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1994.6.15.(970),1643]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피해자의 특정 정도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그 특정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해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 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원고
주식회사 한국일보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인철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어야 함은 소론과 같으나 그 특정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해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 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인바 ( 당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참조), 원심이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가 자신이 발간하는 일간지인 1992. 4. 9.자 한국일보에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함에 있어서 비록 원고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고 소외 1의 장인 또는 조모양의 친정아버지라고 표현하였고, 원고의 딸 소외 2에 관하여도 그 성명을 명시하지 않고 조(조)모양으로 표현한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기사에 원고의 딸과 혼인신고를 한 상대방의 성명, 그 혼인신고지 등을 명시하였고, 원고가 이혼한 후 새로 결혼을 하였고, 소외 2의 여동생도 가출을 하였으며 원고가 살던 마을이름 등 원고의 생활환경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소외 2가 가출한 경위, 그 이후의 생활상 역시 상당히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위 기사를 읽어 본 사람 중 적어도 원고를 아는 사람이면 위 기사에서 말하는 소외 1의 장인 또는 조모양의 친정아버지가 원고를 지목하는 것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기사로 명예가 손상될 피해자가 특정되었음을 전제로 본안에 관하여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반 또는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피고가 원고 등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원고와 그 가족의 성명을 일부러 명시하지 아니하였다는 것만으로 위의 결론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입장에서 원심을 비난하는 소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기사에 원고가 "일방적으로" 혼인무효신청을 한 것이고, "강제로" 소외 2를 친정에 가두었다고 표현된 바가 없음은 소론과 같으나, 일반독자의 보통의 주의와 독서의 방법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이 사건 기사내용이 그와 같은 뜻으로 작성되었다고 이해될 수 있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혼인무효신청이나 소외 2가 친정인 원고의 집에 있었던 것이 그의 의사에 반한 것이 아니었다고 인정되므로 이와 반대되는 소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그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임은 소론과 같으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발행의 신문인 1992. 4. 9.자 한국일보에 게재된 이 사건 기사는 일반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것으로서 보도내용으로 보아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 행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고, 그 기사가 진실성과 다른 부분이 있음은 위에서 본 바 대로이다.
일반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기사화함에 있어서 그 내용의 진실여부를 미리 조사, 점검하여야 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기본적 책무라고 할 것이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함에 있어 담당기자가 미성년자인 소외 2의 보호자인 원고를 만나보는 등의 필요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고 그 때문에 사실과 다른 기사가 보도된 것이라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기사의 내용이 진실한 것으로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없고, 소론이 주장하는 당원판례는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 발행의 신문에 이 사건 기사가 게재·반포됨으로써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신문의 발행자로서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니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었으나 검사로부터 혐의없음처분을 받았다고 하여 위의 결론이 좌우될 수 없다.
3.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이 사건 기사가 진실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취재경위를 살펴보면 취재사실이 진실이라고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불법행위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것은 소론과 같으나 위 주장이 이유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소론 주장의 판단유탈사유는 이 사건 판결결과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4.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이 사건의 내용 및 취재경위, 허위기사부분이 기사의 전체내용에 미치는 영향, 그 후 일부 정정기사를 낸 사정과 원고의 연령 / 가족관계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명예훼손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액을 금 5,000,000원으로 산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위자료산정의 기준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5. 논지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