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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8. 23. 선고 2016도5423 판결

[상해]〈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7조 제1항 제1호의 불처분결정을 받아 확정된 후 다시 같은 범죄사실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사건〉[공2017하,1836]

판시사항

[1] 헌법 제13조 제1항 에 규정된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의 의미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7조 제1항 제1호 의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후에 검사가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하였거나 법원이 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경우,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기소편의주의에 따른 검사의 소추재량이 내재적 한계를 가지는지 여부(적극) / 검사의 공소권 행사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경우

판결요지

[1] 헌법제13조 제1항 에서 “모든 국민은 ···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는 한번 판결이 확정되면 그 후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여기에서 ‘처벌’이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이 모두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에 규정된 가정보호사건의 조사·심리는 검사의 관여 없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진행하는 형사처벌의 특례에 따른 절차로서, 검사는 친고죄에서의 고소 등 공소제기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고( 가정폭력처벌법 제9조 ), 법원은 보호처분을 받은 가정폭력행위자가 보호처분을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집행에 따르지 아니하면 직권으로 또는 청구에 의하여 보호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등( 가정폭력처벌법 제46조 ) 당사자주의와 대심적 구조를 전제로 하는 형사소송절차와는 내용과 성질을 달리하여 형사소송절차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결정 또는 불처분결정에 확정된 형사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하여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나( 가정폭력처벌법 제16조 ), 보호처분은 확정판결이 아니고 따라서 기판력도 없으므로, 보호처분을 받은 사건과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제기가 되었다면 이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을 할 것이 아니라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 경우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의 규정에 의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가정폭력처벌법은 불처분결정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에 관하여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그때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가정폭력처벌법 제17조 제1항 ), 가정폭력처벌법은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가정폭력범죄라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공소가 제기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처벌법 제37조 제1항 제1호 의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후에 검사가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하였다거나 법원이 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더라도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 검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형사적 제재를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또 형법 제51조 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246조 , 제247조 ). 위와 같은 검사의 소추재량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하여금 객관적 입장에서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형사소추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므로 스스로 내재적인 한계를 가지는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소추재량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경위

가. 피고인과 고소인 공소외인은 1997. 6. 25. 혼인신고를 한 부부로서, 슬하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고소인은 2012. 10. 2. 서울수서경찰서에 피고인을 가정폭력 혐의로 고소하였다(이하 ‘제1차 고소’라고 한다). 고소의 내용은 피고인이 ① 1997년 혼수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고소인을 폭행하였고, ② 1999년 발로 고소인의 허리 등을 차서 폭행하였고, ③ 미국에서 거주할 당시인 2001년과 2002년 9월에 각 폭행을 하였고, ④ 2008년 7월 어깨에 상해를 입을 정도로 폭행을 하였고, 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에서 거주할 당시 여러 차례 폭행하였고, ⑥ 2012. 10. 2. 서울 강남구 (주소 생략)아파트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 피고인이 고소인을 밀쳐 넘어뜨리고 고소인의 머리를 눌러 마룻바닥에 이마를 부딪치게 하여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두피부 등의 다발성 좌상을 가하였다는 것이다.

검사는 2012. 11. 13. 위 사건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여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하였다( 서울가정법원 2012버584호 ). 서울가정법원은 2013. 2. 21. 심리기일에서 피고인이 가정폭력을 인정하고 고소인이 ‘가정을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진술하자 심리를 종결하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고 한다) 제37조 제1항 제1호 에 정한 ‘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함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처분을 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이하 ‘불처분결정’이라고만 한다)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와 고소인이 항고하지 않아 위 불처분결정은 확정되었다(이하 ‘종전 가정보호사건’이라고 한다).

나. 고소인은 2014. 7. 16. 피고인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위자료 등 청구의 소( 서울가정법원 2014드합4316호 )를 제기한 데 이어, 2015. 6. 16. 피고인을 상대로 형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죄로 경찰에 고소하였다(이하 ‘제2차 고소’라고 한다). 고소의 내용은 이 사건 제1차 고소의 ③, ④, ⑥항 및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휴대폰으로 욕설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고소인은 경찰에서 ‘피고인이 2012년 10월 중순경 고소인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는 사실을 추가로 진술하였다.

검사는 2015. 7. 16. 검찰주사를 통하여 고소인으로부터 ‘피고인이 종전 가정보호사건 이후에도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였으나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여 고소장에 이를 기재하지 못하였는데, 이혼소송에서 자녀 양육비를 보장받기 위하여 부득이 재차 고소를 하게 되었고, 다시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진술을 청취한 데 이어, 같은 해 7. 21. 종전 가정보호사건의 기록을 검토하여 제1차 고소 당시 고소인은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지는 않은 사실 등을 확인하였으며, 같은 해 10. 15.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한 후, 같은 해 10. 16. 위 ⑥항 기재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범죄사실’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약식명령을 청구하였다.

다. 피고인은 2015. 11. 16.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의 청구를 하였다. 피고인은 제1심에서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에 대한 공소제기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제1심은 피고인을 벌금 700,000원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원심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한편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이혼 등의 소송은 2015. 11. 13. 조정이 성립되어 종결되었다.

2. 상고이유의 요지

가. 상고이유 제1점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해서 이미 가정폭력처벌법 제37조 제1항 에 따른 불처분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하는 것은 헌법 제13조 제1항 에 규정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나. 상고이유 제2점

가정폭력처벌법 제37조 제1항 에 따른 불처분결정에 기판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제2차 고소는 이혼소송에서 통상의 재산분할 비율을 훨씬 뛰어넘는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피고인을 압박할 의도로 재차 고소한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행하여진 공소의 제기 및 원심의 유죄판결은 사법판단의 기저가 되는 정의의 관점에서 보아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3.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본다.

헌법제13조 제1항 에서 “모든 국민은···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는 한번 판결이 확정되면 그 후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여기에서 ‘처벌’이라고 함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의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처분이 모두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1992. 2. 11. 선고 91도253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가정폭력처벌법에 규정된 가정보호사건의 조사·심리는 검사의 관여 없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진행하는 형사처벌의 특례에 따른 절차로서, 검사는 친고죄에서의 고소 등 공소제기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고( 가정폭력처벌법 제9조 ), 법원은 보호처분을 받은 가정폭력행위자가 보호처분을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집행에 따르지 아니하면 직권으로 또는 청구에 의하여 그 보호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등( 가정폭력처벌법 제46조 ) 당사자주의와 대심적 구조를 전제로 하는 형사소송절차와는 그 내용과 성질을 달리하여 형사소송절차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결정 또는 불처분결정에 확정된 형사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보호처분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하여 같은 범죄사실로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나( 가정폭력처벌법 제16조 ), 그 보호처분은 확정판결이 아니고 따라서 기판력도 없으므로, 보호처분을 받은 사건과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제기가 되었다면 이에 대해서는 면소판결을 할 것이 아니라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 경우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의 규정에 의하여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85. 5. 28. 선고 85도21 판결 참조). 그러나 가정폭력처벌법은 불처분결정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에 관하여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그때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가정폭력처벌법 제17조 제1항 ), 가정폭력처벌법은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가정폭력범죄라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공소가 제기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처벌법 제37조 제1항 제1호 의 불처분결정이 확정된 후에 검사가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하였다거나 법원이 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내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 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본다.

검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형사적 제재를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또 형법 제51조 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246조 , 제247조 ). 위와 같은 검사의 소추재량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 하여금 객관적 입장에서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형사소추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므로 그 스스로 내재적인 한계를 가지는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소추재량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그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 대법원 1996. 2. 13. 선고 94도2658 판결 ,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종전 가정보호사건의 확정된 불처분결정의 효력을 뒤집을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제기가 단지 고소인의 개인적 감정에 영합하거나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게 할 의도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러한 조치는 공소권의 남용으로서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공소제기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사건 범죄사실의 내용 및 피고인과 고소인의 관계 등을 비롯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는 검사가 이 사건 제2차 고소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와 종전 가정보호사건의 기록 검토 결과 등에 근거하여 이 사건 범죄사실에 대하여 국가 형벌권의 실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제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의 제기 및 원심의 판단이 사법판단의 기저가 되는 정의의 관점에서 보아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조희대 권순일(주심) 조재연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2.10.선고 2015고정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