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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2019.8.30. 선고 2019노882 판결

재물손괴

사건

2019노882 재물손괴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이혜진(기소), 이율희(공판)

변호인

변호사 엄복현(국선)

판결선고

2019. 8.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의 차량 앞·뒤에 장애물을 설치하여 일시적으로 그 본래의 용도인 '운행'에 이용할 수 없게 하였는바,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366조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함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죄명을 '업무방해'로, 적용법조를 형법 제314조 제1항'으로, 공소사실을 별지와 같이 각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당심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그 당부를 살펴본다.

3.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아래【다시 쓰는 판결 이유】의 범죄사실란 기재와 같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데, 여기서 '기타 방법'이란 손괴나 은닉과 같이 그 물건 자체의 형상, 속성, 구조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는 아무런 장애가 초래된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기타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대법원 1993. 12. 7. 선고 93도2701 판결,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도3369 판결,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도1880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는 2018. 7. 7.경 공소사실 기재 장소에 피해자가 운행하는 E BMW 승용차를 주차해 두었던 사실, 피고인은 같은 날 이를 발견하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 승용차의 앞뒤에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장애물을 설치한 사실, 피해자는 장애물을 치우지 않은 상태에서 위 승용차를 운행하여 빠져나가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112신고를 하여 출동한 경찰관 2명과 함께 장애물을 움직여보려고 하였지만 움직일 수 없었던 사실, 피해자는 이로 인하여 2018. 7. 8. 07:10경까지 약 18시간동안 위 승용차를 사실상 본래의 용도인 운행에 이용할 수 없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해자의 승용차에 물질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이 초래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피고인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써 피해자의 승용차는 일시적으로 그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형법 제366조 의 재물손괴죄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3)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① 장애물이 치워진 다음에는 피해자가 승용차를 운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② 피해자 또한 관리자의 허락 없이 임의로 주차하여 피고인의 정당한 주차구역 이용을 방해하였으며, ③ 피고인은 이후 스스로 장애물을 치워 피해자가 이를 치우는 데 특별한 노력을 하거나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고, ④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직접 장애물을 치워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재물손괴죄의 성립을 다툰다. 이에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일시적인 효용침해에 대해서도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는 이상 위 ①, ③사정은 범행이 성립한 이후의 정황에 불과하고, ②사정은 범행의 동기에 관한 사정에 불과할 뿐이어서 그 자체로서 범죄 성립에 영향을 주는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자신의 승용차 앞·뒤에 설치된 장애물을 치우려는 상당한 노력을 다하였음에도 이에 실패하여 위 승용차를 운행하지 못하게 된 이상 위 ④의 사정만으로 위 승용차에 대한 효용침해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위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국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의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장애를 초래하지는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재물손괴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앞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검사의 항소 또한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주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8. 7. 7. 13:22경 서울 노원구 B에 있는 C성북공장 인근 공터에서, 평소 피고인이 굴삭기를 주차해두던 장소에 피해자 D이 E BMW 승용차를 주차해둔 것을 보고 피해자가 위 승용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위 승용차 앞에 높이 120cm 상당의 철근 및 콘크리트 주조물을, 위 승용차 뒤에는 굴삭기 부품인 크락샤를 가까이 두어 차를 움직일 수 없게 함으로써 2018. 7. 8. 07:10경까지 기타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승용차의 효용을 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원심 법정진술

1. 고소장(첨부된 사진 포함)

1. D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제1회)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66조,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양형의 이유

피고인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승용차가 이용할 수 없는 상태에 따진 점, 피해자가 차를 빼서 운행가능하게 하려다가 차체에 손상을 입기도 한 점, 다만 위 이용불능 상태가 일시적이었던 점, 피해자의 무단주차가 범행의 원인이 되기도 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홍창우

판사 강민수

판사 도민호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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