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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3. 8. 29. 선고 2011헌바253 2012헌바470 결정문 [형사소송법 제295조 등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11헌바253 형사소송법 제295조 등 위헌소원

2012헌바470 (병합) 형사소송법 제56조 등 위헌소원

청구인

1. 김○박(2011헌바253)

대리인 법무법인 국민

담당변호사 도기영, 추승우, 한동엽, 최대휴

2. 이○( 2012헌바470 )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용직

당해사건

1. 인천지방법원 2011노1822 무고(2011헌바253)

2. 서울서부지방법원 2010노1239 무고( 2012헌바470 )

주문

1. 청구인들의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의2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와 청구인 김○박의 법원조직법(1987. 12. 4. 법률 제3992호로 개정된 것) 제59조 중 ‘소송당사자의 녹음행위’에 관한 부분, 제61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11헌바253 사건

(가) 청구인 김○박은 별건 손해배상소송(서울지방법원 2000가합69007, 서울고등법원 2001나61328, 대법원 2003다22578)의 상대방 변호사가 담당 재판부를 매수하였다는 내용의 허위 진정서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제출함으로써 위 변호사를 무고하였다는 취지의 범죄사실로 2011. 5. 18.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인천지방법원 2010고단776), 불복하여 항소심(인천지방법원 2011노1822) 계속 중 위 손해배상소송의 관련 법관들에 대하여 기일 외 증인신청, 법원의 녹음장치를 사용한 녹음신청, 위 청구인이 직접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신청 및 속기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역시 기각되었다.

(나) 이에 청구인 김○박은 위 항소심 계속 중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 제295조, 제296조 제2항, 법원조직법 제59조, 제61조 제1항형법 제156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인천지방법원 2011초기1716), 2011. 9. 9. 위 신청이 각하되자, 2011. 10.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12헌바470 사건

(가) 청구인 이○은 별건 진정사건의 수사담당 경찰관을 허위공문서 및 동행사

혐의로, 별건 고소사건의 피고소인들을 뇌물공여 혐의로 각 고소함으로써 무고하였다는 취지의 범죄사실로 2010. 10. 6.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10고단365), 불복하여 항소심(서울서부지방법원 2010노1239) 계속 중 수회에 걸쳐 필적감정신청 등의 증거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이에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역시 기각되었다.

(나) 청구인 이○은 위 항소심 계속 중 형사소송법 제56조, 제56조의2 제1항, 제295조, 제296조 제2항형법 제156조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서부지방법원 2012초기610, 611(병합)], 2012. 11. 20. 위 신청이 기각되자, 2012. 12.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 김○박의 심판청구 중 법원조직법 제59조에 대한 심판청구는 소송당사자인 청구인이 직접 재판진행과정을 녹음하기 위하여 재판장의 허가를 구하는 것에 관한 부분이므로 이 부분 심판대상은 ‘소송당사자의 녹음행위’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한다.

다.

[심판대상 조항]

제56조(공판조서의 증명력) 공판기일의 소송절차로서 공판조서에 기재된 것은 그 조서만으로써 증명한다.

제296조(증거조사에 대한 이의신청) ② 법원은 전항의 신청에 대하여 결정을 하여야 한다.

제56조의2(공판정에서의 속기·녹음 및 영상녹화) ① 법원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정에서의 심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속기사로 하여금 속기하게 하거나 녹음장치 또는 영상녹화장치를 사용하여 녹음 또는 영상녹화(녹음이 포함된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하여야 하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권으로 이를 명할 수 있다.

제295조(증거신청에 대한 결정) 법원은 제294조 및 제294조의2의 증거신청에 대하여 결정을 하여야 하며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제59조(녹화 등의 금지)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촬영·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

제61조(감치 등) ① 법원은 직권으로 법정 내외에서 제58조 제2항의 명령 또는 제59조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폭언·소란 등의 행위로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

거나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한 자에 대하여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 조항]

제294조(당사자의 증거신청) 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서류나 물건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고, 증인·감정인·통역인 또는 번역인의 신문을 신청할 수 있다.

② 법원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고의로 증거를 뒤늦게 신청함으로써 공판의 완결을 지연하는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직권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

제296조(증거조사에 대한 이의신청) 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증거조사에 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제304조(재판장의 처분에 대한 이의) ①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재판장의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② 전항의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결정을 하여야 한다.

제58조(법정의 질서유지) ① 법정의 질서유지는 재판장이 이를 행한다.

② 재판장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자의 입정금지 또는 퇴정을 명하거나 기타 법정의 질서유지에 필요한 명령을 발할 수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가. 2011헌바253 사건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심리의 전 과정을 속기·녹음·영상녹화하는 것은 공판조서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원의 의무이다. 신청에 대한 불허사유는 헌법 제109조에서 재판 심리의 비공개사유로 열거하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저해할 염려가 있는 때’로 제한되어야 함에도,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이 그 신청을 불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재판공개의 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증거신청의 채택 및 증거의 조사 여부가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취지의 판례들이 집적되어 있는바, 위 법률조항들은 증거신청의 채택을 법원의 의무로 규정하지 아니하여 적법절차원칙 및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3) 법원조직법 제59조 중 ‘소송당사자의 녹음행위’에 관한 부분, 제61조 제1항

위 법률조항들은 재판의 심리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인 녹화·촬영·중계방송 등을 재판장의 허가라는 재량에 맡기고 있으므로 재판공개의 원칙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된다.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라 할 수 없는 대한변호사협회 내지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이 이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수 있으므로 형법 제156조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청구인의 무고행위 이후에 선고된, 대한변호사협회 내지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을 위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2010도10202)를 당해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나. 2012헌바470 사건

형사소송법 제56조, 제56조의2 제1항은 재판의 심리내용이 공판조서에 왜곡되어 기재될 수 있음에도 공판조서에 절대적인 증명력을 부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어렵게 하고, 상급심에서도 그 왜곡된 내용을 제대로 증명할 수 없게 하며, 공판정에서의 심리의 전부가 필수적으로 속기나 녹음·녹화되는 것도 아니어서 상급심에서 이를 제대로 증명할 수 없게 되는바, 이는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알권리를 침해한다.

형사소송법 제295조, 제296조 제2항은 증거신청에 대한 법관의 자유재량을 부여하면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아니하여 피고인의 무죄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수도 있는 결정적인 증거신청이 불허될 수 있도록 하고, 증거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한 재판부에서 다시 이의신청에 대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다.

형법 제156조는 문언상 목적범에 해당하는데, 단순히 신고한 사실이 허위일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은 통상의 해석을 통하여 알 수 없고 부당하게 처벌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

누구나 고소 또는 고발 당시에는 신고사실이 허위일 수 있음을 인식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처벌하면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고, 범죄의 성립 여부가 사실상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지게 되며, 확정적 인식이 있는 경우만을 처벌하더라도 국가 심판기능의 적정을 달성하고 피무고자의 개인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은 고소 또는 고발의 자유를 침해한다.

3.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이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우선 그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 판례집 4, 853, 864-865; 헌재 1995. 7. 21. 93헌바46 , 판례집 7-2, 48, 58 등 참조).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정에서의 심리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속기, 녹음 또는 영상녹화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소송당사자의 신청이 없는 경우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이를 명할 수 있도

록 규정함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 법원이 청구인에 대하여 다른 내용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재판의 주문 또는 그 내용과 효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청구인들의 위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다(헌재 2012. 4. 24. 2010헌바379 , 판례집 24-1하, 60, 65; 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 판례집 24-1하, 419, 422-423 참조).

나. 법원조직법 제59조 중 ‘소송당사자의 녹음행위’에 관한 부분에 대한 판단

법원조직법 제59조에 의하면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 녹음을 하기 위해서는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위 법률조항에 기한 재판장의 녹음불허가는 사법행정행위로서 이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더라도 재판절차가 개시되는 것은 아니므로(헌재 2011. 6. 30. 2008헌바81 , 판례집 23-1하, 278, 282-283 참조), 이의신청이 재판절차임을 전제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제기된 청구인 김○박의 위 법률조항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다. 법원조직법 제61조 제1항에 대한 판단

법원조직법 제61조 제1항은 법정 내외에서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어 재판장으로부터 입정금지 또는 퇴정 기타 법정의 질서유지에 필요한 명령을 받거나(법원조직법 제58조 제2항),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촬영 등의 행위를 하거나(같은 법 제59조) 폭언·소란 등의 행위로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법원의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 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 김○박이 당해사건(인천지방법원 2011노1822)에서 위와 같은 감치 또는 과태료의 재

판을 받았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 김○박의 위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라. 형사소송법 제56조에 대한 판단

(1) 쟁점

(가) 형사소송법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하는 자유심증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제308조), 제56조는 “공판기일의 소송절차로서 공판조서에 기재된 것은 그 조서만으로써 증명한다.”고 규정하여 자유심증주의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56조가 공판조서의 기재에 절대적인 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피고인 등으로 하여금 다른 자료에 의하여 반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와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나) 한편, 청구인 이○은 형사소송법 제56조가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위 법률조항은 공판조서의 증명력을 규정하고 있을 뿐 공판조서의 내용에 대한 접근·수집·처리 등에 관한 규정이 아니어서,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를 의미하는 알권리(헌재 1991. 5. 13. 90헌마133 , 판례집 3, 234, 246 참조)에 어떠한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2)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2. 4. 24. 2010헌바379 결정에서 위 법률조항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고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합헌결정을 한 바 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위 법률조항은 상소심에서 사건의 실체심리가 지연되거나 심리의 초점이 흐려지는 위험을 방지하고자 공판조서의 기재에 절대적 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공판조서의 절대적 증명력은 공판기일의 소송절차에 한하여 인정될 뿐, 피고인의 진술이나 증인의 증언과 같이 사건의 실체면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공판조서에 기재되었다고 할지라도 절대적 증명력이 인정되지 않고, 형사소송법은 공판조서 기재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작성주체, 방식, 기재요건 등에 관하여 엄격히 규정하고, 피고인 등으로 하여금 공판조서의 열람 또는 등사 등을 통하여 기재 내용에 대한 이의를 진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공판조서의 기재가 명백한 오기인 경우 공판조서는 그 올바른 내용에 따라 증명력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되는 등 위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도 갖추고 있다.

또한 위 법률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상소심에서의 심리지연 등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어 위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 역시 갖추었다 할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은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 평등원칙 위반 여부

위 법률조항은 증명력에 있어서 공판조서와 다른 증거방법을 차별하고 있으나, 상소심에서 원심 공판기일에서의 절차위반에 관한 다툼으로 인한 실체심리의 지연 등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점, 공판조서 중 공판기일의 소송절차에 관한 것에 한하여 절대적 증명력이 인정되는 점, 형사소송법은 공판조서 기재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결정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1) 쟁점

(가) 형사소송법 제295조제296조 제2항은 법원이 증거신청 및 증거조사에 대한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그에 대하여 결정을 하여야 하고, 직권으로도 증거조사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1항과 제3항은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무죄추정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27조 제4항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형사소송절차를 형성·유지하는 절차의 당사자로서, 검사에 대하여 ‘무기대등의 원칙’이 보장되는 절차를 향유할 헌법적 권리를 가진다(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 판례집 24-1하, 419, 424-425 참조). 따라서 위 법률조항들이 증거의 채택과 조사에 있어 법원의 재량을 인정하여 청구인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나) 한편, 청구인 김○박은 위 법률조항들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적법절차원칙은 법률이 정한 형식적 절차와 실체적 내용이 모두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특히 형사소송절차와 관련하여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전반을 기본권보장의 측면에서 규율하여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천명하고 있다고 볼 것이어서(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19 참조) 결국 포괄적, 절차적 기본권으로 파악되고 있는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호영역과 사실상 중복되므로, 위 법률조항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헌재 2011. 3. 31. 2009헌바351 , 판례집 23-1상, 347, 353 참조).

(다) 이밖에도 청구인 이○은 행복추구권, 평등권의 침해도 주장하나,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에 대한 보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므로(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등, 판례집 12-2, 399, 408 참조) 위 법률조항들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평등권에 관해서는 별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침해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판단

위 법률조항들은 소송당사자의 증거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증거결정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면서 동시에 소송당사자의 증거신청이 없는 경우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는 직권증거조사에 관한 규정으로, 당사자주의와 직권주의를 조화한 것이다. 위 법률조항들이 법원으로 하여금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지 아니하고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만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소송절차의 신속·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 소송과 무관하거나 왜곡된 증거가 제출·조사됨으로써 부당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당사자가 증거신청을 하는 경우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조사를 할 수 있으나(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292 판결 등), 이는 증거의 채택과 조사에 관한 결정을 함에 있어 법원의 심증이 쌍방의 증거를 충분히 조사하였을 것을 전제로 하며, 일방의 증거만을 믿고 예단을 가지거나 증명력이 박약하다는 예단만으로 증거신청을 기각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법원의 증거 채택 여부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하더라도 그 재량권에는 내재적 한계가 있으므로(헌재 2004. 9. 23. 2002헌바46 , 판례집 16-2상, 490, 499 참조), 위 법률조항들이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대한 증거결정에 법관의 자의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당사자가 무죄의 입증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한다면, 이를 통하여 당사자가 소송결과를 왜곡시키려 하거나 불필요한 증거에 대해서 법원에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소송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것을 제재하기 어렵고,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가 초래된다. 이로써 증대되는 국가의 비용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당사자가 당해 소송과 전혀 무관한 제3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 그 제3자는 법정에 출석 및 진술하게 됨으로써 권리침해 또는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다(헌재 2012. 5. 31. 2010헌바403 , 판례집 24-1하, 419, 425-426 참조).

법원의 증거결정에 관하여 당사자는 이의신청으로 불복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96조 제1항), 법원이 위 법률조항들에 근거한 증거결정으로 말미암아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경우라면 종국재판에 대한 상소로써 이를 다툴 수 있다(같은 법 제361조의5 제14호).

나아가 재판청구권과 같은 절차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권적 기본권 등 다른 기본권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점(헌재 2009. 11. 26. 2008헌바25 , 판례집 21-2하, 510, 517 참조)을 고려하면, 최량(最良)의 증거에 의한 신속한 재판실현과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달성함에 있어 위 법률조항들이 이러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기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법률조항들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

위 법률조항들에 근거한 법원의 소송지휘권 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 즉 무죄의 입증에 필요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증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에 대한 증거조사가 행하여지지 않는 불이익은 신속한 재판의 확보 및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된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바. 형법 제156조에 대한 판단

(1) 쟁점

(가) 형법 제156조의 구성요건인 ‘징계처분’,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의미가 불명

확하고, 무고죄가 목적범임에도 불구하고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반되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나) 한편, 청구인 김○박은 대법원이 2010도10202 판결에서 형법 제156조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범위에 ‘대한변호사협회 내지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을 포함시킨다고 본 것을 당해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변경된 법률을 소급적용하는 것으로서 소급효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법원이 형법 제156조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관하여 해석을 한 것에 불과하여 법률의 내용을 새롭게 확장·변경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주장에 대해서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2. 4. 24. 2011헌바40 , 판례집 24-1하, 107, 110-111 참조).

(나) 판단

1) 먼저 ‘징계처분’의 명확성 여부에 대하여 본다. ‘징계처분’의 사전적 의미는 부정하거나 부당한 행위에 대하여 제재를 가하는 지시나 결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징계처분과 함께 행위자의 목적으로 열거되어 있는 ‘형사처분’과의 균형 및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방지하여 국가 징계권 행사의 적정을 기하고자 하는 무고죄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징계처분을 모든 종류의 징계로 해석하면 사인간의 징계도 포함될 수 있어 부당하고, 그렇다고 특별권력관계에 의한 징계처분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근거도 없으므로, 여기에서의 징계처분은 공법상의 감독관계에 기초하여 법령에 따라 직무상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피감독자에게 부과되는 제재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징계처분에는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에 대한 징계,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 법관징계법에 따른 법관에 대한 징계 등과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자들에 대한 징계가 포함되며,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 사안에서 징계절차, 징계권자의 법적 지위, 징계위원회의 구성 또는 형사소송절차의 준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명확성 여부에 대하여 본다. ‘공무소 또는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사무를 보는 곳 또는 국가나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의미하나, 무고죄의 신고의 대상이 되는 ‘공무소 또는 공무원’은 위와 같이 넓은 의미가 아니라 신고내용이 되는 형사처분·징계처분을 취급할 수 있는 해당관서 또는 그 소속공무원을 의미한다. 무고죄는 추상적 위험범의 성격을 지니므로 공무원의 범위에는 징계처분을 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결정할 수 있는

징계권자뿐만 아니라 징계권의 발동을 촉구하는 권한을 가진 기관 또는 공무원도 포함된다.

대법원도 피고인이 변호사인 피해자로 하여금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위 변호사회 회장을 수취인으로 하는 허위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사안에서, 변호사에 대한 징계절차 및 결정권자, 행정소송을 통한 불복수단, 판사와 검사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변호사징계위원회의 구성, ‘형사소송법’‘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 규정의 준용, 절차에 반영된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 및 공법상의 통제 의도 등을 고려하여, 변호사에 대한 징계처분은 형법 제156조에서 정하는 ‘징계처분’에, 그 징계 개시의 신청권이 있는 지방변호사회의 장은 형법 제156조에서 정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202 판결).

따라서 형법 제156조에 규정된 ‘징계처분’, ‘공무소 또는 공무원’의 개념이 다소 포괄적일 수 있더라도, 그 문언적 의미, 관련 규정, 법원의 해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범자로서는 어떠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의 진정서를 제출할 경우에 무고죄에 해당할지를 예측할 수 있고, 법집행기관으로서도 자의적으로 형법 제156조를 적용할 가능성은 없다.

2) 나아가 무고죄의 구성요건인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의 정도에 관하여 보건대, 형법은 원칙적으로 범죄의 성립에 고의를 필요로 하고(형법 제13조), 형법의 해석상 미필적 고의도 고의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고죄에 있어서의 범의(犯意) 역시 미필적 고의로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형법 전체의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해석에 해당한다. 허위사실에 대한 확정적 인식을 명시적으로 무고

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오히려 허위사실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구성요건의 범위에서 제외할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또한 신고사실이 허위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특정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나 고발을 하는 것은 그 특정인의 법익은 물론 국가의 사법기능도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위법행위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이와 같이 관련 법조항 전체의 유기적·체계적 해석 및 형법 제156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무고행위를 함에 있어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확정적일 것을 요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수범자와 법집행기관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3) 결국 형법 제156조가 불명확하여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게 한다거나,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가)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2. 7. 26. 2011헌바268 결정에서 위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하는 허위의 고소·고발·진정 등을 예방하고 수사기관 또는 징계기관의 공정한 사법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신고하려는 사실이 허위일 수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특정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나 고발을 하는 것은 그 특정인의 법익은 물론 국가의 사법기능도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위법행위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경우에도 허위의 고소·고발·진정 등을 예방하고 수사기관 또는 징계기관의 공정한 사법기능을 보호할 필요성은 그것을 확정적으로 인식한 경우와 동일하다.

형법 제156조가 허위의 사실에 대한 확정적 인식을 명시적으로 무고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허위의 사실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고의로 인정하는 것은 형법 체계에서 보더라도 자연스러운 해석이고, 다른 구성요건과의 유기적·체계적 해석을 통하여 국가형벌권의 적용 범위를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형법 제156조는 허위의 사실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확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만을 처벌한다면 진지성을 결여한 고소·고발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이는 국가와 피무고자에 대하여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와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형법 제156조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규제를 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형법 제156조가 국가의 심판기능의 적정과 더불어 피무고자의 개인적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형법 제156조로 처벌받는 개인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할 수 없는바, 형법 제156조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고소인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결정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와 청구인 김○박의 법원조직법 제59조 중 ‘소송당사자의 녹음행위’에 관한 부분, 제61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고, 형사소송법 제56조, 제295조, 제296조 제2항, 형법 제156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3. 8. 29.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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