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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9. 26. 선고 97도1702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공1997.11.1.(45),3347]

판시사항

[1] 전복된 차량의 창 밖으로 튕겨져 나온 피고인의 혈액형이 사고 차량의 운전석 주변에 집중적으로 남아 있는 혈흔들의 혈액형과 다르고 동승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음에도, 피고인을 사고차량의 운전자로 단정한 원심판결에 심리미진·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2] 간호일지 중 사고경위에 관한 기재 부분의 증명력

판결요지

[1] 전복된 차량의 창 밖으로 튕겨져 나온 피고인의 혈액형이 사고 차량의 운전석 주변에 집중적으로 남아 있는 혈흔들의 혈액형과 다르고 동승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음에도, 피고인을 사고차량의 운전자로 단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으로 인한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파기한 사례.

[2] 피고인에 대한 사고당일의 간호일지에 의하면, 피고인이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의 정신상태에 관하여는 술에 취하여 있었지만(drunken) 깨어있는 상태(alert)에 있었고 내원경위에 관하여는 '자가용을 운전하고 가다가 빗길에 전복되어 본원 응급실에 찾아왔다.'라는 취지로 각 기재되어 있어, 마치 피고인이 응급실에 실려올 당시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입원 당시 자신의 운전사실을 자백한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지만, 한편 이러한 기재는 병원업무의 관례상 반드시 환자 본인의 진술에 따라 기재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누구인지를 주의깊게 확인하여 그에 관한 정확한 기재를 하는 것도 아닐 터이므로, 이러한 기재만으로 피고인의 운전사실을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정지열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5. 7. 19. 03:30경 혈중알콜농도 0.21%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프라이드 승용차를 운전하고 인천 남구 주안8동 1486의 5 앞 노상에 이르러, 우천으로 노면이 미끄러운 상태에서 전방의 차량 정지신호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제동조치한 업무상 과실로, 위 차량이 우측으로 미끄러지면서 그 곳 우측 인도상에 있는 가로수를 위 차량 앞 부분으로 들이받아 그 탑승객인 피해자 공정영으로 하여금 약 1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전완부 등 다발성 심부열창, 척골신경 및 동맥파열상 등을 입게 하고, 같은 류응식으로 하여금 중증뇌좌상 및 중추신경계 고도손상 등으로 같은 날 03:53경 병원 후송 도중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다.

2. 제1심 및 원심의 판단

제1심은, 사고 현장을 목격한 택시기사 김창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승용차가 최초로 가로수와 가로등에 부딪치면서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위 승용차의 밖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사고 차량에 대한 제1심법원의 검증조서와 그 혈흔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의 감정의뢰회보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사고 후 위 승용차의 운전석쪽 앞문 및 뒷문은 열리지 아니하고 조수석쪽 앞문과 뒷문은 열리는 상태에 있고 운전석 부근에 피고인의 혈액형이 아니고 동승한 위 공정영의 혈액형인 에이비(AB)형의 혈흔이 집중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여 보면, 위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사고 당시 위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는 점에 부합하는 위 공정영 및 또 다른 동승자라는 공소외 김금실의 각 진술은 모두 믿기 어렵고 이들의 진술에 기하여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실황조사서의 일부 기재도 그 신빙성이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반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검찰과 제1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위 공정영 김금실 김창길 및 사고 직후 구조를 담당한 소방관 차정석의 각 진술, 위 실황조사서 및 중앙길병원 응급실장 의사 이근 작성의 사실조회회답에 첨부되어 있는 진료기록의 각 기재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상당히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차를 운전하겠다고 고집하여 이 사건 사고차량을 직접 운전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반면, 제1심법원이 이 사건 사고차량을 검증할 당시 위 차량은 운전석쪽 앞문 및 뒷문은 열리지 아니하고 조수석쪽 앞문과 뒷문은 열리는 상태였다고 할지라도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과정에서 그 변형이 가능할 뿐더러 가로수를 충격한 후 여러 번 회전하면서 충격 당시 열려져 있던 문이 다시 닫힐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으므로 그 검증조서의 기재를 들어 피고인이 위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다가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는 점을 추단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피고인은 위 차량이 가로수와 충돌할 당시 그 충격에 의하여 밖으로 튕겨져 나가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게 되었고 차안에 타고 있던 공정영이나 류응식은 차량의 회전으로 인한 원심력에 의하여 운전석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면서 상처를 입게 되었다고 보이므로 위 차량에서 피고인의 혈흔이나 모발은 채취된 바 없는 반면 좌측 팔 부위에 심한 부상을 입은 위 공정영의 혈액형인 에이비(AB)형의 혈흔이 운전석 주위에 묻어 있는 것이 오히려 사리에 맞는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점을 들어 피고인이 아닌 공정영이 위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한편 위 김금실은 이 사건 사고 직후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이후 일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차량을 운전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그 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갑자기 사고를 당하여 다쳤거나 경황이 없는 동승자들이 사고 후의 짧은 시간 동안에 보험관계 등을 생각하여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하기로 모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제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3. 당원의 판단

가. 피고인은, 수사를 처음 담당한 경찰에서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기억이 없지만 자신이 운전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옆에서 다른 사람이 운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실하지 않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에서 당시 술에 취하여 기억할 수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피고인이 운전하였다고 진술하였다면 그 사실을 인정하겠다고 진술하였으며, 제1심 법정에 이르러서 제1회 공판기일에서는 검찰신문에 대하여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는 다시 사고에 관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며 그 이후로는 계속하여 자신의 운전사실을 부인하였다.

그러므로 먼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고의 경위, 사고 후 위 차량의 상태 및 관계인들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에 관하여 보면, 피고인은 인천 남구 주안4동에 있는 서울나이트스탠드바에서 디스코걸로 일하는 자로서 이 사건 사고 전날 24:00경 일을 마치고 위 스탠드바의 직원 8명과 함께 인천 연안부두에 있는 상호불상의 횟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상당량의 술을 마신 다음 그 일행 중 일부가 같은 시 간석동에 있는 "라이브시티"라는 단란주점으로 가기 위하여 피고인 소유의 위 승용차에 타게 된 사실, 위 차량은 용현동 쪽에서 동양장 사거리쪽으로 편도 4차선 도로의 1차선을 따라 상당히 빠른 속력으로 진행하던 중 이 사건 사고지점인 같은 시 남구 주안8동 1486의 5 앞 노상에 이르러 당시 비가 오고 있어 노면이 미끄러운 상태에서 전방의 신호가 정지신호로 바뀌자 급제동조치로 인하여 차량의 중심이 중앙선쪽으로 쏠렸다가 급히 핸들이 우측으로 꺽이면서 급격히 인도쪽으로 돌진하여 그 앞 범퍼 좌측부분으로 그 진행방향 우측에 있는 가로수를 들이받고 뒤집힌 다음 세바퀴 정도 돌아서 뒤집힌 상태로 3차선과 4차선 사이에서 정지한 사실, 피고인은 위 차량이 가로수를 충격한 순간 그 충격에 의하여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와 그 가로수 앞 인도에 떨어져 앞 이마가 약간 찢어지고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 염좌 및 다발성 좌상을 입은 반면, 차안에 계속 남아 있던 위 공정영은 10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는데 특히 왼쪽 팔 부위에 심한 골절상, 심부 열상 및 파멸창을 입었고 위 류응식은 두개골골절로 인한 중증뇌좌상으로 사망한 사실, 이 사건 사고 후 약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위 차량을 검증한 결과, 주로 운전석쪽의 휀더와 본넷트가 많이 손상되었으며 천정이 움푹 내려앉고 운전석쪽 앞문 및 뒷문은 열리지 아니하며 조수석쪽 앞문과 뒷문은 열려서 닫혀지지 않는 상태였고 운전석 주변과 천정에 혈흔이 남아 있고 머리카락이 묻어 있던 사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러한 혈흔과 머리카락을 채취하여 감정한 결과, 운전석쪽 후사경 뒷면 운전석 앞문틀 핸들 아래 부분 전면 유리안 좌측 상단 구석 전면 유리틀 좌측 상단 오디오 박스 전면에 남아 있는 혈흔과 후사경 뒷면에 묻어 있던 머리카락은 모두 에이비(AB)형이고 위 승용차 내부 천정에 묻은 혈흔은 모두 에이(A)형인 사실, 그런데 피고인의 혈액형은 비(B)형이고 위 공정영의 혈액형은 에이

나. 다음, 앞에서 인정한 기초사실을 전제로,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차량을 운전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 원심이 든 증거를 차례로 살펴 보기로 한다.

(1) 위 김금실은 수사기관에서 뿐만 아니라 제1심 및 원심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하였고, 그 내용이 피고인과 함께 위 회식에 참여하였다가 이 사건 사고 차량에 동승하였으며 조수석 뒷좌석에 앉아 피고인이 직접 운전하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것이나, 첫째로, 자신은 사고 직전 앞좌석 의자 목받침대 부분을 잡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아니한 사실을 자인하고 있음에도(공판기록 제189면) 위 사고차량이 도로변의 가로수를 들이받고 뒤집혀 3차례 이상 회전한 차량 안에서 동승한 다른 사람들은 죽거나 중상을 입었는데도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은 극히 이례에 속하는 점, 둘째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당시 그 현장을 목격하고 그 즉시 사고 차량에 다가간 택시기사 김창길은 경찰 및 제1심 법정에서 그 당시 사고 차량의 운전석과 조수석 어느 쪽도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아니하여 119구급대가 올 때까지 피해자들을 구조할 수 없었는데 차안에는 남자 2인만이 쓰러져 있었고 그 밖에 다른 여자는 보지 못하였다가 위 구급대가 도착할 무렵 어떤 여자(김금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저 차량 안에 있는 남자들 외에 여자 1명을 못보았느냐"고 물어서 그 여자도 일행인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한 점, 셋째로, 위 김금실은 제1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증인은 자고 있지 않았지만 사고 직전의 상황은 정확히 기억할 수 없고 위 차량이 멈춘 후 사람들이 문을 열어 주어 걸어 나왔으며 피고인이 차에서 튀어 나왔다는 말은 당일 법정에서 처음 알았다고 증언한 점(공판기록 제39면 내지 제40면) 등에 비추어, 위 김금실이 이 사건 차량에 동승한 사실 자체가 의심스러워 그 진술의 신빙성을 선뜻 믿기 어렵다.

(2) 위 공정영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각 진술은, 자신이 운전을 할 줄도 알고 많이 취하지도 않았지만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기 때문에 직접 운전하지 못한 채 피고인이 운전하는 이 사건 사고 차량의 조수석에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 있다가 피고인이 신호대기에 정지하고 있다가 출발하는 중에 반대차선에서 오는 트럭을 피하려고 갑자기 핸들을 트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것이나, 첫째로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차량이 충격을 받아 뒤집히는 과정에서 주로 왼쪽 팔에 중상을 입었다는 것은 역학관계상 이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둘째로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면 아무리 위 사고 차량이 여러 차례 전복되었다고 할지라도 운전석 주변, 특히 핸들 아랫 부분이나 전면 유리틀 좌측 상단 및 전면 유리 내측 좌측 상단 구석 부위 등에까지 집중적으로 혈흔을 남기기 어려울 것인 점, 셋째로 피고인 일행이 찾아가려고 하였던 위 "라이브시티"라는 단란주점은 횟집에서 회식 도중 위 공정영이 제의한 장소로서 피고인은 그 위치를 알지 못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진술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받아 들이기 어렵다.

(3) 소방관으로서 구급업무를 수행한 공소외 차정석은 원심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사고 현장에 도착할 당시 차안에는 2명 정도가 있었고 조수석에 있었던 사람이 얼굴에 피가 나고 있었으므로 그를 먼저 구조하였으며 구조방법은 운전석 쪽 문을 열고 자신의 다리 쪽을 들고 다른 소방관은 조수석쪽 문을 열고 그 머리 부분을 들고 조수석 쪽으로 빼냈다고 증언하였는바, 이 증언에 의하면 위 공정영이 구조 당시 조수석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지만, 첫째로 그 당시 먼저 위 사고 차량에 접근한 위 김창길은 앞좌석에 있던 남자가 운전석에 쓰러져 있었는지 조수석에 쓰러져 있었는지 모른다고 진술한 데다가 차량문이 열리지 아니하여 부득이 구급대의 출동을 요청하였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이 위 차정석의 진술과 일치하지 아니한 점, 둘째로 위 차정석은 당시 목격한 사고 현장에 관하여 그 동안 수사기관으로부터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 비로소 위와 같은 증언을 한 것이므로 통상적인 경우 그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증언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그 증언 내용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차량이 전복되는 과정에서 자리의 변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로써 곧바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공정영이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실황조사서의 기재

사법경찰리 작성의 교통사고 실황조사서에는, 이 사건 사고 차량이 도로변에 있는 가로수를 들이받고 우측으로 뒤집힌 것으로 사고경위가 표시되어 있어, 만일 피고인이 그 당시 차량 밖으로 튀어 나와 그 가로수 앞에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이 운전석에 있었을 때만 비로소 그러한 추락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부분은 사고경위를 그와 같이 표시하게 된 이유가 불분명하고, 위 차량의 당시 주행탄력, 도로상황 및 위 가로수와 충격부위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위 차량이 왼쪽으로 뒤집히면서 조수석에 타고 있던 피고인이 문이 열리며 튀어나와 위 가로수 앞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크다고 할 것이므로, 그 내용을 선뜻 믿기 어렵다.

(5) 중앙길병원의 진료기록

원심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한 인천중앙길병원 응급실장의 회보서에 첨부된 피고인에 대한 사고당일의 간호일지(공판기록 제237면)에 의하면, 피고인이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의 정신상태에 관하여는 술에 취하여 있었지만(drunken) 깨어있는 상태(alert)에 있었고 내원경위에 관하여는 '자가용을 운전하고 가다가 빗길에 전복되어 본원 응급실에 찾아왔다.'라는 취지로 각 기재되어 있어, 마치 피고인이 응급실에 실려올 당시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입원 당시 자신의 운전사실을 자백한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지만, 한편 이러한 기재는 병원업무의 관례상 반드시 환자 본인의 진술에 따라 기재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누구인지를 주의깊게 확인하여 그에 관한 정확한 기재를 하는 것도 아닐 터이므로(상고이유서에 첨부된 위 류응식에 대한 당일자 간호일지에도 그 내원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에 대한 것과 자구 하나 틀리지 않는 동일한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기재만으로 피고인의 운전사실을 단정하기 어렵다.

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다는 점을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이 사건과 같은 경위로 프라이드 승용차가 전복된 경우 그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이 안전벨트를 맨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 그 좌석에 따라 역학상 어떠한 범위에서 움직이면서 어떠한 부위에 부상을 입게 되는지, 특히 조수석에 안전벨트를 매고 앉아 있던 사람이 운전석 주변에 집중적으로 혈흔을 남길 수 있는지에 관하여 심리하여 위 김금실 및 공정영의 각 진술이 가지는 신빙성을 따져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간호일지의 기재내용을 신뢰하려면 적어도 당시 함께 실려간 위 공정영, 류응식에 대한 각 간호일지도 추가로 제출받아 그 기재내용을 비교하거나 그 작성경위를 심리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앞서 본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으니, 거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박준서(주심) 이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