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협동조합법위반][미간행]
[1]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제공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금품제공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제공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수수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1]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공2011상, 1099)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9884 판결 [2]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6497 판결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10277 판결 (공2013하, 2295)
피고인
피고인
법무법인 둔산 담당변호사 박광천 외 2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를 본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가 된 부분(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고 한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1 농업협동조합(이하 ‘공소외 1 조합’이라고 한다) 조합장으로 당선될 목적으로, 2010. 2. 초순경 충남 금산군 (주소 1 생략)에 있는 공소외 1 조합 조합원 공소외 2의 집에서 공소외 2에게 ‘조합장 한 번 더 하려고 하니 좀 도와 달라’고 말하면서 40만 원을 교부하고, 기부행위 금지기간인 2010. 9. 중순경 충남 금산군 (주소 2 생략)에 있는 피고인 사업장 사무실에서 공소외 2에게 ‘나 좀 도와줘’라고 말하면서 30만 원을 교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외 2의 진술이 핵심적인 점에서 일관되고, 공소외 2가 피고인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일자에 관하여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시간의 경과와 공소외 2의 기억력 수준 등을 감안하면 공소외 2가 특정한 날짜를 전후하여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교부받았다고 봄이 자연스러워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전제한 다음, 여기에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처음으로 조사를 받은 날 저녁에 공소외 2를 만나 이 사건에 관한 대화를 시도한 점, 피고인이 제1심에서 보석청구를 하면서 자백하였던 점을 더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원심과 제1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주된 증거는 공소외 2의 진술과 피고인이 제1심에서 보석청구를 하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한 후 제1회 공판기일에서 한 자백이다.
(2)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2의 진술 및 피고인의 자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① 공소외 2는 2010. 11. 8. 공소외 1 조합 조합장 선거의 관리를 위탁받은 ○○군선거관리위원회에 피고인으로부터 2회에 걸쳐 70만 원을 제공받았다고 제보하면서, ‘2010. 2. 설을 4~5일 앞두고 피고인으로부터 집에 있느냐는 확인 전화를 받은 다음 자신의 집에서 매제이자 공소외 1 조합 조합원인 공소외 3과 20만 원씩 나눠 쓰라는 취지로 40만 원을 받았고, 추석 4일 전인 2010. 9. 18. 12:00경 처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려는데 피고인 사무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피고인 사무실로 가니 피고인이 주머니에서 5만 원권 6장을 꺼내 봉투에 담지 않은 채로 자신에게 주면서, 공소외 3 및 자신과 같은 마을에 사는 공소외 1 조합 조합원인 공소외 4와 10만 원씩 나눠 쓰라고 말하였는데,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였다가 제보하는 것’이라고 진술하면서 위 선거관리위원회에 5만 원권 14장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② 공소외 2는 제보 다음날인 2010. 11. 9. 위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가 전날 증거로 제출한 70만 원이 가지를 팔아 번 돈이라며 반환을 요구하였다. ③ 공소외 2는 그 후 경찰에서 조사받으면서는 40만 원을 받은 날을 2010. 2. 9. 또는 10일로, 30만 원을 받은 날을 2010. 9. 17.로 바꾸고, ‘피고인이 40만 원은 바지 아랫주머니에서, 30만 원은 지갑에서 꺼내어 주었다’고 진술하였다. ④ 그 후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공소외 2는, ‘피고인이 2010. 2.에는 주머니에서 5만 원권 뭉치를 꺼내어 8장을 세어서, 2010. 9.에는 주머니에서 5만 원권을 많이 꺼내더니 6장을 세어서 주었고, 부정한 돈이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어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공소외 3이나 공소외 4에 전달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급한 일에 쓰고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때에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여 70만 원을 제출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는데, 공소외 2가 자신의 계좌에서 2010. 11. 5. 30만 원을, 제보 당일인 2010. 11. 8. 40만 원을 인출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2010. 11. 5.은 공소외 1 조합 조합장 후보자등록이 시작된 날이다. ⑤ 피고인이 사용하는 집 전화, 사무실 전화, 피고인 명의 및 공소외 5 명의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한 결과, 피고인이 2010년 설 무렵에는 2. 4.에, 2010년 추석 무렵에는 9. 14.에 각 2회씩 공소외 2와 통화하였고, 9. 14. 통화시각은 17:05과 17:26이며, 그 외에는 2010년 설과 추석을 전후하여 공소외 2와 통화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⑥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2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공소외 2의 진술을 일일이 다투다가, 2011. 5. 3. 이 부분 공소사실 등으로 구속되고 2011. 6. 7. 보석허가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없이 이 부분 공소사실 및 2010. 9. 중순경 충남 금산군 금산읍에 있는 을지병원에서 공소외 1 조합 조합원 공소외 6에게 20만 원을 교부하였다는 공소사실(이하 ‘공소외 6 관련 공소사실’이라고 한다)을 인정한다고 하였고, 2011. 6. 10.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위 각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였다. ⑦ 피고인은 보석이 허가되어 석방된 이후 구속으로 인한 공황상태에 빠져 허위 자백을 하였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위 각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다투었다. ⑧ 공소외 6 관련 공소사실은 2010. 9. 중순경 공소외 6의 시어머니가 을지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에 피고인이 위 병원으로 병문안을 와 20만 원을 주고 갔다는 공소외 6의 진술에 터잡은 것인데, 제1심법원의 을지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공소외 6의 시어머니가 2010. 9. 28.에 비로소 위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 후 공소외 6이 제1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2010. 7월 또는 8월경에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으로부터 2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하자, 검사는 공소외 6 관련 공소사실을 피고인이 2010. 8.경 피고인의 집에서 공소외 6에게 20만 원을 주었다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⑨ 제1심법원은 위와 같이 변경된 공소외 6 관련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대한 검사의 항소가 기각되어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⑩ 공소외 2는 제1심법원에서 피고인이 40만 원은 아랫주머니에서 꺼내어 세어서, 30만 원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세어서 주었고, 위 40만 원과 30만 원을 언제,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하였고, 2010. 11. 17. 조합장 선거에서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하였다가 투표에 참가하여 피고인의 경쟁후보인 공소외 7에게 투표하였다고 번복하였다. ⑪ 공소외 1 조합은 2010. 6. 18. 이사회를 개최하여 2010. 11. 17. 실시 예정인 조합장 선거에서 선거범죄를 신고하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확인한 경우 지급기준에 따라 1,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하였고, 공소외 2는 이 사건 제보 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3)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이치는 피고인의 금품제공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품제공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제공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즉, ① 금품을 제공받은 일시에 관하여, 공소외 2가 특정한 일자는 피고인과의 통화내역이 확인되어 금품 제공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일자인 2010. 2. 4. 및 2010. 9. 14.과 2010. 2.의 경우 5일 내지 6일, 2010. 9.의 경우 3일 내지 5일의 차이가 있고, 2010. 9. 14. 통화가 이루어진 시각도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전화를 받았다는 12:00경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17:00 이후로 밝혀졌는데, 공소외 2가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는 돈을 공소외 3이나 공소외 4에 전달하지 않은 이유가 ‘부정한 돈이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이처럼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일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2010. 9. 중순은 공소외 2가 이 사건에 관하여 처음으로 진술한 2010. 11. 8.로부터 두 달이 채 안 되어 앞서 본 일시의 오류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② 금품을 제공받은 방법에 관하여, 우연히 마주친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공소외 2의 집을 찾아오거나, 그의 사무실로 불러낸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면서도 피고인이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바지 주머니나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센 다음 봉투에 담지도 않고 내주었다는 것은 조합장 선거에서 지지를 부탁하며 40만 원 또는 30만 원에 이르는 현금을 제공하는 방법으로는 이례적일 뿐 아니라, 공소외 2가 진술할 때마다 피고인이 돈을 지갑에서 꺼낸 것인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인지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이 부분 관련 진술에 일관성도 없다. ③ 피고인으로부터 받았다는 돈의 보관 또는 사용 여부에 관하여, 공소외 2가 당초에는 이를 보관하였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것이라고 허위 진술을 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사용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한 후에는 그 사용시기와 사용처에 관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3, 4 등 다른 조합원에게 전달하도록 부탁받았다는 돈까지 사용하였다면서 그 사용처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④ 공소외 2는 법정에 나와 위증의 벌을 경고받고 선서를 한 후에 증언하면서도 2010. 11. 17. 조합장 선거 투표 참여 여부와 같이 쉽게 확인이 가능한 사항에 대하여 허위 진술을 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⑤ 공소외 1 조합이 선거범죄를 제보한 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였고, 공소외 2가 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조합장 선거 관리 일정에 맞추어 자신의 계좌에서 70만 원을 인출하여 증거로 제출하고, 그 다음날 증거물로 제출한 돈의 반환을 구한 것을 보면, 공소외 2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한 주목적은 포상금을 받는 데 있을 개연성이 있고, 이를 위하여 허위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과 앞서 본 법리에 의하여 살펴보면, 공소외 2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4)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10277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즉, 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공소외 2의 진술 내용을 일일이 다투던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을 앞두고 2011. 6. 7. 보석청구서에서 돌연 범행을 인정하고, 이어 2011. 6. 10. 제1심 제1회 공판기일과 동시에 이루어진 보석심문기일에서 범행을 자백하여, 위 심문 당일 보석이 허가되었는데, 보석 허가 후 다시 공소사실을 하나하나 다툰 것으로 보아 피고인의 위 자백에는 자백할 경우 보석이 허가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② 피고인의 위 자백에는 2010. 9. 초순에 당시 피고인이나 공소외 6이 가 있을 이유조차 없는 을지병원에서 공소외 6에게 20만 원을 제공하였다는 취지까지 포함되어 있고, 그 후 변경된 공소외 6 관련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③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일시적으로 자백을 하면서 공소외 2에게 금품을 제공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하여는 전혀 밝히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사정과 앞서 본 법리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한 자백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
(5)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범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도1385 판결 참조).
앞서 본 대로 원심과 제1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주된 증거인 공소외 2의 진술과 피고인의 자백은 신빙할 수 없고, 나머지 증거들은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기에 부족하므로, 설령 공소외 1 조합 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던 피고인이 명절을 앞두고 조합원인 공소외 2를 만나 조합장 선거에서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하며 공소외 2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6)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경험과 논리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하고, 형사재판에서 증명 정도와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