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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2. 28.자 2017모107 결정

[재심인용결정에대한재항고][미간행]

판시사항

[1] 1980. 5. 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따라 계엄사령관이 발령한 계엄포고 제13호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신헌법, 현행 헌법, 구 계엄법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적극)

[2]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의 재심사유인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의 의미 및 형벌에 관한 법령이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법원에서 위헌·무효라고 선언한 때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대해 담당변호사 문주호 외 2인

재항고인

검사

주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가. 1980. 5. 17.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1980. 8. 4. 구 계엄법(1981. 4. 17. 법률 제344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계엄법’이라고 한다) 제13조 에서 정한 계엄사령관의 조치로서 계엄포고 제13호(이하 ‘이 사건 계엄포고’라고 한다)가 발령되었다 .

나. 피고인은 이 사건 계엄포고에 의해 불량배로 검거되어 근로봉사 중 지정 지역을 무단이탈하였다는 계엄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제1군단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1980. 12. 23. 징역 10월을 선고받아(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고 한다) 항소하였고,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1981. 2. 17.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으며, 그 무렵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다. 피고인은 2015. 12. 30. 이 사건 계엄포고가 위헌·무효라고 주장하며 부산지방법원에 이 사건 재심청구를 하였다.

라. 제1심법원은 이 사건 재심청구가 법률상 방식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으나, 원심법원은 이 사건 계엄포고가 구 계엄법 제13조 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었고,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영장주의에 반하여 위헌·무효이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보아,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환송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재항고하여 다툰다.

2. 이 사건 계엄포고의 위헌·위법 여부

가.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 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긴급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한도로 행사되어야 하고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 발동 요건과 한계에 부합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유신헌법 제54조 제1항 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구 계엄법 제4조 는 ‘비상계엄은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할 사변에 있어서 적의 포위공격으로 인하여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된 지역에 선포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

유신헌법 제54조 제1항 , 구 계엄법 제4조 등에 비추어 볼 때, 구 계엄법 제13조 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는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사변으로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의 유지에 위해가 될 만큼 극도로 사회질서가 혼란해진 상태 등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여 경찰력만으로는 도저히 비상사태의 수습이 불가능하고 군병력을 동원하여 그러한 상황에 이른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 때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781 판결 참조).

다. 이 사건 계엄포고는 폭력사범, 공갈 및 사기사범, 사회풍토 문란 사범을 검거한 후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수용하고 순화교육과 근로봉사 등으로 순화시켜 사회에 복귀하게 한다는 것으로, 순화교육 및 근로봉사 기간 중 지정 지역을 무단이탈하거나 난동, 소요 등 불법행동을 일절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는 때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계엄포고의 내용은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이후 동요 우려가 있는 시민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고, 이 사건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사회상황이 구 계엄법 제13조 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계엄포고는 유신헌법 제54조 제1항 , 구 계엄법 제13조 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

라. 또한 이 사건 계엄포고의 내용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 (현행 헌법 제10조 )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0조 (현행 헌법 제12조 )가 정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되며, 유신헌법 제12조 (현행 헌법 제14조 )가 정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 또한 ‘난동, 소요 등 불법행동을 일체 금한다.’( 제3항 )고 하여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

마. 이와 같이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었고, 그 내용도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므로,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신헌법, 현행 헌법, 구 계엄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

3.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재심사유의 존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는 재심사유의 하나로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무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 함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또는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로서 이를 새로 발견하였거나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때는 물론이고, 형벌에 관한 법령이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되어 법원에서 위헌·무효라고 선언한 때에도 역시 이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13. 4. 18.자 2010모363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계엄포고는 벌칙조항인 구 계엄법 제15조 에서 정한 ‘ 제13조 의 규정에 의하여 취한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해당하여 형벌에 관한 법령의 일부가 되고,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당초부터 위헌·무효라고 인정되므로, 이 사건 계엄포고 위반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재심대상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가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재심대상판결에 재심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의 재심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검사의 재항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 박정화 김선수(주심)

심급 사건
-부산지방법원 2017.1.2.자 2016로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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