금원은 여전히 원래의 채권액에 미치지 못하는 점, ② 정리계획인가의 결정이 있은 때에는 회사의 재산상에 있던 모든 담보권은 소멸된다고 규정한 구 회사정리법 제241조 가 강행법규라 하더라도 위 규정의 취지는 담보부 채권자라도 회사갱생을 위하여 회사정리절차 밖에서 담보권을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회사정리절차 내에서 다른 채권자들과 공평하게 변제받도록 하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지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를 받은 자에게 회사정리절차 종결 후까지 그 받은 급부를 회사에게 반환하도록 하려는 취지는 아닌 점, ③ 만일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다면 원고의 정리절차에서는 정리채권자로서 정리담보권자보다 열등한 변제를 받았던 피고에게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정리채권자로서의 권리행사마저 부정하는 결과가 되는 반면 원고로서는 자신의 정리절차에서는 피고에 대하여 정리채권자로서의 변제만을 하고 아시아자동차의 정리절차에서 피고가 행사한 권리는 모두 되찾게 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보여지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정리담보권을 정리채권으로만 시인하는 대신 그 담보물인 이 사건 어음들에 기한 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시인함으로써 결국 엘지종금에게 적극적으로 양 회사정리절차를 통하여 채권의 충족을 하도록 하는 신뢰를 부여하고 나아가 정리계획 확정 후 7년여 간 정리계획에 따라 변제하고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원고가 더이상 정리담보권 여부를 다툴 수 없게 된 이제 와서 피고에게 위와 같은 신뢰에 반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