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1992. 6. 26. 선고 90헌바25 결정문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에 대한 헌법소원]

[결정문]

청구인

: 조 ○ 훈

대리인 변호사 김 선 수 외 3인

관련사건

: 대법원 90재다57 퇴직금

[심판대상조문]

소액사건심판법(少額事件審判法) 제3조(상고(上告) 및 재항고(再抗告)) 소액사건(少 額事件)에 대한 지방법원본원합의부(地方法院本院合議部)의 제2심 판결(判決)이나 결정(決定)·명령(命令)에 대하여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限)하여 대법원(大法院)에 상고(上告) 또는 재항고(再抗告)를 할 수 있다.

1. 법률(法律)·명령(命令)·규칙(規則) 또는 처분(處分)의 헌법위반(憲法違反) 여부와 명령(命令)·규칙(規則) 또는 처분(處分)의 법률위반(法律違反) 여부 에 대한 판단(判斷)이 부당(不當)한 때

2. 대법원(大法院)의 재판(裁判)에 상반(相反)되는 판단(判斷)을 한 때

[참조조문]

① 이 법(法)은 지방법원(地方法院) 및 지방법원지원(地方法院支院)의 관할사 건중(管轄事件中) 대법원규칙(大法院規則)으로 정하는 민사사건(民事事件) (이하 "소액사건(少額事件)"이라 한다)에 적용(適用)한다.

② 생략

[주 문]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76.8.부터 1988.4.까지 청구외 ○○상공회의소에서 비상근 노사상담 역으로 근무한 자로서 1988.6.3. 인천지방법원에 청구외 ○○상공회의소를 피고로 위 근무기간 동안의 퇴직금(소제기 당시 금 3,107,907, 그 뒤 청구취지변경으로 금 3,108,000원)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989.2.3.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피고가 항소하여 1989.11.24. 같은 법원 항소부에서 청구인과 피고사이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존재를 전제로 한 퇴직금청구는 이유없다는 이유로 원판결을 취소하고 청구기각 판결을 하자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1990.4.24. 대법원은 원심판단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된다는 청구인 주장은 이유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이 내세우는 나머지 주장은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서 정한 어느 불복사유에도 해당하지 아니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1990.5.23. 재심청구를 하면서 소액사건에 대하여 일반 민사사건에 비하여 상고를 제한하고 있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헌법상의 평등권 및 재판청구권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위헌제청을 신청하였으나(대법원 90카59 사건) 대법원은 1990.7.24. 위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청구인은 같은 해 8.6. 헌법재판소에 위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소액사건에 대하여 상고를 제한하고 있는 위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상고 및 재항고) 소액사건에 대한 지방법원본원합의부의 제2심판결이나 결정·명령에 대하여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법원에 상고 또는 재항고를 할 수 있다.

1. 법률·명령 ·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 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2.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

2. 당사자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는 소액사건 심판의 경우에 일반 민사소송에 비하여 상고권을 극히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바, 소액사건과 일반 민사소송사건과의 차이는 오로지 청구액수의 다과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다른 차이점이란 있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청구액수의 다과에 따라 상고권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으로서 결국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헌법 제11조 제1항에 보장된 평등권과 제27조 제1항에 보장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다.

나.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헌법 제11조는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평등의 취지는 국민을 절대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합리적인 이유에 의하지 아니한 차별대우를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할 것인바, 한편 소액사건심판법의 이념은 소

액의 민사사건을 간이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분쟁의 적정한 해결에 주안을 두며, 이 경우 과다한 소송비용 부담의 위험을 줄이며 분쟁처리의 지연으로 인한 권리구제의 지장을 방지하고 다른 한편 상고심인 대법원의 업무과중으로 인한

기능저하를 방지하고 법령해석의 통일을 통하여 법적 생활의 안정과 법률문화의 발전을 실현하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고양을 기하려 함에 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합리적 고려에서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를 제한하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의 규정이 헌법의 평등권 조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헌법 제27조 제1항은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을 구비하고, 또 그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임용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뜻하고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대법원과 각급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그 심급의 제한없이 받을 권리가 있음을 보장하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모든 민사분쟁에 관하여 최종심인 대법원에까지 상고할 수 있는 재판청구권까지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소액사건심판법 규정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상고심을 순전한 법률심으로 하여 법령위반을 이유로 하는 때에 한하여 상고할 수 있다고 하든가 또는 법령위반이외의 양형부당이나 사실오인을 이유로 하는 때에도 상고할 수 있도록 하느냐의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지 위헌 여부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 이외에는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같다.

3. 판단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는 소액사건에 있어서는 통상의 소송사건과 다른 상고 및 재항고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즉 소액사건에 대한 제2심판결이나 결정명령에 관하여는 다음 두 가지 경우 이외에는 상고 또는 재항고 이유로 삼을 수 없다. 첫째로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 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둘째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인바, 첫째 경우는 하위법규가 상위법규에의 위반 여부에 관한 부당한 판단을 말하고, 둘째 경우는 이른바 판례위반을 말한다. 통상의 민사사건의 경우에는 민사소송법 제393조의 규정에 따라 일반 법령위반이 상고이유가 되며, 이에 나아가 동법 제394조에 열거된 절차상의 과오라면 원판결의 결과에의 영향유무에 관계없이 상고이유가 되는 절대적 상고이유를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소액사건의 경우는 일반 민사사건에 비하여 상고이유를 좁혔으며 그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가. 먼저 이와 같은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의 규정이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전단 부분인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재판을 받을 권리라 함은 생각건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헌법 제104조, 법원조직법 제41조 내지 제43조), 물적독립(헌법 제103조)과 인적독립(헌법 제106조,

법원조직법 제46조)이 보장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 봄

이 상당할 것이고,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이거나 더구나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나아가 후단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 함은 법관에 의한 재판은 받되 법대로의 재판 즉 절차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실체법이 정한 내용대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할

것으로, 이는 재판에 있어서 법관이 법대로가 아닌 자와의 전단에 의하는 것을 배제한다는 것이지 여기에서 곧바로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대저 재판이란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을 본질로 함에 비추어 법관에 의하여 사실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의 한 차례의 심리검토의 기회는 적어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며, 또 그와 같은 기회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제약이나 장벽을 쌓아서는 안된다고 할 것으로, 만일 그러한 보장이 제대로 안되면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침해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건에 대해 똑 같이 세차례의 법률적 측면에서의 심사의 기회의 제공이 곧 헌법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에 따라서는 국민에게 상고심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 명문화한 예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명문규정이 없고 상고문제가 일반 법률에 맡겨진 것이 우리 법제라면 헌법 제27조에서 규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법원의 구성법관에 의한, 상고심 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도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고, 모든 사건에 대해 획일적으로 상고할 수 있게 하느냐 않느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으로, 결국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라는 논지는 받아 들일 수 없다.

나. 다음 위 법 제3조 소정의 상고제한은 헌법 제11조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위 법 제2조, 위 규칙 제1조의2에 의하면 소액사건의 범위를 소송물가액이 500만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사건으로 국한시켰는바, 이렇듯 소송물가액이 적은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통상의 민사사건과 달리 상고제한을 하였으므로 통상사건과의 관계에 있어서 법적 차별로도 보여진다. 그러나 소송제도에 있어서 재판의 적정의 요청도 중요하지만, 신속처리의 요청도 이에 못지 않게 경시할 수 없는 명제이다. 재판의 적정에 치중하여 여러차례 심급을 거듭하여 사건이 오래가면 갈수록 그에 소요되는 경비·노력은 비례적으로 늘어나며, 재판에 의해 얻어지는 이익은 반비례적으로 줄어들고 공허한 것이 되기 쉽다. 따라서 경미한 소액사건에 대해서까지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3심제도를 절대시한다는 것은 해결할 사항의 가치와 이에 소요되는 경비·노력과의 균형상 합리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미한 민사사건에 대해서는 상고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며 또 다액의 통상사건이라도 불복상소 이익이 적을 때 이른바 상소가액 제한제도에 의하여 통제하는 입법례가 많다.

한편 당사자의 구제의 관점에서 보아도 패소당사자의 불이익만을 강조하는 것이 반드시 공평하다 할 수 없으며, 승소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결과의 종국적 확정이 상대방의 상소에 의하여 부당하게 지연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이 형해화된다는 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국가제도인 민사소송제도에는 다수의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여 법적 안정과 평화회복을 이룩해 주어야 할 일반적 요청이

있고, 특히 상고제도라고 한다면 산만하게 이용되기보다 좀더 크고 국민의 법률생활의 중요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적으로 투입·활용되어야 할 공익상의 요청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제도 이용의 효율화의 견지에서나 사익에 관한 분쟁 해결 방식인 민사소송에 있어서 얻어질 이익과 지출하여야 할 비용·노력과의 비례균형 유지의 요청, 더구나 신속·간편·저렴하게 처리되어야 할 소액사건 절차 특유의 요청 등을 고려할 때 현행 소액사건 상고제한 제도가 결코 합리성이 없거나 입법자의 위헌적인 차별이라 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며,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처우하는 것이 실질적인 평등이라면 평등의 원칙에 배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으로 이 점에 관한 청구인의 주장도 받아 들일 수 없다.

다. 나아가 살피건대 위 법 제3조에서도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한 것이지 근본적으로 박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조 1호 소정의 상고이유는 헌법·법률에 위반되는 명령·규칙·처분임에도 불구하고 합헌 또는 합법이라 하여 이를 적용한 경우나 그와 반대의 경우에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상고하여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에 의하여 헌법국가의 원리 내지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시키고자 함이며, 나아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갖도록 한 헌법 제107조 제2항의 규정에 합치시키려는 입법배려인 것으로 이해된다. 또 동조 2호 소정의 상고이유는 대법원 판례 무시의 재판을 하였을 때에는 상고하여 시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법원조직의 정점에서 판례를 통해 국내법령의 해석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의 수행은 소액사건의 경우에도 예외로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에 의하여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규정한 헌법 제101조 제2항은 준수된 것이라 하겠다. 위 헌법조항에서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였지만 이것이 각급법원의 심리를 거치고 난 뒤에는 어느 사건이건 막론하고 차별없이 모두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고제한의 특례입법이 현행 헌법 체제와의 조화를 외면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으로, 결국 헌법에 어긋나는 입법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4. 결론

따라서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변정수 이외의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를 보았다.

5.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가. (1) 다수의견은, 상고심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 명문화한 규정이 없고 상고 문제가 일반법률에 맡겨진 우리의 법제에서는 헌법 제27조에서 규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법원의 구성법관에 의한, 상고심 절차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까지도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고, 모든 사건에 대해 획일적으로 상고할 수 있게 하느냐 않느냐는 어디까지나 입법정책의 문제이므로 소액사건의 경우 일반민사사건에 비하여 상고이유를 제한시킨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은 아니며,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가 상고이유로서, 첫째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와, 둘째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두 가지 경우를 규정함으로써 법령해석의 통일이라

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의 수행이 소액사건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동법 제3조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기회를 단순히 제한한 것일 뿐이지 근본적으로 박탈한 것은 아니므로 위헌법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다음에서 보는 것처럼 사법권과 재판청구권의 본질 및 대법원의 기능에 대하여 잘못 이해하고 있다.

(2)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하여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재판"이라 함은 공법관계나 사법관계를 막론하고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실체법과 그 실현을 위한 절차법에 따른 재판을 말하고 그 실체법이나 절차법은 합헌적인 것이라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절차법 중 중요한 것의 하나가 심급에 관한 것이다. 법원이 재판을 함에 있어 사실인정이나 법률적용을 잘못하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도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급법원에 대한 상소제도야말로 사법권으로부터의 국민의 권리보호와 재판에 대한 신뢰확보를 위하여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급제도에 관하여 헌법은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하였을뿐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헌법 제101조 제2항에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라고 규정하여 대법원을 최고심으로 하여 그 아래로 심급을 달리한 각급법원을 둔다고 한 것이라든지, 헌법 제110조 제2항이 "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라고 규정하여 군사법원의 상고심을 대법원으로 정한 것, 그리고 헌법 제110조 제4항이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 초소, 유독음식물공급, 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비상계엄하의 단심군사재판을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으로 규정한 것 등으로 볼 때 우리의 사법제도는 대법원을 최고심으로 하는 심급제도여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의 절차적 측면은 대법원을 상고심으로 하는 심급제에 따른 재판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모든 국민은 최고심인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 즉 상고권은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도출되는 기본권으로서 일종의 헌법상 보장된 절차적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심급제를 폐지한다든가 대법원에의 상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여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3) 위와 같은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법원조직법은 상고 및 재항고사건의 심판권을 대법원이, 항소 및 항고사건의 심판권을 고등법원과 지방법원합의부(지방법원 단독판사가 한 재판에 대하여)가 각 행사토록 하고 1심사건을 지방법원이 행사토록

함으로써 원칙으로 3심제를 채택하였는데 우리 헌법은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만을 규정하였을뿐 꼭 3심제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법원조직법이 규정한 3심제는 원칙일 따름이고 합리적이고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최종심인 대법원의 재판을 배제하지 아니하는 한 그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이 규정한 권리이기 때문에 전면 제한은 할 수 없고 기본권 제한의 일

반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그러나 상고권의 본질적 내용을 해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상고를 제한할 수 있을 뿐이다.

(4) 사적(私的) 권리구제의 절차를 규정한 민사소송법은 상고는 고등법원이 선고한 종국판결과 지방법원 본원합의부가 제2심으로서 선고한 종국판결에 대하여 할 수 있도록하여 3심제를 채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법원의 기능을 법령해석의 통일에 치중하여 법률심으로 한정하고 상고이유를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일반적 상고이유와 재판에 대한 신뢰성을 깨뜨리는 중대한 절차위반을 이유로 하는 절대적 상고이유로 제한하였는데 이는

재판의 신속과 소송경제 및 대법원의 업무부담경감을 위한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합리적인 제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는 소액사건에 대해서는 상고 및 재항고의 이유를 더욱 제한하여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및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 한하여 상고 또는 재항고 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소송물가액이 소액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처럼 상고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재판청구권)제한으로서 정당한 것이냐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5)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서의 이러한 상고제한이 대법원의 역할과 기능확보, 신속한 분쟁의 해결과 과다한 소송비용의 부담을 막는 등의 소송경제적 이유 그리고 당사자의 신속한 권리구제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헌법에 합치되는 합리적인 제한으로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하여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보장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현저히 침해되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동 규정에 의하여 하급법원의 판결이나 결정 등의 헌법과 법률위반여부라고 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중요한 법률심의 상고 및 재항고가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판결법원의 구성이 위법인 경우, 판결에 관여할 수 없는 판사가 판결을 한 경우, 전속 관할을 위반한 경우, 대리권 없는 자가 소송행위를 한 경우, 변론공개 규정을 어긴 경우, 판결에 이유를 명시하지 아니하거나 이유에 모순이 있는 경우 등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경우로서 절대적 상고이유에 해당하는 사유마저도 상고이유에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규정이 상고 및 재항고를 허용하는 경우로서 들고 있는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헌법위반여부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당한 때" 및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결을 한 때"의 두 가지 경우는 실제로 발생하기에는 매우 드문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소액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상고 및 재항고는 사실상 전면금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법권의 종국적 기능은 기본권 보장에 있다. 그리고 법원에서 사실인정이나 법령적용을 잘못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대책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며 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바로 상소제도라 할 수 있고 법령적용을 잘못하여 오판하는 등 사실심에 의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구제방법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에 대한 상고제도이다. 그런데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명백한 법령위반이나 절대적 상고이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대법원에의 상고권을 배제시켜 승복을 강요한다는 것은 재판청구

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일반 서민에게 500만원이라는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따라서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의 견지에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보장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나. (1) 다수의견은, 소액사건심판법 제2조소액사건심판규칙이 소액사건의 범위를 소송물가액이 500만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사건으로 국한시켰는바, 이는 경미한 소액사건에 대해서까지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3심제도를 절대시한다는 것이 해결할 사항의 가치와 이에 소요되는 경비·노력과의 균형상 합리적이라 할 수 없고, 재판제도 이용의 효율화의 견지에서나 사익에 관한 분쟁해결 방식인 민사소송에 있어서 얻어질 이익과 지출하여야 할 비용·노력과의 균형유지의 요청, 특히 신속·간편·저렴하게 처리되어야 할 소액사건절차 특유의 요청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차별이라 할 수 있으므로 평등의 원칙에 배치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2) 물론 평등의 원칙은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같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차별사유가 존재한다면 공익적 견지에서 차별해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차별사유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이어야 하며, 차별하는 목적과 구체적 상황에 적합한, 그리고 차별을 의미있게 하는 사유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상고를 제한 내지 금지시키는 차별기준이 단순히 500만원이라는 소송물가액-500만원이라는 기준 소송물가액이 너무 과다하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이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차별사유라고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5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법령해석상의 문제나 민사소송법 제39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대적 상고이유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대법원에의 상고권이 허용되어야 하고, 또 500만원 이상의 다액의

통상사건이라도 단순히 사실심만의 문제여서 대법원에의 상고가 의미가 없고, 대법원의 기능을 저해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공익적 견지에서 대법원에의 상고권을 제한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대법원에의 상고제도가 산만하게 이용되지 않고 좀더 크고 국민의 법률생활의 중요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적으로 투입활용되기 위해서는 소액사건이라 할지라도 구체적 사안의 내용과 법률적 의미에 따라-동법 제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두가지 상고이유 이외의 경우에도-상고가 허용되어야 할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동법 제2조 및 동규칙 제1조의 2가 단순히 소송가액만을 기준으로 하여 획일적으로 상고권을 제한하는 것은 오로지 대법원의 업무부담을 경감시키는 것만을 고려한 것으로서 통일적 법령해석의 최종기관으로서의 대법원의 본래의 기능과 사법권의 본질을 도외시한 처사이며, 아울러 상고권이라고 하는 헌법상의 절차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차별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3) 한편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동법 제2조 제1항은

"이 법은 지방법원 및 지방법원지원의 관할사건 중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민사사건(이하 "소액사건"이라 한다)에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에 따라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는 "법 제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소액사건은 제소한 때의 소송물가액이 500만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1심의 민사사건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동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법원에의 상고가 제한되는 소액사건의 구체적 범위를 법률이 아닌 대법원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상 법치주의 원리, 특히 그 중에서도 법률유보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법률유보의 원칙의 핵심적 내용은 기본권의 형성과 제한에 관한 법률의 제정에 있어서 입법자는 기본권의 제한과 형성에 관한 본질적 사항을 빠짐없이 규정해야 하고 이를 하위규범이나 행정청에게 위임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률에는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범위와 기준 및 절차 등의 요건에 관하여 기본적인 사항이 반드시 규정되어 있어야 하며, 이는 국민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도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소액사건심판법 제2조 제1항은 단순히 "……지방법원 및 지방법원지원의 관할사건 중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는' 민사사건……"이라고만 규정함으로써 대법원에의 상고권을 제한당하는 소액사건의 범위와 기준을 완전히 대법원 규칙에 위임하고 있고, 이로써 대법원 규칙에 의해 자의로 상고권 제한의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이것이 법치주의 원리와 법률의 명확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국민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소액사건심판법 제2조 제1항은 위헌이며, 이로써 이 규정을 전제로 하여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는 동법 제3조도 위헌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헌법에 위반된다.

1992. 6. 2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