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8.2.13.선고 2017도16979 판결

존속상해치사

사건

2017도16979 존속상해치사

피고인

/>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B ( 국선 )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2017. 9. 28. 선고 2017노277 판결

판결선고

2018. 2. 13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확신을 가지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로 인정하여야 하므로, 검사가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참조 ), 법관의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무방하나, 그 경우에도 주요 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이 상호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법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698 판결,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0895 판결 참조 ). 그러므로 간접증거를 가지고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범행의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에 나타난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가능성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참조 ) .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피고인은 2015. 10. 2. 21 : 20경부터 22 : 50경까지 사이에 경북 성주군 C에 있는 주거지 방에서, 불상의 이유로 격분하여 어머니인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고 얼굴 부위를 불상의 장소에 내려찍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두개골 다발성 골절과 5번 경추 골절상 등을 가하고 이로 인해 2015. 10. 5. 14 : 20경 피해자로 하여금 서대구병원에서 뇌손상 및 경추부 척수 손상으로 인한 심폐기능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

이로써 피고인은 직계존속인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

3.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

( 1 ) 피고인은 산림감시원, 공장 경비일 등을 하면서 어머니인 피해자를 혼자 10년 넘게 모시고 살아 왔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86세의 나이로 치매 초기 증상이 있고 다리가 불편하여 보행에 약간의 지장이 있는 외에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 . ( 2 )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인 2015. 10. 2. 오전 피해자를 모시고 마을 보건진료소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게 하였고, 피해자는 마을 보건진료소 방문을 마친 후 평소와 같이 마을 회관에 들러 저녁을 먹은 후 19 : 30경 귀가하였다 . ( 3 ) 피고인은 마을 보건진료소 방문 이후 집에서 쉬다가 저녁 무렵 인근 중국집에 들러 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친구를 만나 함께 소주 2병을 나누어 마신 후 노래방에 들러 캔맥주 1개를 더 마시고 놀다가 20 : 00경 나왔다. 피고인은 노래방에서 나온 후 타고 갔던 차량을 운전하여 귀가하다가 수로에 차량 바퀴가 빠지자 그대로 둔 채 21 : 19경 집에 들어갔다 .

( 4 )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22 : 53경 119에 다급한 목소리로 " 우리 엄마가 저기 … 죽은지 살은지 모르겠어예 " 라며 구조 신고를 하였고, 신고를 받은 지역소방대 구조대원들이 23 : 04경 사건 현장인 피고인의 주거지에 도착하였다 . ( 5 ) 구조대원들이 도착하였을 당시 피해자는 피해자의 방에서 이불에 덮힌 채 옆으로 웅크린 자세로 누워있었고 통증자극에만 반응하는 의식수준으로 혈압은 비교적 정상이나 맥박수가 증가한 상태였다. 구조대원 D는 피해자 안면부의 타박상이 매우 심한 상태여서 폭행을 의심하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넘어져 다친 것이라고 답변하였고 , 구급차량 내에서 피고인이 다소 흥분한 상태에서 무슨 심사에서 탈락하였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어 자세한 경위를 물어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 ( 6 ) 피해자는 동산의료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는데, 당시 담당의사 E는 피해자의 안면 상태 및 진단 결과, 구조대원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폭행이 의심된다며 다음 날인 2015. 10. 3. 01 : 20경 경찰에 신고하였다 . ( 7 ) 경찰은 신고받은 직후인 2015. 10. 3. 02 : 15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현장감식을 실시하였는데, 현장인 피해자의 방에는 바닥 이불과 덮는 이불에 각 토혈 자국이 묻어 있었고 비산혈흔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바닥 이불에 피해자의 상악 틀니가 빠져 있었고 이불에서 피해자의 머리카락 뭉치 2점이 발견되었다 .

위 현장감식결과 방실 내 유류 족적 및 지문 등 제3자의 침입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인의 주거지 주변 CCTV 확인결과상으로도 외부인의 침입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 8 ) 피해자는 2015. 10. 5. 10 : 00경 서대구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날 14 : 20경 뇌손상 등으로 인한 심폐기능정지로 사망하였다 .

4. 원심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간접사실 등을 종합하면 이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

( 1 ) 신고를 받고 피해자를 처음 발견한 구조대원 및 응급실 담당 의사는 피해자가 폭행에 의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강하게 의심하여 경찰에 신고하였다 . ( 2 ) 법의관 F의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심하고, 골절의 범위가 넓어 여러 부분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및 부검 법의관의 부검결과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넘어져 다쳤다기보다 폭행에 의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

( 3 ) 사고 현장인 피해자 집의 구조, 주변 흔적 및 피해자 신체의 다른 부분 관찰 내용 등에 의할 때 피해자가 계단에서 혼자 넘어졌다고 볼 수 없고,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사건 발생 시점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전후하여 약 1시간 30분 이상을 어머니인 피해자와 단 둘이 집에 있었음에도 자신의 집에서의 행적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

( 4 )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하여 119에 구조 신고를 하였을 당시의 상황 및 주변 정황에 관하여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하였고, 부상을 입은 채 이불에 덮혀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였음에도 다시 이불을 덮어 놓고 신고하는 등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였다 .

( 5 ) 피고인이 평소 술을 먹으면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는데 당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기초생활수급자 심사에서 탈락하자 경제적 문제 등으로 화가 나 이 사건 상해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

5.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 ( 1 )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 방법으로 상해를 가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 .

원심은 위와 같은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는데, 그 가운데 주된 근거로 삼은 증거는 상해 발생의 원인에 관하여 작성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F 작성의 부검감정서, F의 법정진술, 신고 당시 상황 등에 관한 119 구조대원과 응급실 당직 의사의 진술 등이다. 부검을 실시한 F은 피해자의 상해 발생의 원인이 타인의 폭행이고 스스로 넘어져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고, 구조대원과 응급실 당직의사의 진술은 최초 발견 당시 피해자의 상처 정도, 피고인의 의심스러운 언행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폭행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 ( 2 ) 그런데 법의학자 G 교수가 부검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감정 의견서, G의 법정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넘어져 방 안의 장롱 혹은 다른 단단한 물체에 부딪혀서 이 사건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고, 의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G의 감정의견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보태어 볼 때, F의 부검감정서 등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상해를 가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상해 발생의 원인에 관하여 충분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면밀히 살펴보았어야 한다 .

① F의 부검감정서와 그 진술에 의하더라도 외부 둔력 등 충격에 의해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점 외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구체적 범행 방법으로 상해를 가하였다는 점까지 명백히 증명되지는 않는다. 피해자의 상해는 경추골절을 동반하고 있고 경추골 절은 목이 갑자기 정상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꺾일 때에 발생한다. 피해자의 경추골절 이 피해자가 넘어져 방 안의 장롱 등에 부딪힐 때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고 과연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 내리찍어 부딪치게 하여 생긴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따져볼 필요가 있다 .

② 피해자가 발견된 방을 비롯한 피해자의 집 어디에서도 보통 머리채를 잡고 단단한 물체에 여러 부위를 부딪치게 할 경우 발생하는 비산혈흔 자국이 발견되지 않았고, 특히 당일 현장 조사에서도 물건이 흐트러져 있거나 폭행 등의 소란이 있었다고 볼 만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부검기록과 피해자의 신체 외관 사진 등에 의하면 피해자의 팔, 다리, 몸통 등에 외부의 힘에 반응하여 발생하게 되는 피해자의 방어흔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

③ 장롱의 아래쪽 문짝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고 오래된 장롱임에도 그 부분이 검게 변하지 않고 하얀색으로 남아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 움푹 들어간 부분이 오래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피해자의 키와 방 입구 문턱에서 장롱까지의 거리를 감안할 때 피해자가 문턱 등에 걸리거나 발을 헛디뎌 앞으로 넘어질 경우 이마 또는 눈 부위가 장롱의 아래쪽 움푹 들어간 부분에 충분히 부딪힐 수 있는지 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

( 3 )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고 당일 전후사정 및 평소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구조대원 및 응급실 당직 의사의 각 진술, 그 밖의 나머지 간접증거를 통해 인정한 앞서 본 간접사실들도 개별적으로는 물론이고 종합적으로 보아도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기에 부족하다 .

① 피고인이 당시 어느 정도 술에 취한 상태였고 주거지가 비교적 어두운 옛날 가옥이므로 집 안에서 있었던 피고인의 행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피해자를 발견할 당시의 주변 세부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점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죄의 간접 정황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

② 피고인의 주거지는 조용한 시골 집성촌으로 이웃들이 주변에 가까이 모여 살고 있어 만일 폭행 과정에서 소란이 있었다면 이를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주변 탐문수사 결과 당일 어떠한 소리도 들은 적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

③ 앞서 본 것과 같이 상해의 발생 원인에 관한 전문가의 소견이 나뉘는 점을 감안할 때 당시 출동한 구조대원의 피해자에 대한 직관적인 관찰만으로 피고인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폭행사실을 추측하여 경찰에 신고까지 하였던 응급실 담당의사 E도 법정에서 폭행을 의심한 것은 단지 관찰소견에 불과한 것이지 넘어져 그와 같은 부상을 당할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

④ 피고인은 스스로 119 구조대에 다급하게 신고를 하였고 당시 피해자의 응급실 이송 후 곧바로 이루어진 경찰에 의한 현장 확인 결과 주변을 정리하거나 은폐하기 위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⑤ 주변 지인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10년 넘게 혼자 피해자를 모시고 별다른 문제없이 살아 왔고, 피해자의 기초수급자 탈락은 피고인의 여동생에게 재산이 있었기 떄문이지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피해자와 사이에 특별한 경제적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므로 원심이 지적한 범행의 동기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 ( 4 )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과 제1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증거들 중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고, 나머지 증거들은 유죄의 근거로 삼기에 부족한 간접증거들로서 이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보아도 단독으로 가지지 못하는 유죄의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그럼에도 원심은 반대되는 증거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인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점들에 대하여 논리와 경험법칙에 맞게 면밀하게 심리 · 판단하지 아니한 채 F의 부검감정서 및 최초 피해자를 발견한 관련자들의 추측성 진술에만 의존한 나머지 피고인이 어머니인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상해를 가하였다고 단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김창석

주 심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