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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7.1.18. 선고 2015누51110 판결

시정명령등취소

사건

2015누51110 시정명령등취소

원고

주식회사 티씨티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6. 11. 23.

판결선고

2017. 1. 18.

주문

1. 피고가 2015. 6. 29. 전원회의 의결 제2015-212호로 원고에게 한 별지 기재 제1항 시정명령 중 조가선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9분의 1은 피고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5. 6. 29. 전원회의 의결 제2015-212호로 원고에게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한다.

이유

1. 인정되는 사실

가. 원고의 지위

원고, 가온전선,1) 넥상스코리아, 대한전선, 엘에스전선, 제이에스전선, 엘에스, 일진 전기, 일진홀딩스, 케이티씨, 호명케이블은 전선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들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4. 5. 28. 법률 제12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 정해진 사업자이다.

나. 전선시장의 특성과 현황

1) 전선산업의 특성

전선산업은 거액의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일단 설비투자가 이루어지고 나면 이후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며 최종 제품생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서로 연계성을 지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 없이 공정의 변경만으로도 다양한 품종을 생산할 수 있다. 이처럼 설비 효율성과 시설규모에 의해 전선 생산자의 시장경쟁력이 결정되므로 대기업이 전선 생산을 독점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전선산업은 제조원가 중 원재료 구입비가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원재료 비중이 큰 사업이다. 원재료로는 구리와 알루미늄이 사용되는데, 전선 총 생산량의 90% 정도를 구리선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구리 가격의 변동이 전선 가격의 변동이나 전선 제조사의 수익성에 직결된다.

2) 국내 전선시장의 현황

일반 전선제품의 경우 중소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고 기술적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고부가가치 특수제품의 경우 소수의 대기업들만이 경쟁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엘에스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일진전기, 제이에스전선 등의 대형업체가 전체 시장의 약 60% 이상을 점유하는 과점경쟁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전선시장은 수요처에 따라 관납시장과 시판시장으로 나눌 수 있으며, 시판시장은 다시 민수입찰시장과 일반시판시장으로 구분된다.

관납시장의 주된 수요자는 한국전력공사, 케이티,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이며 주로 전력선(저·중·고·초고압선), 통신선 등이 유통된다. 관납시장에 공급되는 품목들은 공공성을 가지는 제품 및 서비스에 소요되므로, 당해 물품의 수요자는 엄격한 규격 및 제품시험절차를 거쳐 납품이 가능한 사업자에게만 공급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저전압 및 중전압 전력선의 공급자 수는 20여 개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초고압 전력선의 공급자 수는 4~8개 정도이다.

시판시장 중 민수입찰시장의 주요 수요자는 대형건설사로서, 주로 아파트나 공장 등 내부에 가설되는 저전압 전력선의 수요가 많다. 민수입찰시장의 공급자는 수요자에 의하여 결정되며, 각 건설사는 대개 대기업, 중소기업, 대형 대리점 등 일정 수의 업체를 입찰참여자로 등록시켜 놓고 공개입찰 등을 거쳐 구매하고 있다.

일반시판시장은 대리점 등을 통해 전력선, 통신선 등이 유통되는 곳으로 수요자는 중소형 건설사, 전기·통신공사 시공사, 전기·전자제품 제조사, 기계장치 제조사, 자동차 및 선박부품 제조사, 일반 수요자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 수요자는 다양한 종류 및 규격의 전선을 구매하므로, 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중소기업이 공급자 중 주류를 이루며 공급자 수는 200여 개에 이른다.

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발주 전차선 및 조가선 구매입찰

1) 전차선 및 조가선의 정의

전차선(電車線)이란 전차 또는 전기기관차의 집전장치에 직접 접촉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을 말하며, 트롤리선(trolley wire)이라고도 한다. 조가선(吊架線)이란 전차선을 일정한 높이로 수평하게 유지시키기 위하여 드로퍼(dropper)나 행거(hanger) 등을 이용하여 전차선 최상부에 가설하는 전선을 말하며, 청동연선이라고도 한다.

2) 입찰방식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내 전차선 및 조가선의 최대 수요자로, 케이알(KR)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전차선 및 조가선을 조달한다. 전차선 및 조가선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품목으로서 제한경쟁입찰2)로 조달절차가 진행되고, 납품실적 및 국가공인인증시험 합격 등 일정 자격을 취득한 소수의 전선 제조·판매사업자들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물품조달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2항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2조 제1항에 근거하여 적격심사에 의한 최저가 낙찰제로 진행되는데, 개략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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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시설공단은 입찰 공고 시 설계단가심사 및 가격조사 등을 참고하여 총 예산인 추정금액(설계금액)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초금액을 발표한다. 입찰에 참가한 사업자들은 투찰과 동시에 기초금액을 기준으로 일정 범위3) 내에서 생성된 복수예비가격 15개 중에서 4개씩 추첨하는데, 이 값을 산술평균한 것이 예정가격이다. 예정가격 이하 낙찰하한가4) 이상 입찰자 중 최저가 입찰자 순으로 철도시설공단의 적격심사를 거치며 종합평점이 85점 이상일 경우 낙찰자로 결정된다.

3) 관련 구매입찰 현황

원고는 아래 표 중 순번1 2013. 5. 6. 공고된 전차선 외 2종 구매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에만 참여하였는데, 그 현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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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피고의 처분

1) 피고는 2015. 6. 29. 전원회의 의결 제2015-212호로 이 사건 입찰과 관련하여 넥상스코리아, 가온전선, 대한전선, 엘에스전선, 일진전기, 케이티씨(이하 '6개 회사'라 한다)가 입찰에서의 가격경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로 낙찰자, 형식적 입찰참가자(들러리), 낙찰물량 배분방식 등에 대하여 논의를 진행하여 넥상스코리아가 낙찰자가 되는 것으로 최종 합의하였는데, 원고는 위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는 조건으로 일정 물량을 배정받기로 하고 위 부당 공동행위에 가담하였다고 사실 인정을 한 다음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2)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2조제55조의 3, 공정거래법 시행령(2014. 12. 9. 대통령령 제258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 및 [별표 2],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2. 8. 20.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12-25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과징금 고시'라 한다)에 따라 원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산정 내역은 아래와 같다.

가) 산정기준

○ 관련매출액: 13,984,116,340원(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자인 넥상스코리아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체결한 계약금액)

○ 부과기준율: 7%(위반행위의 내용 및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나, 관련 입찰에서 탈락하는 경우 낙찰자로부터 물량을 배분받아 생산하지 못하면 생산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업계 현실인 점 등을 고려하여 7~10%의 부과기준율 범위에서 최하한인 7%를 적용)

○ 입찰에서 탈락한 원고에 대하여 과징금 고시 Ⅳ. 1. 다. (1) (마)의 규정에 따라 산정기준을 2분의 1로 감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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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행위 요소에 의한 1차 조정

○ 가중 또는 감경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다.

다) 행위자 요소 등에 의한 2차 조정

○ 조사 단계부터 심리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고 진술을 하는 등 조사에 협력하였으므로 1차 조정 산정기준의 30%를 감경한다.

라) 부과과징금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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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시정명령 중 조가선 부분에 관한 직권 판단

별지 기재 제1항의 시정명령 내용을 보면 원고를 포함한 피심인들 전체를 상대로 하여 전차선 및 조가선에 관한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를 명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 최초 이 사건 전차선과 조가선 입찰에 대한 담합을 논의한 6개 회사에 원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원고는 전차선 입찰의 담합에 참여하는 것만을 논의하였고, 원고에게 물량을 배분하는 것도 전차선에 한정하여 논의가 이루어졌다. 원고는 이 사건 조가선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조가선 입찰에서 낙찰받은 일진전기로부터 물량을 배분받거나 달리 경제적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다. 이에 의하면 원고의 위반행위는 전차선에 관한 부분에 국한될 뿐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조가선에 대하여 시정을 명한 것은 위법하다.6)

나. 나머지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원고는 이 사건 담합에 동참하는 조건으로 10% 물량을 배정해 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넥상스코리아 등 기존 합의에 참여한 6개 회사로부터 원고의 요구에 대한 수용의사를 통지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와 무관하게 경쟁가격으로 투찰하였다. 다른 회사의 투찰감시 직원에게 투찰화면을 보여주지도 않았으므로 담합 참여를 거절하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따라서 원고와 다른 업체들 사이에 담합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

나) 원고가 경쟁가격으로 투찰한 이상 원고로 인해 이 사건 입찰에 관하여 가격 경쟁이 제한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른 사업자들은 원고를 신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 사이의 담합에 근거하여 투찰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경쟁제한성이 없다.

2) 이 사건 공동행위에 관한 합의의 존재 여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에서 '합의'는 둘 이상의 사업자 간 의사의 연락을 본질로 하는데, 여기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의사의 일치까지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 참조). 또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부당한 공동행위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같은 항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합의에 따른 행위를 현실적으로 하였을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두15849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2호증의 1 내지 15, 갑 제5호증의 1, 2, 을 제3호증의 1 내지 6, 을 제5호증의 3 내지 5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넥상스코리아의 A과 B, 대한전선의 C, 엘에스전선의 D, 케이티씨의 E, 일진 전기의 F, 가온전선의 G 등 6개 회사의 영업담당자들은 2013. 5. 6.경 넥상스코리아 회의실에서 만나 이 사건 입찰에서의 출혈 경쟁을 피하기 위해 낙찰자, 들러리, 낙찰물량 배분방식 등에 대해 논의하였는데, 대한전선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없었으나 원고와 호명케이블을 담합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하고 지분을 받기로 하였다. 그 후 대한전선의 H, C은 2013. 5. 9.경 원고의 I, J을 찾아가 6개 회사 영업담당자들의 합의 내용을 전달하고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는 조건으로 5% 물량을 배정받을 것을 제안하였다. 원고의 I, J은 2013. 5. 10.경 대한전선을 방문하여 H, C에게 6개 회사 영업담당자들의 합의에 동참하는 조건으로 10% 물량을 배정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나) 이후 대한전선의 C은 6개 회사 영업담당자들의 모임에서 원고와 호명케이블이 합의에 동참할 의사가 있으며 각각 10%, 5%의 물량 배정을 요구하고 있음을 전달하였다. 이에 6개 회사의 영업담당자들은 원고와 호명케이블의 제안에 동의하였고, 낙찰받을 회사는 공단 예정가격의 92% 수준으로 투찰하고, 경쟁입찰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하여 들러리로 참가하는 회사는 그 이상의 금액으로 투찰하기로 하여 들러리, 낙찰물량 배분방식, 낙찰 가격 등을 정하였다.

다) 6개 회사 영업담당자들은 투찰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입찰 당일 대한전선이 원고를, 넥상스코리아가 일진전기, 가온전선, 케이티씨, 호명케이블을, 일진전기가 넥상스코리아를, 가온전선이 엘에스전선을 각 방문하여 투찰금액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로 합의하였다. 대한전선의 C은 입찰 전날인 2013. 5. 13. 원고의 J에게 입찰 당일 대한전선의 K를 직접 보내서 투찰할 금액을 알려줄 것이니 투찰 시 입회시키라고 통보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원고가 합의 자체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면 대한전선 직원의 방문 자체에 대하여 근본적인 항의를 하였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 그 밖에 대한전선의 H, C과 넥상스코리아의 A 및 원고의 I, J의 진술을 통해 알 수 있는 이 사건 담합에 이르게 된 구체적 경위와 내역 등을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담합에 참여할 것을 제의받은 후 이를 거절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가담을 위한 조건으로 10%의 물량배분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였음이 확인된다. 다른 업체들은 원고의 요청을 수용하고, 이를 전제로 들러리, 낙찰물량 배분방식, 낙찰 가격 등을 합의하였으며, 원고에게 투찰감시 직원을 보내겠다는 통보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담합에 참여할 의사가 존재하였고, 원고는 위 통보의 수령시점에 이 사건 담합이 성립되었음을 충분히 인식하였다고 판단된다.

마) 대한전선의 K는 2013. 5. 14. 11:00경 투찰금액의 감시를 위하여 원고를 방문하여 원고의 J에게 투찰금액을 알려주고 그 금액대로 투찰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원고의 J은 공단으로부터 입찰자격 부적격자임을 통지받았다고 하면서 투찰 화면을 보여주지 않았고, 원고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예정가격의 약 79.89%에 해당하는 15,089,247,176원의 금액으로 투찰을 마친 사정이 인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당한 공동행위는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경쟁제한행위를 할 것을 합의함으로써 성립되며 합의에 따른 행위를 현실적으로 하였을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대한전선의 투찰감시 이전에 이미 정한 경쟁가격으로 투찰하고 투찰 화면을 보여주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합의 성립 이후에 생긴 별도의 사정에 의하여 경쟁상황으로 돌입함으로써 합의의 실행에 장애가 발생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순히 원고가 위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합의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다. K는 피고 조사과정에서 "J 부장은 원고가 합의를 깨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입찰참가자격이 없는 것이니 원고를 배제하고 다른 업체들끼리 사전에 합의한 대로 진행해도 된다고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에 의하면 원고가 투찰감시를 위하여 방문한 K에게 담합에 참가하지 않겠다거나 이탈하겠다는 명시적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바) 원고는 이 사건 입찰의 들러리 참여자인 가온전선, 엘에스전선, 일진전기와 함께 낙찰자인 넥상스코리아로부터 전체 물량의 6.6%에 해당하는 932,829,630원(부가가치세 제외) 상당의 물량을 배분받았다. 또한 대한전선의 C은 피고의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담합의 경우 원고의 배신으로 결과적으로 경쟁입찰하였지만 사후에 담합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당초 합의한 대로 물량을 배분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넥상스코리아의 A도 "넥상스코리아가 경쟁입찰로 낙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배신한 원고가 약정된 10%의 물량을 요구하여 원고에게도 물량을 발주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결국 이 사건 합의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한 회사에게 당초 합의한 대로 물량 배분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원고가 넥상스코리아로부터 물량을 배분받은 것이 합의의 실행에 대한 보상적인 성격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하였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 위 사정은 이 사건 공동행위의 존재를 뒷받침한다고 하겠다.

3) 이 사건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여부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 선택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08도6341 판결 참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게 되므로 그와 같은 사업자들의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4. 12. 선고 2009두791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8호증의 2, 3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입찰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낙찰가격이나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관해 경쟁제한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원고는 입찰 당일까지도 자신이 경쟁가격으로 입찰에 참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대한전선 등 담합 참여 회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감시하러 온 대한전선 측 직원에게도 단지 공단으로부터 입찰자격 부적격자로 통지받았다고 하면서 투찰 화면을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다. 이에 따라 이후 원고가 담합을 따르지 않고 경쟁가격으로 전차선 입찰에 참가할 것 같다는 정보가 대한전선을 통해 다른 회사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으나, 그 시점에서는 이미 호명케이블, 가온전선, 일진전기, 엘에스전선 등이 담합에 따른 가격7)으로 투찰을 마쳐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까지 투찰을 마치지 않았던 넥상스코리아와 케이티씨만이 기존에 합의된 가격이 아닌 경쟁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였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공동행위로 말미암아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결과는 이미 발생하였다고 하겠다.

나) 원고는 처음부터 담합에 따르지 않을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단지 다른 사업자들이 이 사건 담합을 신뢰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역이용하였으므로 이 사건 입찰에서 경쟁제한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보건대 어느 한 쪽의 사업자가 당초부터 합의에 따를 의사도 없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의하여 합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른 쪽 사업자는 당해 사업자가 합의에 따를 것으로 신뢰하고 당해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가 합의를 위와 같이 신뢰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서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두15849 판결 참조). 이에 의하면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다른 사업자들이 이 사건 담합을 신뢰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하고자 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담합에 따른 경쟁제한효과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것이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가 다른 사업자들에게 담합에서 탈퇴하고자 하는 의사를 사전에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은 점, 그에 따라 4개 사업자가 이미 담합에 따른 높은 가격으로 투찰을 마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다른 사업자들은 원고가 합의에 따를 것으로 신뢰하고 행동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만으로 경쟁제한성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다) 입찰담합에 관한 공정거래법의 규정은 입찰 자체의 경쟁뿐만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함께 보호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두26804 판결 참조), 낙찰자를 사전에 결정하는 합의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가 경쟁가격으로 투찰하였다거나 일부 사업자들이 원고를 신뢰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가격으로 투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한 이후에 발생한 사정에 불과하다.

3. 결론

이 사건 시정명령 중 조가선에 관한 부분은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동원

판사 윤정근

판사 이인석

주석

1) '가온전선 주식회사'를 이와 같이 줄여 쓰며, 이하 다른 회사의 명칭에서도 주식회사 표시를 생략한다.

2) 참가자격에 제한을 두는 경쟁입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제한의 종류에는 해당지역 사업자, 동종실적 보유자, 설비 또는 기술보유자 등이 있다.

3) 한국철도시설공단 발주 전차선, 조가선 구매입찰의 예정가격 범위는 2008년까지 기초금액 기준 ±2%(98~102%)였으나, 2009년 이후 기초금액 기준 ±5%(95~105%)로 변경되었다.

4) 낙찰하한가란 경쟁입찰에서 낙찰이 가능한 최저 입찰금액을 의미하며, 이 사건 입찰의 낙찰하한가는 예정가격 대비 80.495%이다.

5) 백만 원 미만은 버린 것이다.

6) 다만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원고가 참여한 이 사건 입찰의 관련매출액만을 기초로 산출되었으므로 이러한 사유에 의하여 어떠한 위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7) 예정가격 대비 가온전선의 투찰율은 101.083%, 엘에스전선의 투찰율은 94.048%, 일진전기의 투찰율은 99.117%이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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