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위증][미간행]
[1] 사기죄 구성요건 중 ‘처분행위’의 의미와 요건
[2] 피고인이 갑에게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주면 세금이나 채무는 모두 자신이 변제하겠다고 속여 그로부터 명의를 대여받아 호텔을 운영하면서 갑으로 하여금 호텔에 관한 각종 세금 및 채무 등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이 명의를 대여하였다는 것만으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채무를 면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갑의 재산적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1] 형법 제347조 [2] 형법 제347조 제1항 , 상법 제24조
[1] 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042 판결 (공1987, 1829) 대법원 2001. 4. 27. 선고 99도484 판결 (공2001상, 1305)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2도2620 판결 (공2002하, 2163)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도769 판결 (공2011상, 984)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김종덕
원심판결 중 사기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게 하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 재산상의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한다. 여기서 처분행위라 함은 범인 등에게 재물을 교부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부여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며, 그것은 피기망자가 처분의사를 가지고 그 의사에 지배된 행위를 하여야 하고, 피기망자는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에 대한 처분행위를 할 권한이 있는 자여야 한다 ( 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042 판결 , 대법원 2001. 4. 27. 선고 99도48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영위한 경우에 그 명의자는 실제의 사업자가 아닌 명의의 귀속자에 불과하므로, 그에 대하여 한 조세부과처분은 위법하고( 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누992 판결 ,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3두260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그 명의와 달리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한다는 실질과세의 원칙상 과세관청은 타인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실제로 사업을 영위한 자에 대해 세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누25 판결 등 참조).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적용을 받는 사업의 사업자등록 명의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사업의 실제 사업주로 추정이 되기는 하지만, 보험가입자로서 산재보험료 등의 보험료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지휘·감독하며 근로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2. 26. 선고 2003두13823 판결 ,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두7935 판결 등 참조).
한편 타인에게 사업자등록 명의를 대여한 경우 그 명의대여자는 상법 제24조 에 의해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기는 하나, 이러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사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명의를 차용한 자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는 법정책임인 것이지(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10512 판결 등 참조), 명의대여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채무부담을 하기로 하는 내용의 법률행위 등 처분행위에 기한 책임은 아니다. 그리고 명의대여자가 상법 제24조 에 의한 명의대여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명의차용자와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는 것일 뿐, 명의차용자가 거래 상대방에 대하여 그 거래로 인한 채무를 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사기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7. 4.경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사업자등록 명의를 대여받아 호텔을 운영하면서 피해자에게 채무를 부담하게 하더라도 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에게 “ ○○○관광호텔의 사업자등록 명의를 변경하여야 하는데 명의를 빌려주면 호텔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세금이나 채무는 모두 제가 변제하도록 하고 공소외 1 사장님한테는 아무런 손해가 가지 않도록 해 드리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2008. 1.경부터 2008. 9. 25.경 사이에 위 호텔에 관한 임대보증금반환채무 50,000,000원(선급 임대료 25,000,000원 포함), 주차부스 구매대금채무 1,000,000원, 각종 세금 및 고용·산재보험료채무 17,125,600원 상당을 부담하게 하고도 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처분행위는 장차 피고인으로 하여금 재산상의 채무부담을 면하게 해주는 재산상의 이익을 부여하는 피해자의 명의대여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가 없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업자등록 명의를 대여한 행위 자체를 사기죄의 재산적 처분행위로 볼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명의대여 행위로 인하여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임대보증금반환채무, 주차부스 구매대금채무, 각종 세금 및 고용·산재보험료채무 등을 면하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결국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업자등록 명의를 대여하였다는 것만으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채무를 면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재산적 처분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2를 기망한 사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된 사실인정에 따른 것이니, 원심판결이 위법하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사실의 인정과 그 전제로 이루어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이다. 이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사실인정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음을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을 비난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3. 위증죄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허용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증의 점에 대해서 원심은 징역 4월의 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따라서 이에 대해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결론
원심은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위 사기죄 부분과 함께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사기죄 부분도 유죄로 인정하고 위 죄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이 피해자 공소외 1에 대한 사기죄 부분에 파기사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사기죄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이에 원심판결 중 사기죄 부분은 그에 관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전부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