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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 12. 11. 선고 2019나205834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피항소인

원고 1 외 13인

원고,피항소인겸부대항소인

원고 2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상희)

피고,항소인겸부대피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에이스 담당변호사 이종걸)

2020. 11. 18.

주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인용금액’ 중 인용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1. 18.부터 2020. 12. 11.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나.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8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제1심판결의 별지2 ‘상속관계 및 청구금액표’ 중 일부청구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1988. 8. 2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부대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2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2에게 1,714,286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10.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및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위 각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의 각 해당부분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 위법성 인정

헌법 제27조 제4항 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 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 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제반 범죄에 관한 알권리를 가지고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에 관하여 발표를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 할 것이나, 한편 헌법 제27조 제4항 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 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98조 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 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것이다( 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0다6847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은 1987. 7. 5. 14:00경 소외 1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국가보안사령부로 연행하였고, 그곳에서 외부 출입을 통제하고 외부와의 연락도 차단한 채 1987. 7. 13. 21:00경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감금한 상태에서 소외 1을 조사하였으며, 소외 1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자백 취지의 진술서,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작성받았는데, 피고의 소외 1 및 원고 1에 대한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는 위와 같이 소외 1을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취득한 자백 및 소외 1의 자백을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들을 기초로 하여 작성된 점, ② 위 소외 1의 자백 및 위 자백을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수집방법에 비추어 객관성 및 정확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보안사령부는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당시에 원고 1의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의 진실성을 담보할 만한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다고는 할 수 없는 점,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보안사령부는 원고 1을 확정적으로 재일간첩으로 수사발표하였고,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언론을 통해 위 사실이 보도되게 한 점, ④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보안사령부의 위와 같은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로 인해 원고 1 및 그 가족들은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받게 된 점, ⑤ 소외 1에 대하여 이 사건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보안사령부의 수사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는 위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지명수배 : 위법성 배척

원고들은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가 원고 1의 ‘재일간첩’ 혐의를 조작하여 지명수배 조치함으로써 원고 1로 하여금 약 10여 년 동안 국내에 입국하지 못한 채 해외 망명생활을 하도록 하였으므로, 위 지명수배 조치 자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수사과정에서의 지명수배는 긴급체포의 법정형 요건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되는 자 및 구속영장 혹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자를 대상으로 행해지며, 수배대상자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이미 발부된 영장에 기하여 대상자를 구속·체포하거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긴급체포를 한 후 즉시 지명수배를 해제하게 된다. 이러한 지명수배 조치는 법률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1999. 3. 30. 법무부령 제472호로 개정된 것) 제75조 제2항 , 대검찰청 예규인 ‘기소중지자 지명수배·통보지침’, 그리고 경찰청 예규인 ‘지명수배취급규칙’ 등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지명수배 조치의 결과 지명수배자의 소재가 발견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체포 또는 구속과 같은 후속조치가 이어질 수 있으나, 체포·구속과 같은 신체와 자유의 제한은 지명수배 조치에 당연히 수반되는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지명수배 조치와는 별도로 형사소송법상의 체포영장·구속영장 또는 긴급체포에 근거한 체포·구금이 있을 때에 비로소 이루어지게 되는바, ‘수사과정에서의 지명수배’ 조치는 소재불명된 피의자를 발견하기 위한 수사기관 내부의 단순한 공조 내지 의사연락에 불과할 뿐이고 그 자체만으로는 아직 피의자에 대하여 어떠한 직접 효력을 가지는 것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수사기관 간에 비공개리에 이루어지는 지명수배 조치의 속성상 이로 인하여 지명수배자가 거주·이전의 자유에 제약을 받는다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그러한 제약적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지명수배자가 그 소재발견을 회피하려는데 따른 선택적 결과에 불과할 뿐 지명수배 조치로 인한 필연적·직접적인 효과로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2002. 9. 19. 선고 99헌마18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갑 13호증의 3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는 1993. 11. 9. 원고 1에 대하여 지명수배 조치를 취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소재불명된 피의자의 소재 발견을 위한 수사 방편의 하나로서 수사기관 내부의 단순한 공조 내지 의사연락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가 관련자들에 대한 가혹행위를 통하여 지명수배 조치의 원인이 된 피의사실을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지명수배 조치 자체를 원고 1에 대하여 어떠한 직접 효력을 가지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불법 구금 : 위법성 인정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2004. 12. 23. 법률 제72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2항 은 ‘경찰관은 거동불심자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되, 제6항 은 ‘임의동행을 한 경우 경찰관은 당해인을 6시간을 초과하여 경찰관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들은 1998. 5. 14. 입국한 원고 1을 영장 없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국가안전기획부 조사실로 데리고 가 그때부터 1998. 5. 16.까지 원고 1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관한 조사를 하였는바, 이는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한 위법한 수사라고 봄이 상당하다.

라. 기소유예처분의 위법 여부 : 위법성 배척

원고들은, ‘원고 1은 1998. 5. 14.부터 1998. 5. 16.까지 가족 및 변호인 등과의 면회 및 접견을 일체 차단당한 불법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들은 이 사건 유죄판결에 따라 원고 1을 협박, 회유하여 자백 취지의 진술을 받았으며, 검사는 이 사건 유죄판결 및 위 자백 취지의 진술에 근거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는바,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수사기관으로서 피의사건을 조사하여 진상을 명백히 하는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로서는 제반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검사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것이지만 검사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검사가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또는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권한의 불행사는 검사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등 참조),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매우 합당한 처분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사건의 수사 및 결론도출과정에서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면 자의적인 처분이라 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1991. 4. 1. 선고 90헌마65 전원재판부 등 참조).

살피건대, 갑 8호증, 갑 9호증, 갑 13호증, 갑 19호증, 갑 20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 당시에는 이 사건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개시결정이나 이 사건 재심 무죄판결이 없었으므로, 검사로서는 이 사건 유죄판결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 1에 대한 수사가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하여 위법하기는 하나, 원고 1은 새정치국민회의 기획조정실 부실장이었던 소외 3, 오사카 총영사관 부총영사 등으로부터 가벼운 조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자수형식으로 귀국하였으므로 귀국 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③ 원고 1은 1998. 7. 28. 귀국하여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자백 취지로 진술했고, 반성문(준법서약서)을 제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 있어 검사가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검사의 헌법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마. 망 소외 2에 대한 가혹행위 : 위법성 배척

망 소외 2의 상속인인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9, 원고 10, 원고 11은 망 소외 2가 1987. 7. 피고 소속 국가보안사령부에 불법연행되어 일주일간 가혹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17호증의 1, 2의 각 기재, 원고 2에 대한 당사자본인심문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 소외 2가 1987. 7. 22., 7. 23. 이틀 동안 국가보안사령부에서 소외 1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관한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진술조서, 진술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위 사실만으로 망 소외 2에 대하여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

가. 피고의 주장 요지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는 원고 1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이 있었던 1998. 12. 28.경 종료되었는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5년 이상이 경과한 2018. 6. 2. 제기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

나. 판단

(1)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항 , 제766조 제2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 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 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 )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 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 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 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1조 제2항 ]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등 참조).

(2) 먼저,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중 원고 1에 관한 수사결과 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에 대하여 보건대, 이는 피고 소속 수사관들이 소외 1 등을 불법체포 구금한 후 가혹행위를 하면서 소외 1, 원고 1 등의 간첩 혐의에 대한 진술을 강요하고 임의성 없는 자백을 받아내어 증거를 조작한 다음 이를 토대로 소외 1, 원고 1 등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건으로,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 에서 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에 해당하고 원고들의 소가 위 헌법재판소 2014헌바148 등 결정 선고 전에 법원에 계속되어 있었던 이상 주1) , 위 불법행위에 관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 이나 구 예산회계법 제71조 제2항 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갑 1호증, 갑 2호증, 갑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소외 1은 원고 1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와 동일한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징역 8년, 자격정지 8년의 유죄판결( 서울고등법원 88노563 )을 선고받아 1988. 8. 23.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소외 1은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한이 없는 국가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이 자신을 불법 체포, 감금한 상태에서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하였는데, 이는 구 형법상의 불법체포, 불법감금죄, 폭행, 가혹행위죄에 해당하고, 위 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으므로, 위 유죄판결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 제422조 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위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여 2015. 12. 18. 재심이 개시되었고, 2017. 12. 8.에야 소외 1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재심에서 소외 1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2017. 12. 8. 이후에야 비로소 원고 1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로 인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들이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에 관하여 단기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 이 부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3) 다음으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 중 원고 1에 관한 불법구금에 대하여 보건대, 1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취임 직후 국내에 입국하지 못한 채 해외에 체류 중인 시국인사들의 귀국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는데, 그 일환으로 원고 1은 새정치국민회의 기획조정실 부실장이었던 소외 3, 오사카 총영사관 부총영사 등으로부터 가벼운 조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자수형식으로 귀국하였던 점, 원고 1은 1998. 5. 14. 귀국하여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자백 취지로 진술했고, 반성문(준법서약서)을 제출하였으며, 그 직후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 이른 점 등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소외 1에 대한 불법구금과 같이 볼 수 없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 에서 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원고 1이 불법구금상태에서 벗어난 1998. 5. 16.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8. 6. 2.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 이 부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위자료의 산정기준 및 액수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소속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보안사령부가 소외 1에 대한 위법한 수사로 취득한 증거로 원고 1을 확정적으로 간첩으로 발표하고, 그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원고 1 및 그 가족들은 간첩 및 간첩의 가족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장기관 수사기관으로부터 탐문과 감시를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이나 그로 인한 사회적 편견 및 차별을 겪었을 것인 점, ② 피고의 수사 결과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 등 불법행위는 원고 1이 1998. 5. 14.까지 장기간 귀국하지 못한 채 해외에 체류하게 된 사실상 중요한 원인이 되었고, 그 기간 중에 원고 1은 부친의 임종을 지키거나 장례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기본적 인륜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과 같이 피고 소속 공무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에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성 등도 그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되어야 하는 점(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④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위자료 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인정하므로, 장기간 지연된 배상임에도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이 전혀 가산되지 않게 되는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 원금을 적절히 증액할 수 있는 점(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⑤ 그 밖에 원고 1과 나머지 원고들 및 망인들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피고가 원고 1,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및 망 소외 4, 망 소외 2, 망 소외 5에게 지급할 위자료의 액수는 별지1 ‘인용금액’ 중 고유위자료란 기재와 같고, 망인들의 사망에 따른 상속관계를 고려한 최종적인 원고별 위자료 액수는 별지1 ‘인용금액’ 중 인용액란 기재와 같다.

나. 지연손해금의 기산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종결 시의 국민소득 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 시보다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등 참조).

원고 1에 대한 불법행위가 있었던 1987년경 내지 1998년경으로부터 당심 변론종결일까지 약 20년 내지 30년의 세월이 흘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수준 등이 크게 변하고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겼고, 이에 따라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하였으므로, 위자료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당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원고들에게 별지1 ‘인용금액’ 중 인용액란 기재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당심 변론종결일인 2020. 11. 18.부터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12. 11.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 및 원고 2의 부대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윤승은(재판장) 이예슬 송오섭

주1) 헌법재판소 2014헌바148 등 결정이 2018. 8. 30. 선고되었는데, 원고들은 그 이전인 2018. 6. 2. 1심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였고, 그 소장 부본이 2018. 6. 21. 피고에게 도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