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2010하,1401]
[1]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 및 그 판단 기준
[2]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관련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그 결과에 영향을 받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형사사건의 제1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가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사안에서, 피해자로서는 위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한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가해자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규정하는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는 형사상의 소추와는 무관하게 설정한 민사관계에 고유한 제도이므로 그 시효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관련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그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3] 불법행위의 가해자에 대한 형사사건의 제1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가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이 선고된 사안에서, 위 가해자가 수사단계에서부터 혐의를 극력 부인하고 위 형사사건의 제1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하였으므로, 피해자로서는 위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한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가해자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766조 제1항 [2] 민법 제766조 제1항 [3] 민법 제766조 제1항
[1]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공2002하, 1777)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65579 판결 (공2008상, 225) [2]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34126 판결 (공1998하, 2845)
파산자 주식회사 김천상호저축은행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경)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최진녕외 1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나아가 피해자 등이 언제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참조).
한편 위 단기소멸시효는 형사상의 소추와는 무관하게 설정한 민사관계에 고유한 제도이므로 그 시효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관련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그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34126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는 사채업을 하는 고종사촌동생인 소외인에게 2002년 4월경까지 빌려준 원리금 15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중 소외인으로부터 “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하여 그 예금으로 돈을 갚을 수 있으니 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하여 소외인이 주식회사 김천상호저축은행(이하 ‘이 사건 은행’이라고 한다)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이 사건 은행의 BIS비율 제고를 위한 증자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은행을 인수한 소외인은 유흥업소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물적 담보, 보증인, 소득증명 등이 없이 신용으로 2억 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 ‘스페셜론’이라는 대출상품을 만들어 2002년 9월부터 2003년 2월까지 그 대출명의자를 모집하여 형식적으로는 동일인 대출한도 내에서 대출명의자들에게 대출을 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대출금을 모두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에 입금하여 이를 피고에 대한 상환자금 및 자신의 개인용도 등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은행에 455억 7,6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는데, 피고는 소외인의 위와 같은 위법행위에 공모하여 가담하였다(이하 피고의 위 공모가담행위를 ‘이 사건 불법행위’라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2003. 3. 14. 소외인과 피고 등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그 중 소외인에 대한 고발내용은 위 배임행위 및 구 상호저축은행법(2003. 12. 11. 법률 제69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2조 에서 정하는 동일인 대출한도의 위반에 관한 것이었지만, 피고에 대한 고발내용은 구 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 의 ‘출자자에 대한 대출금지’ 위반에 관한 것이었다.
소외인은 2003년 5월경 도피하였다가 2004. 2. 20. 체포되어 조사를 받으면서 초기에는 피고의 관련사실을 부인하였으나 같은 해 3. 5. 제6회 검찰 피의자신문시부터 피고와의 공모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피고는 2004. 4. 22. 소외인의 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이하 ‘배임’이라고만 한다) 및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에 의한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의 각 공범으로 기소되었다.
피고는 수사과정 및 위 형사사건의 공판과정에서 소외인과의 공모혐의를 극력 부인하였고, 위 형사사건의 제1심법원은 2005. 7. 15. “피고의 공모에 관한 소외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배임 및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각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고합246호 ). 그러나 그 항소심법원은 2006. 7. 26. “피고의 공모에 관한 소외인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의 배임 및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의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 서울고등법원 2005노1611호 ), 위 판결은 2007. 10. 25.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대법원 2006도5404호 ).
다. 이와 같이 피고가 수사단계에서부터 소외인과의 공모혐의를 극력 부인하고 위 형사사건의 제1심판결에서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하였다면, 비록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단기소멸시효가 앞서 본 대로 관련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그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감안하더라도, 원고로서는 빨라도 2006. 7. 26. 위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피고의 공모를 인정하여 유죄판결을 한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피고가 배임 및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의 공범자로서 이 사건 불법행위의 가해자임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이 사건 은행은 2003. 7. 16. 소외인 및 피고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파산관재인인 원고가 같은 해 11. 20. 소송수계신청을 하여 이를 수계하였는데, 그 제1심법원은 그로부터 3년 이상이 지나 위 형사사건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항소심법원이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후인 2006. 8. 25.에 이르러서야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455억 7,600만 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원고의 명시적 일부청구에 따라 8억 8,100만 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03가합670호 . 그 후 2008. 4. 18.에 이르러 항소심법원이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그때쯤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 은행이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당시에는 피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에 대한 혐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한 상태에서 주로 금융감독원의 고발 등에 기초하여 소외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기회에 피고에 대하여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고, 또한 원고가 소송을 수계한 후 피고가 기소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그 혐의를 극구 부인하여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위 형사사건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이며(추가청구를 하였다가 피고에 대한 무죄가 확정될 경우 원고로서는 추가적으로 인지액 및 증가된 소가에 따른 소송비용까지 부담하여야 하는 위험이 있다), 위 형사사건 제1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추가청구를 할 이유가 더더욱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형사사건 항소심판결 선고 전에 원고가 위 손해배상책임액의 잔부(잔부)를 청구할 것을 기대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 아래에서라면 위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되어 계속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의하여 위 손해배상책임액의 잔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앞서 본 사실관계 및 법리에 의하면, 위 손해배상책임액의 잔부 중 일부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가 앞서 본 2006. 7. 26.부터 3년 내인 2008. 7. 7.에 제기된 이상,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을 피고가 소외인의 공범으로 기소된 2004. 4. 22.로 보아 그때부터 그 시효가 진행됨을 인정하였지만, 다른 한편 이 사건 은행 또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2003. 4. 11.부터 2007. 7. 5.까지 7회에 걸쳐 위 손해배상책임액 중 29억 9,410만 원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한 가압류로 인하여 그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원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결과적으로 피고의 시효소멸 항변을 배척하였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비록 위 각 가압류로 인한 시효중단의 범위는 그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액의 범위로 한정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판단 누락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어 이를 파기사유로 삼을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신의칙에 비추어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손해배상책임 제한에 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